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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트럼프를 닮아가는 아베의 선택 

톱(Top)은 제멋대로 해도 좋다? 

“선거가 전부”라는 미·일 정상의 목표지향성이 한·미·일 3국에 부메랑
일본은 남을 배려하는 무사도 정신으로 한·일 갈등 해소에 나서야


▎2018년 6월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아베 일본 총리(왼쪽)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6월 28일과 29일에 개최된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사카 정상 선언의 중재자가 된 의장국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지금 세계 경제는 무역을 둘러싼 긴장으로 인해 여전히 하락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며 적절한 행동을 취해 강력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에 G20은 뜻을 같이했습니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급속한 변화에 대한 불안이나 불만이 국가 간 대립을 낳고 있습니다. 전후의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린다는 염려와 관련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세계 경제를 이끄는 원칙을 확실히 세우는 것입니다. 자유, 공정, 무차별, 열린 시장, 공평한 경쟁 조건, 이러한 자유무역의 기본 원칙을 이번 G20에서는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높이 선언한 직후인 7월 1일 월요일 아침, 일본의 경제산업성(省)은 ‘대한민국 수출 관리 운용의 재검토에 대해서’란 입장문을 발표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었다.

“경제산업성은 외환 및 외국무역법에 근거해 수출 관리를 적절히 하기 위한 관점에 입각, 대한민국 전용의 수출에 대해 엄격한 제도의 운용을 합니다.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구축되고 있으나 관련 부처에서 검토한 결과 한·일 간의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민국과의 신뢰관계하에서 수출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졌고, 대한민국과 관련된 수출 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함에 따라 수출 관리를 적절히 한다는 관점에서 엄격한 제도를 운용합니다.”

이처럼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발동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하의 2가지다.

①한국에 관한 수출 관리상의 카테고리 재검토

7월 1일부터 한국에 관한 수출 관리상의 카테고리를 재검토하기 위해, 외국환관리법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나라(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에서 대한민국을 삭제하기 위한 정령개정에 대해서 의견 수렴 수속을 개시한다.

②특정 품목의 포괄 수출 허용에서 개별 수출 허가로의 전환

7월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리지스트,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 및 이와 관련된 제조 기술의 이전(제조 설비의 수출도 포함)에 대하여 포괄 수출 허가 제도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개별적으로 수출 허가 신청을 요구하며 수출 심사를 한다.

다음날인 7월 2일, 아베 총리 측근으로 알려진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성 장관이 기자 회견을 열었다. 세코 장관의 회견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에 진행되는데, 우선 장관이 발표 사항 등을 말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서 세코 장관이 첫머리에서 발언한 것은 경제산업성이 주최하는 축제, 야마가타 현에서 발생한 지진, 그리고 경제산업성 간부 인사에 대한 3가지뿐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기자의 질문에서는 5개 연속으로 한국에 대한 제재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러자 세코 장관은 굳은 얼굴을 풀지 않은 채,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과의 사이에서 지금까지 양국 간 쌓아 온 우호 협력 관계에 어긋나는 한국 측의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고, 더구나 옛 조선반도 출신 근로자 문제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도 G20까지 만족스러운 해법이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관계 부처와 다방면으로 논의한 결과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현저하게 훼손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수출관리제도란 국제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구축되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신뢰 문제로 수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한국에의 수출 관리와 관련하여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한 점도 있어 엄격한 제도 운용에 나서 완벽히 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를 닮은 일본 경제산업장관의 트위터 내용


▎7월 6일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사카 상점가에서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7월 3일 세코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모두 11차례나 한국에 대한 제재에 관한 메시지를 올렸다. 전날의 보도를 보니 언론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상당히 초조해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경위 ① 이전부터 한국 측의 수출 관리(캐치 올 규제)에 불충분한 점이 있고 부적절 사안도 다수 발생했지만, 한·일의 의견 교환을 통해서 한국이 제도 개선에 임하고 제도를 적절히 운용해 나간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본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의견 교환의 기회가 없어졌다]

[경위 ② 또한 최근, 이번에 수출 허가를 요구하기로 한 제품 분야에서 한국과 관련된 수출 관리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

[경위 ③ 이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양국 간 쌓아 온 우호 협력 관계에 어긋나는 한국 측의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랐고, 더구나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G20까지 만족스러운 해법이 제시하지 않았으며, 관계 부처와 논의한 결과,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경위 ④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구축된 것으로, 경위 ①, ③을 고려한 결과 한국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수출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 까다로운 제도 운용을 통해 완벽히 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세코 장관의 트위터를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태평양 건너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세코 장관은 소위 ‘아베 이노치’(安倍命, 아베 총리만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줄이라고 신봉하는 정치인)의 전형이다.

