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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검증하다 

블랙리스트 수사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민정수석실 자체 검증에 경찰 세평 등 곁들여 분석 진행
후보자 지인 통한 평판조회가 부실검증 보완책이란 주장도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4월 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재풀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존안 리스트다. 그런데 직전 정권 때의 블랙리스트 문제로 인해 지금까지도 세상이 시끄럽다. 그런 마당에 비록 합목적(合目的)적일지라도 누가 대놓고 리스트를 만들어서 철저한 검증에 나설 수 있겠는가? 블랙리스트 수사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격이다.”

과거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의 진단이다. 이 인사는 “현 정부 들어 인사 관련 정보 취득 활동 자체를 범죄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강해지다 보니 책임지고 검증에 나서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심지어 정부 각 부처가 가지고 있던 인재풀 자료 같은 파일도 대부분 폐기했을 것이라고 그는 추측하기도 했다.

최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각각 지명 철회, 자진사퇴 형태로 낙마한 것을 두고 청와대를 향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졌다. 주요 타깃은 인사·검증 라인의 책임자인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이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조국 수석을 두고 여야는 연일 날 선 공방을 펼쳤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두 수석이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다”며 경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번 건은 언론이든 다른 쪽에서든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적은 특별히 들은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그래서 민정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사 쪽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런 지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청와대 인사 검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고, 결국 대통령이 지명했던 장관 후보자들은 지명이 철회됐거나 자진사퇴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윤 수석의 주장은 다소 억지스럽다는 인상을 준다고 정치권은 말한다.

물론 전체적인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을 살펴보면 청와대의 주장에도 일견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전문인력이 비공개 장소에서 샅샅이 뒤진다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에서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곳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다. 이 비서관실 산하에 인사 검증팀이 있고, 각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15~16명가량의 인력이 검증을 담당한다. 이들은 국세청·경찰청·출입국관리소·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 등 출신 공무원들이다.

인사검증팀은 청와대 내에서도 고도의 ‘철통 보안’이 요구하는 업무를 다룬다. 이런 이유로 같은 청와대 직원들과의 접촉도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 인사검증팀이 청와대 경내가 아닌 시내에 별도의 사무실을 운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다른 부서의 청와대 직원들은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성역과도 같은 곳이다.

인사검증팀원들은 고위공직자의 재산 및 금융거래 내역, 부동산 거래 현황, 세금·증여 문제, 출입국 이상 징후, 성 추문 등을 꼼꼼히 살핀다. 원래 자신이 속한 기관과의 협업 등 지원을 받는 건 기본이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사문화되다시피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7대 원칙에 기초한다. 예컨대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 7개 사안 해당자는 발탁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초기 방침이었다. 문제는 구체적인 기준이 모호하다는 사실이다.

가령 위장전입을 보자.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자녀 학교 배정 등의 목적으로 2회 이상 행한 경우 임용에서 배제한다’는 기준이 제시돼 있다. 시기·목적·횟수 등을 느슨하게 정해 놓았기 때문에 청와대 검증에서 문제 인사들을 걸러내기가 여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야당 등은 ‘말도 안 되는 인사기준’이라 비판하지만, 이렇게 인사기준을 세워 놓은 이유가 있다. 기준이 너무 빡빡하면 애초에 사람을 구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요직에 유력 인사를 발탁하려해도 엄격한 인사검증 잣대를 이유로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인물난에 허덕이다 보면 자연히 검증의 눈높이를 낮추게 된다”고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인사검증팀이 7대 원칙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요건일 뿐이고, 실제 청와대가 다방면으로 수집할 수 있는 후보자의 신상 자료는 꼼꼼하게 뒤진다. 재산 증식이 이뤄진 경로, 특이한 금융거래 여부, 직계 존·비속 등이 범죄에 연루된 사례 등이 모두 인사검증팀 도마에 오른다.

후보자와 관련된 성 추문 등도 검증 대상이다. 다만 이와 관련된 공식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에 경찰의 세평(世評,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평가나 비평)에 의존한다고 한다. 모세혈관처럼 전국 각지에 뻗어 있는 경찰의 정보망에는 유명 인사들의 다양한 동향이 잡힌다. 이상 징후 등이 보이면 인사 검증팀은 후보자 주변 탐문을 통해 진위를 가린다. 이런 검증을 통과하고 난 뒤에 비로소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청와대 나름의 촘촘한 검증을 통과해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들이 속속 터져 나오는 게 현실이다.

조동호 전 후보자는 해적 학술단체로 꼽히는 부실학회에 참석한 것이 중대한 결격 사유로 불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 철회 결심을 굳히게 된 결정타였다. 전 정권에서 인사검증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만일 조 후보자에 대한 학회 관련 제보가 있었다면 애초 후보자로 지명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는 후보자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기에 일반의 제보 기회가 아주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검증 난맥상은 국가기관 폄훼한 결과”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4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후보자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1단계 청와대 검증은 후보자가 공개된 이후 2단계 국회 및 언론 검증에 그 강도와 깊이에서 밀리는 경우가 속출한다. 제보의 유무가 그 차이를 결정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조국 수석을 감싸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아무리 거르고 또 걸러도 노출되지 않는 후보자의 ‘사적인 영역’들이 존재한다. 이는 제보가 아니면 도저히 밝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조동호 전 후보자의 부실학회 참석 논란만 해도 본인이 먼저 실토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밝혀낼 수 없는 부분이다.

