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소문들 

 

이도훈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자리 잡은 3000여 개의 팔랑개비가 바람을 맞고 있다. / 사진:박종근
소문들이 몰려온다.
지구를 돌고돌아 불어오는 오색바람이다.
바람개비 뒤로 펄럭거리는 실타래는
또 어느 우주에 닿으려고 하는지
하늘을 파랗게 물들였다.

실오라기에 매달린 채 앵앵거리던
종이컵 전화기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들려온다.
지금은 전파에 밀려
유치원 부록교재 어디쯤에 접혀있겠지

바람도 그리움이 많아 다니던 길로만 다닌다.

파란 바다 건너,
아빠가 보고싶다는 딸에게도
노란 바람개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 이도훈 - 2015년 월간 [시와표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맑은 날을 매다]를 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기획간사와 도서출판 ‘도훈’ 대표, 문학잡지 [시마(詩魔)]의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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