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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특집] 여권 미래권력의 강점·약점 (3) 김경수 경남도지사 

경남을 접수한 친노·친문 적자(嫡子) 

김경국 국제신문서울본부장 thrkk@hanmail.net
‘노무현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존재감... 인지도 상승에 기여한 ‘드루킹 사건’ 대선에서 재점화 가능성

▎6월 27일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도민참여센터 ‘경남1번가’ 개소식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인사말을 하는 김경수 경남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6·13 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조금 잘나가는 초선 의원 정도였지만 지방선거 이후 일약 대선후보군으로 도약했다. 전국적인 인지도는 극히 미약했으나 지방선거 이후 양상은 180도로 달라졌다. 특별검사 조사까지 실시된 댓글 여론조작 사건(일명 드루킹 사건)은 오히려 전국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강적인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와의 대결이란 구도에 언론이 주목하면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흥행’ 효과를 보았다. 여기에다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한 극적인 개표 과정은 김 지사를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지사는 친노·친문의 적자다.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핵심적인 연결고리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정치권에 데뷔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고를 참모들에게 알려준 것도 김경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참여정부 5년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 그는 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스페셜 제너럴리스트’”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2011년 야권통합을 추진한 시민운동 모임 ‘혁신과 통합’ 때부터 가까이서 보좌했다. 첫 대선 실패 이후에도 어디를 가나 김경수를 데려갔다. 19대 대선 출구 조사가 나온 지난해 5월 9일 저녁 문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여의도 당사로 가는 자동차의 옆자리에 김경수를 앉혔다. 문 대통령의 취임 초기 김경수는 청와대로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고, 문 대통령은 그와 많은 것을 상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 ‘대통령의 복심’ 으로 통했다.

아직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못했다


▎지난 8월 드루킹 사건 관련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 지사는 경남 고성 출신으로 김해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냈고, 급기야 경남도지사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14대 대선 이후 지역별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분석해보면 보수·진보 모두 PK출신이 대선후보가 됐을 때 가장 큰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삼·노무현·문재인 등 세 명의 PK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 우연은 아니었던 것이다. 확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경남도지사 출신 후보’는 민주당 진성당원들의 지지를 담보하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PK후보를 내세운다고 해도 도지사까지 지낸 김 지사가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 되고, 민주당 진성당원들은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여기에다 50대 초반이라는 김 지사의 나이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지사가 수도권이 아닌 ‘경남’지사라는 부분은 일면으로는 마이너스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경기지사처럼 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조명되면서 부각되지만 경남지사로서의 행적이 중앙언론에 노출되기는 쉽지 않은 까닭이다.

여기에다 김 지사가 아직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총선은 전국적인 선거이다 보니 어물쩍 넘어갔고, 6월 지방선거 때는 ‘문재인 바람’, ‘남북정상회담 돌풍’으로 김 지사 개인에 대한 검증은 이슈가 되지 못했다. 거기에다 ‘드루킹’ 사건이 핵폭탄으로 등장하면서 다른 검증 사안들은 논란거리로 부각되지조차 못했다.

김 지사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논란’ 사건이다. 드루킹 사건은 지난 대선을 전후해 인터넷 댓글을 통한 조직적인 여론조작이 있었는지와, 김 지사가 여기에 개입됐는지가 핵심이다. 김 지사는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한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드루킹 사건은 특검 수사까지로 연결되면서 초반에는 김 지사의 경남지사 도전에 치명적인 악재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상당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김 지사의 인지도를 높여주고, 불법 선친 묘역 조성 의혹 등 여타의 부정적인 이슈들을 덮어버리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더 강했다고 할 수 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사건 초반 잇따른 말 바꾸기로 ‘거짓말’ 시비에 휩싸이면서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곧바로 특검을 수용하고 특검수사에 정공법으로 맞서면서 강단 있는 대처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데다, 드루킹 김동원 씨는 김 지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상당히 구체적인’ 증언들을 쏟아내놓았다. 드루킹 김씨는 김 지사에 대한 7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지사의 면전에서 댓글 자동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 과정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댓글 작업의 최종 지시자가 김 지사이고, 킹크랩은 정권교체를 위해 개발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킹크랩 작업으로 이득 본 것이 있나. 문재인 후보나 김 지사, 더불어민주당이 이득을 본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드루킹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을 알고 있었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김 씨는 “2017년 1월 김경수를 만났을 때 ‘어르신’(문 대통령을 지칭)이 경공모라는 명칭 발언을 어렵게 생각하니 발음을 쉽게 바꿔보라고 해서 그때부터 경공모 명칭을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뜻)으로 바꿔 소개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젊다, 참신하다 vs 어리다, 경험이 부족하다


