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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취재] 내부 폭로와 블랙리스트… 레임덕의 신호탄? 

“적폐 수사 절반만큼만 해도 새로운 국면 전개될 것”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김태우·신재민 폭로에 靑 수석, 여당 대변인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 폭로자 등 나올 경우 폭발력 배가될 수도


▎1월 10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동부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는 김태우 수사관
대통령까지 입을 열게 한 건 이른바 ‘부적응자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내부고발로 파장을 일으킨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김 수사관의 행동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를 듣고 싶다’는 질문에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김 수사관이 속해 있던 특감반은 민간인을 사찰하는 게 임무가 아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주변 특수 관계자, 고위 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사무관의 청와대 권력 남용 주장과 관련해서는 “(신 전 사무관이) 자기가 경험한, 자기가 보는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가지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은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신 전 사무관이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고, 그 결정 권한은 장관에게 있다”며 “권한이 사무관 혹은 국에 있는데 상부에서 강요하면 압박이지만, 장관 결정이 본인 소신과 달랐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1월 2일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신재민 전 사무관.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3일 뒤인 1월 13일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에 대해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김 수사관을 ‘미꾸라지’라고 지칭한 데 이어 여당 대표는 ‘부적응자’로 규정한 것이다.

단순한 미꾸라지·부적응자라면 왜 대통령까지 나서야 했을까. 김태우·신재민 폭로의 후폭풍은 어디까지일까. 찻잔 속의 태풍일까. 추가 변인(變因)과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메가톤급 위력을 갖게 될까. 두 사람은 청와대와 기재부로부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나아가 정권과 일전불사(一戰不辭)를 선언한 김태우 수사관은 검찰청 소속 수사관이다. 검찰 수사관은 9급 또는 7급으로 입직(入職)한 공무원으로 검사의 조력자 또는 검찰 수사의 조연 정도로 여겨지는 게 일반적이다.

2000년 9급 공채에 합격해 검찰 수사관으로 첫발을 디딘 김 수사관은 2년 뒤 7급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6급으로 승진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유야 어쨌든 일개 6급 공무원이 임기가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은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는 듯한 모양새는 낯설기만 하다.

물갈이의 역습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권 2년 차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해 12월 31일에는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했다. 김 수사관의 연이은 폭로와 이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수석에게 국회 출석을 지시했다.

김 수사관이 청와대 감찰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11월 28일.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일하던 김 수사관은 11월 초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한 직원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김 수사관이 자신의 지인이 연루된 경찰 사건을 묻는데, 청와대 특감반원이 맞느냐”고 문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민정수석실 조사 과정에서 김 수사관은 “특감반 동료들과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신 사실 등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며 반발했다. 이에 조 수석은 특감반원 전체 교체라는 강수를 던졌다.

이때만 해도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직원들의 일탈은 단순한 도덕적 해이를 넘은 권력형 범죄 수준에 이른다”(나경원 원내대표)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일부의 비위 의혹에 특감반을 통째로 물갈이했는데 칭찬은 못할망정 조 수석에게 물러나라는 건 어불성설”(이석현 의원)이라고 맞불을 놓는 정도였다.

곧이어 검찰로 돌아간 김 수사관의 역습이 시작됐다. 김 수사관은 언론에 “청와대가 나를 감찰하는 이유는 이 정부의 실세 출신 공직자들에 대한 첩보를 많이 생산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인물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다. 김 수사관이 생산한 첩보에는 “2009년 장모씨가 청탁과 함께 우 대사에게 1000만원을 줬다가 (총선이 있던) 2016년 돌려받았다”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변호사 A씨에게 수사 무마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을 건넸고 1억원은 우 대사가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우 대사는 “장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취업 청탁은 물론 후원금 등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후 김 수사관은 언론에 보낸 ‘기자회견문 초안’에서 “우윤근 건(件)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 보고한 첩보 중 (청와대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처리한 것이 여러 건 있다”고 추가 폭로했다.

청와대는 격앙됐다.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의 실명 논평치고는 이례적으로 감정적이고 자극적이었다.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 곧 불순물은 가라앉고 진실은 명료해질 것이다.”(12월 15일, 윤영찬 당시 국민소통수석)

“문재인 정부 유전자(DNA)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12월 18일, 김의겸 대변인)

정치권에서는 김 수사관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도 근무할 수 있었던 배경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김 수사관 스스로 “나만 청와대에 세 번째 파견 나온 것이고 나머지 특감반원 7명은 청와대 근무가 초짜였다”고 말할 정도로 경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미꾸라지와 DNA… 블랙리스트 공방으로 확산


이와 관련해 대검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S기술개발 최모씨를 통해 “청와대 특감반에 파견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인사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찰본부는 “구체적인 물증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씨의 신원이나 실제 실력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민간인이라 감찰 범위 밖의 일이다.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라며 선을 그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수사관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청와대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설(說) 있다. 심지어 영남 출신의 정권 실세 K의 이름도 거론된다”며 “본질적인 문제는 이 또한 인사검증 실패라는 것이다. 체로 잘 걸러냈더라면 미꾸라지가 청와대에 들어갈 일은 없지 않았겠느냐”고 비꼬았다.