“아베 정권의 모든 일정은 7월 21일 참의원 선거에 집중”


▎지난해 12월 발생한 초계기 레이더 조사 사건이 한·일 안보 협력의 기반을 흔들었다.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한국을 비난했다. / 사진:국방부
예를 들면 세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부하(경제산업성 관료)나 담당 기자들에게 대체로 평판이 박하다. 관료들은 ‘아베 총리만 보고 일한다’, ‘프라이드가 지나치게 높은 데 비해 정책을 깊은 차원에서 이해하지 못한다’는 등의 비판을 한다. 또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관료와의 개별 접촉마저 금지되어 만날 때는 반드시 상부의 허가를 받고, 복수로 만나 면회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정책 내용보다 TV 화면에 나오는 것에만 신경 쓴다’ 등의 비판이 있다. 부하들은 언제 해고당할까(혹은 좌천될까) 좌불안석이고, 기자와는 견원지간이니, 확실히 ‘미니 트럼프’ 상태인 것이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선거에 무엇이든 이용하려는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잘 알려진 대로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 마찬가지로, 세코 장관도 7월 21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로 머리가 아픈 것이다. 선거에서 5번째 당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연일지 몰라도 한국에 대해 3개 품목의 수출 제재를 부과한 7월 4일은 참의원 선거 고시일이었다. 이날 세코 장관은 장관 업무도 팽개친 채, 오사카 근교에 있는 자신의 지역구인 와카야마 현에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트위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올라와 있었다.

‘이른 아침의 와카야마 성. 드디어 오늘부터 나에게 있어서는 5번째 당선을 목표로 한 참의원 의원 선거가 공시됩니다. 아침 9시부터 JR 와카야마역 앞에서 출정식을 한 뒤 신구, 다나 봐, 고등보통학교, 나리타, 하이난, 이 와대, 기누가와, 하시모토에서 가두 연설회를 개최합니다. 힘든 일정입니다만, 전력으로 현 구석구석을 달리겠습니다.’

이때부터는 이미 선거 모드 일색이다. 헬리콥터까지 동원하며 연일 와카야마 현을 누비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금 일본에서는 하나의 가설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이번 전대미문의 ‘한국 때리기’는 아베 정권에 의한 선거용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 진위에 대해, 한 총리 관저 관계자에게 질문을 던지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내 입으로는 뭐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베 정권은 올해의 모든 일정을 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월 1일에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연호를 교체했다. 왜 일본인이 가장 편리한 1월 1일에 교체하지 않고 5월 1일로 했을까? 더구나 국민이 기뻐하도록, 전대미문의 10일 연휴를 만들었다.

또 6월 28일과 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왜 장마철이며 태풍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시기에 세계 37개국의 정상들을 오사카에 모은 것일까? 회장을 도쿄가 아닌 오사카로 한 것은 오사카는 (야당) 유신모임의 본거지로 자민당이 가장 취약한 대도시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참의원 선거 직전 아베 총리가 평양에 가서 김정은과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는 납치문제를 둘러싼 북·일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실현되지 못했지만, 어쨌든 모든 것을 총동원해 선거에 임한다는 것이 아베 정권의 방침이다.

요즘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인 중 상당수가 불쾌감을 가진 만큼 한국 때리기를 선거 전에 하겠다는 의미도 고려했을 것이다.”

한·일 관계는 잘 알고 있듯이 지난가을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징용 문제를 둘러싸고 신일본제철에 배상 판결을 내렸다. 11월 29일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서 같은 판결이 나왔다. 12월 20일 한국 해군 구축함이 해상 자위대의 초계기에 화기 관제 레이더를 조사했다.

올해 들어서도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월 9일 일본이 징용판결 문제로 양국 정부간 협의를 요청했지만 한국 측은 무시했다. 또 양국간 레이더 문제 협의도 중지됐다.

