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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 그랜드 CEO in KOREA(1)] 창사 50년, 새 출발선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때론 집중하고 때론 버리는 실사구시 리더십 돋보여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사실상 삼성그룹 경영 총괄… AI·5G·바이오·전장부품 4대 미래 성장사업 25조원 투자

사람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리더를 갈망한다. 리더를 갈구하는 궁극적 이유는 성공이다. 진짜 리더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국민 롤모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등은 ▷비전(업적) ▷배려와 소통 ▷공부하는 자세 등을 갖췄다. 한국 경제가 격랑(激浪)에 휘말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리더가 중요하다. 기업의 리더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다. 월간중앙에서는 2019년 연속기획 ‘그랜드 CEO in KOREA’를 통해 ‘국가대표’ CEO들의 리더십과 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5월 중국 출장 중 김기남 DS부문 사장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한 전자기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은 3세 CEO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先代) 회장,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 이어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다.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부장으로 입사한 이 부회장은 경영기획팀과 미래전략그룹을 거쳐 경영기획팀 경영전략담당 상무·전무,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부사장을 지낸 뒤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승진은 2012년 12월.

부회장 승진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경영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적극적 사업 재편과 인수·합병(M&A)으로 삼성그룹의 체질 개선과 새 성장동력 마련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9년 설립된 삼성전자는 2019년 창사 50년을 맞는다. 지난 반세기를 디딤돌 삼아 새로운 반세기를 열어야 한다. 이 부회장도, 삼성전자도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이다.

이 부회장 체제의 화두는 젊고 강한 삼성이다. 그 같은 메시지는 그룹 사장단 인사에 잘 투영된다. 2017년 말과 2018년 초,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 사장단 인사는 재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 60세 이상의 경영진이 대부분 퇴진하고 젊은 피들이 중요한 자리에 배치되는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가 실시됐다. 경영진 세대교체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던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 밖에도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경영체제를 투명하게 바꿔내고,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전부터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세계 선진기업 문화를 도입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변화와 안정의 절묘한 조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전경.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2018년 3월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역할을 분리했다. 이어 다양한 출신배경의 사외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또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 이사회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배당 확대 등 중장기 대책을 세우도록 했다. 삼성전자 주식에 소액주주 접근을 높이기 위해 주식 액면분할도 결정했다.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던 순환출자 해소에도 적극 나섰다. 삼성SDI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매각해 순환출자를 해소한 데 이어 나머지 계열사들도 동참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투명성 강화 약속 실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2018년 연말 인사의 ‘폭’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예상보다 인사 폭은 적었다.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 내부적으로는 반도체 시장 침체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물갈이 인사’보다 현재의 3인 부문장(김기남 DS부문장, 김현석 CE부문장, 고동진 IM부문장)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안정을 택했다. 삼성그룹은 금융 계열사 사장단 전원 유임에 이어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수장들도 일절 건드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상필벌은 분명히 했다.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대표이사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은 사장에 선임됐다. 사상 최고 실적을 낸 디바이스솔루션부문 승진자가 전체 임원 승진자(158명) 중 절반이 넘는 80명을 차지했다. 이 중 12명에 대해서는 직위 연한과 무관한 발탁인사를 실시했다.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김기남 DS부문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점이다. 김기남 신임 부회장은 종합기술원장, 메모리사업부장,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반도체 전문가다. 그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으로 선임된 뒤 삼성전자 반도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24년 만에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업계 1위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8년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운 배경에는 반도체사업부가 있었다. 반도체사업부 영업이익은 2017년 4분기 10조원을 돌파했고, 2018년 1~2분기에는 11조원대, 3분기 13조원대를 기록했다. 2018년 한 해 반도체 사업부에서 거둔 영업이익만 50조원 가까이에 이른다.

과감한 M&A로 새 성장동력 확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8월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접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電裝)부품 업체 하만 인수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최초 인수 합의를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하만 주주들의 동의와 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아 절차를 마무리했다. 인수금액은 80억 달러(약 9조원)로 삼성전자 M&A 사상 최대 규모다.

이 부회장은 미국 본사에서 하만 경영진과 직접 만난 뒤 인수 협상을 담판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빅딜에 성공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재임한 기간 전략적 대형 M&A를 성공하는 등 경영역량을 발휘해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사업팀을 새로 출범시키며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전장사업 특성상 완성차 고객사를 새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삼성전자가 관련 사업에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성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세계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이런 우려를 일거에 해소했다.


▎2010년 2월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로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들어선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배웅하고 있다.
하만은 전장사업뿐 아니라 음향기술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뒤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 제품에 하만의 음향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부품에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도 공급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막대한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과감한 M&A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14년 방산사업을 한화그룹에, 2015년 화학사업을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이 대표적이다. 이후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프린팅 사업과 해외업체 지분 등을 모두 매각하고 각 계열사의 조직 효율화를 추구하는 강도 높은 사업 재편을 이어 갔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전에도 꾸준히 대규모 M&A를 이어왔다. 미국 신생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출시했고,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와 디스플레이 업체 차이나스타의 지분 등을 사들였다. 인공지능 업체 ‘비브’와 클라우드 기업 ‘조이언트’, 메시지 서비스 기업 ‘뉴넷캐나다’ 등 사물인터넷(Io)과 스마트폰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의 M&A도 이어 갔다.