▎2008년 김해 봉하마을 사저에서 관광객들에게 인사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그 뒤가 당시 비서관으로 일하던 김경수 경남지사.
이 같은 증언들이 잇따르면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드루킹 사건은 두고두고 김 지사를 괴롭힐 것이고, 김 지사에게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더라도 ‘여론조작’에 연루됐다는 꼬리표는 지지자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고, 당내 경쟁에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권 후반기 레임덕 상황이 오면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사안들도 그때 가서는 폭발성 있는 이슈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드루킹 김씨가 그때 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언론이나 당내 경쟁자 또는 야당에 접근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김 지사는 1967년생이다. 그 때문에 아직 대권을 노리기에는 너무 젊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물론 김영삼은 과거 40대 기수론으로 사회 변혁을 시도했고, 그 후에도 40대나 50대 초반에 큰 그림을 그렸던 정치인들이 부지기수다. 김 지사는 그들과는 다르다. 우선 정치 경력이 일천하다. 줄곧 참모로만 있다가 2012년에야 총선에 출마하면서 자기 정치를 시작,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회로 진출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김 지사에게 정치적인 무게가 급속도로 더해지면서 일약 ‘거물’이 된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의 선대위 상임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국회의원 1년 하고, 경남지사 임기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선주자로 나서기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일반적으로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는 과정을 보면 경험이라는 게 있는데, 김 지사는 아직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를 정도로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너무 빠르다는 것은 몰라도,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김 지사 측에서 극구 손을 내젓는다. 노무현 대통령후보 선대위를 시작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참여정부 5년 내내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국정운영을 배웠고, 짧지만 국회의원을 거쳐 경남도지사까지 지냈는데 어떻게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저서 [사람이 있었네]를 통해 “참여정부 국정상황실 근무를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청와대 제1부속실 업무는 대통령에게 올라오는 각종 보고서와 자료를 미리 검토하고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해당 비서실에 전달하는 역할로 국정 전반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정치 경력이 부족하다 보니 아직까지 특별히 보여준 것이 없다는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결국 김 지사가 경남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대권주자로서의 체급과 가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 집권세력과의 일체감이 큰 자산

김 지사에게는 ‘참모 스타일’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보스가 되기에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지사 본인도 지방선거 후 “정치권에 들어와서 참모로 활동하는 것이 내 몸에 맞는 옷으로 느껴졌다. 지금은 할 수 없이 옷에 몸을 맞추고 있는 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경남도지사라는 자리를 맡았으니만큼 달라질 것이란 기대도 상당하다. 김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참모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지사가 되었으니 자기 정치를 해나가지 않겠나. 앞으로 그걸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참모 스타일은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예외를 만들지 않았느냐. 참모 스타일이라는 부분은 이제 크게 약점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권력 의지’도 변수로 꼽힌다. 김 지사는 “권력 의지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건 내가 봐도 정치인으로서의 약점이기도 하다”고 자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충성도가 높은 친노·친문 진영 내에서는 김 지사를 주목하고 있다. 현 집권세력 핵심들과의 일체감은 만약 김 지사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다고 가정했을 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여기에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높은 지지도를 유지할 경우 김 지사에게는 천군만마와 같다. 결국 시간이 김 지사의 편인지 아닌지는 시계를 더 돌려봐야 알 수 있다.

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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