5월 1일은 징용 재판의 원고 측이 신일본제철 등 자산 매각 명령을 법원에 제기했다. 같은 달 20일, 일본은 중재위원회 설치를 한국에 요청했다. 6월 28일에는 오사카에서 한·일 두 정상이 ‘8초 악수’를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의장국의 아베 총리와 G20 멤버이면서도 유일하게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정상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정서는 확실히 악화하고 있다. 내각부는 매년 연말에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10.2%, ‘약간 친밀감을 느끼는 편이다’는 29.3%, ‘별로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가 31.0%,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가 27.0%로 조사됐다. 즉 긍정(39.5%) 부정(58.0%)적 반응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 반년이 지난 지금 같은 여론 조사를 한다면, 부정적 응답이 70% 전후를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나의 추론일 뿐이지만, 어쨌든 혐한 감정이 날로 강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한국에 대한 제재는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12년 전 참의원 선거 대패의 ‘악몽’


▎한국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7월 4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경제 보복 조치에 항의하고, 강제 징용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지적해 두고 싶은 것은 ‘선거가 전부’라는 아베 총리의 심정에는 독기가 서려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지금부터 12년 전 7월, 당시 아베 정권은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악몽’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선거를 취재했던 필자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선거 연설보다 매미의 목소리가 더 컸던 한여름의 7월 29일 선거가 실시됐다. 이때 ‘헌법 개정’을 밀어붙이려는 아베 정권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아베의 자민당은 선거 전 64석에서 37석으로 의석이 줄어드는 역사적인 대패를 당한 것이다.

필자는 이날 도쿄 나가타초에 있는 자민당 당사의 선거본부를 취재했는데, 오후 8시 투표가 끝나자 NHK를 비롯한 일본 방송들이 일제히 선거결과 예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모두 ‘자민 대패’라고 하는 큰 문자가 화면을 장식했다.

자민당 당사의 선거본부에서는 당선된 후보들의 이름에 붙일 많은 꽃 배지를 준비했지만 참패를 당하면서 본부는 일순간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오후 9시가 넘어 아베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선거 본부에 도착했다. 우리 기자들은 모두 총리가 사임 표명 회견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역사적 대패를 당하고도 내각 총리직을 사퇴하지 않는다는 선택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잔뜩 늘어선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서 “오늘의 결과는 내일 다시 이뤄내겠다”고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회견장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내 옆에는 영국 BBC 방송국의 도쿄 특파원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일본어를 못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나에게 물어 왔다. 나는 간단히 설명해 줬다. 그러자 그녀는 벌떡 일어서, 그 자리에서 런던을 향해 생중계를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이런 대패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사퇴도 하지 않겠다고 버텼습니다. 같은 정치제도를 가진 영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지금 도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아베 총리에 대한 여론은 불같이 화를 냈다. 일본 국민은 물론, 자민당 내부로부터도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결국 집권 후 꼭 1년을 맞은 2007년 9월 26일, 아베 총리는 컨디션 불량을 이유로 사퇴 표명과 함께 게이오대학 병원에 입원해 버린 것이었다.

그때는 정말 볼썽사나운 정권 붕괴였다. 그 12년 전의 여름에 견줘보면 분명 아베는 권토중래를 기약하고 부활한 것이다.

‘맹수조련사’ 아베


▎서울시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 사진:연합뉴스
2012년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부활했을 때 강하게 마음에 새긴 교훈이 있다.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선거가 전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헌법 개정을 봉인해 버리고, 일본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경제 문제에 전력을 기울였다. 거기서 내놓은 것이 ‘아베노믹스’다.

그리고 선거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방식은 효과를 봤다. 각종 선거에서 5연승을 거두며 이례적인 장기 집권 가도를 달렸다. 만약 올해 11월까지 정권이 계속되면 아베 총리는 메이지 유신 이후 150년 동안 총리 재임 기간이 가장 긴 ‘장수 총리’로 일본의 헌정사에 이름이 새겨지게 된다. 내년 여름에는 세계가 주목하는 도쿄여름올림픽과 도쿄패럴림픽도 앞두고 있다.

선거가 전부라는 교훈에 더해 최근 아베 총리 주변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4·5·6월 연속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미·일 간 초유의 일이다.

4월 27일 아베 총리는 미국 워싱턴 근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5번째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친밀함을 과시했다.