자유한국당이 ‘김태우 파문’에 가세하면서 양상은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공방으로 번졌다. 한국당은 12월 19일 의원총회에서 김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문건 목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친박계 핵심 인물인 최경환 전 기재부 장관, 김현미 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치인과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 민간인에 대한 보고서 파일 목록이 있었다.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번진 직접적 계기다.

같은 달 26일에는 특감반 의혹 진상조사단을 이끄는 김용남 전 한국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국립공원관리공단 등 환경부 산하 8개 공공기관 임원 24명의 사퇴 현황이 담겨있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불씨가 옮겨붙었다. 문건에는 ‘한국환경공단 외에는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김 전 의원은 “환경부가 올해 1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다. 인사 개입 의도가 분명히 있었던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자체 감찰에 따른 청와대 민정수석 특별감찰반원 전원 교체는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확전(擴戰)됐다. 민주당은 “인사 정보 문건이 나왔다고 무조건 블랙리스트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한국당은 “상부의 지시 없이 6급 수사관 혼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세상 어느 블랙리스트에도 블랙리스트라는 제목은 없다. 내용이 블랙리스트면 그게 곧 블랙리스트”라고 비판했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현 여권이 박근혜 정부의 ‘반(反)민주성’을 비판할 때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랬던 문재인 정부가 되레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공격을 받는 건 난센스에 가깝다. 청와대는 “문제의 환경부 문건은 김 수사관이 개인적으로 만든 것이지 상부에 체계적으로 보고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권 차원의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김 수사관 개인의 일탈행동이란 것이다.

여기에서 김 수사관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1월 2일 전격 사임한 석동현 변호사(법무법인 대호 대표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당초 김태우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 정부가 ‘불법사찰이나 내 편이라고 해서 봐주는 부당한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뜻과 달리 국민에게 그렇게 비칠 소지가 있었다면 면밀히 검토해서 재발을 막겠다. 자성의 계기로 삼을 것이며 조사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면 일이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자기네들이 하는 건 모두 옳다는 식의 오만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망둥이의 반란


▎지난해 12월 3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국고국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문재인 정권을 불편하게 하는 폭로를 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부터 ‘망둥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신 전 사무관은 내부고발자 등 약자의 인권을 대변한다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으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기재부 재직 시절 동기들 중 잘나가는 축에 드는 공무원이었다고 전해진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신재민 마크맨’으로 나선 박성동 기재부 국고국장조차 “일 열심히 하고 붙임성 좋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낙관적으로 일하려는 자세를 보였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행정고시 출신의 대한민국의 엘리트 공무원이 무엇 때문에 조직을 등지고, 퇴사 후에도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동료에게 검찰 고발을 당하며, 급기야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됐는지를 놓고 세간의 의견은 분분하다.

혹자는 공익을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치켜세우고, 혹자는 돈벌이에 눈이 먼 일탈일 뿐이라고 폄훼한다. 첫 번째 유튜브 폭로 동영상부터 유서라며 올렸던 1월 3일 글까지, 신 전 사무관 본인은 나름대로 소상하게 밝혔지만 제3자 입장에서는 그 속내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기재부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 계기만은 확실해 보인다. 지난해 5월 문서 유출 사건이 결정적이다.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의 사장을 교체하려 한다는 내용의 기재부 대외비 문건을 신 전 사무관이 언론에 유출한 뒤 동료들이 곤혹스러워졌다. 결국 그는 사건 후 두 달 만인 7월에 사표를 던졌다.

문서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신 전 사무관이 밝힌 유출 경위를 보면 기재부의 보안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해 2월 세종시 기재부 사무실이 아닌 차관의 비공식 집무실인 서울지방조달청 공동 사무실에 있는 공용 컴퓨터에서 관련 문건을 처음 봤다고 한다.

외부 유출 불가 문서였지만, 비밀번호를 걸어놓기는커녕 컴퓨터 전원을 켜면 바로 보이는 바탕화면에 ‘KT&G 동향보고(대외주의 차관보고)’라는 이름으로 저장돼 있었다.

그렇다고 신 전 사무관이 이 파일을 보자마자 ‘이거다’ 하고 유출한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보기만 하고 다시 닫았다. 그런데 한 달 뒤 보고차 다시 서울에 와서 이 컴퓨터를 켰을 때도 그대로였다. 신 전 사무관은 고민 끝에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이 내용을 전달했다.

