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정치풍향] 2·27 한국당 전당대회 관전 포인트 

대선 직행 열차 티켓 걸고 황-오-홍 빅3 격돌 예고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초빙교수
황교안 전 총리 입당으로 ‘미리 보는 대선 경선’ 흥행 기대감
탄핵책임론 둘러싼 ‘친박 대 비박’ 구도가 최대 리스크


▎자유한국당의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2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리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힌다.
"그동안 전당대회(전대)에 드리웠던 짙은 안개가 드디어 걷혔다. 무엇보다 제1야당다운 뜨거운 선거전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황교안 전 총리의 전격 입당을 나 개인적으론 전적으로 환영한다.”

1월 11일 밤 황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당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한 당직자가 밝힌 소감이다. 사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줄곧 범보수 1위를 달려온 황 전 총리가 모호한 태도로 밖을 맴돌자 당 관계자들은 미로 속을 헤매는 듯한 답답함을 토로해오던 터였다.

잠재적 경쟁력 1위 후보가 전대 출전은커녕 본격적 정치 입문마저 망설이자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려 온 중진 의원들의 눈치작전은 극에 달했다. 재선부터 5선까지, 자그마치 10여 명의 의원들이 저마다 출마설을 흘리며 언론에 자신 이름 내기에 급급한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당 전체적 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했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빅 매치’가 무산될 공산이 커지면서 전대가 자칫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일찌감치 복당해 표밭을 누벼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머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치를 하실 거라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나오시는 게 맞다고 본다. 한국당과 보수 재건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쳐보고 싶다.” 지난 연말 사석에서 만난 오 전 시장 또한 너무나 빤한 싸움으로 전대 효과가 반감될 것을 우려했다.

이런 차에 날아든 황 전 총리의 입당 소식에 언론은 “모처럼 한국당에 정치적 장이 섰다”며 취재진 보강에 들어가는 등 술렁이는 분위기다. 그래도 가장 활력이 도는 곳은 한국당이다. 대통령 탄핵-정권교체-지방선거 참패라는 ‘악몽의 사슬’을 벗어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당장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다투고 있는 황-오 두 사람의 맞대결 성사만으로도 그동안 당 전반을 짓눌러온 무기력에서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실제 진보든, 보수든 과거 제1야당 전당대회가 뜨거워지면 질수록 지지층이 결집되면서 여당에 맞설 수 있는 정치적 전열을 다지는 결과를 가져오곤 했다. 여기다 이번 전대가 말 그대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진검승부’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점 또한 긍정적 포인트다.

전대가 열리는 2월 27일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13개월여 앞둔 시점. 여기서 승리하는 사람이 공천권의 키를 쥐게 된다. 당연히 당 조직을 장악하면서 실질적 ‘당 오너’ 노릇을 하게 된다. 이어 총선에서 승리할 땐 말할 것도 없고, 최소한 본전만 해도 2022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당내 경선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그래서 이번 전당대회가 ‘미리 보는 대선 경선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대 구도가 출렁이면서 참여를 저울질해온 범보수 선호도 3위, 홍준표 전 대표가 전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그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나는 2022년 대선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이라며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또 대여 전선의 맨앞에서 전투를 치러야 한다”고 고심 중임을 시사했다. 그가 가세할 경우 판은 더욱 커지고 흥미도 배가될 것이다. 간만에 당내에 정치흥행 무대가 들어선 만큼, 진작부터 몸을 만들어온 중진들도 승패 여부를 떠나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2파전 또는 3파전의 진검 승부냐, 아니면 왝더독(Wag the Dog,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식 중진들의 판세 뒤집기냐. 한국당은 이미 전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 밝은 면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면이 있는 법. 특히 모든 것을 빨아들일 정도의 정치적 블랙홀에서 진행되는 일은 거의 예측불가다. 실제 전대를 앞두고 국면의 전환을 반기는 목소리만큼이나 우려도 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

역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의 대결’ 구도 재현 가능성이다. 다수의 관측대로 황-오의 2파전 진검승부로 전대 구도가 흘러갈 경우 계파 대결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을 거쳐 국무총리에 전격 발탁된 ‘박근혜의 남자’. 탄핵 이후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그야말로 정권과 운명을 같이했다.

2파전: 친박 vs 비박 대결


▎황교안 전 총리가 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입당식에 참석해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반면 오 전 시장은 탄핵을 자초하고도 정치적 책임을 외면한 친박에 맞서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앞장섰던 ‘비박계의 상징’. “돌고 돌아 결국 외나무다리의 최후 결투에서 만난 꼴이다.” 여전히 당적을 갖고 있는 한 전직 의원의 시니컬한 촌평이다.

