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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공룡 통신 3사의 유료방송시장 영토 싸움 

‘3등’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남긴 나비효과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LG의 8000억 베팅에 SKT도 케이블TV 티브로드 인수로 맞불
넷플릭스와 제휴 강화하는 구광모 빅딜 행보에 SKT와 KT도 촉각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3등에서 탈피하려고 한다. 이에 SK텔레콤과 KT도 수성에 나섰다.
[빅3 법칙]이란 책이 있다. 세계의 모든 산업은 시장의 70~90%를 점하는 강력한 3개 기업에 의해 지배된다는 주장이다. 이 이론을 한국 통신산업에 적용하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시장을 셋으로 분할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1등 SK텔레콤, 2등 KT, 3등 LG유플러스’의 구조가 오랫동안 고착화됐다.

그러나 이는 한국 통신산업에 대한 평가가 이동전화에 한정돼 있을 때의 이야기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통신 3사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에서 65%를 이동전화 부문이 점유했다. IPTV가 그 다음인 10%였다. 그러나 이 구조에서 통신 업황은 점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2017년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취약계층 요금 감면, 보편요금제 등이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절감 공약이 실제 반영된 것이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연구원은 “통신사 매출이 5% 가량 깎였다. 매출 감소는 고스란히 손익에 반영된다. 2017년 4분기부터 2018년 4분기까지 5분기 연속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휴대폰 통신요금 약정이 2년 단위로 돌아가니까 계속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통신 3사의 실적은 지지부진의 연속이다. SK텔레콤이 매출 16조8740억원, 영업이익 1조2018억원이었고 KT는 매출 23조4601억원, 영업이익 1조2615억원이었다. LG유플러스는 매출 12조1251억원, 영업이익 7309억원으로 실적이 집계됐다. SK텔레콤과 KT는 영업이익이 꺾였고, LG유플러스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업계 평가다. 이는 고스란히 주식시장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결국 통신 3사는 ‘이동전화 이후’의 사업모델을 찾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은 ‘통신 3사가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보다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에서 돌파구를 탐색한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료방송 산업의 구조재편을 통해 유료방송 관련 통신 3사의 매출액이 12조원대로 커지게 되면, 이동전화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53%로 떨어지고 유료방송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5%로 증가하는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LG유플러스, 판을 흔들다


이런 가운데 3등의 굴레를 벗기 위해 LG유플러스가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케이블TV 1위 회사인 CJ헬로의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2월 14일 이사회를 열고, CJ헬로 지분 인수를 의결했다. LG유플러스는 3월 18일 마감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이사회는 CJ헬로의 총 주식 7744만6865주 중 50%에 해당하는 3872만3432.5주에 1주를 추가로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인수비용은 총 8000억원으로 알려졌다.

CJ헬로는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416만 명(유료방송 시장점유율 13.02%)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 수는 364만 명(점유율 11.41%)이다. 합치면 780만 명으로 가입자가 불어나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서도, 점유율은 24%를 조금 넘는다. 즉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33.33%로 제한한 합산규제법에 걸리지 않는다. 2015년에 3년 시한으로 도입된 합산규제는 2018년 6월 일몰됐지만 국회 차원에서 재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다. 가령 합산규제가 부활하면, 이미 IPTV와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을 합친 점유율이 30.86%(가입자 수 986만 명)인 KT는 인수합병에 제약을 받는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SK텔레콤의 IPTV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입자 447만 명)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 2위 회사 티브로드를 합병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유료방송시장은 2018년 상반기 기준 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 위성방송 1사(KT계열 스카이라이프), 케이블TV 5사(CJ헬로·티브로드·딜라이브·CMB·현대HCN)가 약 95%를 점유하고 있다. 개별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9개사가 더 있지만 다 합쳐도 점유율은 5.4%(173만 명) 수준으로 미미한 편이다.

