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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와이드 인터뷰] 文 정부 ‘일방통행’ 향한 강원택 서울대 교수의 直言 

“레임덕은 이미 예정, 대통령제 자체의 실패로 가고 있다” 

임명 강행으로 문 대통령과 조국 장관 분리 어려워져… 지지율 하락 불가피
견고한 지지층에 갇힌 정부·여당 ‘운동의 정치’와 ‘현실의 정치’ 구분 못해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 개개인의 성품이 아니라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제도 자체의 한계를 우리 사회가 목도하고 있다고 통찰했다.
강원택(58)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를 만난 날은 9월 3일이었다. 서울대 강 교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상황이 바뀌면 다시 연락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9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까지, 거의 모든 사안은 3일에 들었던 예측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게 움직였다. 강 교수의 예언 능력이 출중한 덕분일까? 더 정확하게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가 속한 진영의 의사결정 패턴이 충분히 예측 가능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9월 9일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원칙과 일관성”을 강조했다. ‘원칙과 일관성’에 관해 강 교수는 달리 해석했다. “특정한 이념적 성향을 강하게 가진 사람들의 집단적 사고.”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한·일 갈등, 지소미아 종료,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등은 ‘필연적’ 귀결이었다. 더 나아가 앞으로 국론 분열의 상황이 빈번할 것이란 예상도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다.

강 교수는 저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그들(기존 정치)은 답이 아니다. 우리의 기대가 잘못됐다”고 썼다. 이 책은 2016년 9월 출간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 화두는 2019년 9월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왜 진영을 불문하고 기존 정치는 답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시민)는 어디서 기대(대안)를 찾아야 할까. 인터뷰의 계기는 ‘조국 사태’였지만 본질은 대안으로서의 정치에 관한 물음과 답변이었다.

“‘안 됩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근본적 의문이 든다. 이 지경이 됐는데, 그래도 조국이어야만 했을까?

“그게 청와대 분위기인 것 같다. 생각의 차이가 별로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것 같으니….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지 않는 거니까. 지소미아도 이번 문제(조국 사태)도 다 마찬가지다. 어떤 결정을 했을 때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안 들어올 것이다.”

듣기 싫어할 법한 말은 청와대에 못 하는 구조다?

“청와대에서 다 끌고 가는데, 국방·외교·경제 관련 부서 관료들 입장에서는 청와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지소미아 깨면 안 된다’고 올릴 이유가 없다. (청와대) 생각에 90% 이상 맞추는 자료가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이번 정부에서 하는 적폐청산 작업 과정을 관료들이 지켜봤다. 그러니 책임 안 질 것만, 시키는 것만 한다. 관료들은 청와대가 만들어놓은 답 안에서 움직이고, (권력)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동질적이고. 그러니까 한 방향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심과 청와대가 멀어져간다는 우려가 들린다.

“과연 청와대 안에서 ‘조국 여론이 너무 안 좋습니다’, ‘안 됩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집단적 사고가 결과적으로 국정 운영을 망치고 있는 문제점이 되는 것 같다. 게다가 비슷한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매우 실용적인 생각이 아니라 대부분 특정한 이념적 성향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잘 안 돌아가는 거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 대통령에 대해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많아졌다. 반면 대통령 지지율 40%의 견고함이 확인됐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대통령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 매우 크게 기여한 건 야당들이다. (웃음) 그리고 20·30 젊은 층들은 ‘그래도 기댈만한 데는 문재인 정부’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문재인이 가진 퍼스널리티(품성, personality)가 좋지 않나. 좋은 사람, 무언가 믿을 만한 사람. 사심을 가질 사람이 아니라는 것.”

지지율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번에는 조금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국 사태는 ‘얘네(소위 진보)도 절대 다르지 않구나. 입으로는 온갖 좋은 말들을 하면서 뒤로는 다 위선적인 행동을 했던 사람들이구나.(이들이 권력을 잡아도 세상은) 공정할 수 없구나’라는 것을 방증한 것이다. 사모펀드, 입시 문제, 논문, 다양한 면에서 분노하고 있다.”