당초 당 지도부도 이런 우려 탓에 황 전 총리의 입당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황 전 총리 스스로도 ‘친박-비박 대결’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먼저 입당 결정 자체를 본인의 고독한 결단으로 말하고 있다. 행여 당 소속 의원 등과의 사전 논의가 계파 행보로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한 탓이다.

실제 전격 입당 소식이 전해지자 정작 당황한 측은 친박계였다. 지난가을 친박계 의원들과의 식사 자리를 주선하는 등 황 전 총리와 당의 가교 역할을 자처해왔던 유기준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볼멘소리를 냈다. “입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 전대까지 한 달 반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계파와 거리를 두려는 그의 태도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묻어난다. 하지만 황 전 총리의 입장은 단호해 보인다. 1월 15일 입당 기자회견에서 계파 관련 질문에 나름 쐐기를 박았다.

“계파를 떠나 바른 정치를 하기 위해 입당했다. 계파 관련 이야기를 할 입장이 아니고 그런 입장에 서지도 않겠다. 얼굴에 계파가 쓰여있는 게 아니지 않나. 저도 누가 친박인지 비박인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구시대 정치다.”

오랜 당료 생활을 한 인사는 “친박계와의 최대한 거리 설정은 그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면서 “설사 전대가 계파 대결 재연 양상으로 흐르더라도 본인이 원인 제공자로 내몰리는 것도 피하고, 향후 대선가도에서도 걸림돌이 될 ‘친박 낙인’도 차단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 측도 ‘친박-비박 대결’ 프레임이 버겁긴 마찬가지. 물론 황 전 총리의 입당설이 전해지자 즉각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 단일 대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당의 대여 투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 혁신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야심 찬 복안은커녕, 자칫 계파 대리인 족쇄만 찰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프레임이 ‘정통 보수 vs 개혁 보수’, ‘미래비전의 경쟁’ 구도이다. 핵심 관계자는 “황 전 총리가 기존 정치문법에 물들지 않은 분이어서 본인 하기에 따라 계파 전쟁이 아닌, 얼마든지 새로운 형태의 전대 구도를 만들 수 있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우리가 먼저 탄핵책임론 등 상대의 아픈 과거를 공격하기보다는 앞으로의 당과 보수 혁신 과제를 놓고 치열하게 붙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이를 위해 본격 레이스가 펼쳐지기 전에 탈계파, 공정경쟁 방안 마련을 위한 황 전 총리와의 사전담판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 당사자들의 강한 의지만으로 오롯이 작동되지 않는 법이다. 오히려 두 사람을 둘러싼 외적 변수, 지지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타산 등이 얽히고설켜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나황(羅黃)연합군’과 탄핵책임론


▎1월 16일 경기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주목되는 시나리오가 이른바 ‘나황(羅黃)연합군’. 옛날 3국 통일에 나선 신라의 ‘나당(羅唐)연합군’을 연상시키는 이 시나리오는 지난 12월 원내대표 선거에 나경원 의원이 나서자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탄핵국면에 당에 남은 중도파가 나 의원을 대거 밀어 일단 원내 리더십에서 비박계 입김을 제거한 뒤 여세를 몰아 전대에서 당권까지 되찾는 데 그 적임자로 황 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 나 의원이 김성태 원내대표 지원을 업은 김학용 의원을 더블 스코어 차로 이기자, 즉각 시선은 황 전 총리에게로 모아졌다. “황 전 총리가 다소 뒤늦은 타이밍에도 입당을 결심할 수 있었던 데는 나 의원에게 쏠린 친박계의 응집력이 반드시 재현될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도 작용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당을 출입하며 계파 흐름을 관찰해온 현장 기자의 말이다.

오 전 시장 측은 나황연합군 시나리오를 “호사가들의 정치 상상력”으로 일축했다. 그 증거로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 의원도, 친박계도 계파를 입에 전혀 올리지 않았음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치성향에 따라 확연히 갈라진 표심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정가 주변에선 계파적 투표 양상이 전대 과정에서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1년 뒤로 닥친 총선 공천권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탓이다. 현역 의원들로선 자신의 정치 명줄을 쥐게 되는 대표의 선택기준을 계파적 잣대에 의지하려는 관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권 도전을 검토 중인 주호영 의원은 황 전 총리 입당 당일 페이스북에 “전대 과정에서 극단적인 계파싸움이 우려된다”고 썼다. 역시 출마를 재고 있는 안상수 의원도 “당원들은 총선을 앞둔 계파 대리후보가 아닌 관리형 대표를 원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탈계파, 미래비전 경쟁을 내건 오 전 시장 측도 과연 생각대로 전대가 흘러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긴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경선’도 좋지만 만약 판세가 기울 경우 현역의원을 비롯한 지지 위원장과 당원들의 탄핵책임론 요구가 거세질게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아무리 좋은 말로 치장해도 이번 전대의 키워드는 탄핵책임론이고, 이는 계파적 이해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누가 나오든 싸움의 관건은 당 재건을 향한 원인규명과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확장성이다. 두 가지 모두 탄핵에 대한 책임소재와 분명한 입장이 전제돼야 하는 탓에 계파대결을 피해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을 염두에 뒀기 때문일까. 황 전 총리는 입당 회견에서부터 강한 톤으로 항변을 쏟아냈다. 먼저 “지난 정부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국가적 시련으로 국민들이 심려를 갖게 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옥석을 가릴 것을 제안했다. “지난 정부 국정 전반에 농단이 이뤄졌다 생각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잘못된 부분과 잘한 부분을 그대로 평가해야지, 모든 것을 국정농단이라고 재단하는 것은 옳은 평가가 아니다.”

