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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이슈] 여권 위기관리 시스템 가동 

노영민·유시민 카드로 폭로정국 정면돌파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청와대 군기반장 노영민, 친문 지지층 규합 미션
조기 등판한 유시민, 대선보다 정권 안정이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07년 4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직접 연설하려고 작성해 뒀다가 개헌 유보로 빛을 보지 못했던 ‘개헌 발의에 즈음한 국회연설문’의 한 대목이다.

“단임제는 미래를 내다보는 정치를 불가능하게 합니다. 멀리 내다보고 국정을 계획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단임제 아래서는 연임이 없으니 임기 3년이 지나면 당정관계에 레임덕이 옵니다. 당정 분리를 하지 않더라도 이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 미국의 경우에도 ‘임기 6년 차의 저주’라는 연구논문이 나와있는 것을 보면, 대통령제 아래서는 레임덕 문제가 책임정치의 장애 사유가 되는 것을 회피하기 어려운 일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우리의 경우는 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임기 3년 차의 저주’라고 해야 할 형편입니다.”

임기 3년 차의 저주! 5년 단임제의 권력구조상 집권 3년 차가 되면 국정운영의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참여정부 이후 ‘임기 3년 차의 저주’는 어김없이 반복됐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3년 차인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근혜’라는 미래권력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며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도 집권 3년 차였던 2015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정윤회 십상시 문건’, ‘성완종 리스트’에 이어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찍어내기 논란, 메르스 사태 부실 대응까지 권력의 힘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60개월 임기의 3분의 1이 지난 문재인 정부는 햇수로 3년 차를 맞았다. 임기 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당 기간 70%대의 고공 행진을 펼쳤다. 소탈하면서도 과감한 대통령 행보와 맞물린 한반도 평화 무드가 주된 동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10월 2주차 65%를 기록한 뒤 지속적인 하락 국면에 돌입, 12월 1주차 50%선이 무너졌다. 12월 3주차에는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46%)가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45%)보다 앞섰다. 소위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우하향 곡선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문제는 하락 속도다. 두 달 새 20%p가 빠진 셈이다. 지난해 내내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 고수에 대한 비판 여론에다 김태우 수사관,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등이 작용한 듯하다. 빠른 지지율 하락은 집권 20개월을 갓 넘긴 청와대에 명백한 적신호로 와 닿는다.

결국 여권의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이 발동됐다. 1월 말 혹은 2월 초로 예상됐던 청와대 비서실 사령탑 교체를 1월 8일 전격 단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최측근인 노영민 주중 대사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청와대와 공직사회의 분위기 쇄신, 경제 살리기에 방점이 찍힌 인사였다.

공통분모는 친노·친문… 레임덕 차단 나서

청와대 밖에서는 2018년 6월, 정치평론을 중단하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중 앞에 나섰다. 유튜브 활동을 통해 이번엔 문재인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모양새가 됐다. 청와대 안으로는 비서실장 교체를 통해 내부를 결속하고, 밖으로는 정권의 핵심 지지층의 동요를 막고자 유 이사장을 전진 배치한 형국이다.

여권에서는 일련의 조치들로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1월 2주 차 국정수행 지지율이 49.6%(매우 잘함 23.0%, 잘하는 편 26.6%)를 기록하며 2주 연속 소폭 상승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44.8%로 긍정·부정 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2.0%p) 밖인 4.8%p였다.

1. 청와대 친정체제 구축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비서실을 이끌 사령탑으로 임명된 노영민 비서실장은 핵심 친문이다. 문 대통령과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2년 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을 중용할 때 노 실장이 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2015년 2·8 전당대회 당시 문 후보는 한 라디오 토론회에서 주요 정치 현안을 누구와 상의하느냐는 질문에 “노영민 의원과 상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실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중(駐中) 대사 부임 이후에도 노 실장의 국내 복귀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5~6월쯤 정가에서는 노 실장의 국정원장 부임설이 나돌기도 했다.

노 실장 임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친정체제 구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권 창출에 힘썼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노 실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적절한 인사”라고 평했다. 그는 “친정체제를 통해 정권 초반 추진했던 정책들을 안착시키고 성과를 보여주려는 대통령의 의도”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청와대 내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기강 해이 문제가 지적됐고, 여러 경제지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봤을 때 교체가 필요했던 시점”이라고 봤다. “빠른 지지율 하락을 보며 과거 정권들이 겪었던 것처럼 레임덕 조짐을 차단해야 한다는 불안감에서 나온 인사다. 친정체제를 구축해 공격적 방어를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구원투수’로 나선 조직관리의 달인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 논란이 지속되면서 청와대는 결국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체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컨트롤타워가 바뀌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에 이어 청와대 행정관의 군 장성 인사자료 분실, 김태우 검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연이은 ‘폭로’는 ‘청와대 정부’로 지칭되는 문재인 정권에 엄청난 충격파를 안겼다.