도덕성의 흠결은 조국 개인의 문제이니, 문 대통령 지지 여부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분리된다는 자체가 어렵다. 이것은 인사 문제다. 결국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임기 중반에 다른 대통령은 측근, 친인척 스캔들로 고통을 겪었다. 스캔들이라곤 할 수 없지만 조국 문제는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이 정부에서) 정의, 도덕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했지 않았나?”

“40% 지지로 100%의 권한을 행사”


▎2016년 10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촛불은 기존 정권을 엎었지만, 정치개혁까지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통령 지지율이 빠진다면 어디서부터 흔들릴까?

“조금씩 다 빠질 것 같다. 중도적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지지 기반이 약했던 사람들은 이탈할 수 있다. 호남의 선택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저쪽(보수 정당)은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없고…. 전체적으로 투표율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 태극기 부대나 황교안·나경원 체제를 돕겠다고 (투표장에) 나가기도 어렵고….”

대통령제의 폐해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41.1%를 득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총선에서 얻은 의석수도 123석(전체 300석)이니까 41%다. 그러니까 현재의 대통령과 여당은 40%의 지지를 얻은 것인데 지금 100%(권력)를 행사하고 있다.”

그 모순이 흘러나오고 있다?

“점점 더 청와대가 정책 결정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 측근들이 정책을 장악하고, 인사 관련된 것들도 관여하고 있다. 옛날에도 안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외부 인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덜 개방적인 것 같다. 소수의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모든 것을 정하고, 바꾸고 있으니까 이게 대통령제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조국 사태가 문재인 정부 레임덕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나?

“그렇게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도 40%가 유지됐다.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지지율이) 유지된 것은 야당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도 있다. 초반에 한쪽(보수 진영)이 완전히 몰락한 상황에서 정권을 잡은 것이니까.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초기에 상당히 높았다. 적폐라는 이름하에 기득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갈라놨다. 포퓰리즘적 측면이 먹힌 것이 있었다. 그래서 유지가 됐는데 이게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제 시스템의 한계로 봐야 할까?

“문 대통령을 겪으면서, 한국 대통령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박근혜 대통령 같은 경우에 ‘개인 퍼스널’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성품이 좋은 사람이니까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왜 그런가?

“권력이 한 사람에게 모이니까, 주변 사람들이 다른 이야기를 못 하는 거다. 잘못되더라도 가는 것이다. 한·일 관계를 도덕적 관점에서 보기 시작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예를 들면 과거사 관련해서 ‘우리는 피해자고 너희는 가해자’, 그게 모든 것의 앞으로 나오면 안 되는 것이다. 외교라는 것은 양국 간의 현실적인 것을 고려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이익을 나누는 것인데.”

소통 프로세스의 문제가 아니라 표에 도움 되니까 그러는 것 아닐까?

“표에는 부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아베도, 문재인도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런데 문 대통령의 언사는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온다. ‘일본은 그러면 안 된다, 일본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대통령이 세상을 보는 의식에 그런 부분이 강한 것 같다. 정치에 대해서 그렇게 선수는 아닌 것 같다.”

“굉장히 강한 권력 같지만 작동 안 되는 정부”

정치공학적으로 지지층을 바라보는 정치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등을 결정할 때 그렇게 안 했기 때문에 지지층이 떠나갔다.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대한 반면교사 요인도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층이 보기에는 지금 대항해야 할 적이나 악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박근혜 지지층들이 결집해 있고, 자유한국당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문재인을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 교수는 책 [막힌 사회와 비상구들]에서 ‘이념 갈등은 존재할 수 있다. 다만 분열과 대립이 안 되게 하는 게 정치’라고 썼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는 오히려 그 갈등선(지역, 계층, 젠더)을 더 촘촘하게 긋고 있다.

