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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터뷰] 미래 50년 준비하는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4차 산업혁명 선도하는 공기업으로 우뚝 설 것”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국민안전’ 최우선 가치로… 고속도로 사고·사망자 수 최소화 목표
제재 완화 풀리면 바로 착수하도록 北 도로사업 준비 만전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2019년은 미래 100년의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한국도로공사
1968년 개통된 우리나라 첫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23.4㎞)를 시작으로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된 경부고속도로 등 고속도로는 국가 발전과 국민 생활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대한민국 고속도로 건설사를 이끌어 오고 있는 한국도로공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며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으로 성장한 도로공사의 역할은 여전히 막중하다. 남북 경협의 초석을 닦기 위한 도로 연결의 최선봉에 서있으며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가야 하는 위치다. 이와 관련해 이강래(66) 도로공사 사장은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장은 “2019년은 한국도로공사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힘찬 도약을 다짐했다. 그는 “지난 50년간 국민과 함께해 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미래를 더 철저히 준비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면서 “공기업으로서 공공성 강화와 사회적 가치 실현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반세기를 돌이켜본다면.

“1969년 2월 한국도로공사법에 의해 설립된 지 벌써 50년이 흘렀다. 직원들의 많은 땀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1968년 개통 당시 23.4㎞에 불과하던 경인고속도로를 시작으로 현재는 고속도로 30개 노선 4151㎞를 관리하고 있다. 양적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 공사는 올해 더 큰 도약을 앞두고 있다. 건설 물량 감소로 물리적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형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도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2019년은 창립 50주년이자 미래 100년의 원년이 될 것이다.”

2017년 11월 취임 이후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지난해 12월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에 참석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맨 왼쪽).
“안전이다. 올해 제시한 ‘5대 국민약속’ 가운데 안전에 대한 부분이 제일 첫 번째 위치에 올라 있다. 국민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고속도로 사고와 사망자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사실 고속도로 사망자수가 2016년 239명에서 2017년 214명으로 역대 최소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200명 이내를 목표로 노력했지만 졸음사고와 화물차 사고가 늘면서 다소 증가한 227명을 기록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는 198명을 목표로 삼아 반드시 달성하고자 한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원인 가운데 졸음 및 주시태만 사고가 약 65%를 차지한다. 이를 막기 위해 현재 226개 도로공사 관리구간 내 졸음쉼터도 올해 3개소를 추가하고 졸음쉼터 진·출입로 길이도 휴게소 수준으로 개선 중이다. 또 화물차로 인한 고속도로 사망자 수가 절반이 넘는 상황이라 화물차 복합휴게소와 같은 편의 시설을 확충하려고 한다. 이에 필요한 추가 안전 예산 1500억을 확보했다. 구간단속 장비 설치 예산도 50억원을 편성해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휴게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5대 국민약속’ 중 하나가 ‘청렴도, 고객만족도 으뜸 공기업!’이다. 휴게소 서비스 혁신과 윤리경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다. 그간 휴게소의 하드웨어는 훌륭하지만 상대적으로 서비스, 음식 맛 등 소프트웨어는 다소 부족했다고 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고급 원두를 사용한 드립 방식의 2000원대 ‘ex-cafe’ 사업을 비롯해 휴게소 음식 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객들이 많이 찾는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등 주요 휴게소 음식 6종에 대해서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으로 표준 레시피를 개발 중이다. 지역 특산품을 주된 재료로 한 휴게소별 차별화된 명품 음식 또한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문가들이 참여한 2019년 대표 명품 음식 ‘EX-FOOD’ 20 품목을 선정하기도 했다.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부산 방향)의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이 최우수 품목으로 뽑혔는데 꼭 한번 드셔 보셔라.”

북한과의 도로사업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8월 13일부터 20일까지 도로공사의 전문 인력이 참여해 경의선 개성-평양(161㎞) 고속도로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12월에는 동해선 고성-원산 도로 사전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지난해 12월 26일에는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열었다. 1월 31일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도로 협력 관련 실무 접촉을 통해 서해선 도로 공동 조사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동해선 도로 북측 구간 현지조사 추진 문제를 협의했다.

지난달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측 도로 대상 남북공동조사를 대북제재 예외로 인정해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북제재 문제로 실제 공사 착수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전준비와 기획단계는 진행될 것이다. 북한의 도로가 매우 노후화된 것으로 알려져 도로공사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에서 문산-도라산 구간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경의선 고속도로 연결을 위해서는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 연결이 필수적이다. 남측 구간인 문산-도라산(11.6㎞) 사업이 시급했는데 정부에서 남북교류 협력사업으로 인정해 예타 조사가 면제됐다. 올해 예산에 사업비 230억원이 반영된 상태다. 향후 이 길은 문산-개성을 넘어 평양으로 이어질 것이고 더 나아가 서울-평양 고속도로 시대를 열 초석이 될 것이다.

도로공사는 향후 대북제재 완화 등 상황이 호전되면 언제든지 사업을 착수할 수 있도록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앞으로 개성-평양 고속도로 현대화와 동시에 서울-평양을 연결해 차후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연결하면 중국을 지나 아시안 하이웨이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도로공사는 남북도로가 아시안 하이웨이의 물꼬를 트고 우리나라가 세계로 진출하는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일자리 확대 방안은?


▎지난해 9월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휴게소(양평방향) 사회적기업 1호점 ㈜경주제과 매장을 방문한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오른쪽 둘째). / 사진:한국도로공사
“2017년 7월 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이후 시설관리, 안전순찰원, 요금수납원 등 사내 전 분야에서 정규직 전환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공사 시설관리(청소, 경비 등) 직원들은 지난해 8월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주)를 설립하여 근로자 296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안전순찰원 896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분야로, 올해 1월 1일부터 공사 직원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다. 조직이 가장 큰 영업소 요금수납원(6490명)의 경우 고심이 컸다. 수납원들은 직접고용을 희망했지만 1만4000명의 거대조직이 돼 구조조정 압력, 정부 통제 등의 문제가 예상돼 불가피하게 자회사 방식을 택했다. 오는 7월 자회사 운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고용불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새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휴게소에 사회적기업 매장 12개소를 개장, 저소득층·장애인·다문화가정 이주여성 등 취약계층 44명에게 신규 일자리를 제공했다. ‘excafe’ 매장 8곳 중 7곳에는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운영을 맡겼다. 이 밖에 휴게소에 청년 창업매장과 푸드트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힘쓰도록 하겠다.”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업으로의 변모를 밝혔다. 어떤 계획이 있는가?

“첨단 스마트고속도로(C-ITS) 구축이 목표다. 고속도로에 들어선 차량이 주변 차량과 도로에 설치된 시설물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주행을 하는 첨단 도로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자율협력주행 상용화, 교통사고 예방, 도로관리·교통운영 첨단화 등을 실현할 수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차량 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최신기술이 적용된 고속도로를 구축하기 위해 공사는 2007년부터 실시간 정보제공 등 핵심 기술을 연구·개발했다. 2015년에는 대전-세종 간 도로에 시스템을 설치해 시범 운영했다. 지난해부터는 수도권 경부선, 서울외곽선, 중부선 85㎞ 구간에 인프라 구축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최첨단 스마트고속도로로 건설될 서울-세종 고속도로(2024년 개통)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앞으로의 포부는?

“취임한 지 벌써 1년2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가 취임 1년 차로서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해였다면, 올해는 국민들에게 구체적 혁신 성과를 보여주는 해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공기업다운 공기업’을 만들기 위해 전 임직원들과 최선을 다할 각오를 다진다.”

201903호 (201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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