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ZOOM UP] 젊은 취향으로 거듭나는 ‘클래식 카' 

“각진 프레임이 주는 마법에 홀렸죠” 

사진·글 전민규 월간중앙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내 손때 뭍은 나만의 차’ 개성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각광
현대 갤로퍼 등 국내 차종, 가격 저렴하고 부품 많아 인기


▎하성진 대표가 1995년 식 갤로퍼를 복원하기 위해 배선 작업을 하고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애마(愛馬).’ 구형 자동차를 복원하는 ‘리스토어(Restore)’가 주목받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 엔진과 프레임까지 다시 태어난다. 현대 갤로퍼와 기아 프라이드가 인기 차종으로 꼽힌다. 각진 프레임이 풍기는 향수에 부품 공급이 용이하단 사정이 더해졌다. 덕분에 해당 차종은 중고차 거래시장에서 매년 20% 이상 매물이 늘고 있다. 자기 취향과 심미안을 채워줄 리스토어 시장을 이끄는 이들은 누구일까?

# “기계의 움직임과 소리를 느낄 때면 차와 하나 되는 기분이에요.”

경기 파주시에서 자동차 정비업소 ‘진 모터스’를 운영하는 하성진(37, 왼쪽 사진)씨가 차량을 정비하며 말했다. 하씨는 이곳에서 판금과 도장 등 차량 수리와 관련된 거의 모든 작업을 직접 한다. 친구의 갤로퍼 복원을 시작으로 5년간 틈틈이 작업한 갤로퍼가 벌써 일곱 대다. 2년 전부턴 갤로퍼를 베이스로 삼아 레이싱 카를 만들고 있다.

이날 하씨의 작업장을 찾은 갤로퍼 오너들은 “각진 프레임에서 풍겨나는 육중함, 중후함이 클래식 카의 매력”이라며 “유선형뿐인 요즘 차량에선 느낄 수 없는 감각을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 “한물간 차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신나는 예술이죠.”


▎박정수씨가 1988년 출시된 2세대 BMW M5의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박정수(31, 사진)씨가 ‘애마’ 1988년 식 BMW M5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 레이크워싱턴기술대(LWIT)에서 차량 정비를 공부한 박씨는 귀국 후 페라리코리아에서 기술자로 일하기도 했다. 박씨는 “내로라하는 정비소에 M5를 맡겨봤지만 불만족스러웠다”며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직접 정비하다가 재작년에 아예 경기 남양주시에 차고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차고를 연 뒤 매년 한 대씩 클래식 카를 구입해 복원하고 있다. 마음 맞는 후배 두 명을 불러 주말마다 함께 작업한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희귀 클래식 카 오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에이티 랩’이란 이름을 걸고 클래식 카 복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BMW M5가 출고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차량에 관한 정보를 기록한 문서들.



▎분해·조립 작업을 마친 1991년 식 갤로퍼 엔진을 ‘진 모터스’의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차량용 정비 공구 세계의 ‘샤넬’로 불리는 ‘스냅 온’은 모든 기술자가 꿈꾸는 아이템이다. 박씨가 미국에서 공수해왔다.



▎진 모터스에서 갤로퍼를 리스토어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갤로퍼로 만난 인연은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여행 다니는 친목모임으로 발전했다.



▎박씨가 ‘애마’ M5를 관리하려고 만들었던 차고는 어느덧 클래식 카 동호인들의 아지트로 떠올랐다. 박씨는 “자동차 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획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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