“걱정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뭔가를 끌어안으려고 행동을 해야 하는데…. 견고한 지지층으로 인해서 오히려 발목이 잡혀 있는 부분도 있다. 야당 역시 갈라져 있는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득을 보고 있는 부분이 있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분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익숙한 사람, 믿는 사람을 중용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토론이 실제로 잘 작동 안 되는 거다. 굉장히 강한 권력 같지만 정책 집행과 관련된 것을 보면, 몇 가지를 제외하곤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관료들은 괜히 움직였다가 정권이 바뀌면 적폐로 찍힐 수 있으니까?

“지금 인사 관련된 것을 청와대가 다 틀어쥐고 있는데 어느 부서에서 그 말을 거역하나. (관료들로서는) 자기 생각과 다르고, 나중에 문제 될 것 같으면 최소한의 하라고 했던 것만 올리니 작동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책적으로 일관성이 없고, 관료들은 열심히 하면 ‘나라를 위해 뭔가를 했다’가 아니라 다음 정부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 열심히 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 아닐까?

“지금 굉장히 센 것 같지만 내년 이맘때가 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에 처해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해도 그렇게 될까?

“다음 대선이 2022년 5월이다. 총선에서 이겨도 (정치권은) 그다음을 향해서 갈 것이다. 내년 말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사이에 큰 정책 실패나 스캔들이 터지면 달라지는 거다.”

왜 이런 곤경이 예정된 것일까?

“한국 사회가 너무 많이 커졌고 다양해졌다. 이해관계도 복잡해졌다. 이제 이런 문제를 한 사람의 개인적 의지와 결정 때문에 끌고 나갈 수 없다. 그러니 다양한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청와대라고 하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이다.”

이 정부는 개헌보다는 선거구제 개편에 꽂혀 있다.

“본인(정부·여당)들이 아니고 정의당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하는 것 같다. 선거구제 개편도 다양한 정치세력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부 사람들은 2016년 겨울 촛불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도 있다.

“박근혜가 싫어서 온 사람도 있었고, 왜 이렇게 세상이 공정하지 않으냐고 분노해서 온 사람도 있었다.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묶어냈던 하나의 주제는 ‘정치를 바꾸자’였다. 핵심은 권력구조를 바꾸자는 얘기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자는. 그 당시 촛불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 다 이념적으로 진보적이지는 않았다. 현재 상황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고민을 갖고 나간 것이다. 그것을 자기들에 대한 정치적 승인을 해준 것처럼 만들어놓은 것은….”

촛불 정신 속에는 ‘1987년 이후의 체제를 재구성해보라’는 국민의 뜻도 있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1987년 때 구호를 외쳤던 ‘586’들은 이제 기득권이 됐다.

“1996년 김민석을 시작으로, 2000년과 2004년 (총선 때) 많이 들어갔다. 굉장히 젊은 나이에 김대중이 끌어준 것이다. (586은)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나 정치적 요구를 제도권 정치 안에 들어가게 하면서 그동안 일정한 기여를 했다. 통일 문제, 복지, 형평성 등…. 그런데 너무 오래 해 먹고 있다. 그 위에 문재인이 떠 있고.”

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분노가 응축되고 있다.

“바꿔 얘기하면 ‘왜 너희는 너희끼리만 해 먹느냐. 우리는 왜 기회가 안 주어지느냐’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든 민주당이든 엄청난 세대교체를 하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뭔가 변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20·30세대의 목소리를 담을 청년 정치는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당은 39세 김해영이 최연소 의원이더라.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586을 진보라고 하지만 이미 꼰대들이 됐다. 더는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됐다.”

무엇보다 586은 글로벌 경제와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중앙일보 남정호 논설위원이 썼다. 문 대통령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전환시대의 논리]라고. 그게 언제 적 책인가. 중국 문화혁명 칭찬하는 이런 것들이 있다. 문화혁명은 지금 중국 내에서도 비판하는 것 아닌가. 거기에는 미 제국주의가 있고, 파쇼와 매판자본을 논하고 있다. 그 당시 상황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보고, 한·일 역사 관계도 보고 있는 거다. 그런 게 문제가 있다면 시민사회나 학계가 풀어야 할 부분이다. 현실 정치가 그걸 다루는 것은 아니다.”

