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연속기획 | 그랜드 CEO in KOREA (7)] ‘애자일 경영’으로 진화하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변화는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사업의 기회다” 

LG와 분리 이후 허씨 가문의 추대로 그룹 회장 취임, GS 재계 8위로 이끌어
현장경영과 소통 중시로 정유·유통·건설의 강자 지위 굳혀… 4세 경영구도 관심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말레이시아의 GS홈쇼핑을 방문했다. 허 회장은 조용한 성품으로 알려졌지만 경영은 공격적이다. / 사진:GS
요즘 경영계에서 애자일(agile)이 화두다. 번역하면 ‘기민한’, ‘민첩한’이라는 의미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젊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애자일 경영의 필수 조건이다.

허창수(71) GS그룹 회장은 대한민국 CEO 가운데 대표적인 애자일 경영 선도자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진화 속에서 시장과 사업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변화의 맥락을 파악해, 미래의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율적 조직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2019년 초 신임 임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허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GS는 전통적으로 인화·화합·내실 같은 가치를 중시했다. 이런 원칙을 관철해 GS그룹은 2018년 말 기준으로 매출 68조원, 자산 63조원, 계열사 64개를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허 회장이 GS 대표를 맡았던 2004년(매출 23조원, 자산 18조원, 계열사 15개) 시절과 비교하면 회사의 덩치가 3배 이상 커졌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을 설파했다. 외부의 도전에 효율적으로 응전한 조직만이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통찰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만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도전에 응전하기 어렵다고 허 회장은 판단한 듯하다. ‘민첩’, ‘유연’의 가치를 품은 애자일을 탑재해 선제적으로 엄혹한 미래에 대응하겠다는 지향성이 읽힌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GS의 방향성이다.

독립자금 댔던 구인회와 허만정의 동업


▎허만정 GS 창업주. 구인회 LG 창업주와의 동업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일궜다.
GS그룹의 역사는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인회 LG 창업주와 허만정 GS 창업주의 만남은 대한민국 산업 역사의 결정적 한순간으로 각인된다. 당시 구 창업주는 포목을 취급하는 구인회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허 창업주는 경남 진주에서 소문난 만석꾼 부자였다. 둘은 1947년 운명적 회동을 가졌다.

허만정 창업주가 구인회 창업주를 직접 찾아갔다. 아들 허준구(GS건설 명예회장, 허창수 회장의 아버지)를 구인회 상점에 보내 경영수업을 받도록 부탁한 것이다. 구 창업주의 사업 경험과 허 창업주의 자본력이 결합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였다.

두 창업주의 결합은 사업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차원으로 평가를 받는다. 둘은 동업하기 전부터 뜻이 통했다. 구인회 창업주는 만주에서 독립군을 양성하려는 백산 안희제 선생을 돕기 위해 당시 돈으로 1만원을 내놓았다. 쌀 1가마니가 20원이던 시절이었다. 쌀 500가마니에 해당하는 자금을 건넨 것이다. 1931년 설립한 구인회 상회의 자본금 2000원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했다. 그 시점은 일본 제국주의가 가장 극렬했던 1942년이었다. 그만큼의 위험부담을 감수한 것이다.

허만정 창업주 역시 안희제 선생이 만든 백산상회 설립에 자금을 보탰다. 1914년 부산에 문을 연 백산상회는 곡물, 면직물, 해산물 등을 판매하는 가게였다. 그러나 실제 목적은 1919년 세워진 상하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대기 위한 경비조달 본부 격이었다. 안희제 선생과 경주 최부잣집의 최준 등이 설립 멤버였다. 총 33명의 주주 중 허만정 창업주가 있었다. 백산상회는 조선총독부가 그 실상을 눈치챈 1927년에야 해체됐다. 허 창업주는 1925년에는 진주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현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세웠다. 교육을 통해 민족이 계몽될 때, 독립이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의 동업은 가치관의 결합이기도 했던 셈이다. ‘인화’의 깃발 아래 의기투합한 두 집안은 본격적인 가문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구인회 창업주가 사업 전면에 나섰고, 허준구 명예회장은 영업담당 이사를 맡아 내정을 챙겼다. 구 창업주의 아들인 구자경 LG 명예회장도 초등학교 교사를 접고, 회사로 들어왔다.

