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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특집] 여권 미래권력의 강점·약점 - 대선 게임의 법칙 

대통령 끌어안는 ‘차별화 전략’ 가능한가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국정 지지도 하락, 잠룡들 낙마·내상… 여권 대선 가도에 난기류
2020년 총선 앞서 차기 주자 중심의 새 지도부 꾸릴 가능성도


▎2017년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국회를 떠나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9년 새해를 맞는 문재인 정부의 특징적 현상의 하나로 잠재적 대선 주자들의 잇단 낙마(落馬) 내지 내상(內傷)을 들 수 있다. 굳이 과정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미 현 여권 핵심세력과는 멀어졌거나 불편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언행을 보였다. 때마침 여야가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논란과 관련한 국정조사에 합의하면서 박 시장이 검증대 위에 오른다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잠룡은 자신들이 여권 핵심세력과 ‘공동운명체’로 묶여져 있다며 일체감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력 주자들을 둘러싼 잡음은 정권의 도덕성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경제와 민생 분야 정책의 난맥상까지 더해져 여권 지지층 이탈이 가시화하는 국면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몇 달째 50%선에서 출렁인다. 특히 12월 13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취임 이후 최저치인 48.1%로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2월 10∼12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일주일 전보다 1.4%포인트 내려간 48.1%로 집계됐다. 또 ‘국정 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1.7%포인트 오른 46.9%로,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1.2%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 9월 초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9%로 내려앉았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크기와 차기 주자들의 활동 반경은 반비례한다. 국정 지지도가 높을 때는 잠룡들이 움직일 공간이 닫히고, 반대로 국정 지지도가 낮으면 공간은 열린다. 국정 지지도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유권자들의 관심도 대통령에서 차기 주자들에게로 이동하면서 본격적인 레임덕 국면이 조성될 수도 있다.

대통령 레임덕 시작된 게 맞나?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최성·이재명·문재인·안희정 후보(왼쪽부터)가 함께 맥주를 마시며 화합을 통한 대선 승리를 다짐했다.
지금의 여권 상황은 어떨까?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는 추세에 있지만 잠룡들이 활동 공간을 확보할 정도로 충분히 떨어진 건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박 대표는 그 경계선으로 국정 지지도 45%를 상정한다. “국정 지지도가 45% 밑으로 떨어지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 내부에서 동요가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경제 상황의 악화 등으로 대통령 국정 지지도 40% 선이 무너진다면 여권은 차기 대선 주자들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박 대표는 점친다. 그는 “상황이 유동적이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대통령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면 대통령의 힘으로 2020년 총선을 치르기가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여권에서 고개를 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안팎의 여론이 차기 주자들의 전진 배치를 요구하게 된다는 것. 이는 여권의 권력질서를 재편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차기 대선 주자들 중심으로 가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차기 주자 중심의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해석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레임덕 얘기가 회자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채용비리 의혹을 다시 언급한 사례가 대표적으로 인용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의 탄력근무제를 규탄하는 노동계 집회에 참석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레임덕은 세월”이라며 권력의 생리를 이렇게 소개했다. “대통령 형식적 임기는 5년이지만 실질적 임기는 2년이다.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이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 지금 민주당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이러한 현상은 시작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박 시장이 탄력근무제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의 아들 문제를 거론한 것은 공직 기강이 허물어지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고 권력누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음모론이 제기된다. ‘보이지 않는 손’이나 ‘집단적 의지’가 있어 구미에 안 맞거나 껄끄러운 잠룡들을 하나둘씩 제거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차기 대선 주자들을 관리하는 것이고 대선 주자의 인위적 관리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의 우려가 어떤 식으로든 현실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원기 전 의장은 최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주자는 관리하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면서 “관리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권력의 획득 과정에 대한 서로 다른 계산은 여권 내 파워게임을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잠재적 차기 주자들은 자신을 비롯한 민주당이 문 대통령과 힘을 모아 정권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청와대의 의중은 다르다. 훌륭한 대통령이 잘해서 만들어진 권력이라고 간주한다는 것이다. 권력 창출 동력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의 간극은 대통령 국정 지지도 하락 국면에서는 더 커진다.

