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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직격인터뷰] ‘시장의 고수(부동산 전문가 김학렬)’ 빠숑이 본 부동산 등락 추이 

“이념 테스트는 이제 그만! 규제로 서울 집값 못 잡는다” 

수요·공급 외면한 민간 분양가 상한제, 3기 신도시 의도한 효과 못 봐
부동산 정책으로 국정 지지율 오르내리지 않는데 담당 부서는 민감하게 반응


▎김학렬 더리서치그룹부동산연구소장은 ‘집값이 오르면 정부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권력의 근거 없는 공포가 부동산 정책을 망친다고 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8·2대책을 내놓았다.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고 강조했다. 실제 양도소득세와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상승했다. 대출도 어렵게 해 놨다. 민간 분양가 상한제 시행까지 앞두고 있다.

시장은 정부 말을 듣고 있을까. 2019년 7월 현재 강남 아파트는 신축·구축 가리지 않고 불타오를 조짐이다. 마포·용산·성동 등 신축 아파트로 파급되고 있다. 세금을 올리니 똘똘한 한 채를 산다. 대출이 어려우니 현금 부자들의 ‘줍줍’(미분양 물량을 살 수 있는 무순위 청약)이 펼쳐진다.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워지니 서울 도심 신축 아파트는 부르는 게 값이다.

7월 12일 월간중앙이 만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부동산연구소장(필명 빠숑)은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단언한다. 부동산 시장의 족집게 강사처럼 자리매김한 그의 영향력을 두고, 세상의 평판은 엇갈린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정치적 좌표에 따라 선지자와 투기꾼으로 여론이 나뉜다. 이렇게 극단의 평가가 교차함에도 김 소장이 말하면 사람들은 주파수를 맞추려 든다. 시장(市場)의 논리에 입각해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정답을 정해놓고, 정답인 척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 주택의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예고됐다. 이 정부의 목표는 뭐라고 보나?

“이 정부는 ‘국민들을 위한 주거를 많이 만들겠다’는 마인드는 있다. 다만 (선거로) 중간에 평가를 받아야 하다 보니, 지지율이 낮아지면 ‘민감한’ 정책들을 내놓는다. 부동산 정책은 최소 10년 이상을 봐야 하는데, (남은 집권 기간인) 3년여 안에 해결하려다 보니까 문제가 생긴다. 계획을 세워놓고 그대로 안 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시세가 오르면 지지율이 떨어질까 봐 겁을 내는 것 같다.”

한국갤럽에서 18년간 부동산시장 리서치를 한 것으로 안다. 어떤 결론을 얻었나?

“부동산 가격과 정권 지지율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집값이 아니라 표를 잡고 싶은 정치인들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핵심 지지층이 좋아할 법한 단기적 정책을 내놓는다.”

왜 규제에 방점을 찍는 진보정부에서 부동산이 폭등하는 역설이 일어날까?

“부동산은 정책의 정체성과 상관없다. 1970년대 초 아파트 공급 이래 우리나라 부동산 역사에서 가장 규제가 심한 것은 오히려 보수정권 때였다. 박정희·노태우 대통령 때 토지공개념이 들어왔다. 오히려 김대중 정권 때 규제 다 풀고 혜택주는 완화 정책이 나왔다. 즉 (정부 규제가 아닌) 시장의 요구에 따라 가격이 반응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부동산이 뛸 때마다 위기감을 표출하는 것 같은데?

“부동산 정책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내린 건 아닌 듯하다. 그러나 담당 부서는 되게 민감한 것 같다. 단적인 예로 대출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한다. 많은 분이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오해한다. 부동산 시장이 올라갈 땐 금리가 높아도 잘 된다. 부동산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면 되는데….”

민간 분양가 상한제는 의도한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분양가는 낮출 수 있겠지만 결국 시세가 오른다. 정부도 뻔히 알 거다. 시세는 전체 평균의 시세고, 입지에 대한 시세다. 한 단지를 임의로 낮춘다고 해서 주변 단지가 같이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안 되는 걸 안다면 왜 이럴까?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정부가) 정답을 만들어놓고, 그게 정답인 척한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현재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들이 이사를 못 가고 있는 것, 시장에 살 만한 매물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 신축과 구축이 다 없다. 시장에 매물이 없으니 가격이 올라간다. 부동산 수요의 80% 이상이 실수요자이고, 10% 전후가 투자 수요라고 본다. 작년 대비 거래량이 줄어든 것은 투기꾼들이 주택을 안 사서가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안 나와서다.”