동업의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됐고, 사업은 번창을 거듭했다. 구인회-허만정 창업주부터 구자경-허준구 명예회장 그리고 구본무-허창수 회장까지, 3代에 걸쳐 결속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LG란 우산 아래에서 57년을 공존했던 두 가문의 계열 분리(2004년)도 평탄하게 진행됐다. 동업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잡음이 없었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허창수 회장은 LG와의 계열 분리 이후 GS그룹의 수장 자리를 지켜 왔다. 허 회장은 1948년생이다. 경남 진주에서 고(故) 허준구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남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 1979년 LG상사 해외기획실 부장을 거쳐 82년 홍콩지사 선임부장과 이사를 역임했다. 이어 84년 LG상사 도쿄지사 이사와 상무로 부임해서 88년까지 근무했다. 허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본격적으로 경영 경험을 쌓았다. LG상사 관리본부 전무, LG화학 부사장, LG산전 부사장, LG전선 회장, LG건설(현 GS건설) 회장을 차례로 맡았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앞서 나갈 수 없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왼쪽에서 3번째)이 당진 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했다. 허 회장은 현장을 중시한다. / 사진:GS
GS그룹은 2004년 7월 출범했다. 이때 허씨 가문은 허 회장을 ㈜GS 이사회 의장 및 대표이사 회장으로 추대했다. 가문의 수장인 허 회장은 이를 계기로 경영의 전면에 등장했다. 그 전까지 허 회장은 은둔형 CEO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동업자로서 동등한 위상을 공유했지만 구본무 LG 회장을 뒤에서 돕는 데 주력해 왔다. 천성적으로 허 회장은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는 성품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두 가문의 동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었다.

GS그룹의 수장이 된 뒤에야 허 회장은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세상에 드러냈다. 허 회장에 대한 재계의 평판은 ‘신사’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허 회장은 온화한 인상의 소유자다. 실제 성품도 소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집무실에서 가까운 강남권에서 약속을 잡으면 전철을 타고 갈 때도 있다. ‘조용함’, ‘부드러움’, ‘탈(脫)권위’, ‘실리추구’ 등을 조합하면 허창수 스타일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스타일은 모든 의사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는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과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으로 귀결됐다.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없다’는 켄 블랜차드의 [하이파이브] 조직론을 실행한 셈이다.

GS그룹은 허 회장에 대해 “사업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이 된다”라고 소개했다. 판단이 서면, 공격적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허 회장은 GS그룹 임직원들에게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결코 앞서 나갈 수 없다”고 당부한다.

허 회장의 경영능력은 실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2004년 GS홀딩스 설립을 시작으로 독립한 이래 GS그룹은 재계 순위 8위까지 올라섰다. 10년 넘게 그룹을 이끌며 3배 이상의 성장을 일궜다. 지배구조도 탄탄하다. 에너지·유통·건설 분야가 GS그룹의 핵심 축이다. GS칼텍스, GS에너지, GS리테일, GS홈쇼핑, GS건설 등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다. 허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위기상황에서도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남들이 두려워할 때야말로 미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충할 수 있는 적기라는 역발상을 실행한 것이다.

2005년 허창수 회장은 LG상사가 보유한 LG에너지 지분을 인수했다. GS EPS를 출범시켜 발전사업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2009년에는 ㈜쌍용 지분을 인수해 GS글로벌을 탄생시켰다. 이 회사는 GS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2013년에는 STX에너지를 인수했다. 그룹의 발전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으로 아울러 자원 개발 및 해외 사업 등을 더 강화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했다. 인수된 STX에너지는 현재의 GS E&R로 재편됐다. 반면 핵심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매각을 망설이지 않았다. GS에너지 계열 도시가스 사업 분야에서 매각을 실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힘을 결집시킨 뒤 대규모 투자를 결행하는 허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은 2018년 또 한 번 발휘됐다. GS칼텍스가 2018년 전남 여수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20만t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를 짓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유회사로 성장한 GS칼텍스가 석유화학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모색한다는 상징성을 지닌다. 2021년 예정대로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하는 올레핀 생산시설(MFC, Mixed Feed Cracker)을 확보할 수 있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에틸렌 등 올레핀 생산 사업 신규 투자를 통해 GS칼텍스는 정유사를 넘어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에너지 및 투자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도 2019년 체결했다. 석유 및 가스, 석유화학 등 에너지 사업뿐만 아니라 건설과 무역 등 현재 영위하고 있는 모든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협력하기로 협의한 것이다.

