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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플랫폼 혁명(3)] ‘플랫폼 제국’ 꿈꾸는 카카오와 네이버 

카카오톡·라인 발판 삼아 핀테크도 접수? 

하선영 중앙일보 산업팀 기자 dynamic@joongang.co.kr
5G·영상 SNS 협공 속 메신저 금융으로 돌파구… 해외 서비스 모방 넘어 ‘원조 킬러 콘텐트’ 고민해야

▎‘메신저 3.0’ 시대를 맞아 토종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라인이 ‘플랫폼 전쟁’에 돌입할 태세다. 핀테크·모빌리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Z세대를 유혹할 ‘킬러 콘텐트’가 급선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사진:연합뉴스
각각 한국과 일본·동남아에서 ‘국민 메신저’를 안착 시킨 카카오와 네이버는 최근 ‘모바일 메신저 3.0 시대’에 대비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여념이 없다. 2019년 양사가 가장 불꽃 튀는 사업 대결을 펼칠 분야가 모바일 메신저 기반 사업이기 때문이다.

메신저 1.0 시대는 PC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옮겨지던 당시 기업들이 메신저의 사용자 수와 사용 시간을 늘리던 시기, 메신저 2.0 시대는 메신저 기능을 고도화하며 기능과 서비스를 늘리는 시기였다. 다가올 메신저 3.0 시대는 기업의 여러 핵심 사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기반 플랫폼으로 메신저를 활용하고, 이 사업들 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게 역량을 모으는 것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형성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8년이 지난 현재 안정적인 구도가 형성된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일본·동남아 시장에서는 라인, 중국은 위챗, 미국·영국 등 서구권에서는 왓츠앱·페이스북 메신저가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카카오톡은 한국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월간활성사용자 수(MAU)가 5000만 명이 넘고,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만든 메신저 ‘라인’은 일본·태국·대만 등에서 MAU가 총 1억 7000만 명으로 집계된다. 카카오톡은 물론 라인 역시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많은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수년간 신생 메신저 기업들이 앞다퉈 유사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이들 선도 기업에 도전했지만, 메신저 시장 구도는 최근 1~2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메신저를 기반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정보기술(IT) 기업인 카카오·네이버는 이제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 진출 및 시너지 효과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라인뱅크’ 이어 ‘네이버뱅크’ 나오나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가 2018년 3월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3.0 시대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 공동대표는 이날 “카카오 3.0의 화두는 (서비스 융합을 통한) 시너지와 글로벌”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한때 주 사업 근거지였던 포털(네이버·다음)을 뒤로하고, 양사의 모바일 메신저를 주력 플랫폼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또 메신저를 기반으로 해서 핀테크·커머스·모빌리티 등 새로운 먹거리를 연동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네이버·카카오가 구상하는 ‘플랫폼 제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이 만든 플랫폼 제국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2019년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핀테크 시장에서 승부를 낼 심산이다. 일본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 1위로 현지에서 실사용자가 7800만 명에 달하는 라인이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만큼, 일본 현지에서의 관심이 뜨겁다. 라인은 2018년에만 7500억원을 투자하며 증권·보험·인터넷은행 등 핀테크 분야 신규 사업을 쏟아낸 터다.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금까지 합하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라인을 이끄는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는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월 7800만 명의 액티브 유저는 라인에게 큰 잠재력”이라는 점을 줄곧 강조해왔다. 이데자와 대표는 “그동안은 뉴스·만화·게임 등의 서비스로 확장해왔다. 이 다음 성장 동력은 금융과 전자 결제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라인은 2018년 11월 일본 도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즈호 파이낸셜그룹과 공동출자해 2020년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본금 20억엔(약 200억원)을 들인 가칭 ‘라인뱅크’는 라인의 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이 지분 51%를, 나머지 49%는 미즈호은행이 소유하게 된다.

라인은 최근 대만에서도 인터넷은행 진출을 위한 ‘라인뱅크 컨소시엄’을 꾸리며 인터넷은행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각국 현지에서 안정적인 메신저 기반, 현지 전통 금융사들과의 협업을 토대로 높은 성공 가능성이 점쳐진다.

라인뱅크 외에도 2018년 들어서 라인은 1월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한 이후 라인증권(3월), 가상화폐거래소 비트박스(7월·싱가포르), 자체 가상화폐(10월), 라인 보험·투자(10월)까지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메신저를 통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라인의 구상은 이미 상당수준 가시화됐다. 라인은 2018년 10월부터 라인 메신저를 통한 미니 보험(소액 단기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메신저에서 ‘보험’ 항목을 선택하면 손해보험을 중심으로 59종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 돈으로 수천 원만 내고도 가입이 가능한 소액 보험이 대부분이다. 폭설·단풍놀이 등 야외 활동에서 발생하는 피해 등을 보상해주는 상품부터 해외여행·자동차 보험 상품까지 선택할 수 있다. 가입은 메신저를 통해서 하고, 보험료 결제는 라인페이를 통해서 해결하면 된다. 노무라증권과 함께 설립한 라인증권은 9월부터 라인 메신저를 기반으로 주식 투자가 가능하게 했다.

