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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이슈추적] 삼성과 文정부의 고민 응축된 ‘삼바(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삼성 방문은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지만…”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비메모리 반도체 133조 투자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수사가 중첩된 상황
수출과 일자리에서 ‘삼성 역할론’ 커지는 현실 속 與野 불문 관망 모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이분법적으로 보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에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또는 벤처기업이든 누구든 만날 수 있고 또 방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자가 되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5월 9일 KBS와의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간을 거슬러 4월 30일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동 건설 현장을 둘러볼 즈음, 수행에 나선 이 부회장의 언행은 평소 이미지와 달랐다. 문 대통령을 향해 손가락 3개를 들어 보이며 “이 건물 하나 짓는 데 들어가는 돈이 인천공항 3개 짓는 비용”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당장 “문 대통령의 삼성 방문, 이 부회장의 파격은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는 반응이 재계에서 나왔다.

다시 시곗바늘을 뒤로 돌려보자. 삼성전자는 4월 24일 비메모리 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4월 30일 삼성 방문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수소자동차와 더불어 문 정부 산업정책의 핵심 아이템으로 꼽힌다. 지난 1월 15일 청와대 초청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비메모리 진출이 어떠냐?”고 관심을 표명했을 정도다. 닷새 전인 1월 10일에는 이낙연 총리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았다. 간담회 보름 뒤인 1월 30일에는 홍영표 민주당 당시 원내대표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총리, 홍 원내 대표 모두 이 부회장을 만났다.

시계를 태엽 끝까지 되감아보면 2018년 2월 5일 뇌물공여 등에 관한 이 부회장의 2심 집행유예 판결이 있었다. 이후 침묵의 시간을 거친 뒤, 이 부회장은 그해 7월 인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서 문 대통령과 만났다. 그리고 한 달 뒤인 8월, 삼성은 3년간 180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건희 회장 건강 기사가 갑자기 나온 이유


▎인천 연수구 소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다. 회계사들은 “회계 처리의 재량권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다 올 들어 4월 29일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A상무와 B부장에 대해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증거인멸 혐의였다. 에피스의 팀장급 직원 C씨는 회사 공용서버를 떼어내 자택에 보관했다는 혐의로 5월 3일 긴급체포됐다가 풀려났다. 5월 5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대리 D씨가 긴급체포됐고, 7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5월 7일 인천 연수구 삼바 공장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공장 마루를 뜯어내고 회사 서버와 노트북 등을 확보했다. 수사의 모든 고리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수렴된다.

거의 동(同)타임에 정부와 삼성은 ‘교감’하고, 검찰은 삼성을 수사하는, ‘투 트랙’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 타이밍에 언론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건강 상태에 관한 보도들이 나왔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5년째 투병 중이다. 의식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안정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삼바와 에피스 수사,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는 이 부회장의 기업 승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될 만한 사안들이다. 언젠가 이 회장이 사망하면 유가족은 상속세를 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약화될 수 있다. 2019년 1월 기준으로 삼성그룹 상장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51.5%였다. 투기자본이 이윤극대화를 위해 삼성의 지배권을 흔들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의 생명이 유지될수록 삼성은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다.

즉, 앞에서 본 삼성 관련 주변 요인들이 안정화하는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재점화된 삼바 사태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의도적으로 분식을 한 게 아니냐(검찰)’와 ‘규칙에 어긋나지 않게 회계를 적용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삼바)’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이는 결국 법정에서 진위를 가리게 될 것이다.

판결의 향배와 별개로 이 사안은 본질적으로 한국적 자본주의 풍토에서 기업 승계의 문제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6월로 예상되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지원하는 대가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이 뇌물을 줬느냐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다. 1심은 이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해 법정구속을 시켰지만, 2심에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9월 1일 이뤄졌다. 제일모직은 당시 비상장 회사였던 삼바의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삼바 아래에 자회사로 에피스가 있었다. 에피스는 삼바가 85%, 미국의 바이오젠이 15%의 지분을 투자해 2012년 만든 회사다. 비상장 회사였기에 그 외의 기타주주는 없었다.

삼바는 다른 제약회사의 의뢰를 받아 약품을 대량생산하는 CMO(위탁생산)를 주력사업으로 해왔다. 그래서 자체적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를 만들고자 에피스를 설립한 것이다. 그 파트너가 바이오젠이었다. 즉 삼바의 자본력과 바이오젠의 연구인력이 결합한 것이다.