GS에너지도 석유화학에 관한 투자 채비를 갖추고 올해 안에 8000억원 규모의 신규 합작사를 세울 계획이다. 2023년까지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으로, 연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7700명의 직간접 고용 효과가 예상된다.

석유화학과 더불어 자동차 연료시장도 GS가 개척을 노리는 시장이다. 올해 5월, GS칼텍스는 서울시내 주요 7개 직영주유소에 100㎾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서 경기도와 부산 등 5개 지역에서 총 14개의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LG전자와 손잡고 기존 주유소 개념에서 진화한 미래형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을 도입할 계획이다. 주유와 정비, 세차 서비스 이상의 전기차 충전, 전기차 공유, 전기차 정비 등의 서비스를 추가한다. 이를 통해 환경친화적 모빌리티 인프라 서비스 공급자로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발전회사인 GS EPS는 2017년 7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발전효율을 갖춘 친환경 LNG복합화력 발전소 4호기를 준공했다. 이로써 GS는 기존의 LNG복합화력발전소 1~3호기와 더불어 총용량 2500㎽의 발전 능력을 갖추게 됐다. GS동해전력의 600㎽급 발전소 2기 등을 합치면 5100㎽의 발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민간 발전회사 중 최대 규모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선제적 투자로 응수


▎소통을 강조하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오른쪽에서 5번째)은 ‘GS 밸류 크리에이션 포럼’을 10년째 이어 오고 있다. / 사진:GS
허 회장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로 알려져 있다. 첨단 IT 기기가 나오면 곧바로 구입해서 사용해 본다. 경영자로서 이런 성향은 GS가 新사업에 도전하는 두려움을 낮추는 데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허 회장은 소문난 축구 마니아다. FC서울 구단주로서 거의 해마다 해외 전지훈련장을 직접 찾아 선수단을 격려할 정도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은 축구의 오랜 격언이다. GS가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선제적으로 M&A와 영역 확장을 멈추지 않는 것은 허 회장의 경영 마인드와 연동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유통 계열사인 GS리테일, 건설 계열사인 GS건설에서는 ‘스마트’가 부각되고 있다. GS리테일은 스마트 결제를 통한 미래형 편의점 구축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마곡 LG CNS 사이언스파크 내 연구동 3층에 ‘스마트 GS25’ 테스트 점포를 열었다. 이곳에서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한 출입문 개폐, 상품 이미지 인식 방식의 스마트 스캐너, 팔림새 분석을 통한 자동 발주 시스템 등을 진행 중이다. GS25는 총 13가지 신기술을 이곳에서 테스트 중이다. 여기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향후 다른 점포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의 인력 운영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

“시장의 작은 변화를 포착하는 자가 이긴다”


▎GS그룹의 심장이라 할 GS칼텍스 여수공장 야경. GS칼텍스는 정유사업을 넘어 석유화학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 사진:GS
GS건설은 기존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인공지능(AI) 아파트 실험으로 주거 환경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다. 2018년 카카오와 기술 협약을 맺었다. 최적화된 AI 시스템을 모색하는 과정의 한가운데에 있다.

