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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취재] ‘골리앗’에 맞선 김태우 수사관의 심경고백 

“민간인 첩보 수집 특감반에서 나만 했겠나”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청와대, 전 정권 내부 문서 공개 때와는 다른 태도 보여
검찰 수사 등 추이 지켜보며 추가 폭로 여부 결정할 생각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1월 3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월간중앙이 1월 15일 김태우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김 수사관은 “민간인 사찰을 한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한다.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나아가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추가 폭로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부고발자를 제대로 보호만 해준다면 제2, 제3의 김태우가 나올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서 어떤 말을 했는가?

“조사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 이해해 달라.”

상관이었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감찰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청와대에서 나를 공무상 비밀누설로 고발했는데, 사실은 자신들이 공무상 비밀누설을 한 것이다. 나는 비리를 누설을 했을 뿐이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은 1월 10일 서울동부지검에서 3차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김 수사관은 이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상대로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야당에서는 기업·언론인·정치인·교수까지 동향 조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김 수사관의 자발적 행위였나?

“자발적으로 했겠나? 다 테마가 있다. 테마라는 건 이런 분야에서 정보를 수집하라, 실적을 내라는 의미다. 가령 적폐청산, 불공정 갑질, 지역 토착세력 비리. 비트코인 관련 참여정부 인사들 동향 등이 있다. 내가 올린 것 중 하나가 대형 시멘트 회사들의 불공정 갑질인데 누가 봐도 민간인 부문이다. 보고서를 쓰기 전에 이인걸 반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이런 게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써라’ ‘올려’ ‘OK’라고 한다. 지금까지 이인걸 반장과 주고받은 대화를 출력하면 (A4 용지로) 1만 페이지가 넘을 거다.”

민간인 첩보는 김 수사관만 생산한 건가?

“다른 사람들이 한 건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나만 했겠나? 이런 적이 있다. 동료 중 누군가 보고서를 출력해놓고 그냥 가버린 바람에 우연히 그 내용을 보게 됐다. 정치인 관련 보고서더라. 지방선거 전인 작년 2월이었데 ‘경찰 고위 간부 H가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밀고 있는 S후보를 위해 작업한다’는 내용이었다. 특감반 보고서는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로 작성 대상이 국한된다. 그처럼 폭이 확 줄어들기 때문에 베테랑 수사관들이라 할지라도 쓸 만한 내용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금융권 담당자들의 경우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말고는 할 게 없다 보니 금융지주사들의 민간인 채용비리 관련 보고서를 어마어마하게 쓴 것이다. 하지만 민간기업 채용 비리는 우리가 써야 할 대상이 아니다. 민간인 사찰이니까.”

민간인 첩보는 왜 생산했나?

“(위에서) 원하니까. 앞서 말했던 테마 중에 채용비리도 있었다. 공기업이나 공공분야 채용비리는 괜찮은데 (민간) 금융권도 (채용비리를) 가져다 달라고 하더라. 직원들이 ‘이게 테마에 맞냐’고 물어봤을 때 ‘맞다’고 하니까 보고서를 쓴 거다.”

청와대 상관의 지시가 텔레그램에 남아 있나?

“11월 초 청와대 감찰을 받기 전 이인걸 특감반장이 ‘내가 너 좋아하는 것 알지? 살아 돌아와라. 휴대전화 좀 달라’고 하더니 자신과 개인적으로 나눈 텔레그램을 지워버렸다. 당했다.”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을 어떻게 봤나?

“누가 봐도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다. (나와 신재민 사무관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더라도 ‘그건 수사 중인 내용이니 차분히 지켜봅시다’라고 했다면 문제가 안 됐다. 그런데 아예 선을 그어버린 것 아닌가.”

“외교부 간부 휴대폰 뒤져 불륜 사실까지 파헤쳤다”

검찰에서는 김 수사관이 S기술개발 최모씨의 도움으로 청와대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인가?

“전혀 아니다. 나를 면접하고 뽑은 사람은 박형철 비서관이다. 2017년 5월쯤 대검찰청 인사과에서 전국 검찰 6급직 전원에게 메신저로 쪽지를 보냈다. ‘청와대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하니 희망자는 지원하라’는 내용이었다. 수백 명이 지원했다고 하더라. 나는 경험이 많은데다 우병우 전 수석과도 겹치지 않는다.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왔을 때, (특별 감찰반에) 오래 있던 사람들을 대거 내보냈다. 나는 우 비서관이 온 지 한 달여 만인 2014년 7월 초에 쫓겨났다. 그래서 나를 발탁한 거다. 면접 때 ‘언제부터 실적을 낼 수 있겠냐’고 묻길래 ‘당장 가능하다’고 했다. 면접을 막 마치고 광화문역으로 걸아가는데 박형철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서 ‘같이 일합시다’고 했다.”

본인 잘못도 있다고 생각하나?

“그들이 시켜서 했지만 나도 잘했다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죄의식도 있었고 후퇴도 컸다. 가장 큰 잘못이 공직자들의 휴대폰 감찰이다. (청와대에서는) 당사자들의 동의서를 받았다고 하지만, 사실은 강압이다. 동의서 자체를 강압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여러 명이 들이닥쳐 청와대 특별감찰이라고 하면 얼마나 무섭겠나? 외교부의 외교안보 관련 정보유출 감찰을 해보니 특별한 것이 안 나왔다. 안 나오면 그만인데 뭐든 보고서를 쓰라고 하더라. 모 간부의 휴대폰을 꼼꼼히 살펴보니까 불륜이 의심됐다. 나중에 그 간부에게 자백까지 받았다. 그런 식으로 조사를 많이 했다. 정말 양심에 찔리더라. 지금도 그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그런 것들이 제가 폭로하게 된 큰 이유다. 또 야권 인사 관련 보고서를 쓰면 가져가고, 여권 인사 관련 보고서를 쓰면 무시했다. 박형철 비서관은 자신의 고교 1년 선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모 검찰 간부에게 제가 올린 첩보 내용을 알려줬다. 공무상 비밀누설이다.”

이와 관련 박 비서관은 “확인 결과 첩보가 사실무근이었다”고 했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비서관이 지인 관련 첩보를 감찰 지시 없이 직접 확인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 폭로자가 나올 수 있다고 보는가?

“권익위원회에서 나를 잘 보호해 준다면 제2의 김태우, 제2의 신재민이 나올 거다.”

추가로 폭로할 내용이 있나?

“지금까지 폭로한 내용은 30여 개인데… 고민 중이다. 왜 없겠나? 이것저것 많이 있다. (검찰 수사 등) 추이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생각이다.”

신재민 전 사무관을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실상 감금돼 있는 것 아닌가? 하루 병실료가 45만원이라는데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나와 함께 공익을 위해서 범죄행위를 밝혔으면 좋겠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정하게 해달라. 청와대가 이번 사건에 앞서 전 정권의 내부 문서를 공개한 이른바 ‘캐비닛 문건’ 사건 때와 너무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2017년 7월 14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검토’ 메모 등 300건가량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공무상 비밀누설 논란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는 지금 김 수사관처럼 ‘국민의 알권리’를 이유로 반박했다.

앞으로 계획은?

“난 멈추지 않는다. 생계가 끊긴 건 두렵지만 맞서 싸우는 건 조금도 두렵지 않다. 인생을 걸고 싸우겠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902호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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