이에 대해 유안타증권 보고서는 ‘한국 유료방송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당 경쟁에 있었다. 구조재편은 유료방송 시장 정상화의 첫 단계가 될 것이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와의 협업을 통해 질적 성장이 시작될 것이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통합을 통해 향후 3년 내 재평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수·합병(M&A)이 격화될수록 유료방송시장 재편의 대세는 플랫폼을 보유한 통신 3사에 쏠릴 것이란 뜻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기업분석실장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LG의 호재라고 보기보다 통신산업의 호재”라고 말했다. LG만의 개별적 이슈였다면 파급력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핵심은 LG의 CJ헬로 인수에 SK텔레콤과 KT가 즉각 대응할 기류를 보였다는 점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무언가 이 산업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사업자들도 보니까 구조개편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분석실장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플레이어들이 계속 줄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다”면서 “예전엔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M&A(인수·합병)로 재편되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CJ헬로가 처음 상장된 2012년의 시가 총액은 1조4000억원이었다. 2014년 한때 1조9500억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케이블TV의 사업이 정체되자 현재 시가 총액은 8000억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매출의 핵심인 홈쇼핑 송출수수료 수익을 IPTV에 갈수록 잠식당하고 있다.

결국 통신 3사가 케이블TV를 인수·합병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케이블TV의 미래 전망이 어둡고, 디지털 전환 속도가 둔화되는 현실은 매각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다. 이에 관해 유안타증권 보고서는 ‘IPTV의 성장세는 다소 둔화되고 있다. 케이블TV의 현금 흐름은 여전히 양호하다. 매각이 당장 급한 작업이 아니다. 당초 예상보다 케이블TV의 생명력이 강하다’라고 진단했다. 케이블TV가 백기 투항을 기다린다면, 시간은 통신사의 편이 아니란 얘기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 LG유플러스가 결단을 내리고 치고 나간 것이다. 이를 두고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3위는 시장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란 말을 남겼다.

증권계에선 KT의 케이블TV 업계 3위 딜라이브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딜라이브 점유율(6.4%)을 고려하면 합산규제에 걸린다. 그러나 현재 합산규제는 일몰 상태이고 국회의 재도입 방향성은 알 수 없는 단계다. SK브로드밴드는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티브로드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사업자가 소수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정부 승인을 받는 과정이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전망한다. “통신사 위주로 재편이 되면 (과당 경쟁 때에 비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드는 즉각적 효과가 나온다. 요금 체계도 현실화할 수 있다. 통신 사업자 관점에서 관련 이익이 굉장히 탄탄한 방향으로 갈 것이다.”

넷플릭스는 파트너인가? 적인가?


▎CJ헬로 본사 전경. LG유플러스는 정식 인수까지 정부 허가만 남겨두고 있다.
북미 유료방송 시장은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의 3파전 구도다. 이 중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의 전 세계 유료 가입자는 1억3700만 명(2018년 3분기 기준)이다.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한국 가입자 수는 2018년 12월 기준, 127만 명이다. 넷플릭스는 케이블TV나 IPTV와 달리 셋톱박스 없이도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스마트폰은 물론, TV로도 시청이 가능한 OTT(Over The Top)다.

넷플릭스는 저렴한 서비스 요금과 오리지널 콘텐트로 무장해서 글로벌 시장을 공습하고 있다. 2018년 1년 동안 가입자 숫자가 4배 증가한 데서 알 수 있듯 한국에서도 넷플릭스의 확장력은 강력하다. 콘텐트 시장에선 위협이다. 그러나 플랫폼 시장의 관점에선 다르다.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한국 유료방송 시장은 콘텐트와 플랫폼의 역학 구조 측면에서 플랫폼의 권력이 강해지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입장을 개진했다. 이는 우리나라에 한정된 이야기다. 마켓 사이즈(전체 고객수 3000만 명)가 작기 때문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그 안에서 경쟁하는 구조라 콘텐트의 차별화가 어려운 데 비해 확보할 수 있는 리턴(대가)은 크지 않다”면서 “한국 플랫폼 사업자들은 글로벌 포션(지분)이 없어 콘텐트의 수요가 미국처럼 셀 수 없다”고 진단했다.

