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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정밀분석] 닮은 듯 다른 盧·文 정부의 부동산 처방 

‘시장 이기는 정책 없다’ VS ‘정책 이기는 투자자 없다’ 

노태우 토지공개념, YS 부동산실명제, DJ·MB·朴 규제 완화
참여정부와 文정부 유동성 장세에 규제로 맞서, 압박 강도는 현 정부가 더 강력


▎2006년 8월 31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폭등을 막지 못해 고전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고자 하는 정부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장은 오랜 시간 대립과 화해를 반복해 온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과거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어떤 부동산 정책들이 시행됐고, 이는 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를 살펴보는 것은 정책과 시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다양한 요소들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요인 등으로 과열과 냉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과도한 상승과 하락을 막고 시장을 안정적으로 이끌고자 부동산 정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노태우 정부(1988~92)는 토지 공개념을 도입했다.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꾸준히 상승했던 부동산 가격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폭등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토지초과이득세를 부과하고 주택200만호 공급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수도권의 1기 신도시(평촌·산본·일산·분당 등)가 이 시기에 공급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른 영향으로 90년대 중반은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게 됐다. 공시지가제도 또한 이 시기에 도입됐으며 계속 부동산을 규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실명제를 도입한 김영삼 정부(1993~97)는 가격이 가장 안정됐던 시기로 분류된다. 이는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1기 신도시의 대규모 공급과 95년 시행된 부동산 실명제에 의한 거래둔화라 할 수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1기 신도시 입주에 따른 공급이 마무리됨에 따라 부동산 가격은 일부 상승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또한 주춤하게 된다. 금융실명제에 이어 시행된 부동산실명제는 규제적 성격이 강했다. 분양가 자율화 등의 시행과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감안하면 대체적으로 완화된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IMF 이후 부동산 시장을 개방한 김대중 정부(1998~2002) 때에는 급격히 위축되면서 하락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정부는 초기에 경기부양을 위한 부동산 완화 정책을 집중적으로 시행했다. 다만 IMF구제금융 이후 빠르게 회복하는 경제상황과 부족해진 공급으로 인해 짧은 하락기를 거친 후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는 규제정책 쪽으로 방향이 전환됐다.

IMF는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이 시기의 부동산 시장 또한 금융시장과 같이 개방됨에 따라 외국자본이 대거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자산 유동화를 위해 매각에 나섰던 대기업의 상업용 빌딩들이 헐값에 넘어갔다.

노무현 정부(2003~07)에서 부동산 시장은 가장 과열됐다. 2001년부터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던 부동산 가격은 노무현 정부 접어들어 폭등했다. 이에 따라 가장 많은 부동산 정책이 쏟아져 나온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참여정부는 2003년 2기 신도시(판교·동탄·운정·광교·양주·고덕·검단 등)의 추진과 함께 강남 지역의 집값 안정을 위하여 위례 신도시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부동산 관련 규제는 주로 이 시기에 정립된 경우가 많다.

5년간의 조정기 후 文 정부 들어 상승


과거 비슷한 흐름을 보이던 서울·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가격의 탈 동조화가 시작된 시기로 이후 수도권 vs 지방, 강남 vs 강북 등 양극화 양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2008~12)는 경기부양을 위해서 규제를 완화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투자심리가 악화됨에 따라 서울·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 흐름을 보이기에 이른다. 이전 정부에서 시행된 부동산 규제 정책의 연장선에서 2기 신도시 및 반값 아파트 개념을 도입했던 보금자리 주택에 의한 지속적인 공급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데 일조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박근혜 정부(2013~17)는 부동산 부양책의 끄트머리에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부동산 가격의 하향안정 추세는 박근혜 정부 중반까지 지속됐으며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은 규제완화를 넘어 경기 활성화를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부동산의 회복 수준이 아닌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부동산 시장을 이용하게 된다. 양도세 면제, LTV·DTI비율 일괄상향 등 과도한 규제완화와 부양책은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전세계적인 유동성 증가와 함께 약 5년간의 조정기를 끝낸 부동산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된다.

문재인 정부(2017~)는 부동산 상승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2017년의 부동산 시장은 사회 전반의 불안심리 제거와 함께 수요증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하는 적극적인 투자를 특징으로 한다. 급격한 상승세는 막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고자 규제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은 기대와 달리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선제적인 대응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상승폭이 다소 낮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책, 정부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까?