언론 보도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해당 과(課)를 조사하고, 국무총리실 공직기강실은 비공개자료 관리 실태를 감찰했다. 그럼에도 끝내 유출자는 찾지 못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중견·중소기업에서도 파일 복사나 프린트 추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 부처의 맏형’이라는 기재부만은 그런 시스템이 없었던 것 같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당초 정부에서 ‘신재민 전 사무관의 용기를 존중한다. 그러나 정책이라는 게 여러 사안을 고려해서 결정되는 만큼 신 전 사무관이 알기 어려운 요소들도 있다. 만에 하나라도 부당하고 편법적인 예산운용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신 전 사무관도 살리고 정부도 사는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이 정부에는 그 정도 여유나 아량도 없는 것 같다. 그랬다면 대통령까지 나서야 할 필요가 있었겠나. ‘독설 전문가’ 여당 대표는 ‘조직 부적응자’, ‘막말 전문가’인 여당 의원은 ‘나쁜 머리 사기꾼’이라며 인격살인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태우는 해임, 신재민은 감금?


▎지난해 12월 3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국고국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해임 처분이 확정됐다. 대검 징계위원회는 1월 11일 김 수사관에 대한 해임 처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김 수사관에 대한 징계 요청서를 검찰에 보냈고, 대검 감찰 본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징계위에 해임 처분을 요청했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5~6월 무렵 S기술개발 최모씨에게 “특별감찰반에 파견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인사청탁을 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최씨의 뇌물 공여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청을 찾아가 수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검찰은 또 김 수사관이 지난해 5~10월 S기술개발 최씨 등으로부터 12차례에 걸쳐 438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고 했다. 특감반 재직 중 수집한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 수수 의혹’ 첩보를 언론에 제공한 것도 비밀 엄수 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김 수사관도 사람인데 사심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 과정에서 적어도 사악한 사람은 아니라고 느꼈다”며 “김 수사관이 공익 제보를 목적으로 언론에 알린 것까지 징계 사유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월 8일 김 수사관이 “공익신고자 보호 차원에서 대검의 징계 절차를 일시 중지해 달라”며 낸 신청을 이날 기각했다. 김 수사관의 공익 신고와 대검 징계는 무관하다는 게 이유다. 김 수사관은 대검 징계 절차를 중단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도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역시 이날 기각됐다.

KT&G 사장 교체와 적자국채 발행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신재민 전 사무관은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신 전 사무관을 병문안하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지만 끝내 신 전 사무관을 만나지 못했다. 현재 신 전 사무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직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애초부터 김 수사관의 경우 개인 비리 혹은 일탈 측면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서 나온 얘기가 독수독과론(毒樹毒果論, Fruit of the poisonous tree) 아닌가”라며 “신 전 사무관의 경우는 극단적 선택 시도 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데 사실상 감금이라고 본다. 실제로 입원 후 신 전 사무관 관련 뉴스도 사그라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 수사 가이드라인으로도 해석 가능”


▎왼쪽부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감반장.
김태우 수사관 사건 관련,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 석동현 변호사다. 그는 지난해 12월 22일 김 수사관의 변호인을 맡았다가 1월 2일 돌연 사임했다. 월간중앙이 1월 9일과 14일 두 차례 3시간 동안 석 변호사와 만났다.

석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21일 김태우 수사관 사건의 변호인을 맡아달라는 주변의 부탁을 받고 고민하다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사건이 정치권의 공방으로 번지면서 나의 진정성이 훼손되는 것 같아 변호인을 사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 수사관의 변호인은 현재 한국당 당협위원장인 석동현 전 검사”라며 “한국당과 김태우가 어떤 관계인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석 변호사는 “허위사실은(국회의원) 면책특권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므로 반드시 민·형사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5일 석 변호사를 부산 해운대갑 당협위원장에서 탈락시켰다.

석 변호사는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사무관 사건은 본질적으로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수사관의 경우 단순히 청와대 측 고발에 대한 방어 차원을 넘어 김 수사관이 청와대를 향해 공격도 하는, 다시 말해 양측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석 변호사는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로부터 고발된 부분에 대한 방어만 하면 되지만, 김 수사관은 방어는 물론 청와대를 향한 공격까지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김 수사관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특감반장을 공무상 비밀누설로 검찰에 고발한 것 등이 공격에 해당한다는 것. 석 변호사는 “변호인이 의뢰인과 함께 공격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공격은 정치권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발언은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정부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에 검찰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반부패비서관과 특별감찰반장은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 오해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석 변호사는 뼈있는 말을 전했다. “검찰의 수사가 중요하다. 전 정권 적폐 수사의 절반만큼만 해도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사 과정에서 사찰 대상자 가운데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나온다거나 청와대 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수사관의 동료 중 추가 폭로자가 나온다면 폭발력이 커질 것이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902호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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