이어서 “지금은 우리가 분노를 합해서 정상적이고 반듯한 나라가 되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와 맞서 싸우는 강력한 야당”이란 구호로 외부 적에 초점을 맞춰 탄핵책임론을 우회하려는 전술의 일단을 슬쩍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대는 총선 공천권에다 대권까지 좌우할 단 하나의 ‘절대반지’,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사생결단식 진검승부가 예상되는 상황. 눈앞 라이벌의 빤히 보이는 약점에 눈감은 채 바깥에만 총질하길 바라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홍준표 변수’가 점점 힘을 얻고 있는 형국도 당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분명 범보수 차기 선호도 1,2,3위 후보 간 맞대결이 판을 키우며 볼거리를 풍부하게 만드는 측면은 있다. 당 지도부는 드러내놓고 말은 않지만, 홍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3파전: 홍준표의 선택과 나비효과


▎2015년 11월 19일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먼저 지방선거에서의 ‘역대급’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직 대표가 불과 반 년 만에 다시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따가운 국민 눈총을 피해갈 수 없다. 막말로 인한 보수 품격의 추락, 툭하면 던지는 근거 없는 색깔론에 오버랩 되는 수구꼴통 이미지 등도 당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진짜 두려운 대목은 ‘홍준표의 거침없는 하이킥’이다. 가히 폭발적인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가 단적인 사례. 지난해 12월 18일 첫 방송 20일 만에 구독자 수 20만 명을 가볍게 돌파했다. 누적 조회수도 1000만 회를 넘겼다. 지난 연말에는 ‘프리덤 코리아’라는 정치결사체를 출범시켜 출동 채비를 마쳤다. 거기다 5번의 총선, 2번의 경남지사 선거에 대선까지 선거판에서 풍상을 겪으며 정치근육을 키워온 경험까지 보태면 ‘어게인 홍준표 시대’가 단순한 공갈포만은 아니다.

당초 정가 관측통들 사이에선 불출마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황 전 총리의 입당설 이후 그의 출마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그 이유는 일종의 평행이론이다. 내년 총선에 임박한 시점 또는 대선을 앞둔 보수재편 시기에나 움직일 것처럼 보였던 황 전 총리가 다급하게 입당을 결심한 근거가 똑같이 홍 전 대표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근거는 당 지지율의 꾸준한 상승세와 이에 대비되는 여권의 지지율 추락세. 경기전망, 남북관계 등을 종합했을 때 이 추세가 지속될 공산이 크고 이 경우 제1야당 한국당이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를 딛고 상당한 약진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황, 홍 두 사람 모두 총선 때 선거대책위원장 등의 형태로 당에 개입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공간도, 기회도 얻게 된다.

거기다 총선 승리까지 일궈낼지도 모를 한국당 대표가 차기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바짝 추격 중인 오 전 시장이라면 얘기가 완전 달라진다. 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그대로 내줄지도 모른다. 그래서 황 전 총리가 급히 뛰어들었다면, 이제 홍 전 대표 역시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실제 발걸음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서울 여의도에서의 출판기념회가 공식 출정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마저 돌고 있다.