5월 18일부터 21일까지는 레이와 시대의 첫 국빈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 6번째 골프를 즐겼으며, 스모 관전과 술집의 담론으로 이어지는 친교를 다졌다. 그리고 6월 28일, 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는 미·일 정상회담과 함께 여러 장면에서 두 정상이 담소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방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간 정상회담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 외교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정상이 모이는 회의에서는 비즈니스가 성립될 수 없다는 지론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G20에 참석한 2017년 7월의 함부르크에서는 정상회담을 도중에서 팽개치거나 ‘파리 협정 탈퇴는 당연하다’고 발언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에서도 심기가 불편한 듯, 회의 후에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을 몰아붙였다.

그 때문에, 이번 오사카에서도 각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취급했고, 그 주변은 항상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아베 총리만은 그를 오랜 친구 대하듯 싱글벙글했다. 그래서 한 유럽 관리는 아베 총리를 지칭해 ‘맹수조련사’라고 불렀을 정도다.

그런 몇 안 되는 친구인 아베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조언했을까. 앞서 총리 관저 관계자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직접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영향을 받아 아베 총리가 감화된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톱은 제멋대로 해도 좋다’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했지만, 그렇다고 일·미 관계가 악화하였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또, 파리협정에서도 이탈했지만, 그렇다고 EU와의 관계가 악화했는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중국과 그토록 화려한 무역 전쟁을 벌였지만, 미국 경제는 악화하지 않았다. 아무리 언론을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라고 부르며 비난해도 지지율은 확고하다. 이런 ‘트럼프 방식’에 요즘 아베 총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실제로 아베 총리가 트럼프 흉내를 내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과 야당이 난리를 친 일이 최근에 있었다. 이른바 ‘책자 사건’이다.

참의원 선거를 한 달여 앞둔 6월 11일, 자민당 본부가 자민당 소속 의원 사무실에 책자를 25분씩 배포했다. 제목은 ‘페이크 정보로 좀먹는 일본. 엉터리 야당과 미디어의 비상식’이다. 저자는 ‘테라스 프레스’라는 수수께끼 단체다.

나도 자민당 의원 관계자로부터 한 부를 받았지만 읽어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거기에는 야당과 언론이 얼마나 페이크 뉴스만 내보내고 있는지, 그에 대해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를, 격앙된 논조로 설명하고 있었다.

“여러 책자를 주는데 일일이 안 봐서 (내용을) 모른다”


▎지난해 10월 육상자위대 훈련장에서 열린 사열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사진:연합뉴스
우선 ‘이 책을 읽기에 앞서’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아베) 정권의 발목잡기와 비판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야당이나 일부 언론이 올바른 정보를 발신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이 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문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황당한 야당의 광기’에서는 야당이 얼마나 심한 선동을 하고 있는지가 나열되고 있다. 제2부 ‘가짜가 주류 언론’에서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이른바 중도 좌파 언론이 얼마나 ‘가짜 뉴스’를 내세우고 있는지를 논하고 있다. 그리고 제3장 ‘아베 정권의 진실은?’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현 정권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자에는, 자민당 본부로부터의 ‘편지’가 첨부돼 있었는데, ‘참의원 선거를 향한 연설용 자료로써 활용해 주십시오’라고 씌어 있다.

책자를 받은 한 자민당 의원에게 물었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이런 주장을 선거 연설에서 펼칠 수 없지 않은가. 모 동료 의원과도 말했지만, 아베 총리도 상당히 일본의 트럼프가 되고 싶은 것 같다.”

7월 3일 밤, TBS 방송국의 에 등장한 야당 당수들은 이책자에 관해 아베 신조 총리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인격을 떨어뜨릴 만한 물건을 태연하게 만들었다. 선거를 치를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당연하다.”(공산당 시이카즈오 위원장)

“이런 책자는 폐지하라.”(국민민주당 타 마키유 이치로 대표)

“요코즈나(스모 챔피언)인 자민당이 어른답지 못하다.”(일본유신회 마쓰이 이치로 대표)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역설했다. “당 본부가 여러 책자를 나눠주는데 일일이 보지 않아서 (내용을) 모른다.”

참고로 이 책자에는 한국에 관한 것도 2페이지 적혀 있다.

“만약 이웃 나라니까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예상을 벗어난 것입니다.”

“아베 총리가 말한 대로 (징용공 문제에서 한국에) 의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야말로 한국에 대한 제재를 시사하는 듯한 대목이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201908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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