인사검증팀에서 이런 유(類)의 일탈을 미리 상정하고 후보자에게 잠재적 가능성까지 물었다면 청와대는 제 역할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사검증팀에 학술 연구 영역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까지 요구하기는 어려울 듯한다. 윤도한 수석은 이번 인사 참사와 관련해 “청와대 인사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 게 부실 검증을 부른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여당 출신으로 최근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국정원 정보 부재가 부실 검증의 원인 중 하나라는 건 어느 정도 타당한 얘기”라고 했다. 그만큼 국정원 정보는 무게와 파괴력이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민간 사찰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국내 정보 부서를 전면 폐지했다. 국정원이 갖고 있는 인사 파일 역시 들여다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국정원 정보를 보지 않는 것이 부실 인사검증을 초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최근 들어 경찰의 정보 생산 능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고위공직자 검증시스템이 갖는 구조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조국·조현옥 수석을 감싸는 청와대의 논리는 다소 궁색해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책임이란 것은 결국 결과에 대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 정치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과 관련해 “계속해서 이어지는 인사 참사에 국민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따라서 부동산 투기 후보자들을 대거 추천한 것도 모자라 주식 투기 후보자를 검증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한 인사시스템과 인사검증 책임자는 책임질 것을 촉구한다”며 책임자 사퇴를 촉구했다.

전 정권에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여했던 한 법조인은 청와대 등 정부의 업무 역량 저하가 이런 인사 참사를 불러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 정부가 국정원, 검찰 같은 국가 사정, 정보 기관을 폄훼 내지 홀대한 반대급부가 부실한 인사검증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 법조인은 “제아무리 각 부처에서 파견된 ‘에이스 공무원’들이 검증에 참여한다고 하지만 한마디로 역부족”이라며 “현 민정수석은 철저한 검증을 지휘할 능력도 시간도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노영민 비서실장 “맞춤형 검증 진행하겠다”


▎4월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 사진:연합뉴스
지난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인사검증팀 소속이라 할지라도 국세청에서 온 사람은 세금 분야만 알지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며 “출신 기관별로 손발이 안 맞는 경우 엉뚱한 곳에서 구멍이 생긴다”고 전했다. 즉 개개인은 해당 분야의 최고 검증 전문가일 수 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안목을 가진 이가 조율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사고가 터지는 게 검증분야라고 이 인사는 강조했다.

청와대 인사검증팀이 후보자에 대해서 얻을 수 있는 자료는 방대하다. 이에 비해 국회가 받을 수 있는 자료는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후보자의 청문요구서를 보내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내용을 첨부하면 청문회 기능을 살리면서 중복된 자료 요구는 줄이는 2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컨대 청와대가 정한 7대 비리 기준, 12개 항목에 대한 검증 리스트를 청문요구서에 첨부하는 것이다. 해당 인사에 대해 ‘청와대가 철저히 검증했다’는 일종의 인증 마크인 셈이다.

이와 관련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4월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직무 특성 및 맞춤형 검증’을 예고했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현황 집중 검증,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검증 등이다. 7대 항목은 기본이고, 각 장관의 직무 특성에 따라 추가되는 검증이 있는 것이다.

최근 후보자들 낙마 과정에서는 부동산 문제가 자주 논란이 됐다. 부동산의 경우 투기와 투자의 개념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투자는 ‘여윳돈으로 은행 평균 이자 전후 수익을 위한 행위’로 정리할 수 있고, 투기는 ‘대출을 받은 뒤 은행 평균 이자의 50% 이상 수익을 받은 경우’처럼 기준을 정하면 인사검증 기준이 용이해진다.