일종의 나비효과일까. 홍 전 대표가 들썩이는 모양새에 김무성 의원의 전대 출마설이 제기됐다. 그는 일찌감치 ▷대통령 보좌 잘못(황교안) ▷선거패배 책임(홍준표) 인물의 불출마를 전제로 전대 포기를 선언한 상태. 자신의 당부에도 두 사람이 출마할 경우 그 스스로가 나서 견제 역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물론 김 의원은 황 전 총리 입당 하루 전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 때문에 여운이 커지고 있다. 이어 “차기 대선주자들이 너무 빨리 대선 전초전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경우 또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게 된다”고 강한 경고를 날렸다. 전대가 사실상 대선 경선전 양상이 될 경우 개입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 안팎에선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전격 출마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홍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되는 상황은 비대위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은다. 온갖 욕을 먹으며 하나하나 쌓아온 새로운 당 이미지도, 공개 오디션을 통한 3040 청년 조직위원장 선임이라는 변화의 바람도 일거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단일지도체제, 약일까 독일까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후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는 잔류파와 복당파의 감정싸움이 이어진 가운데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김병준은 권력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규정한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그래서 출마 가능성을 점쳤다. “그동안 ‘자기정치’ 한다는 비난 걱정에 자제하고 있었는데, (홍 전 대표로부터의) 비대위 핵심가치 보호라는 명분만큼 훌륭한 출마 이유가 있겠느냐.” 김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쨌든 그만큼 홍 전 대표의 전대 출마에 대한 당내 부정적 기류가 강하고 적잖은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빅3’ 외 당내 중진들의 출마 욕구도 뜨겁기만 하다. 5선의 심재철, 4선의 주호영·정진석·조경태, 3선의 안상수·김성태, 재선의 김진태 의원에다 원외의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이들 모두가 당 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 올리기조차 버거운 게 냉혹한 현실이다. 당장 뉴스의 초점이 이들을 비껴가고 있다. 심재철 의원이 황 전 총리의 입당 소식에 “이제 간신히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리 당의 지지율이 회복에 접어들어 좌파 권력에 맞설 만해지자 당에 무혈입성 해 보스가 되려 한다”고 비판 성명을 냈지만, 메아리는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들의 전대행 티켓이 아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도체제가 논의 끝에 현행대로 귀착된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해 당 대표 1인에게 당권을 사실상 몰아주는 방식의 ‘단일지도체제’다. 따라서 단일지도체제의 경우 당 대표에 도전했다가 1위를 못하면 아예 당 지도부 진입이 봉쇄된다. 반면 당선된 당 대표는 큰 견제 없이 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무래도 대표 당선이 유력하고,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황-오-홍’ 빅3는 모두 단일지도체제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집단지도체제는 설사 당 대표가 못 돼도 5등만 하면 최고위원은 할 수 있고, 마음 맞는 최고위원 2~3명과 연대하면 당 대표 못지않은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 심재철·주호영 의원 등 원내 주자들이 우호적이다.

현행제도가 변경 검토 대상이 됐던 까닭은 이른바 ‘홍준표 학습효과’ 때문이다. 2017년 전대 당시 새로 도입된 단일지도체제에 따라 ‘1부 리그’에서 선출된 홍 대표는 ‘2부 리그’에서 선출된 최고위원들을 무시하면서 당을 1인 체제로 운영해 반발을 샀다. 그 결과가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로 나타났다는 판단에서,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요구가 속출했다.

하지만 ‘김무성 학습효과’를 내세운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집단지도체제로 구성된 여당 지도부는 비박계 김무성 당 대표가 2위 득표자인 친박계 서청원 최고위원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심각한 갈등을 일으켰다. 계파 간 충돌은 급기야 2016년 총선 공천 파동으로 이어졌고, 과반 의석은커녕 제1당을 민주당에게 내주고 말았다.

두 제도의 이런 흑역사 탓에 의원총회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그러나 비대위는 근소한 차이로 단일체제 의견이 더 많았다는 점을 들어 1월 14일 현행 유지로 전격 결정했다. 전대 일정을 받아놓고 무리하게 바꿀 경우 공평성 시비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여전히 남은 불씨: ‘조건부 불출마’ 김무성

단일지도체제로 전대가 치러짐에 따라 당내 중진 후보군 중 다수가 아예 포기하거나 2부 리그, 최고위원 도전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다소 무리해서 1부 리그, 당 대표에 도전하고 싶어도 후보 숫자가 일정 수가 넘을 경우 실시될 컷오프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큰 탓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최고위원 후보들은 정치적 성향과 이해타산 또는 친소관계에 따라 당 대표 후보들과 적극 짝짓기에 나서곤 했다. 대표 선거전이 치열한 친박-비박 대결이 예고되는 만큼 짝짓기 역시 계파 대립 양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짙다.

이 때문에 전대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무성 의원은 아예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우리 당은 재집권을 위해 모든 세력이 연대할 수 있는 통합의 길로 가야 하고, 이를 위해 집단지도체제가 견제와 힘의 균형을 만들 수 있는 통합과 화해의 길이었는데, (이번에) 잘못된 결정이 됐다.”당내 견제와 균형을 위한 김 의원 나름의 대책이 전격 출마인지, 아니면 캐스팅보터 역할일지 시선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의원은 ‘대권과 당권 분리’로, 김진태 의원은 ‘선수끼리의 경쟁’ 등을 주장하며 황 전 총리를 비롯한 당권 후보들과 일합(一合)을 다짐하고 있다. 반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해온 범 친박계 김태호 전 지사, 서울시장 선거에 총대를 멨던 김문수 전 지사 모두 ‘황교안 등장’에 따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초빙교수 jwhn20@naver.com

201902호 (2019.0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