“보유세 올린다고 집 팔지 않는다”

특히 서울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이번 정부는 완화 정책에 전혀 의지가 없다. ‘핫(hot)한 곳만 잡으면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지역이 서울이다. 아마 40% 정도의 (핵심) 지지율을 가지고 가고 싶어서 이런 정책을 펼치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 정부는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세금을 되게 좋아하지 않나.(웃음) 부동산이 자연스럽게 오르길 기대할 것이다. (공시지가 인상으로) 재산세, 종부세가 올라가고 있으니 지금처럼 해도 세금이 줄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또 다주택 투자자들이 팔기 시작하면 양도세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간과하는 것은 그들이 ‘안 판다’는 것이다. 해가 갈수록 거래가 묶일 것이고, 그 다음부터 ‘아차’하며 알게 될 것이다.”

올 연말에 크게 오른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겠다.

“시장의 절대다수는 1가구 1주택이다. 이들의 종부세는 많지 않다. 그리고 다주택자들은 ‘그 정도는 감수하겠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거다. 전·월세(임차) 시장의 85%가량을 민간이 맡고 있다. 공공이 다 책임을 못 지니까 이런 투자자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향후 몇 년간 낼 세금보다 투자이익(임대소득, 집값 상승)이 높다고 판단하면 기꺼이 세금을 낸다. 양도세도 시세차익이 났으니 내는 것이니 50~60%를 세금으로 가져가도 투자 안 하는 것보다는 남는다.(그렇기에 양도세 무서워 투자를 기피한다는 발상은 난센스다.)”

세금이 오를수록 매물이 희소해지는 상황은 정부 의도와 반대일 텐데.

“10% 전후의 투자자들을 잡으려다가 정작 80% 이상의 실수요자들을 (못 움직이게) 쥐고 있는 것이다. 정책의 미스 매칭이다. 이렇게 되면 집을 사야 하는 무주택자들이 오히려 불안해진다. 투자자는 이미 경험치가 있어서 세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작 무주택자가 집을 못 산다. 이것이 가장 문제다. 이 정부 들어서 놀랍게도 ‘무주택자들이 집을 샀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아무도 안 한다.”

서울로 국한하면 점점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듯하다. 정부는 이 원인을 다주택자에게서 찾는 것 같기도 하다.

“(다주택 보유는) 도덕적으로, 시장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정부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월세 목적이든, 시세 차익이든 그들이 집을 사서 전세와 월세를 공급했기 때문에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이 공급하지 않으면 임대시장을 공공에서 다 해결해줘야 하는데 못하지 않는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집이 1000채 있다고 해서 아무도 욕 안 한다. 이건 정치적 판단일 뿐이지 도덕적, 경제적인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다주택 보유가 정말 나쁜 짓이라면 2채 이상 못 갖도록 법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순간, 공급을 정부가 다 책임져야 된다. 이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때는 다주택자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지 않았다. 이 정부는 진짜 시장을 안 본다.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고, 그들이 가진 것(이념)들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 같다.”

“가격 조정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일산 주민들은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에서 수요가 모자란데 공급 정책은 수도권 3기 신도시로 나타났다.

“시장을 전혀 안 본 것이다. ‘공급이 필요하면 이런 정책, 가격이 올라가면 이런 규제’, 매뉴얼을 보고 패를 하나씩 까는 것 같다. 과거에 공급이 필요한 시기에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었다. 노태우 대통령 때 1기, 노무현 대통령 때 2기 그리고 문 대통령 때 3기가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2기로도 충분하다. 아직 다 진행 안 된 곳이 절반이다. 전혀 계획이 없이 집들 만 만들어 놓은 것이다. 판교와 분당 신도시가 성공한 이유는 신분당선에 테크노밸리를 같이 개발한 덕분이다. 결국은 서울과 연결성이 있는 지역에 초고속 교통망 혹은 일자리를 같이 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2기 신도시가 아직 안 찼으니 3기 신도시가 필요 없다는 거다. 그럼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서울 강남권에 출퇴근하기 위해 몰리는 흐름을 분산시켜야 하는데 제일 좋은 방안은 강남권을 고층으로 짓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서 집을 많이 짓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강남권과 연결된 초고속 교통망을 만들면 된다. 그런데 이쪽(강남)에 안 만들고, 저쪽(서부권 일산 등 서울 외곽)에 만들고 있다.”