또한 GS건설은 기존의 2D 도면에서 벗어나 3D 설계기법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활용해 최적화된 통합설계 시스템을 만들었다. 프리(pre)-컨스트럭션 설계를 통해서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가 프로젝트의 기획·설계 단계부터 하나의 팀으로 맞물려 돌아간다. 단계별 노하우를 공유하며 3D 설계도 기법을 적용하는 스마트 건설이 본격적으로 활용될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로써 시공상의 불확실성과 설계 변경의 리스크를 사전에 배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시공비용 절감과 기술 향상으로 연결된다.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허창수 회장의 철칙이 있다. “현장이 강한 GS를 만들어 나가자”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답은 현장에 있다’는 믿음이다. 허 회장은 GS그룹 수장이 된 이후 GS칼텍스 여수 공장부터 찾았다. 이후 현재까지 GS 계열사가 있는 곳이라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현장부터 찾았다. 현장의 어려움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서 들어야 한다는 생각의 결과다.

GS 관계자에 따르면 허 회장의 현장경영은 LG그룹 경영에 참여하던 시절부터 다져진 것이라고 한다. “허 회장은 틈만 나면 이란이나 중동의 카타르 등지로 날아가 건설현장을 찾았다. 현지 정부 발주처의 고위 관계자들과 미팅을 갖고 식사를 같이하며 상대방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경청해 왔다.”

이런 기조는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GS는 2011년부터 미래 성장을 모색하는 회의를 해외에서 개최해 오고 있다. 중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인도 등 주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에서 허 회장의 주재로 해외 사업 전략회의를 열어 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경제·경영 환경에 관한 진단과 함께 계열사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추세다. 2011년 이후 연 12차례 열리는 사장단 회의 중 한 번은 3박4일 일정으로 해외에서 개최된다.

해외 사장단 회의와 더불어 GS에서 연속성을 갖는 회의로 ‘GS 밸류 크리에이션 포럼’을 들 수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이 포럼은 계열사들의 경영혁신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무대다. 지난 5월에도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에서 주요 계열사 CEO 및 전략, 기획, 혁신, 기술 담당 임직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됐다.

허창수 회장은 개회사에서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항상 눈과 귀를 열어 둬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배우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우리의 역량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성장 동력을 만들고, 고객과 시장의 인정을 받는 GS가 될 수 있다.”

‘포스트 허창수’의 밑그림은?

허창수 회장은 2019년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에 연임됐다. 전경련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허 회장은 2011년부터 전경련의 수장을 맡았다. 재계 대표 자리를 4차례 연속해서 맡게 되면서 2021년까지 10년간 전경련을 책임지게 됐다. 전경련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은 요즘 허 회장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반응이다.

허 회장은 전경련의 중점 목표로 ▷저성장 극복과 지속 가능 성장 ▷일자리 창출 ▷산업 경쟁력 강화 ▷남북 경제협력 기반 조성을 꼽았다. 이 기조에 맞춰 GS그룹부터 2023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에너지 부문에 14조원, 유통 부문에 4조원 그리고 건설 부문에 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2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을 추산하고 있다.

GS는 정유·건설·유통업의 강자다. 하나같이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이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직결된 정유 사업은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건설업황도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GS홈쇼핑도 TV에서 모바일로 헤게모니가 넘어가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GS에서 허씨 가문의 지지를 토대로 성립된 허창수 회장의 지배력은 견고하다. GS는 50여 명의 가족이 그룹 지분을 보유한 ‘가문경영’ 모델로 주목받는다. 허 회장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재계에서는 ‘포스트 허창수’를 궁금해한다.

GS의 4세 경영시대를 이끌 후보로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꼽힌다. GS그룹 가계도를 보면 고(故) 허만정 창업주는 8명의 아들을 뒀다. 이 중 3남인 고(故)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큰아들이 허창수 회장이다. 허 회장의 손위로 장남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차남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3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 있다.

허준홍 부사장은 허남각 회장의 아들, 허세홍 사장은 허동수 회장의 아들, 허서홍 전무는 허광수 회장의 아들, 그리고 허윤홍 부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아들이다. GS의 지배구조에서 ㈜GS가 실질적 지주회사다. ㈜GS는 GS건설을 제외한 계열사 대부분의 최대주주다. 4세 경영자들이 ㈜GS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해 나갈지, 유교적 가풍이 강한 GS에서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교통정리를 해낼지가 관건이다.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모두 화목하게 지낸다”는 게 허씨 가문의 가훈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1909호 (2019.08.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