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기 몸을 잘라버리는 자절(自切)이라는 본능대나무게는 수심이 깊고, 수온이 낮은 곳의 모래나 진흙 속에 몸을 파묻고 산다. 등은 주황색이고, 배는 흰색에 가까우며, 등딱지가 둥근 삼각형이다. 수컷의 평균 등딱지 지름은 16.5㎝, 암컷은 9.5㎝이며, 상품성이 있는 수놈은 0.5~1.4㎏에 달하고, 암컷은 0.5㎏ 정도이다. 대게는 영어로 ‘Snow Crab’이라고 하는데 눈 내리는 겨울에 많이 잡혀서라기보다는 실제로 속살이 눈처럼 새하얗기 때문이라 한다.또한 한국에서 나는 게 중 가장 크고, 몸통가장자리에는 작은 가시들이 줄지어 나며, 윗면에는 오돌토돌한 사마귀 모양의 자잘한 돌기들이 흩어져 있다. 다른 게에 비해 집게다리는 보각보다 훨씬 작고, 네 쌍의 보각 중 1, 2, 3번째의 것은 굵고 길지만 마지막 네 번째 것은 다른 다리에 비해 매우 짧고 가늘다. 어린것들과 성체 암컷은 수심 100∼300m에 서식하고, 수컷은 300m보다 더 깊은 곳에서 지낸다. 수명은 5~6년이고, 암컷은 해마다 알을 15만 여개를 낳으며, 조에아(zoea), 메가로파(megalopa)시기 등 11단계의 유생시기를 거치면서 어른게가 된다.이들은 야행성으로 이동반경은 4.5㎞나 된다. 갑각류·조개·거미·불가사리·게·새우·오징어·문어·갯지렁이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먹이가 없으면 동족끼리 잡아먹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도 마다하지 않으며 그것도 안 되면 자기 다리를 스스로 잘라 먹기도 한다.대게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아주 흡사한 홍게(red snow crab)다. 홍게(Chionoecetes japonicus)는 몸은 짙은 적색이고, 뜨거운 김으로 찌면 훨씬 붉어지며, 대게보다 작고, 대게보다 맛은 덜하다. 지금 와서는 대게 공급이 부족해 그 자리를 홍게와 러시아산 게(king crab)가 메우고 있다. 서식범위가 하도 좁아서 세계적으로 한국 동해안과 일본 서북부, 러시아 남부에만 국한되어 분포한다고 한다.그런데 부엌에서 이내 과학을 만난다. 어느 날 집사람이 게장을 담으려고 살아 있는 꽃게를 사와서 정갈하게 다듬고 있었다. 게를 거센 쇠솔로 등과 배 바닥을 싹싹 문질러 씻은 다음에 도마에 바로 놓고 칼질을 한다. 잘 드는 칼로 꿈틀거리는 게 다리 끝(넓적한 자리)을 탁 내리 쳤다. 저런, 저런!? 생뚱맞게도 칼이 닿지 않은 다른 멀쩡한 게 다리들도 더불어 마디마디가 자르르, 툭툭 잘려 내리지 않는가!? 그렇다. 스스로 자기 몸을 잘라버리는 자절(自切, autotomy)이라는 본능적인 자해행위다. 도마뱀이 위기에 몰렸을 때 옜다, 먹어라 하고 기꺼이 꼬리를 떼어 주고 도망치듯 꽃게도 서슴없이 다리를 떼 주고 내뺀다.참고로 큰따옴표(“ ”)를 ‘게발톱표’라고 부른다. 그리고 ‘게맛살’은 동태 살에다 중남미사막의 선인장에 기생하는 깍지벌레암컷에서 뽑아 정제한 붉은 코치닐(cochineal)색소를 섞어 게 살색을 흉내 내고, 흡사한 맛이 나도록 향료를 넣어 가공한 것이다. 사실 아이스크림이나 콜라의 불그스레한 색깔도 코치닐로 물들인 것이요, 빨간 립스틱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