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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슈] 'SKY캐슬'의 무대, 서울의대의 변신 

“AI가 의사를 대체? 우리는 한걸음 더 앞서 나갈 것”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졸업생 10% 연구의사로 양성해 사회적 헌신 기능 강화
건학 120년 맞아 ‘사회적 의료인’ 육성 프로그램 가동


▎지난해 11월 의학교육실 창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 현수막이 걸린 서울의대 행정관.
서울 대학로와 창경궁(昌慶宮) 정문 사이 블록에는 날마다 수많은 환자들이 드나든다. 서울대학교 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장소 한편에는 미래의 환자를 만나기 위해 밤낮으로 학업에 매진하는 공간이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103.’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의대)이 있는 곳이다.

“가장 입학하기 어려운 공대의 수능 커트라인 점수가 제일 들어가기 쉬운 의대 점수보다 낮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의대의 인기는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서울의대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상아탑이다.

최근에는 서울의대 진학을 줄거리로 내세운 ‘SKY캐슬’이라는 드라마 때문에 새롭게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들은 ‘서울의대’ 진학에만 주목하고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만 사는 세상’이라는 생각에, ‘대한민국의 최고 수재만 모이는 곳’이라는 위화감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지도 모른다.

서울대병원 안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서울의대는 현재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 살아남기 위해 변화의 몸부림을 시도하고 있는 것. 서울의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파괴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인 위치를 지금처럼 유지하고 대한민국 내 순위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의대의 경쟁자는 다른 학교나 사람이 아니다. AI 로봇이 의사를 대신할 시대가 바로 경쟁자다.

특히 올해는 서울의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최초 근대식 국립의학교육기관인 ‘의학교’가 이 땅에 설립된 지 120년이 되는 해다. 박경운 서울의대 학생부학장(검사의학교실 교수)는 “오랜 역사의 무게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느낀다”면서 “국가와 사회, 나아가 인류에 지금보다 더 많이 기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서울의대가 방점을 두는 분야는 ‘연구하는 의사’와 ‘사회적 의료인’이다. 이재협 서울의대 의예과 학과장(정형외과학교실 교수)은 “우리보다 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인 일본과 비교했을 때 임상 분야는 이제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기초연구 분야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웃나라 일본의 교토대는 의학생리학상을 포함,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 학과장은 “사립대학이나 사립병원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립대에서 그 벽을 깨야 한다”면서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좋은 인재가 수급되는 서울의대에서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우수한 인재들이 임상의학 분야로 쏠리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졸업생의 80~90%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의 길로 접어든다. 기초연구의학을 택하지 않는 큰 이유는 대우와 직업으로서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물론 임상의학의 길을 걸어도 연구를 할 수 있고 이를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환자를 많이 봐야 수익이 많이 나는 구조에서 연구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과 제약이 따른다. ‘3분 진료’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서울의대는 ‘연구의사’를 길러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학과장은 기초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의학의 성장이 진일보할 수 있는 토대”라고 설명한다. 어떤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개발하자면 메커니즘을 연구할 새 이론이 필요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수술법이나 제약, 의료기기가 개발된다. 즉 연구는 원천기술이란 뜻이다. 기초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면 임상연구 분야, 특허 분야, 창업 분야까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이는 차세대 국가 먹거리 산업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기초연구가 없는 상태에서는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이 학과장의 설명이다.

서울의대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기초연구 프로그램인 ‘의학연구멘토링’을 접한다. 멘토(교수) 1명당 평균 3명 내외의 멘티(학생)를 연결해 학교가 추구하는 연구의학자의 길을 미리 경험토록 하는 방안이다. 연구 분야와 주제도 다양하다. ‘지역사회건강조사를 이용한 걷기실천 요인 동정’, ‘청년기 소득수준에 따른 건강수준 차이’ 등 기초연구부터 ‘피부 종양의 진단과 치료연구’, ‘프로스포츠 구단 닥터팀의 역할 이해’ 등이 대표적이다.

입학하자마자 연구 환경으로 유도해


학교 측은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데 고무된 표정이다. 2012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2016년까지는 매년 30명 안팎의 학생만이 참여했지만 2017년 70명, 2018년에는 91명까지 참여 인원이 늘었다. 학교 측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열심히 수행하는 학생들은 예과 2년을 마치기 전에 SCI 논문을 쓰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연구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도 진지하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본과 2학년생들은 예외 없이 ‘10주 연구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관심 있는 연구 주제를 진행하는 실험실에 10주간 연구실 생활을 하는 것이다. 연구의사와 임상의사라는 진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본과 4학년 들어 심화 과정에 있는 학생 중에는 해외로 가는 경우도 있다. 임재준 서울의대 의학교육실장(호흡기내과 교수)은 “학교와 MOU가 체결된 세계 일류 의과대학 병원의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방대한 의학 지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곳에만 머물면 시야가 좁아진다. 시야가 넓어질수록 학생들의 역량은 더욱 커진다.” 이 학과장은 서울의대의 미래를 이렇게 조망한다. “여전히 ‘의사는 청진기를 들어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이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의사의 모습은 미래에는 존재하기 어렵다. 사라질 수도 있다. 학생들이 기초연구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신입생 때부터 연구에 일찍 노출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한 학년에 최소 10%, 많으면 30%의 인력들이 기초연구를 하는 의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는 의사로”