합리·소탈·책임… 허례나 의전은 사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6월 23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가진 CEO로 평가된다. 이건희 회장이 추진력의 리더였다면, 이 부회장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리더라 할 수 있다. 그는 필요한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정리하며 ‘이재용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허례(虛禮)나 과한 의전(儀典)을 싫어하는 소탈한 스타일이다. 해외 출장길에 오를 때 혼자 공항에 오가는 모습이 자주 발견되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과 임원진들이 타던 전용기와 헬기를 매각하고, 출장지에서 불필요한 의전을 모두 없애게 했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글로벌 재계 리더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외교관’으로 불린다. 이런 역량이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받는다. 앞서 언급한 하만 M&A에 성공한 것이 글로벌 경영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결함이나 실수가 발견되면 즉각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6년 9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서 발화(發火) 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삼성전자는 글로벌 리콜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후 배터리 결함을 확인하고 문제를 수정해 판매를 재개했지만, 여러 나라에서 유사한 사고가 계속됐다.

삼성전자는 이 사태로 갤럭시노트7을 다시 리콜하고 완전한 단종(斷種)을 결정해야 하는 등 큰 위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처음으로 삼성전자 등기 이사에 오르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면서 삼성서울병원의 초기 대응 실패와 어설픈 해명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2015년 6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그룹 대표 자격으로 처음으로 나선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삼성은 신뢰 회복을 위해 여러 사회적 난제(難題)를 차례로 해결하고 있다. 11년간 지속됐던 ‘삼성전자─근로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도 최종 마무리된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2018년 11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중재 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을 열고 협약서에 서명했다. 김 사장은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 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전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며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이 정하는 세부사항에 따라 2028년까지 (피해) 보상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며 “산업재해 취약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500억원 규모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피해자 측 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1년 이상 근무한 현직·퇴직자 전원에 대해 근무 장소, 근속 기간, 질병(백혈병·폐암 등) 등을 고려해 보상금을 주는 중재안에 잠정 합의했다. 보상금은 최대 1억5000만원이다. 삼성전자는 이 중재안에 대해 ‘무조건 수용’ 방침을 밝히고 이행 계획을 준비해 왔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2007년 삼성전자 기흥 공장에서 근무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을 거두면서 비롯됐다. 백혈병 등을 반도체·LCD 라인과 관련된 직업병으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었고, 이듬해 3월 피해자를 위한 단체인 반올림이 생겨나면서 분쟁이 본격화됐다.

적극적 자세로 난제 속속 해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래리 페이지 구글 CEO가 2013년 4월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서 회동을 마친 뒤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2012년 이후 협상이 계속됐지만 사과·보상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15년 8개월여 중재 끝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으나 막판 합의에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9월 자체 보상안을 만들었으나 반올림 등에서 반발이 컸다. 양측은 2018년 초부터 중재위원회를 통해 다시 협상을 진행했고, 11월 초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그런가 하면 삼성전자는 2018년 4월 삼성전자 제품 수리·상담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87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단하고 11월 협상을 마무리했다. 또 최근에는 삼성전자 임원 차량 운전기사 4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또 올해 지배구조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했다. 2018년 4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 주를 처분한 것을 시작으로 9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까지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이뤄낸 일련의 사회적 합의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신뢰 회복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특히 반도체 분쟁 해결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약은 전문가들이 만든 중재안을 분쟁 당사자들이 받아들임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또 향후 3년간 총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신규채용 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국내 투자금액은 130조원으로 평택 반도체 공장 등 국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인공지능(AI)·5G(5세대 이동통신)·바이오·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25조원을 투자한다. 삼성은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4만 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2018년 8월 8일 ▷신규투자 확대 ▷청년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사업 육성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 ▷상생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된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은 관계사 이사회 보고를 거친 것으로,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행해 삼성과 중소기업, 청년이 윈윈(Winwin)할 수 있고,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삼성은 국내 130조원 투자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40만 명 ▷기타 생산 분야 30만 명 등 약 70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고용 대책을 발표한 배경에는 삼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깔려 있다. 삼성은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부터 초대형 투자·고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3大 키워드, 미래 성장동력·일자리·상생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2011년 11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교내 교회에서 열린 애플의 공동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대학 본관 뒤편에 위치한 교회로 향하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추도식에는 이 사장을 포함해 정보기술(IT) 업계 주요 인사들과 일부 잡스의 지인만 초청됐다.
‘가속페달’을 밟게 된 것은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노이다 삼성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국내에 투자와 고용 확대를 당부하면서부터다. 이 부회장은 투자·고용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큰 틀 아래 일자리를 창출하고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난 6개월 동안 이 부회장의 최대 화두가 삼성과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였다”면서 “생색내기 발표가 되지 않도록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가 이번 투자·고용 대책 발표”라고 전했다.

삼성이 AI·5G·바이오·전장부품을 4대 미래 사업으로 꼽고 25조원을 투자하는 것도 이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이후 거의 매월 유럽·캐나다·일본·중국 등으로 해외 출장을 다녔다. 출장 기간 동안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 등을 방문해 5G와 AI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마련한 실천 투자계획”이라며 “현금 보유액과 향후 실적을 고려해보면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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