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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21대 국회 향한 분투기 

재선 확률은 10%··· 살아남으면 몸집은 두 배로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대 국회 총 47명 가운데 30명가량 내년 총선 출마 예정
민주당은 비문, 한국당은 친박 물갈이 폭이 변수 될 수도


▎19대 국회 전체 비례대표 54명 중 20대 국회에서 지역구 재선 의원으로 살아남은 경우는 5명에 불과했다. / 사진:연합뉴스
"당의 강세 지역에는 기존 의원들이 버티고 있어서 뚫기가 어렵다. 아니면 험지(險地)로 나가야 하는데 그런 곳은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에서 밀린다. 부동산·주거정책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살리고 싶은데 어찌될지 모르겠다.”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아직까지 ‘출전(出戰)’ 지역구를 정하지 못한 김현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은 연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내년 총선에 반드시 출마하고는 싶은데 지역구가 마땅치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 의원은 “우리 당뿐 아니라 여야를 통틀어 비례대표 국회의원 상당수가 내년 제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몇 명이나 지역구에 안착하고, 최종적으로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아니겠나”라며 입맛을 다셨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는 없지만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에 입성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4년으로 의정활동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희망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비례대표들의 다음 총선 지역구 생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았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가 20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통해 재선 고지에 오른이는 모두 5명이다. 19대 국회 전체 비례대표 의원 수가 54명이니 채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교롭게도 20대 총선 지역구 생환자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남인순 의원은 서울 송파병에서, 진선미 의원은 서울 강동갑에서, 한정애 의원은 서울 강서병에서, 도종환 의원은 청주 흥덕구에서, 홍의락 의원은 대구 북을에서 각각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남인순·진선미 의원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로 통했던 지역구에 나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누가 나가고 누가 접을까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3월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정애 의원은 분구(分區)가 되면서 신설된 지역구에서 배지를 달았다. 도종환 의원은 노영민 전 의원(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격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해당 지역구를 물려받게 됐다. 홍의락 의원은 총선 직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 후 복당했다.

그렇다면 20대 국회 여야 비례대표들의 내년 총선 생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월간중앙 취재 결과 제20대 국회 여야 비례대표 의원 총 47명 가운데 내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이는 3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자유한국당 유민봉·조훈현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 세 명은 명확하게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10여 명은 출마 여부 또는 출마 지역구를 확정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기획수석 등을 지냈고, 조 의원은 세계 정상급 프로 바둑기사 출신이다. 이 의원은 보수 논객이자 중앙대 법대 교수로 이름을 날렸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중에는 권미혁(안양 동안갑)·김현권(구미을)·박경미(서울 서초을)·송옥주(화성갑)·심기준(원주갑)·이재정(안양 동안을)·정춘숙(용인병)·제윤경(사천·남해·하동) 의원 등이 출마 예정 지역을 잠정 결정했다.

한국당에서는 강효상(대구 달서병)·김규환(대구 동을)·김승희(서울 양천갑)·문진국(서울 강서갑)·윤종필(성남 분당갑)·임이자(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 등이 출마 준비에 분주하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김삼화(서울 강남병)·김수민(청주 청원)·김중로(세종)·박주현(전주을)·신용현(대전 유성을)·이동섭(용인갑)·임재훈(안양 동안을) 의원 등이 지역구 출마로 가닥을 잡아가는 중이다.

정의당은 김종대(청주 상당)·윤소하(목포)·이정미(인천 연수을)·추혜선(안양 동안을) 의원 등 비례대표 4명 모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의당은 전체 의석 6석 가운데 지역구는 2석뿐이고 4석이 비례대표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의 김성수·이수혁·이용득·이철희·최운열 의원 등은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거나, 출마 의사는 있으나 아직까지 지역구를 결정하지 못한 사례로 분류된다.

한국당에서는 김성태·김순례·김종석·김현아·송희경·신보라·유민봉·이종명·전희경·조훈현·최연혜 의원 등이 불출마 또는 출마 여부 미정이거나 지역구를 결정하지 못한 케이스로 거론된다.

바른미래당에서는 박선숙·이상돈·장정숙·채이배·최도자 의원 등이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출마 여부 또는 출마 지역구가 미정인 상태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놓고 보면 내년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의 하나로 안양 동안을이 손꼽힌다. 현역인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에 맞서 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정진후 비례대표 의원이 심 전 부의장에게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아픔이 있다.