라인 메신저를 통한 핀테크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국내에서는 ‘네이버뱅크’가 나올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 그간 인터넷은행 진출 계획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왔던 네이버는 2018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2018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발맞춰 사용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네이버 포털과 라인 메신저와 연동된 인터넷은행 서비스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지 않은 길’ 카카오커머스, 궤도 오를까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018년 10월 1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9’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동남아 시장에서 라인 메신저를 활용한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수년 전부터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카카오는 이용자 수를 늘리는 전략 대신 메신저 안에서의 체류 시간과 카카오의 여타 서비스 간 연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카카오의 ‘가두리 전략’에서 핵심은 카카오커머스다. 체류 시간은 물론 수익률 개선까지 꾀한다. 2018년 12월 카카오가 커머스 부문을 분사시켜 설립한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스토어 ▷카카오 장보기 ▷카카오 파머스 등의 서비스를 운영한다. 카카오커머스에게도 가장 큰 무기는 카카오톡이다. 메신저 내에서 카카오페이와 쇼핑 등을 연동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커머스는 2019년 다수의 인수·합병(M&A)을 통해 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커머스 출범을 앞두고 카카오는 2018년 가을 국내 해외 직구 배송대행 사이트 1위인 몰테일(코리아센터)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리아센터가 최근 기업공개(IPO)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인수가 아닌 협업의 형태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어떤 형태로든 간에 카카오커머스가 해외 직구 서비스까지 확보하게 되면 종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그간 국내외 커머스 기업들이 ‘대화형 커머스’와 같은 식으로 채팅 기능을 도입한 경우는 많았다. 소비자가 AI 기능을 적용한 ‘채팅 봇(bot)’과 메신저 친구를 맺으면, 해당 봇이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다는 마케팅 효과를 노린 서비스일 뿐,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곳은 없다. 그만큼 메신저와 커머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 녹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메신저-쇼핑-페이’ 세 가지 기능을 유기적으로 잘 연결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체류 시간을 늘리는 한편, 결과적으로 수익으로 귀결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앞세운 핀테크 사업에서도 메신저를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한 카카오 투자 서비스를 선보이고 부동산·대출 등 개인간거래(P2P) 상품을 중개하고 있다. 카카오톡 앱을 사용하고 있다면 별도로 추가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카카오페이가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고 관련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카카오톡을 통한 주식 거래와 자산 관리도 조만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검색을 하다가도 앱 안에서 주식 매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존 증권사들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보다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편리해, 주식시장의 허들을 한 단계 더 낮추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소액 거래 중심인 QR코드 결제, 거래가 대부분이었지만, 결국 카카오톡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2030세대의 지갑·통장을 아예 ‘카톡’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중국 ‘알리페이’의 모회사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던 카카오페이가 2019년에는 알리페이 등과 호환되는 글로벌 결제 서비스도 내놓는다. 그동안 네이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해외 사업에서 다소 부진했던 카카오가 알리페이를 등에 업고 글로벌 영향력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카카오페이는 당장 1분기에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동남아 시장으로 카카오페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처럼 외국에서도 카카오톡만 꺼내서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자국에서 알리페이를 쓰던 외국인들이 한국에 왔을 때 별다른 앱 설치 없이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문자 메신저와 Z세대’ 고차방정식 풀어야


▎미국의 [디파이미디어]가 청소년 145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50%가 “유튜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답했다. 2018년 10월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토크 콘서트 현장. / 사진:연합뉴스
제국으로 향하는 길은 순탄치 않다. 벌써 변방에선 ‘이민족’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실체는 최초의 ‘디지털 인류(digital native)’라고 불리는 Z세대다. 1995~2000년대 후반 출생한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영상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영상으로 소통하는 데 익숙하다. 네이버 검색어 순위에서 ‘유튜브’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식 획득의 종착점이었던 포털이 이제는 경유지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포털 검색에서 풍겨나는 쇠락의 기운은 모바일 메신저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메신저 역시 숙명적으로 문자 친화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통신 3사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5세대(5G) 이동통신은 되레 메신저 추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가상현실(VR) 같은 고품질의 영상 콘텐트가 빠르고 싸게 유통된다면 문자 콘텐트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유튜브(미국), 스냅챗(미국), 틱톡(중국) 등 영상 기반의 소셜 미디어의 지배력이 커지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물론 당장 카카오와 라인이 현재와 같은 이용자환경(UI)을 유지한다고 해서 갑작스러운 몰락을 맞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성세대와 그 아래 밀레니엄 세대(1980~1990년 출생)까지는 여전히 문자 위주로 한 기능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력하는 핀테크·모빌리티 서비스 역시 이 세대에게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Z세대에게는 킬러 콘텐트가 아니다. 당장은 플랫폼 제국을 창업하는 데 성공할지 몰라도 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이유다.

두 회사에서 시도하는 서비스들이 이미 미국·중국 기업들이 출시해 가능성을 증명한 사업 모델인 것도 한계다. 알리바바는 2013년에 출시한 ‘위어바오’ 앱에서 알리페이 고객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투자하게 해 인기를 끌었다. 텐센트가 뒤이어 선보인 ‘링치앤퉁’도 위어바오와 비슷한 서비스다.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힌 카카오 카풀 서비스도 결국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나 리프트(Lift)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엔 쉽지 않다. 원조 제품을 쓰던 소비자가 구태여 원조를 모방한 ‘카피캣’으로 변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플랫폼 제국’이 될 것인지, 지역의 ‘메신저 왕국’으로 남을 것인지 긍정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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