민정수석실을 거쳐 인사위원회에 보고되는 장관 후보자들은 대통령에게 3배수로 보고되는 게 관례다.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낙점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평소 염두에 뒀던 후보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추천한 인사의 경우 이른바 ‘톱다운’ 방식으로 후보자 명단에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더 엄격한 잣대로 인사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이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 허수 2명 정도를 더 올린다. 그런데 대통령의 마음이 가 있는 인사에게는 아무래도 검증이 허술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결정적 하자나 흠이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후보자의 낙마로 인해 정권도 타격을 입게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증 시간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후보자 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장관 교체 한두 달 전에야 후임자를 찾다 보니 너무 급하게 진행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후임자를 물색해 놓아야 점검이 용이하다” 며 “그럴 경우 현 장관이 불쾌해할 수 있어 그렇게 가기도 어색한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검증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시스템은 보다 유기적으로 가동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문제다. 조동호 전 후보자의 해적 학회 참석 사실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비로소 드러났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철저히 검증한 뒤 여당과 공조를 논의하는 게 보통인데 요즘은 치명적인 흠결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 손을 쓸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현 청와대 검증시스템은 근본적인 하자를 안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경찰 위주의 세평 수집에도 한계가 있다. 특정 기관에만 의존하다 보면 크로스체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정원이 아니더라도 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 등을 동원해 후보자를 검증하는 시스템과 체크리스트를 만들면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현직에 있는 정보 파트 경찰 간부도 “경찰 정보가 밑바닥까지 훑는다고는 하지만 모든 걸 커버할 순 없다”면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 크로스체크가 제대로 되는지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크로스체크 시스템 구축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0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찾아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은 서훈 국정원장. / 사진 : 청와대
전 정권에서 민정수석을 지냈던 인사는 언론사의 취재 시스템 차용(借用)을 현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보완책 중 하나로 제시했다. ‘기자들의 취재→데스크 보고→보고 내용 취합→취사 선택→최종 보도’처럼 인사검증시스템도 유사한 경로를 밟는다면 지금보다 실책을 줄일 거란 주장이다.

전 정권 차관 출신의 법조인은 충분한 기간 확보와 준비의 필요성을 다음처럼 역설했다. “제대로 된 인재풀을 마련한 뒤 철저히 검증하려면 최소한 6개월은 걸린다. 또 인사 검증의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은 언제 개각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전제하에 늘 시나리오(리스트업)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인사검증을 한다면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사고가 터진다.”

인사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여권은 “인재가 너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야당은 “여권이 코드 인사에 집착하느라 스스로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한다. 조동호 카이스트 교수가 낙마한 과기부 장관의 경우 많은 이들이 장관직을 제의에 고개를 돌렸다는 후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귀띔한 민주당 의원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조 후보자보다 평가가 좋은 분들에게 먼저 제안이 갔는데 다들 거절했다고 하더라. 장관직을 제안받는 분들 가운데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들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정치에 뜻이 있으면 평소에 자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 “지금의 장관 후보자들의 경우 대체로 권위주의 시절에 자란 터라 과거의 관행에 젖은 경우가 많다”며 지적했다. 그래서 “지금은 국민 눈높이와 후보자 도덕성이 맞지 않는 과도기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낙마한 후보자 2명과 관련해 여야 구분 없이 터져 나온 비판 중 하나가 “서민 감수성을 키우라”는 것이었다. 최 전 후보자가 다주택자인 것을 알고도 청와대가 국토부 장관 후보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인재풀 넓히고 야당 입장에서 살펴봐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앞줄)이 4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지명 초기에 다주택 보유가 위법이 아니고 7대 검증 기준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밀어붙였다. 최창렬 교수는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며 청와대 감각이 둔해진 것”이라며 “촛불정부가 기득권화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인사 참사를 조동호 후보자의 거짓말 탓으로 돌린 점도 뭇매를 샀다. “조 후보자에게 속았다”고 탓하지 말고 거짓말을 걸렀어야 할 검증시스템이 무너진 걸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청와대는 조동호 지명 철회 사유를 (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 탓이 아니라 후보자 탓으로 돌렸다”며 “잘못을 책임지는 정부가 민주정부”라고 꼬집었다.

청와대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주식투자 문제를 간과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이 후보자의 주식투자 건은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게 여권 안팎의 지배적 견해다.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진위를 떠나 국민 감정을 거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4월 17일 현재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 후보자 낙마율은 17.5%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높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13명을 제외했음에도 그렇다. 인사 추천 및 검증시스템에 심각한 하자가 있지 않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앞서 김도읍 자유한국당 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장관급 인사를 기준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17명, 박근혜 정부에서는 10명이 청문보고서 채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명됐다. 인사청문 대상 후보자 중 제기된 여러 의혹으로 인해 청문회를 전후로 물러난 경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각각 11명씩이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청문 대상자 중 낙마한 인사가 최근까지만 8명이다.

검사장 출신의 법조인은 “이제라도 인사팀과 시스템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검증 대상과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폭넓게 인재를 고르고, 검증은 야당의 입장에 선 것처럼 가혹할 정도로 철저하게 해야 한다. 인력도 보강하고 필요하다면 사람도 바꿔야 한다.” 인사 검증 시스템의 전면적 리셋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민간기업들 가운데 직원 채용 시에는 지원자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성격이나 행적을 확인하는 곳이 더러 있다. 특히 경력직원 채용 시에는 SNS를 통해 지원자의 직장동료나 지인을 파악한 뒤 해당 인물에 관해 직접 묻는 등 적극적인 평판조회를 하기도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도 했다. “장관 후보자 가운데 정치인이 아닌 경우에는 기업·대학 등에서의 과거 언행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결격 사유를 사전에 발견할 수 있다. 이 방법은 국정원 ‘존안자료’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현 정부 청와대에서 세평을 챙길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201905호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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