‘김태우·신재민’ 폭로에 대해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청와대의 매끄럽지 못한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안에서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니 청와대 내부 인사가 이정우·변양균·송재호·성경륭 등 친문 지식인 그룹(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 상황을 전달했고 이들이 대통령에게 참모진 교체를 설득했다는 것이 정설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노 실장에게 부여한 첫 번째 임무는 청와대 기강 다잡기가 될 수밖에 없다. 노 실장은 조직관리, 흔히 말해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사람들)’라는 모임을 만들어 친문 세력 구축에 나섰고,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 지지모임인 ‘더불어포럼’(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 등 23인 공동대표) 출범을 주도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현직 의원 모임인 ‘달개비’의 좌장이기도 하다.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의 조직본부장직을 맡아 대선 조직들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정치권에서는 노 실장을 대선조직을 이끌 정도의 강한 추진력과 함께 직선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탈권위와 신선함이 두드러졌던 50대 초반의 전임 비서실장과는 달리 해이해진 청와대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그립(grip)’을 강하게 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노 실장은 비서실장 업무 첫날인 1월 9일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당부’라는 제목으로 비서실 전체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여러분께 몇 가지 당부를 드리며, 저 스스로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절제와 규율의 청와대가 돼야 한다. 사무실마다 벽에 걸린 ‘춘풍추상’(春風秋霜, 남을 대할 때는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는 엄격하게 해야 한다) 문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서신이다. 특히 ‘춘풍추상’은 노 실장이 내정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이기도 하다. “제가 좀 일찍 와서 (청와대 비서동의) 몇몇 방을 들러보니 춘풍추상이라는 글이 걸린 것을 봤다. 우리 비서실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할 사자성어라 생각한다. 실장이든 수석이든 비서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흔들리면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이는 바로 국민들에게 전달된다”며 “청와대의 쇄신과 결속, 단합이 필요한 시점에서 대통령의 비서라는 본분을 잊지 말고 행동하라는 강력한 주문”이라고 평가했다.

이갑윤·이지호 서강대 교수는 저서 [대통령 노무현은 왜 실패했을까]에서 참여정부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참여정부가 경제에 힘을 기울인다고 해서 경기가 쉽게 회복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문제는 국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관심이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의제설정에 있었다. 민생과 경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그들이 원했던 정치 개혁을 우선시했다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의 얘기다. “영남 지역 단체장들의 우려가 크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영남에서 몰패를 당할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한 단체장은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큰일 난다. 총선에서 영남을 보수에 몽땅 빼앗기고 대선까지 간다? 이게 말이 되나’라며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미션 “경제인들 만나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8년도 재외공관장 만찬’에서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노영민 당시 주중 대사(오른쪽)와 건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인물이다. 참여정부에 대한 지적과 바닥민심을 모를 리 없다. 이 때문인지 문 대통령은 새해 들어 연일 경제를 강조한다. 1월 10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총 35번 언급하며 “올해는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고, 노 실장에게도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제 살리기 동참 미션을 부여한 배경에는 노 실장의 과거 이력이 자리 잡고 있다. 운동권 출신인 노 실장은 광주민주화운동과 연루돼 학교에서 제명되자 전기공사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6년에는 직접 금강전기를, 1995년에는 청문전기라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노동자와 사업가를 동시에 경험한, 여권에서는 흔치 않은 경력이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노 실장은 건설교통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를 거쳐 19대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월 15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 실장은 “저도 사업을 해봤고, 국회의원 12년을 하면서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곳에만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편”이라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노 실장은 1월 15일 대기업·중견기업인 130여 명이 참석한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그는 행사장 밖에서 기업인들과 일일이 인사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를 나누며 “반갑다,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악수를 나눈 뒤에는 서로 명함을 주고받는 장면도 목격됐다. 구광모 LG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에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라고 덕담을 건넸다.

비서실장 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채진원 교수는 “구조적 문제 해결이나 고용 파급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비서실장 하나 바꾼다고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다만 경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비서실장에게 경제인을 만나라고 주문했다고 해서 플러스 요인이 될지는 의문이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기업인을 만난다는 것은 뒷말이 나올 여지가 많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할 비서실장이 경제인을 만나고 다니면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뜻이다.

2. 文 정치적 경호실장, 팔 걷어붙이다

2018년 10월, 유시민 작가가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이 되자 정치권에서는 본격 정치행보로 해석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손사래를 치며 정계에 복귀할 뜻이 없음을 재천명했다. 그러다 같은 해 12월, 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역할을 자처하며 대중 앞에 나섰다.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 한다”며 노무현재단을 통한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바로 대통령 지지율 부정평가가 긍정평가 응답보다 많은 ‘데드크로스’를 맞이한 직후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는 방송 1회 만에 구독자 47만 명을 돌파했고, 첫 방송 조회수는 260만을 넘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의 구독자가 24만 명, 최다 조회수가 50만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유 이사장의 알릴레오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보수진영에 무게추가 쏠렸던 전세를 한 번에 뒤집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장점은 최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진행자로 활동한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말을 기점으로 전방위적인 ‘문재인 정부 지키기’에 나선 유 이사장의 플랜은 ‘SWOT’ 전략이다. 강점은 최대화시키고 약점은 최소화시키겠다는 것이다.