“586, 너무 오래 해 먹고 있다”

조국 사태를 보며 청년층들이 ‘소위 진보 진영 사람들도 별반 다를 게 없구나’라고 절감했을 것 같다.

“이번 정부의 기여일 수도 있겠다. (웃음) 촛불은 우리 사회가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쌍생아 같은 것이다. 박정희 패러다임도 지금 우리 사회에 안 맞지만, 그거에 저항해서 뭔가를 하려 했던 사람들도 안 맞는 사람인 것이었다.”

이들도 답이 아니었다는?

“우린 아직 박정희와 관련된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권위주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다. 그림이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진짜 새로운 형태의 보수적 가치가 나와야 한다. 조국 문제로 진보 정치도 고민을 새롭게 해야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새로운 형태의 보수적 가치란 무엇일까?

“과거의 보수가 가졌던 것들, 성장주의·반공주의로 가긴 어렵게 됐다. 과거처럼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이분법적 패러다임 자체가 안 맞는다. 이제 공동체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는 고민을 요즘 보수들이 많이 하고 있다. (진보 진영이) 도덕적 우월성을 가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그것도 아니다. 심지어 실력도 없다. 이제 (진보의 밑천이) 다 드러났기 때문에 (새로운 보수는)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어떻게 번영과 통합을 이끌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하는 거다.”

문 대통령이 변한다면 활로는 남아 있는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개혁 공천도 쉽지 않은 것 아닌가?

“그건 놔둘 것이다. 문재인과 상관없는 변화니까. 앞으로 남은 (대통령 임기) 2년 반 동안의 변화가 아니라 문재인 이후를 고려한 변화가 내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건 보수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박정희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떤 면에서 굳이 희망을 찾는다면 ‘우리 정치가 정말 바닥까지 온 것 아닐까’ 하는 점이다.”

조국 사태를 통해 드러났는데, 진보 쪽 사람들은 이념에 충실한 것처럼 보였을 뿐 자기 진영끼리는 굉장히 유대감이 강했다.

“우리 편이라는 동지의식이 있고, 그 동지끼리 나눠 먹기를 시작한 것이 나타난 거다. 태양광 등, 나중에 여러 개가 나타날 거다. 이 분야는 좁은 데다 ‘고생했지’, 이런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더 많을 수도 있다.”

강 교수는 몇 달 전 ‘21세기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에 관해 발표했다. 이 정부가 포퓰리즘적인 면이 있는 것인가? 학문적으로 포퓰리즘은 정의하기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포퓰리즘의 정의는) 어떤 게 바르다고 보기 굉장히 어렵다. 일단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엘리트와 대중을 나누는 것이 하나다. 대의적이기보다는 직접적인 참여를 선호한다. 외부에 적을 만들어 두는 것도 있다. 이상적인 과거를 만들기도 한다. 트럼프의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은 포퓰리즘적 구호다. 왜냐하면 미국이 언제 ‘great’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때가 있었으니 가야 하고, 그걸 위해선 멕시코 난민을 막아야 한다는 거다. 우리 경우도 적폐라는 이름 아래 기득권과 그렇지 않은 층으로 나눠서 기득권은 적폐가 되는 거고.”

“새로운 보수의 가치가 나올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포퓰리즘적 편 가르기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그런 맥락에서 이 정부도 포퓰리즘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여러 집단을 나눠 놨다. 직접민주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정당을 통해서 듣는 것보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훨씬 좋다는 거다.”

국민청원의 어떤 부정적인 면을 우려하나?

