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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분석]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정치경제학 

결정은 끝났고 실행 방식만 남았다 

‘파병’ 받고 방위비 분담금·대북 문제 등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청해부대 파견시한 올 연말까지… 어떤 경우든 국회 동의 불가피


▎6월 13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정체불명의 포탄 공격을 받았다. 이란 정부는 이란이 공격의 주체나 배후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 사진:로이터통신/연합뉴스
"중국은 해협(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의 91%를, 일본은 62%를 얻으며, 다른 많은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를 위해 이 항로를 보호하고 있는가. 이런 나라 모두는 자신들의 배를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세계 원유 수송로의 경찰 역할을 더 이상 혼자서는 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메시지는 8일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서 예고된 내용이다. 미 CBS방송에 출연한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의 경우 80% 이상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하며 한국과 일본과 같은 나라들도 이들 자원에 엄청나게 의존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열려 있게 하는데 깊은 관심이 있는 국가들을 확대해 우리가 이 일을 해나가는 데 도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트럼트 대통령의 발언과 강도만 약할 뿐 ‘다국적 해양 경비대’ 구성을 공식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진 미국은 중동의 원유 수입을 걱정할 필요가 사라졌다.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던 중동 국가들과 정치적, 외교적 타협을 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이란에 대한 제재와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더 이상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수송 안전을 확보해야 할 당위성도 약화됐다. 이들 지역에서의 이해관계에 이전처럼 깊숙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다.

靑 “우리 상선은 우리가 보호해야”


현재 미국 주도 호위연합체 참가 의사를 밝힌 국가는 영국뿐이다. 독일은 거절했고, 일본은 주저하고 있다. 한국은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한 이란 대사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국가의 파병도 반대한다. 한국도 파병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 지역의 안보는 이란과 주변 국가들이 지키는 것”이라는 쐐기를 박고자 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길목인 너비 30~40㎞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한민국의 외교는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지역이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 등 중동에서 국내 원유 수입량의 70% 이상을 조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그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국내 수입량의 30%를 상회하는 양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만 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LNG 수입량은 총 4404만t으로 이 가운데 32.4%에 해당하는 약 1230만t을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카타르로부터 들여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에너지 안보의 결정적 요충지인 셈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심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우리로서는 당장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린다. 원유의 경우 공급 감소로 국제 유가는 올라가고 그로 인해 관련 산업은 물론 국민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LNG도 마찬가지다.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LNG 특성상 30% 이상의 카타르산 LNG가 공급되지 않으면 국내 도시가스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선박업계와 경제전문가들은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 때처럼 국제 호송단을 운용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조선 공격이 반복된다면 보험료 인상, 승조원의 탑승 기피 및 임금 상승 등이 발생돼 국제유가 상승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국익을 기준으로 결정하겠다”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계획에 동참한다는 측면 이전에 우리 국익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 상선을 우리 스스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의 최근 발언처럼 내부적으로는 파병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8월 1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란은 우리와 경제·건설·금융·석유 등 다방면에 국익이 걸려 있어 이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국익이라는 것은 너무 명확한 문제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나 일본 관련 사안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실 이란과의 교역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비한 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對)이란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0.7%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총 해외건설 매출에서 이란 사업의 비중도 2.2%에 그쳤다. 다만 2017년 제재 해제 이후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그해 우리나라 해외 수주 실적의 18.1%가 이란에서 나오는 등 한때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진행이 더뎠고 미국 제재 복원으로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지렛대 역할로 활용”