▎2월 15일 서울대 의과대학 3학년 학생들의 가운식(White Coat Ceremony)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가운을 입혀주고 있다.
서울의대의 교육과정도 이런 비전과 맞물려 변신을 거듭한다. 의예과는 2012년 자연대학에서 의과대학으로 소속이 바뀌었고. 교육과정에도 변화가 왔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2016 이종욱 교육과정’이다. 서울의대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 유엔기구 수장이 된 고(故)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기려 붙여진 이름이다. 생전 ‘아시아의 슈바이처’, ‘백신의 황제’로 불렸던 이 전 사무총장은 2006년 세계보건총회를 준비하던 중 총회를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세계보건의료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 전 사무총장처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헌하라는 취지에서 이종욱 교육과정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이는 서울의대 의예과 제1의 교육 목표(인류의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의사로서의 역량)에도 명시돼 있다.

서울의대 의예과 전공과목도 사뭇 흥미롭다. 반드시 들어야 하는 전공필수에는 ▷글로벌 리더십 ▷의학분야 토크콘서트 ▷인문사회학 ▷국제사회와 의료 ▷환경과 기후의 의학 ▷인간과 법률 등 다채롭게 포진한다.

전공선택도 눈길을 끄는 과목이 적지 않다. ▷의대생을 위한 고전읽기 ▷한국근현대의학사의 이해 ▷국제의학의 이해 ▷세계 예술 속 의학의 이해 ▷남북한 보건의료 R&D ▷인공지능을 위한 딥러닝 프로그래밍 ▷데이터 임상의학 ▷나만의 의료용 안드로이드 앱 개발 등 인문학, 공학 등을 아우르는 내용들이다. 이 가운데 ‘의대생을 위한 고전읽기’, ‘세계 예술 속 의학의 이해’와 같은 과목은 수강 인원을 초과해서 학생들이 몰리기도 한다.

박경운 서울의대 학생부학장은 “미래의 의사는 기존의 지식으로만 무장돼서는 안 된다. 전통의료현장에서는 익숙지 않은 데이터 사이언스, 융합, 과학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적응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학습하는 기계로서는 신물이 난 학생들이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지식을 전달하면 안 된다.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스스로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고 깨우치는 방향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한다.”

학생들 중에는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조금은 버겁다는 반응도 보인다. 재학생 A씨는 “학교가 연구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제공해주는 것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반면 B씨는 “학교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기존의 빡빡한 커리큘럼에 추가로 연구를 요구하는 방식이라 마냥 즐기면서 하기는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학교 측은 새 세상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임재준 서울의대 의학교육실장은 “‘노인 환자를 위한 로보틱스’와 같은 과목을 수강한 학생 중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며 반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의대를 목표로 하는 이과생이라면 서울의대를 첫손에 꼽는다. 출중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합격 문턱에 줄 서있는 상황에서 서울의대가 학사편입제도 폐지를 아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다양성 때문이었다.

임재준 서울의대 의학교육실장은 이렇게 말한다. “의전원과 의대로 정원의 50%씩 모집하다 편입을 시행하면서 한 학년 135명 가운데 40명가량을 편입으로 선발했다. 이렇게 해서 입학한 학생들의 배경을 보면 경영학, 경제학, 인류학 등을 전공한 문과생도 있고 일부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유학파도 있었다. 이런 학생들을 선발한 이유는 의대가 아닌 환경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남다른 관점과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자원들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의학 지식을 교육하는 의과대학에서 타과 생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임 교육실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현재의 진료실을 생각해보자. 천편일률적으로 벌집처럼 따닥따닥 붙어있지 않나. 그러나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이 서울의대에서 공부를 한다면 뭔가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의사와 환자 사이를 컴퓨터가 가로막고 있는 환경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존과 다른 시도를 하려면 다양한 소질, 배경,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필요하다.”