일산에 집을 보유한 사람들이 박탈감을 가질 법하다.

“일산은 살기 좋은 곳이지만 철저한 베드타운이다. 1기 신도시 중 유일하게 10년 동안 가격이 떨어진 곳이 일산이다. 왜 빠졌을까, 고민을 하고 이번에 창릉 3기 신도시를 발표했어야 했는데…. 일산이 25년차라서 집이 낡았다. 일자리가 안 들어왔다. 교통망도 부실하다. 가뜩이나 수요가 빠질 즈음에 갑자기 파주 운정에 2기 신도시가 지어졌다. 그러니 새 아파트가 필요한 사람들은 다 그리로 갔다. 그리고 서쪽에는 2기 한강 신도시를 지었다. 외부에서 유입이 안 되니까 가격이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일산 서구는 김현미 장관 지역구다. 분당 신도시 보면서 벤치마킹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그럼 어떻게 했어야 했나?

“GTX를 미리 하고, 지하철을 연결하고 그 다음에 3기 창릉 신도시 발표를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시장을 모르고 반대로 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일산 지역 표심에 영향이 있을까?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선거할 때 인지도 높은 사람이 거의 90% 뽑힌다.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일반인들은 ‘김현미 의원이 장관 출신이니까 우리한테 잘해줄 거야’라고 생각한다. 김 장관이 출마 의사를 고수하는 것은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아닐까.”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안 먹혀도 문제다. 더 이상의 강력한 카드가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올 통제 정책은 다 나왔다. 가격은 잡힐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규제 때문이 아니라 너무 많이 올라서 잡히는 것이다.”

김 소장 얘기를 들으니 정부 정책으로 집값 안정은 이뤄질 수 없겠다?

“부동산 정책은 늘 후행했다. 가격이 많이 올랐을 때 규제 정책이 나왔다. 떨어졌을 때 완화 정책이 나왔다. 부동산 정책의 필요는 기반시설, 교통을 넣어주는 것이다.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살기 편하게 해주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시장은 놔두면 되는 것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의도와 무관하게 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신축 아파트는 상승 기류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30%는 안 오른다. 아무리 대세 상승기가 와도 안 오르는 아파트가 있다. 재건축 이슈가 없으면 오르지 않는다. 서울이라고 무조건 오르지 않는다. 입지가 좋거나 새 아파트이거나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

“다음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은 불가피”

아예 집을 살 여력이 없는 계층은 이 정부 정책이 좋은 것 아닌가?

“아니다. 집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은 정책이다. 그런데 ‘그냥 임대로 살라’고 하지 않는가. 청년 주택은 임대주택이다. 정상적으로 이자를 낼 수 있는 젊은이들이 집을 못 사는 것은 대출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억지로 끌어내려선 안 된다.”

빚내서 집을 사라는 뜻인가?

“100% 모아서 집을 어떻게 사나. 우리 부모님들도 다 그렇게 대출 끼고 샀다. 집을 사게 함으로써 경제생활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좋은 정부다.”

민주당이 10년, 20년 계속 집권하면 시장도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정권이 재창출되더라도 다음 정부는 힘들 것이다. 부동산 공급은 10년, 15년이 걸린다. 다음 정부는 결국엔 세금이 안 걷힌다는 것을 깨닫고, 완화정책을 펼칠 것이다. 지금부터 해야지 15년 이후에 입주할 수 있다. 그런데 계속 미루고 있다. 그렇게 밀리면 결국 공백기가 생겨서 부동산 가격은 더 힘들어진다. 서울시가 장기적으로 주택 계획을 세워서 매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정부의 부동산 코드를 의식할 텐데.

“서울의 살림살이를 관리하는 행정인이 정치를 의식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은마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고 (재건축) 손을 놔버리는 게 어디 있나? 다 (정치적으로) 계산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시장보다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부동산을 바라보는 듯하다.

“강남에 부가가치를 만들어서 생긴 돈으로 임대아파트 건설 등, 복지를 하면 된다. 경쟁력 있는 것을 만들지 않고, 부자들한테 세금 걷으려는 제 살 깎기를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세금이 늘어나는데 왜 그걸 못 할까 생각한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 녹취 정리 박호수 인턴기자

201908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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