플랫폼이 콘텐트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의 독특한 유료방송 규제 정책에서 비롯한다. 합산 규제는 사실상 사업자들이 3분 1씩 나눠가지라는 제도다. 실제 통신 3사는 케이블TV 인수·합병을 통해 빅3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경쟁할 요인이 없다. 최 애널리스트는 “(콘텐트 생산자이자 플랫폼인 넷플릭스에 맞서는) OTT 시장은 몰라도 유료방송 시장에선 (통신 3사가) 마진을 키우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행보가 갈린다.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지난 1월 3일 지상파 3사와 공동사업 협약식을 열었다. SK텔레콤의 OTT ‘옥수수’와 지상파의 ‘푹’을 통합한 신규 플랫폼 브랜드를 4월 내놓을 예정이다. 소위 ‘반(反)넷플릭스 연합’이다. 2018년 3월 기준 ‘옥수수’와 ‘푹’ 가입자 수는 각각 946만 명, 370만 명이다. SK텔레콤은 통합 플랫폼을 위해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반면 후발주자인 LG 유플러스는 직접 대대적 투자를 감행하지 않고 콘텐트 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 글로벌 OTT와의 공조로 전략을 잡았다. 2018년 기준 콘텐트 제작비만 8조원에 달하는 넷플릭스의 기세에 올라타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넷플릭스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수익 비율을 1:9로 나눴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계약 내용은 오픈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연구원에 따르면 넷플릭스, 키즈 콘텐트, 프로야구에 있어서 LG유플러스의 IPTV 콘텐트가 좋다는 평이 많다고 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TV로 콘텐트를 소비하는 수요가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면서 “TV 시청 수요가 받쳐준다면 넷플릭스를 장착한 쪽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LG유플러스가 종합콘텐트기업인 CJ E&M과 추가 딜을 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인수비용 8000억원은 조달 가능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트 드라마 [킹덤]. / 사진:넷플릭스
그렇다면 드는 의문. 통신 3사, 특히 LG유플러스에 관한 전망이 이토록 환한데 왜 최근 주식시장에선 지지부진할까.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수면 위로 올라온 뒤 주가는 20% 이상 수직하락한 뒤 답보상태다. 이에 대해 복수의 전문가는 “5G 투자 영향이 더 크다”고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투자가 많아 배당을 늘리기 어려우니 외국인 매도가 많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CJ헬로를 인수하면 LG유플러스가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주식에 반영돼야 하는데 실제 인수 후 계획은 아직 부실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알뜰폰 등 다른 사업부도 그대로 안고 가는 단순합산인데 시너지가 있겠나? 인수비용으로 8000억원 쓴 것에 비해 기대가 꺾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주식(50%+1주)을 인수한 것이지, 회사를 하나로 합치는 합병을 한 것은 아니란 대목이다. 이에 관해 LG유플러스에 따르면 50%+1주 인수만으로도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LG유플러스는 “CJ와 협의해서 정했다”면서 “합병은 현재 단계에서 검토한 바가 없으며 시너지 극대화 방안은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굳이 합병을 내세우지 않는 속사정은 따로 있다. 증권계 인사는 “지금은 정부 인가를 얻는데 집중할 때”라는 점을 들었다. “(합산규제 이슈가 다시 떠오를 수 있는) 합병이 유리할 것이 없다. 합병을 하면 주식매수 청구권이 생기니까 청구 비용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이래저래 합병을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

LG유플러스가 궁극적으로 합병을 하지 않을 것일까? 이 전문가는 유료방송 사업자 지분 제한 같은 규제 이슈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LG유플러스가 CJ헬로 주식을 계속 갖고 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늦어도 2~3년 안에는 소리 없이 합병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8000억원이란 인수 가격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가치판단의 영역인지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시각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기업분석실장은 “예상에 비해 큰 오차는 없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CJ헬로 가입자만 400만 명이 넘는다. 알뜰폰 가입자만 90만 명이다. 이것만 해도 6000억원이 넘는다. “이 숫자를 한꺼번에 가져오는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합리적 가격”이라는 게 김 분석 실장의 시각이다.