“(여론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정책 결정이)민감하게 간다. 예를 들어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로 다들 고생했고, 걱정했다. 그런데 실제론 미국산 쇠고기 다 먹고 있다. 그런 잘못된 이야기를 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없다. 시민사회나 직접적 여론이란 게 그런 거다. 지를 순 있지만 책임성이 없다. 정당을 활용하는 게 맞는 거다. 그런데 책임이 없으니까 오만 가지가 다 나온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유한국당 없애 주세요’는 건강하지 않다.”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할 때에도 여론조사 동향을 체크했다고 하더라. 어떻게 외교를 여론조사로 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

“그렇다. 일본도 (야당인) 민주당이 지리멸렬해서 (자민당의) 아베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여야가) 적대적 공존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정치는 갈등을 제도화하고 컨트롤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

“(정치의 속성상) 일정하게 갈라놓긴 하는 건데 좀 심한 것 같다. 수적으로 유리하다고 본 것일 수도 있고…. 계속 이러면 1/3의 지지층, 1/3의 반대층, 1/3의 실망한 층이 생겨날 것이다. 어쨌든 야당이 위협이 되지 못하니까 제일 큰 문제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카리스마나 기반은 YS나 DJ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여야가) 더는 (중도층으로) 넓힐 필요가 없는 거다. 김영삼, 김대중 같았으면 지금 이렇게 정치 안 한다. 조국 정도 됐으면 김영삼, 김대중은 무조건 접었을 거다. 그런데 (문 정부는) 조국에 진영의 상징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니까 안 버리려고 하는 것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대안도 생각해봐야 하는데 정책, 정치 경험도 부족하고…. 기대가 컸는데 안 바뀌니 사람들의 실망은 커진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까?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한을 보더라도 3년 반이다. 내년 총선에서 패하거나 조국 정국이 악화하면 (레임덕이) 더 당겨질 수도 있다. 야당은 좋아할 수 있겠지만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규범이 현실을 앞서고 있으니…”


▎강원택 서울대 교수(왼쪽)는 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떻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과거 ‘국가시대’에는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쫓아가면 됐다. 발전국가 시대의 유산이었다.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고, 우리 사회는 작았다. 국민은 시키는 것만 하면 됐다. 그런 것에 익숙했는데 민주화가 되고 나서 사람들이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사회는 굉장히 다양화됐고, 커졌다. 국가가 모든 것을 끌고 나가고 조정하는 것이 힘들게 됐다. 세월호 사건에서 봤던 국가는 그렇게 유능하지도 않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면 시민 스스로가 공동체와 관련된 일에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참여하고, 봉사하고, 기여하고, 타협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약자를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뭔가 세상이 엄청나게 변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면 변화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현실의 정치와 도덕의 정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운동의 정치와 국정 운영의 정치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동의 정치는 도덕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운동의 정치는 시민사회 내부에 있을 때 하는 거다. 정치세력화가 되면 그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고, 현실의 문제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현실과의 적응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이라고 하는 것은 오랫동안 만들어져 온 것이다. 그 사이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하루아침에 풀 수 있는 문제였다면 단칼에 풀었을 것이다. 매연 많다고 자동차 다 못 다니게 하면 되나? 현실이라는 것은 점진적 형태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고, 개중에 필요한 경우에는 타협해야 한다. (그렇게 못하니) 아마추어 같다는 얘기를 듣고, 성과는 안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은 내가 옳은데 사람들이 이해를 못해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도덕심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풀어가는 방법을 운동적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너무 도덕적 순수성을 강조하다 보니까, 이념적으로 경직화되어 있다 보니까, 규범이 현실을 앞서기 시작했다. 그러니 현실과 처방이 맞지 않게 되고, 현실은 점점 더 나빠지고, 해결은 멀어지고, 공허해진다.”

강 교수의 연구실 컴퓨터 바탕화면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었다. 지상은 밤, 하늘은 낮의 풍경을 담은 그림이다. 우리가 발을 디딘 세상과 지향하는 세상이 극단적으로 갈라져 버린 상황. 어쩐지 2019년 대한민국의 초상처럼 느껴졌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 녹취 정리 박호수 월간중앙 인턴기자

201910호 (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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