바이오 기업의 특수성 vs 기업 가치 뻥튀기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산업의 쌀’인 반도체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설립 당시, 바이오젠을 끌어들이고자 삼바가 꺼낸 제안이 콜옵션이었다. 이를 테면, 나중에 에피스가 잘돼서 1만원이었던 주가가 3만원이 된다고 가정하자. 이때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3만원짜리 주가를 1만원에 내주겠다는 것이다. 즉 바이오젠은 2만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 만약 회사가 잘 안 돼서 주가가 5000원으로 떨어지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된다. 바이오젠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굳이 삼바와 손잡을 이유가 적었을 것이다.

단 바이오젠이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은 한도가 있었다. ‘총 지분율의 50%-1주’까지만 가능하게 제한했다. 얼핏 ‘바이오젠은 경제적 이득만 취해라. 지배권은 삼바가 갖는다’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콜옵션에 관해 에피스는 감사보고서에 공시를 하지 않았다. 그 배경을 놓고 회계사들 사이에서도 “분식회계의 시작이다”, “상장될지조차 모르는 존재감 없는 회사에서 그런 공시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로 견해가 엇갈린다.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결정할 때인 2015년 삼바의 당기순이익은 1조9049억원을 찍었다. 2014년까지 삼바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계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삼바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것은 곧 제일모직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그만큼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의 합병에서 유리해졌다. 이렇게 삼바의 당기순이익이 급성장한 근거는 에피스였다.

이 구조를 이해하려면 엔터테인먼트 혹은 게임 회사와 흡사한 바이오 업계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당장은 없어도 언젠간 한 방이 터질 것이란 기대심리가 회계법인이 시행한 에피스 주식평가에 반영된 것이다. 이를 측정할 때 DCF(현금흐름할인법)가 적용됐다. 미래 현금흐름을 미리 당겨 당기순이익에 넣는 방식이다.

이를 분식이라 여기는 측은 에피스~삼바~제일모직의 가치는 연쇄적으로 ‘뻥튀기’ 됐고, (합병 전까지 삼성물산 주식이 없었던) 이 부회장의 기업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분식이라 여기지 않는 측은 합병은 그룹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판단일 수 있고, 바이오 업종 가치 평가의 특수성과 회계 절차를 고려할 때 딱 떨어지는 위법은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의도성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삼바 주식 거래 재개는 ‘털고 가자’는 시그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2004년 5월 대기업 회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모 회계사는 “대다수 사람들은 숫자를 다루니까 회계학이 통계 외 다른 여지가 없는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그 숫자를 해석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에피스의 지배력 평가와 가치산정 방식이 타당했느냐는 두 번째 쟁점이 등장한다.

풀어쓰면 삼바는 2015년 에피스의 회계기준을 종속법인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다시 말해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삼바는 에피스의) 실질적 지배력이 없다’고 상정한 것이다. 이런 전제에서 미래 예상이익을 현재가치로 측정하는 DCF 방식이 적용됐다. 그 결과 에피스의 가치는 29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급등했다.

‘뭔가 이상하다’와 ‘위법이다’는 엄연히 다른 말이다. 한국외대 이상윤 석사와 남기석 교수의 학술논문 ‘지배력 기준에 대한 기업의 재량적 판단 가능성’은 삼바를 사례로 삼았다. 논문은 삼바가 국제회계 기준, 바이오젠이 미국회계 기준이라는 다른 틀을 적용한 상황이라 판단이 더 애매해졌다고 봤다.

그리고 2016년 삼바가 상장됐다. 2015년 11월 상장요건이 개정된 데 힘입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세 번째 논쟁인 특혜상장 시비가 발생했다. ‘과거 3년 평균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3년간 총 60억원 이상 이익을 내야 하는’ 기존 상장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매출과 이익에 상관없이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이면서 자본금 2000억원 이상인 기업도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게 됐다. 삼바가 바로 이 케이스에 해당돼 상장된 회사였다.