성남 중원도 내년 총선에서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 4선 신상진 의원에 맞서 민주당에서는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비례대표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윤영찬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일찌감치 이곳에서 출마를 선언한 만큼 민주당 예선전부터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비례대표 의원의 지역구 도전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4년 비례의원 임기 동안 운신의 폭이 좁아서 그렇다. 지역구에 눈길을 줄 경우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또 현역 의원의 지역구를 넘본다는 말을 들을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의 지역구 정착은 ‘개척’이라고 부를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 나돈다.

치열한 눈치작전… 쉬운 곳은 없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3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도심 노후 주택지역 재생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비례대표 영입 당시 공천 상위 순번을 받는 등 ‘귀하신 몸’ 대접을 받았다고 해서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당에서 자발적으로 모셔올 때와 의원 스스로 지역구를 뚫어야 할 때의 상황은 천양지차다.

지난해 6월 문미옥 전 의원이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임명되면서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이수혁 민주당 의원.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을 지낸 전문 외교관 출신인 그는 비례대표직을 승계하기 전인 지난해 1월 전북 정읍·고창 지역위원장에 임명됐다.

이곳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하정열 후보가 국민의당 유성엽 후보(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에게 패한 곳이다. 호남 전역에서 거세게 몰아닥친 국민의당 바람(전체 28석 중 23석 획득)에 힘입어 유성엽 의원은 47.96%의 득표율로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에게 압승을 거뒀다. 유 의원은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 민주당 후보를 꺾었을 만큼 이 지역에서는 영향력이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이 지역 지역위원장에 선임된 데 이어 비례대표직을 승계하며 보폭을 넓혀가던 이수혁 의원은 올해 3월 돌연 지역위원장 사퇴서를 당에 제출했다. 이 의원은 아직까지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이 지역 출신인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노총 여성위원장 출신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은 일찌감치 지역구를 정하고 밭갈이에 나선 경우로 분류된다. 2016년 총선에서 한국당 비례대표 3번 공천을 받았던 그는 총선 다음 해인 2017년 2월 경기 안산 단원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에 임명됐다. 이 지역구에서만 두 번(18, 20대) 당선된 박순자 3선 의원이 탈당하자마자 당시 새누리당은 임 의원을 새 당협위원장에 임명한 것이다.

임 의원은 지역구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해 5월 박순자 의원이 한국당에 복당한 데 이어 12월에 당협위원장직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에는 20대 국회 후반기 국토교통위원장으로도 임명됐다.

안산에서 이삿짐을 싼 임 의원은 자신의 고향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에 출마하는 쪽으로 물꼬를 틀었다. 이 지역의 맹주는 친박 실세로 알려진 김재원 3선 의원. 당 공천 방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정치적 ‘덩치’만 보면 임 의원으로서는 쉽지 않은 승부다.

민주당 전략기획 파트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한 인사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적 두각을 나타낸 사례로 박영선 장관을 꼽는다. “비례대표 의원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변신하는데도 참 많은 운이 따라야 하는 것 같다. 제17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박영선 민주당 의원(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경우 18대 총선 때 김한길 전 의원의 불출마로 자리가 빈 서울 구로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총선에서는 서울 48개 지역구 중 한나라당 40석, 민주당 7석, 창조한국당 1석으로 한나라당의 독무대였다. 그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박 의원은 20대 총선까지 내리 세 차례 더 당선되면서 4선 고지에 오르더니 결국 오늘날 장관으로도 발탁되더라.”

“저격수로 나설 분을 찾습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가 20대 때 지역구에서 나란히 재선 고지에 오른 도종환·진선미(오른쪽) 민주당 의원. / 사진:연합뉴스
돌아보면 3년 전 20대 총선 결과에 많은 이들이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초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노렸고, 민주당은 단독 개헌저지선인 100석 이상만 해도 성공이라 할 정도였다. 당시 한국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월간중앙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총선에서 180석+알파를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비록 1석 차이긴 하지만 민주당이 123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고, 한국당은 2당으로 밀렸다.

이런 역사를 잘 아는 여야는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경쟁적으로 물갈이 공천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핵심 관계자가 ‘현역 물갈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거론함에 따라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대 총선 직전이던 2016년 3월 20일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원장은 6월 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있었고 그 뿌리가 되는 20대 총선 공천의 후유증이 있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므로 현역 물갈이 폭도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도 공천 룰이 있었지만 그것을 무시하는 지도부 실세들의 전횡이 있었다”며 “‘자기 사람 심기’ 유혹을 뿌리치고 룰에 입각하겠다는 당대표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정치혁신특위는 공천 시스템 개혁 등을 논의하는 당내 기구다. 신 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20대 공천 후유증을 언급한 것을 두고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신 위원장은 최근 잇따른 ‘막말’ 논란과 관련해서도 “실효적 조치를 하려면 결국 공천 불이익을 주는 수밖에 없다”며 “(공천 심사에서) 감점, 삼진아웃제, 경우에 따라서는 공천 배제까지 들어가는 강한 조치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공개했다.