덧붙여 임 교육실장은 미대 출신으로 서울의대에 편입해 지금은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 얘기를 꺼냈다. 그는 “미술 전공자가 의사로서 활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후배의 진료의 방향과 방법이 분명 다른 의사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듯했다. 임 교육실장은 “학사편입이 사라지게 되면서 다양성 확보가 힘들어진 상황이 돼 아쉽다”면서 “학교를 떠나 국가 차원에서 손실이므로 정책적 제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SKY캐슬’로 이목 집중…“오해 측면 많아”


▎2018년 12월 21일, 본과 2학년 대상 ‘10주 연구과정’의 마지막 과정인 ‘의학연구 발표회’. / 사진:서울의대
요즘 서울의대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드라마 [SKY캐슬]이다. 드라마에 관해 질문을 할 때면 모든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온도차는 보이지만 조금은 불편하고 억울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재협 학과장은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된 부분이 집단의 속성으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고 세간의 편견을 경계했다. 그는 “사실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박경운 서울의대 학생부학장은 “드라마가 서울의대에 긍정적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변화의 계기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나 본 서울의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전국에 퍼져있는 다양한 환경과 능력, 품성을 가진 학생들을 뽑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측은 다중미니면접 MMI(Multiple Mini Interview)을 통해 학생의 역량과 잠재성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MMI는 특정한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고 곤란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과 모습을 통해 학생의 인성, 역량 등을 평가하는 면접 시스템이다. 이재협 학과장은 “학생당 4~5개 면접실을 거친다”면서 “제각각의 상황에 대처하는 걸 보면 학생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임재준 의학교육실장은 “유복한 환경에서 코디를 받아 입학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모든 테스트에서 다 좋으면 안 뽑을 방도가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그는 고액 코디를 받아 입학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해왔고 좋은 품성과 리더십을 가진 학생들도 상당히 많이 건져 올린다. 그런 친구들은 자발성·성숙함·절실함이 느껴진다.”

세간의 우려에 학교 측은 입학 이후의 학사 관리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고 이재협 학과장은 밝힌다. “관리에 익숙한 일부 학생들은 입학 초기에 조금 방황하기도 한다. 그래서 생활 지도 측면에서 매달 심층 면담을 진행한다. 면담을 통해 고민을 함께 들어주고 방향을 잡아준다. 보통 늦어도 입학 후 6개월~1년이면 평상심으로 돌아와서 본연의 삶에 녹아든다.”

서울의대는 윤리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한다. 임재준 의학교육실장은 “높은 도덕성을 필요로 하는 의료인에게 윤리 교육은 필수적”이라며 “아울러 환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종교적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따뜻하고 정직한 의사들이 지금보다 많아지려면 품성에 의지하기보다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사회적 책무, 국민 기대에 못 미친 것 인정해”


▎지하2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질 새 의학도서관 재건축 설계 공모 당선작 이미지. / 사진:서울의대
2016년 인하대 연구팀이 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직업 1위로 소방관이 꼽힌 것. 의사는 3위에 올랐다. 20년 전인 1996년 조사 당시 의사는 1위, 소방관은 3위였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사이에 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변한 것이다. 드라마 [SKY캐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에는 의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한몫했을 터. 전과는 다른 사회적 시선에 학교 측은 “뼈아픈 지적”이라며 “의사 집단, 그리고 서울의대가 너무 누리고만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처절한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박경운 학생부학장은 “의대생과 의사들에게 ‘공부만 잘한다’는 꼬리표가 붙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인류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더더욱 노력한다면 인식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부학장은 의사와 의대가 변화하는데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엄청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IT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의학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적기다. 현 상황을 잘 활용해 인류 사회와 나라에 기여하는 지성인의 역할을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 학내 구성원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와 교육에 힘써야 한다.”

요즘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미세먼지의 경우 의료계에서 뚜렸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이미 예견됐지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 투자하는 개인이나 국가의 관심이 부족했던 탓도 있다. 임재준 의학교육실장은 “이제 단지 눈앞의 환자만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의사가 마땅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해결방안을 찾도록 교육과정이 달라져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재학생 C씨는 소통방식의 변화를 얘기한다. 그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에는 맥락이 있다고 본다”면서 “내부자만이 알 수 있는 고민이 있으며, 그렇기에 사람들이 느끼는 반감은 상당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서적인 접근과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대는 ‘의학교 설립’ 120주년을 기념하는 새 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의대는 ▷원칙을 존중하는 따뜻한 리더 양성 ▷창의적 연구로 의과학 선도 ▷참여와 봉사를 통해 건강사회 구현이라는 미션 아래 ▷선도적 의과학 연구와 실천적 지성의 전당 등 새 비전을 가다듬었다. 또 ▷가치 전파(Sharing Value) ▷수월성 추구(Pursuing Excellence) ▷사회 공헌(Global Contribution) 등의 비전을 실현할 3개의 전략목표도 세웠다. 이를 통해 융합 의과학자 양성, 장기적 연구 추구, 바이오·헬스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새 부가가치 창출 등 결과물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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