당내 친문세력을 누가 잡을까


▎지난 12월 11일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는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 사진:연합뉴스
반면, 단편적인 사례만으로 권력누수 징후를 점치는 건 섣부르다는 견해도 있다. 전반적인 당·청 관계 속에서 권력의 작동방식을 관찰해야 레임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주장한다. 윤 센터장은 “지금 정황만으로 레임덕이라고 표현하는 건 실제보다 많이 나간 상황”이라며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정치인들이나 의원들의 성향상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흐름들이 없을 수는 없지만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서 자신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대권 주자는 당장은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그 연장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윤 센터장의 판단이다. “박 시장은 대통령과 맞서기보다는 노조와의 우호적 관계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나온 해프닝 측면도 있지 않을까. 지금의 여권 구조가 대통령과 맞서거나 달리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친문(親文, 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정청래 전 의원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당내에서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는 건 거의 자살행위”라고 차기 대권 구도를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의 80~90%가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전제에서 “다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허망하게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더 사명감을 갖고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이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대통령과의 관계를 더 긴밀하게 가져가는 게 대권 가도에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정부의 경우 인기가 떨어진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대중적 지지세를 모으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본선에서의 문제다. 예선, 즉 당내 경선의 경우 당내 핵심 기반인 친문세력을 흡수하는 게 승리로 가는 관건적 요소라고 윤희웅 센터장은 말한다. “앞으로 차기 주자들 간의 경쟁은 친문세력 중 일부를 흡수해서 당내 조직 기반을 확보하는 싸움으로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분화하는 친문을 흡수함으로써 당내 대세를 잡아가는 캠페인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문의 상징성 있는 인물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대표적인 관전 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여권, 총선·대선 다 이길 것이라는 오만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빌딩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야권에서는 여권 대선 주자들의 독자 행보가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최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집권 3년 차인 2019년부터는 권력 내부에서 서서히 고개를 쳐드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트 문재인’을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조건인 데다 야당이 맥을 못 추는 상황과 맞물려 여권 내부에서 차기를 노린 경쟁이 더욱 정교하고도 치밀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게 김 전 의장의 진단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 정부에서 레임덕은 필연적이다.”

사실 여권 잠룡들의 자기 분열 현상은 지리멸렬한 야권의 현주소와 궤를 같이 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2004년 총선에서 152석을 얻어 단독 과반 확보에 성공했을 때에도 여권이 이러진 않았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쳤지만 박근혜, 이명박이라는 강력한 차기 리더를 중심으로 견고하게 결집해 있었기에 하나의 목소리를 냈고 여권을 견제하곤 했다. 지금의 야권은 분열된 데다 유력 대선 주자도 변변치 않고, 의원들도 각자도생 하기에 바쁘다고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지적했다. 그래서 “권력이 자기 마음대로 해도 총선과 대선을 다 이길 것이라는 오만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데 젖어 들곤 한다.”

지금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여권에서 선두를 달린다. 이낙연 총리의 경쟁력에 주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합리적 성품에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얘기할 줄 아는 그의 기질이 여권 내 지지층을 흡수하는 데 제격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감한 사안임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낙연 총리 같은 사람은 대통령이 되더라도 큰 실망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전했다. 이 총리가 전남 영광 출신임을 들어 호남 핸디캡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게 역으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한다. “이미 한국 정치에서 지역색이 많이 희석된 상황이고 호남 출신 총리는 경선 과정에서 호남의 확고한 지지를 독점할 수도 있다. 게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거물급 호남 주자가 공백으로 남아 있었던 탓에 이 총리는 안정적 지지를 꾸준히 가져가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결국엔 본인의 권력의지 강도가 운명을 가를 것이다.”

한국 대통령은 늘 정권 재창출에 집착


▎2017년 5월 대선 당일 저녁 광화문에서 손을 맞잡고 승리를 자축하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주역들.
물론 총리와 같은 특정 공직이 그대로 대권 후보 자리를 보장해 주진 않는다. 과거의 숱한 총리, 장관 중에서 대선 후보가 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문민정부 시절 현직 대통령에게 분연히 맞섬으로써 국민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 이회창 전 총리 같은 이들이 현재 여권에 별반 보이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다. 이는 여권이 앞으로 겪게 될 인물난의 핵심이기도 하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이 하나같이 정권 재창출에 집착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 10월 발간된 [행정논총] 57권에 실린 논문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어려움과 비참함을 심하게 겪으면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통을 보면서 후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늘 고민했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 한 구석에도 차기 주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대한 상념이 자리하고 있을 법하다. 함 이사장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는 대통령직에 대한 준비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분노와 절망 속에서 도전했고 패배했다. 하지만 2017년 대선을 준비하면서 정책과 비전을 마련했고 남북한 관계를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관된 비전을 갖게 되었다는 게 함 이사장의 결론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여권 잠룡들의 속내도 복잡다단하리라 예상된다. 월간중앙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잠룡의 경쟁력과 비전을 들여다봤다.

-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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