이를 두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했던 절차’라는 주장이 나왔다. 합병 시, 제일모직이 고평가(제일모직 1 대 삼성물산 0.35)될 수 있었던 핵심 근거는 (제일모직이 지분 46%를 보유한) 삼바의 지분 가치였다. 당시 삼성물산의 지분 11.21%를 가지고 있던 대주주 국민연금도 이를 근거로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를 포함하는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고도 할 수 있다. 삼성은 승계와 무관한 합병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합병 이전 시점에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4%를 소유했고, 삼성물산 주식은 갖고 있지 않았다.

이후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됐고,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동일한 처분을 받았다. 합병 찬성으로 국민연금에 1388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배임 혐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8년 8월 항소심(2심)에서 징역 25년형, 벌금 200억원을 선고 받았다. 그 근거 중 하나로 재판부는 ‘삼성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평가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연쇄적 파장을 일으킨 삼바 사태는 2018년 11월 14일 주식 거래정지 판결이 나면서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후 한국거래소 심사를 거쳐 12월 10일 거래가 재개됐다. 이후 한동안 잠복된 듯했지만 삼바와 에피스 회계처리에 관여한 회계사들의 진술 번복과, 삼바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정황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의도성’ 부분에서 삼성이 불리해질 수도 있는 형국이다. 물론 아직까지 위법이라 단정할 결정적 증거는 없다. 회계처리도 워낙 전문적 영역이라 논쟁의 영역이다.

어쨌든 한쪽에선 삼성의 투자가 절실하고, 다른 한편에선 삼성을 수사하는, 민감한 지점에서 정부는 삼성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관해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진보 진영의 한 인사는 “정부도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삼바의 거래정지를 해제한 것은 ‘이제 털 수 있는 것은 털고 가자. 그 대신 정부 정책에 조응하라’는 암묵적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당장 ‘대마불사’란 비판을 듣더라도 삼바가 상장폐지될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를 피하려는 정무적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의 삼성공장 방문에 대해서도 이 인사는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 같다”라며 “만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방향 설정이) 가닥을 잡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 없는 산업정책은 불가능하다

2019년 1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분기(-3.3%) 이래 최저치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폭은 2012년 2분기 이래 6년 9개월 만에 최저로 나타났다. 수출감소 탓이다.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반도체 산업 업황은 비관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문 대통령 집권 2주년에 즈음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경제와 일자리 부문에 대해 가장 큰 갈증을 표출했다.

이 지점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자면 선도기업 삼성 역할론이 현실적으로 절실하다. 특히 고용 이슈에서 그렇다. 여권도 핵심 지지층만 보고 정치할 게 아니라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그런 정서를 담은 이 인사의 예상은 그래서 경청할 만하다. “법리적 판단은 검찰과 법원에 넘겨줘야 될 부분이다. 이 부분은 정무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수사는 검찰의 영역이다. 원칙대로 가되, 다만 세간에서 말하듯 삼성을 끝까지 몰아붙여서 (투자와 고용을) 더 얻어내려는 식의 접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음미할 대목은 삼바 사태에 관한 민주당의 신중한 자세다. 박용진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일종의 역할분담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금 민주당이 야당이었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라’는 메시지가 나왔을 것이다.” 즉 일부만이 강경론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검찰 수사에 맡기고 보자는 스탠스에 가깝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서도 삼성 문제에 대해선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정치권에서 굳이 사태를 키우지 않고, 더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적법성에 관한 대법원 선고는 6월로 예상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 자체가 시장으로 이동했다”는 말을 남겼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생각이 경제 정책에 반영됐다’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였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만큼 정부의 산업정책이 부재했다는 반증이다. 실용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노 대통령이기에 삼성의 협력이 필요한 현실을 수긍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소득주도 성장, 친노조 정책에서 드러나듯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비해 이념적 색채가 짙은 편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 산업정책의 힘겨움은 문 대통령도 집권 2년 동안 절감했을 법하다. 수원시정연구원 조용준 박사는 “결국에는 과거 보수 대통령과 다를 바 없이 진보 대통령이라도 대기업 총수를 만나거나 비메모리 반도체, 수소차 같은 특정 산업을 콕 집어 발언하는 것이 산업정책의 마지노선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대통령만큼 대기업 총수의 투자의욕을 끌어낼 사람도 없고, 이런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결합돼 정부의 산업정책 좌표가 형성되는 게 현실적”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삼성이 자리한다.

201906호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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