1월 5일 ‘알릴레오’ 첫 방송에서 유 이사장은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높게 평가받고 있는 대북 문제를 첫 머리에 올린 것이다. 이 방송에서 문 특보는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종전 선언의 의미, 비핵화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기대보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면서도 “‘알릴레오’를 보는 구독자들은 현 정부의 지지층이다. 이들의 비핵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대북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지지층을 다지고 가자는 영리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유 이사장은 1월 2일 JTBC 신년특집 토론회에 나서 문재인 정부가 비판받고 있는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그는 경제위기론에 대해서 “사실에 의거해서 이론적으로 무엇을 규명하고 있다기보다는 기존 기득권층의 이익을 해치거나 또는 해치고 있지 않지만 혹시 해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있는 정책에 대해서 막으려는 시도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서는 “최근 신문 보도를 보니깐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서 30년을 함께한 직원을 눈물을 머금고 해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눈물이 났다. 30년을 한 직장에서 데리고 있었는데 최저임금을 줄 수 있냐”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서 애로가 있겠지만 품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적극 지지층이었던 청년층 이탈을 불러온 청년 실업에 대해서는 ‘알릴레오’에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초청해 직접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계획도 알렸다.

최근 유 이사장의 행보에 대해 야권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정부나 정당에 몸담고 있지 않으면서 다방면으로 정부 현안에 대해 대변하는 인사는 유 이사장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유 이사장의 등장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정계에 복귀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두언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계 복귀는) 당연히 한다. 이미 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본인이 극구 부인하는 것은 그렇게 몸값 올리는 것”이라며 복귀를 확신했다. 유 이사장과 방송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전원책 변호사는 “정치판에서 완전한 부정이라는 말은 본인의 생각을 숨기려고 할 때 자주하는 화법”이라며 복귀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러나 유 이사장의 등판은 정치적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 이사장은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라는 부채의식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자원 등판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래권력의 이른 등판은 결과가 좋지 못했다. 고진동 정치 평론가는 “DJ정부 시절 당시 이인제 의원이 제일 잘나갔지만 결국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먼저 치고 나갔지만 MB에게 패했다”고 지적했다.

근본 대책 없으면 효과 제한적일 수도


▎2006년 3월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공식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력의지 유무를 떠나 유 이사장이 문 대통령 임기 20개월 만에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가 그만큼 위기라는 방증일 수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이 진행되면서 지지율이 40% 선에 근접했고 낙폭도 컸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2002년 데자뷔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당시 ‘지식 소매상’으로 주가를 올리던 유시민은 지지율 답보로 인해 여권 내에서 노무현 대선후보 교체론이 일자 “바리케이드 앞에서 화염병을 드는 심정”이라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당시와 상황은 다르지만 급박함만은 유사하다는 얘기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특기인 설득과 논리로 진보 지지층의 이탈을 일단 멈춰 세우려 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 1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 부산·울산·경남(PK)과 충청권, 20대와 50대, 학생과 주부, 진보층을 중심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대통령의 경제 회복 노력이 집중되면서 최근 3개월여 동안 처음으로 2주 연속 상승했다.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느 정도 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유시민의 등판이 청와대와의 교감하에 이뤄졌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청와대 안팎의 역할 분담은 시기적절했다는 것이 여권의 지배적 견해다. 청와대에서는 인사를 통해 경제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해 중도층 이탈에 제동을 걸었고, 밖에서는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가 진보 지지층 결집을 유도해 지지율 하락세를 멈춰 세웠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연말부터 꺼내든 카드가 소용이 없다면 조만간 개각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급하게 개각을 진행하다 보면 후보자들을 면밀하게 검증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다행히 지지율이 안정화되면서 설 연휴(2월 2~6일) 이후로 개각을 넘기는 등 시간을 벌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향후 단행될 개각의 향배에 따라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여권 잠룡의 거취도 결정된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보수진영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된 공격 소재인 ‘탈원전 정책’에 집권 여당의 중진 의원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송영길 의원은 1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고지 22장 분량 글을 올리며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수출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한울 3·4호기로 화력발전을 대체하면 원자력 기술 인력과 생태계도 무너지지 않고 원전 수출 산업 능력도 보전될 수 있다고도 했다. 전날 청와대가 “원전은 공론화 논의 때 정리가 된 사안이므로 더 이상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재 반박한 것이다.

송 의원의 비판에 원내대표 출신 우원식 의원은 “노후 화력발전소가 문제니 다시 원전으로 가자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밝혔지만 여권 내 분위기는 뒤숭숭하게 흘렀다. 친문 성향 지지자들은 송 의원에 대해 “배신자 송영길” “원래 송영길은 반문”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여권의 분란을 느긋히 즐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별개로 외곽에서 유시민 이사장이 적극 나서는 것은 범여권 차원의 위기관리 시스템 작동으로 해석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지지율 하락이나 지지층 이탈을 막을 수 있겠지만, 민생경제 등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을 것이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1902호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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