▎해군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4400t급)이 8월 13일 해군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 사진:해군작전사령부
장윤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란산 원유 수입은 2018년 하반기 중단되었다가 2019년에 재개되면서 그 비중이 10%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2017년 기준 이란에서 수입했던 원유의 70%를 차지한 콘덴세이트는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다”면서 “석유화학업계에서 그에 맞춰 정유시설을 갖췄는데 이란 원유수입이 금지되면서 수입선 대체 등으로 인해 수익성 측면에 타격이 있다. 전체 산업을 봤을 때 이란과 교역이 끊겨도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이란과 관계를 숙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말 이란의 원유 확인매장량은 1556억 배럴로 베네수엘라·사우디·캐나다에 이은 세계 4위 수준이다. 천연가스 확인매장량은 32조㎡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천연자원 빈곤국인 우리나라로서는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나라 중 하나인 것이다. 게다가 전체인구는 약 8200만 명으로 사우디 인구(약 3300만 명)의 2.5배 수준이며, 그중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71%를 차지하는 등 풍부한 부존자원과 노동력으로 인해 성장잠재력은 높은 편이다. 장 연구원은 “중동 내에서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이란이 개방되면 협력할 부분이 상당하다”고 말한다. 이란 시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경제적 측면만 고려할 수 없는 것이 국제사회의 정치·외교다.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또 일본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다수 안보전문가들은 “부담스러운 미국의 요구”라면서도 우리 유조선을 우리가 지킨다는 점에서 파병의 명분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유조선의 안전한 항행은 한국의 국가이익과도 긴밀하게 결부돼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제안은 우리로서도 공감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파병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앞서 올 6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개방성·포용성·투명성이라는 역내 협력 원칙에 따라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협조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그간 한국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 온 바 있다.

박 교수는 공고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도 파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되고 일본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거절한다면 ‘한·미동맹 위기설’까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참가 의사를 밝힌 국가가 한 곳뿐인 상황에서 한국이 파병에 앞장서는 모습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의 공동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며 “10월 말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한중일 정상회의나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 해양 협력을 주도하는 외교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그 자체로만 판단하기 힘든 사안”이라고 말한다. 한·미 간에 북핵문제를 비롯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시작전권 이전, 중거리미사일 배치 등 여러 가지 장·단기 문제가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동의 여부 갑론을박 치열


▎파병 출항을 앞뒀던 7월 26일, 청해부대 30진이 2해적 대응 민관군 합동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 원장은 “호르무즈 파병은 미국의 입장이 더 강하게 요구되는 사안인 만큼 우리의 입장이 ‘아쉬운’ 사안과 연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방위비 분담금을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이란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파병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 원장은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과 일본이 파병을 할 경우 긍정적 효과가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는 “미국을 매개로 한국과 일본이 협조하는 모양새가 되어 한·일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공조체제 복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본은 현재 우리 정부가 검토하는 것과 유사하게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된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2대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파병에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안보 전문가는 “우선적으로 미 해군 5함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양 안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호송작전을 수행할 해군력이 필요하겠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국 유조선 보호를 위해 해군 함대를 파견할 수 있는 능력이 가진 나라가 제한적이며 중국·러시아 해군에게 중동 진출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미국과 이란 간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곳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천만한 일로서 정부의 파병 추진은 철회돼야 한다”면서 “국회 동의 절차 없는 파병 강행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파병 문제는 국회에서도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월 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전혀 성격이 다른 분쟁지역에 파견하는 것은 새로운 파병”이라며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실장은 “우리 선박의 안전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서 해안안보라든지 항행의 자유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파견 지역에 관해서는 유사시에 우리 국민 보호 활동을 위해서는 청해부대에 지시되는 해역도 포함된다고 국회로부터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과거 리비아와 가나에 피랍됐던 교민 구출·구조 작전에 청해부대가 투입된 사례를 언급하며 “그동안 네 차례 청해부대를 다른 해역으로 파견한 사례도 있고 그러한 목적으로 우리가 청해부대에 작전 지역에 대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입장도 비슷하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청해부대가 활동하는 아덴만 해역 인근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을 재결의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국방위 간사인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덴만 해역과 호르무즈 해협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고 청해부대에 특정된 임무와 거기에 대한 예산의 허용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국방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의논해야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방부 “연합해군사로부터 파견 연장 요청받아”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 중 일부 내용. / 사진:국회의안정보시스템
이 시점에서 지난해 9월 통과된 ‘국군부대(청해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파견연장 동의안에 따르면 아덴만에 파견되는 부대의 임무는 ▷선박의 안전호송과 안전항해 지원(타국선박 포함)을 통해 국제 해상 안전과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연합해군사 및 EU의 해양 안보작전에 참여 등 3가지로 명시돼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파견지역이다. 동의안에는 청해부대의 파견지역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라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추가로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항목을 두고 해석상의 쟁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월간중앙 취재 결과, 어떤 형식으로든 국회 파병 동의는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3월 최초로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는 1년 단위로 국회 동의를 받아 지금까지 총 10회 파견을 연장했다. 지난해 통과된 파견 연장 동의안에는 청해부대의 파견기간이 올해 12월 31일까지로 돼 있다. 따라서 청해부대가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 수행을 지속하자면 국회의 재동의가 필요한 셈이다.

