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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핵무기 없는 세계’ 구축 위한 도전 

“평화의 지름길은 핵무기의 자발적 포기” 

화택(火宅)처럼 전 세계에 1만4000기 이상 존재
핵무기 없는 세상 건설하는 데 청년들 참여가 중요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제2대 창가학회 회장은 불법자(佛法者)로서 관철해야 할 신념을 바탕으로 ‘원수폭금지선언’을 발표했다. / 사진:한국SGI
지난 2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 강연에서 회의장 문밖에 새겨진 ‘국가는 군비를 축소하지 않으면 파멸을 부른다’는 말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경종을 울렸습니다.

“몇 년 만에 군비 관리와 군축 문제가 신문 1면을 장식했는데 안전보장 환경의 악화라는 유감스러운 이유 때문입니다. 국제 외교의 주요 성과 중 하나가 중대한 위험에 처한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단호히 행동해야 합니다.”

이러한 안전보장 환경의 악화에 관해 특히 우려되는 점이 바로 핵무기를 둘러싼 문제입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중거리핵전력(INF) 폐기조약’이 8월에 실효될 예정이고,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섭도 정체 상태입니다. 또 이란의 핵개발 문제에 관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의 존속 여부가 위태로워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에 개최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회의에 앞서 4월 말부터 5월에 걸쳐 뉴욕 유엔본부에서 준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토의를 거쳐 핵군축을 둘러싼 교착 상황을 타개하는 실마리를 찾기를 기대했지만, 핵 보유국과 비(非)보유국 간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유감스럽게도 재검토 회의에 대한 권고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내년에 개최하는 재검토 회의에 대한 발판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준비위원회를 돌이켜보면 의장을 맡은 말레이시아의 사이드 대사가 말한 대로 ‘가맹국의 견해에는 상위점보다 일치점이 더 많고’ ‘NPT는 핵군축과 비확산체제의 초석이라는 확신을 가맹국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개최하는 재검토 회의는 ‘NPT 발효 50주년’과 ‘조약의 무기한 연장 결정 25주년’이라는 의의도 있습니다. 이러한 가맹국 간의 공통인식을 기반으로 삼아 핵군비 확산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에 제동을 걸어 핵군축의 흐름을 크게 높이기 위한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점은 지금 다시 한번 NPT 제정의 원점으로 돌아가 ‘무엇이 각국을 결속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나카미쓰 이즈미 유엔 군축 고위 대표는 NPT 재검토 회의의 본회의에 앞서 정치선언 채택을 목표로 장관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는데 저도 전적으로 찬동합니다.

NPT 전문에는 핵전쟁의 위험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핵무기 생산을 멈추고 비축된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고 아울러 여러 나라의 병기고(兵器庫)에서 핵무기 및 그 운반수단을 제거하기’ 위해 각국 간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는 중요성이 씌어 있습니다.

장관회의에서 전문의 정신과 2010년에 실시한 재검토 회의에서 공통된 인식으로 제시한 ‘핵무기 사용이 초래하는 인도주의의 괴멸적인 결과에 대한 깊은 염려’를 다시 확인하고 핵군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해야 한다고 저는 강하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로 74년 가까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최근 핵 보유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이에서도 핵무기의 군사적 유용성이 저하됐다고 인정했습니다.

냉전 종결 전부터 외친 ‘핵전쟁에 승자는 없다’는 말이 명백하고, 군사적 유용성 저하에 대한 인식도 넓혀지는 가운데 안전보장을 핵무기에 계속 의존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일찍이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탁월한 철학자인 카를 폰 바이츠제커 박사가 ‘원자폭탄이 결코 쓰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위협을 주기 위해 소유하는 것’은 ‘절벽 위에서 춤을 추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는데 지금도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타국에 강한 적의가 없어도 핵무기를 즉시 발사할 수 있도록 태세를 유지하는 한 우발적인 사고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아 늘 불안정함을 강요당해야 한다는 데 핵 억지의 본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국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 그리고 세계 평화를 촉진하는 가장 빠른 길은 어떠한 종류의 핵무기라도 명확하면서도 자발적으로 보유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 말은 동서냉전으로 핵개발 경쟁이 극심한 1957년에 바이츠제커 박사가 중심이 돼 기초를 세운 ‘괴팅겐선언’에 씌어 있는 한 구절입니다. 그해에 스승인 창가학회 도다(戶田) 제2대 회장은 불법자(佛法者)로서 관철해야 할 신념을 바탕으로 ‘원수폭금지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숨은 발톱을 뽑아내고 싶다”

도다 회장은 당시 고조된 핵실험금지운동의 중요성을 들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핵무기를 정당화하는 안전보장의 뿌리에 있는 사상을 단절하는 수밖에 없다고 보고 “그 속에 숨은 발톱을 뽑아내고 싶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각오로 그 권리를 위협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고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높은 곳에 놓인 핵무기 문제를 모든 인간과 깊이 연관된 ‘생명존엄’의 지평으로 되돌린 데 ‘원수폭금지선언’의 안목이 있습니다.

대승불교 경전인 법화경에 나오는 ‘삼거 비유’는 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어느 장자의 집이 갑자기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저택이 광대한 나머지 아이들은 위험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해 놀라지도 무서워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자는 아이들이 스스로 ‘밖으로 나가자’는 마음이 들도록 계책을 마련해 화택(火宅)에서 모두 무사히 구출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현대로 말하면 ‘화택’의 비유처럼 모든 나라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근원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위협이 바로 아직 세계에 1만4000기 이상 존재하는 핵무기입니다.

NPT 제6조가 정한 핵군축 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해 성실한 이행을 도모하는 의의가 있는 ‘핵무기금지조약’도 2년 전에 채택되어 발효를 목표로 비준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각국의 안전보장정책에서 ‘핵무기가 초래하는 심각한 위협’이라는 불을 끄는 길은 함께 선택해야 할 때를 맞이한 것이 아닐까요.

그 활로를 여는 데 중요한 것이 바로 내년에 개최하는 NPT 재검토 회의이고 저는 장관회의를 개최함과 동시에 차대를 짊어질 세계 청년들이 ‘청년 모임’을 개최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청년 모임’을 연다는 아이디어는 뉴욕에서 개최한 준비위원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내놓은 방안입니다. 저는 이 ‘청년 모임’이 NPT 재검토 회의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각국이 핵군축을 향한 돌파구를 열고자 건설적으로 논의하는 바를 뒷받침하는 힘이 되리라 굳게 믿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마음에 시대변혁이라는 뜻을 불러일으켜 함께 힘을 내는 ‘공명력(共鳴力)’을 발휘하는 데 청년의 진면목이 있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핵무기 없는 세계’의 건설을 추진하려면 세계적인 관심과 지지를 일으켜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세계 청년들의 강력한 관여가 그 생명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외 24개국 29개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85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1908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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