LG유플러스는 이 8000억원을 유상증자가 아닌 차입금으로 조달할 방침을 세웠다. 금융권에선 “통신사들에 펀딩 할 금융회사들은 줄을 서 있다. ABS(자산유동화증권, 기업이나 은행이 보유 자산을 근거로 발행하는 증권)를 발행하든 제1금융권에서 차입하든 문제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 돈을 차입할 때 발생할 금리는 2% 초반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2.3%라고 잡는다면 금융비용이 184억원 뿐이다. LG유플러스의 순이익이 5000억원을 넘는다. CJ헬로도 돈 버는 사업이다. 커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인수 찬성론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통신사들의 케이블TV 인수에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은 2015년 11월, CJ헬로 주식을 인수한 뒤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하는 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 심의에 걸렸고, 7개월 만인 2016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 통보를 받았다. “합병 법인이 출범할 경우, 78개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라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당시와 달리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시장 분위기는 CJ헬로 인수 승인 여부에 비관적이지 않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공정위,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두 규제완화와 패스트트랙에 우호적”이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위해 공정위에 기업결합 승인을, 과기부에 최대주주 및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3월 18일이 신청 마감이고, 공정위는 120일 이내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뿐 아니라 SK텔레콤과 티브로드도 각기 법무법인을 선정해놓은 상태다.

한태일 연구원은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불허한 근거가 썩 매끄럽지 않았다”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예전 판단에 대해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수를 승인하면 과거의 논리를 공정위가 스스로 반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직접 위원장이 얘기했으니 불허를 걱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한편, 국회의 합산규제 재논의는 3월 18일부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리고,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간사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실은 “이 건은 당론이 없고 의원 개개인의 생각이 다 달라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일몰 전에 연장 여부를 논의했어야 했는데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의원들로선 통신 3사의 과점을 우려하는 한편, 지역 기반 케이블방송을 살려야 한다는 배경이 작동한다. 그러나 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에 대항한 토종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관점에서 합산규제가 시대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일몰 상태가 오래 갈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다.

구광모 LG 회장의 첫 빅딜


▎구광모 LG 회장(앞줄 가운데) 이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LG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LG유플러스의 8000억원 투자는 큰 결단”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의 첫 빅딜 작품이기도 하다. 구 회장 체제에서 LG유플러스는 연쇄적인 제휴 정책으로 판 자체를 흔들고 있다.

역설적으로 LG유플러스가 3등이고, 가장 규모가 작은 후발주자라 변화를 주도하는데 유리하다. 한태일 연구원은 “신용등급 관점에서 보면 LG유플러스의 수익성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면서 “해당산업이 성장할수록 규모가 작은 회사의 수익성에서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업계 1위여서) 무선에서 규제를 크게 받고, KT는 유선에서 (이익을) 깎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어디에도 해당이 안 되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료방송 시장과 결이 다른 얘기겠지만 LG유플러스가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한 것도 남다른 행보다. 김홍식 분석실장은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느라 화웨이 장비 수입을 중단하라는 지침이 나온다면 이슈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한국 정부 입장에서 미국 못지않은 중국이란 큰 파트너를 내치기엔 부담이 크다. LG 입장에서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실장은 “LTE의 화웨이 장비를 끌어와 5G에 오버랩시켜서 계속 쓰는데 못 쓰게 되면 비상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한태일 연구원은 “미국에서 그냥 때리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문제는 사람들의 심리인데 화웨이 장비를 쓴다고 LG유플러스를 안 쓰겠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나올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며 “LG유플러스는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보안을 검증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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