그렇다면 청해부대는 올해를 끝으로 파견 임무가 종료되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방부는 매년 ‘해외 파병부대 정부합동성과평가단’을 통해 파병부대 활동 성과를 평가하고 파견 연장 필요성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연장 여부가 결정되면 매년 9월쯤 국회에 파병연장 동의안을 제출하고 승인받는 형식을 이어 오고 있다.

국군 파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방부 국제평화협력과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5월, 정부합동성과평가단은 청해부대 성과 평가를 위해 현지에서 연합해군사 관계자 등을 만났다. 이 관계자는 “당시 연합해군사에서는 청해부대가 해적 대응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청해부대 파병 연장 요청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해부대 철수는 특별히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국방부의 청해부대 파병연장 동의안이 제출될 확률이 높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정의용 실장의 발언처럼 작전지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해도 국회의 파견연장 재동의가 없다면 활동시한은 올해까지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청해부대 연장 파견이든 새 파병이든 수순상 어떤 식으로든 국회의 동의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올 7월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실장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먼저 만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이라크 파병 당시와 비교하기도 한다. 2003년 4월 통과된 이라크 파병 동의안은 사실상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덕분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찬성 179표 가운데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49명만 동의한 반면, 한나라당은 11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반대표를 찍은 민주당 의원 가운데는 이해찬 대표, 설훈 최고위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여권 실세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김부겸 의원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文 “국익 위해 파병할 수 있어… 그게 국가경영”


▎2003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라크 파병에 따른 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맨 왼쪽에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리하고 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국회에서 통과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실장은 “과거에는 파병 문제가 불거지면 줄곧 진보층에서 반대했다”며 “보수정당에서 반대한 적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이전부터 파병 찬성 이력을 보여 준 한국당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과거 이라크 파병 당시 그랬던 것처럼 오히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2011년 출간한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라크 파병 당시 상황에 대해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며 “청와대 내의 정무분야 참모들은 파병을 반대했다. 나도 반대였다”고 밝힌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정의로운 전쟁이라 보기 어려웠고, 희생 장병이 생길 경우 비난여론을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파병에 수긍했다. “파병을 계기로 북핵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던 대로 갔다. 미국의 협조를 얻어 6자회담이라는 다자외교 틀을 만들어 냈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대화를 통한 외교적 방법으로 풀어 갈 수 있었다. 한때 북폭까지 주장했던 네오콘의 강경론을 누그러뜨리면서 위기관리를 해 나갈 수도 있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책의 이라크 파병 관련 마지막 부분을 보면 이번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의 결말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이라크) 파병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 그것이 국가경영이다.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을 위해선 그런 판단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향후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군사 참여, 중거리미사일 배치 등 여러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우리로서는 가장 부담이 덜한 카드”라 말한다. 최우선 국정과제의 하나인 대북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택을 따라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 멀지 않아 보인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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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호 (201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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