▎1989년 10월 11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회에 제출할 토지공개념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과거 정부별 부동산 정책들의 큰 흐름을 살펴보면 “규제(노태우)→완화(김영삼, 김대중)→규제(노무현)→완화(이명박, 박근혜)→규제(문재인)”와 같이 규제와 완화를 반복해 왔다.

부동산 규제와 완화 정책은 각 정부의 성향에 따라 정책 기조가 달라지는 것일까? 답은 ‘아니오’다.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가격의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 정책입안자 입장에서 부동산 정책은 다른 경제 분야 등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의 안정을 중요시한다. 다만 시장친화적인 모습을 강조하거나, 주거복지에 초점을 맞추는 등 해당 정부의 성향에 따라 시장이 느끼는 규제의 강도는 다를 수 있다.

진행형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흔히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많이 비교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주요 부동산 정책의 입안자인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동일하게 정책의 입안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비교되는 것은 단순히 정책입안자가 동일인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장상황이 비슷하고, 주거정책의 기본이념이 서민주거 복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두 정부의 비슷하지만 다른 부동산 정책을 살펴본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고 바로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직면하게 된다. ‘서민주의’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와 ‘서민의 주거안정과 실수요자 보호’ 중심의 문재인 정부는 규제 위주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비슷한 환경에 직면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들로는 세금 규제(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종합소득세 등)와 대출규제(LTV·DTI강화,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 및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 등을 들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 또한 이와 비슷한 규제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비록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제도이지만) 조정대상지역 도입으로 규제의 범위가 더욱 광범위해졌다는 것이다. 둘째, 양도소득세 중과, LTV·DTI규제, 주택담도대출 규제 등 주요 정책들이 과거에 비해 더욱 강화됐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정부의 대책들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시장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시행됐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8월(3차 주택공급안 감안시 2019년 5월)까지 단기간 내 집중해서 시행됐다는 것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더 짧은 기간 동안 추진함에 따라 시장에서 느끼는 압박의 강도는 현 정부에서 훨씬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文 정부, 노태우 정부 이래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에 비해 더 강력하고 빠르게 시행되는, 진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습효과는 시장에만 작용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단기간에 쏟아진 정책들은 일견 선제적 대응의 모습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강력한 부동산 정책은 과연 성공한 것일까?

평가하기에 너무 이르긴 하지만 최초 2년차에 대한 평가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최초 2년에 대한 ‘서울 월간아파트 가격 증감률’ 누적을 살펴보면 노태우 정부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규제와 선제적 대응의 모습까지 보이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시장과 정책의 상관관계라 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통상 시장에 후행할 수밖에 없다. 과열이 나타났을 때 찬물을 끼얹고 얼음장일 때 군불을 때우는 보조적인 역할인 것이다.

두 번째는 정책 효과는 즉시 나타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관련 법률의 개정과 신도시 공급과 같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민감한 존재이다. 특히 최근의 투자자들은 프롭테크와 같은 최신의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방대한 데이터로서 시장의 흐름을 속속들이 살핀다. 실례로 강남을 중심으로 일어난 상승세가 서울 근교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과거에는 최소 반년 이상 필요했다면 이제는 1~2개월이면 전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다양한 규제를 통한 다주택자의 압박과 대출규제 등을 통한 수요억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5월 공급정책의 핵심인 3기 신도시를 확정지었다. 그러나 시장의 안정을 유도할 공급방안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오랜 약보합 장세를 마무리하고 상승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신도시 발표,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예상됐던 악재는 이미 노출된 반면, 가격 상승요인(유동성, 금리인하 가능성 등)의 영향은 커짐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매수세 확대로 인한 강보합 흐름으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정책이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들을 자주 낳게 된다. 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요소는 객관적인 지표들도 있지만 시장을 이루는 다양한 계층의 심리적 요인과 같은 정성적인 요소들 또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장이 흘러가는 대로 방치해야 하는 것일까? 향후 부동산 정책은 어떤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것일까? 먼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할 것이다.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유도하고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부동산 정책의 역할일 것이다.

시장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만심은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기 쉽다. 시장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과 시장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엄연히 다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주택 자가보유율은 서울·수도권이 약 54.2%에 이르며 전국은 약 6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가구 중 5~6가구는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주택을 구입할 때 가장 큰 희망사항 중 하나는 ‘내가 산 집값이 최소한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즉 실질적인 시장 참여자는 오히려 부동산 가격의 무조건적인 하락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은 하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오히려 시장에 역행하고 있는 정책이 양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시점이다.

- 최환석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

201908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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