대규모 물갈이론은 한국당 지도부 내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공천 과정에서 확실한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현 정권이 아무리 큰 실정(失政)을 해도 총선에서 우리 당이 이기기 어렵다”며 “2000명에 이르는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도 혁신 공천을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일각에서는 경쟁력 있는 비례대표의 공천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김현아 비례대표 의원이 거론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부동산 전문가인 김 의원을 고양시로 출마시키자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서울 강남을 당협위원장에 지원했다가 탈락했으며, 현재 내년 총선 출마 지역구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고양시에는 유은혜(교육부 장관)·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심상정 등 범여권 여성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이 지역에서는 최근 들어 정부의 3기 신도시 추진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주민들의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5월 고양시에서 열린 ‘무분별한 신도시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토론회에 대거 참석하는 등 고양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수도권에서 여당 실세들과 맞붙게 되면 국민적 관심이 고조될 것”이라며 “비례대표 의원이기 이전에 정책 전문가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면 다선(多選)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선 이상 중진을 잡아라!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8년 12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야를 통틀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비례대표 의원은 15명가량 된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인 세대교체론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안양 동안을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여야 비례대표 의원 3명이 심재철 한국당 5선 의원의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3번 공천을 받았던 송옥주 의원은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의 경기 화성갑을, 같은 당의 정춘숙 의원은 한선교 한국당 4선 의원의 용인병을 출마 예정 지역구로 정했다. 김규환 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4선 의원의 대구 동을에서, 강효상 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은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의 대구 달서병에서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육군 사단장 출신인 바른미래당의 김중로 비례대표 의원은 7선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세종시에서 출마할 계획이고, 같은 당의 신용현 비례대표 의원은 이상민 민주당 4선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유성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진을 맞대결 상대로 정하는 비례대표 의원이 많은 것은 지역구 여론과 당선 가능성 등을 두루 감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선이 주는 피로감과 정체(停滯)를 비례대표 의원 특유의 전문성이나 참신성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외형적으로만 보면 다선의 정치적 영향력이 큰 것 같지만 그에 못지않게 반감이 클 수도 있다”며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성실한 의정활동과 전문성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만 있다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지라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선 중진들과의 맞대결 자청 움직임이 한국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주당에 많은 건 당의 공천 룰과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최근 민주당은 ‘현역은 엄격하게, 신입은 관대하게’라는 큰 틀의 공천 방침을 공개했다. 공천 룰에는 ‘정치 신인에게 10~20%의 가산점을 준다’ ‘현역 의원은 원칙적으로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온전한 신인은 아니지만 신인에 가깝다고 할 수는 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로 갈 경우 신인에 준하는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면서 “말이 현역 의원이지, 지역구에서는 몇 년 동안 닦아온 다른 의원들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들 가운데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은 다선 중진 지역구로 내보내서 공정하게 승부를 벌이도록 하는 한편, 젊은 인재들은 비례대표 공천을 통해서 21대 국회로 들어오게 하는 그림도 그려지는 것으로 안다”고 당내 기류를 전했다.

내년 총선에 출마 가능성이 높은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를 살펴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거의 절반인 13곳에 이른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직능대표 또는 전문가 자격으로 국회에 입성한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기존 지역구 의원들에 견줘 지역기반이 취약하다. 따라서 향토색이 강한 지방보다는 수도권 공략이 용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왜 수도권·험지로 몰릴까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색이 강하고 지연·학연·혈연 등이 복잡하게 얽힌 지방의 표심을 뚫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며 “대부분 수도권에서 활동해 온 만큼 자신의 경력을 지역과 연계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당내 경선을 치르려면 당원들과의 스킨십이 활발해야 한다”며 “아무래도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지역구도 급하게 정해야 하는 비례대표 의원 입장에서는 수도권이 당원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풀이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같은 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선뜻 도전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도의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같은 당 지역구 도전이 험지 출마보다 결코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험지에서 당선됐을 경우 정치적 위상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도권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은 “다른 당이 차지하고 있던 지역구를 가져올 수 있다면 ‘플러스 2’의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른바 험지로 불리는 곳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정치적 몸집도 이전보다 훨씬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07호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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