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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중년 활력 떨어뜨리는 주범, 갱년기 

40대 남성 4명 중 한 명은 겪는다 

여성은 폐경과 함께 갑작스럽게, 남성은 서서히 발현
암 가족력 있거나 전립샘 질환 있으면 호르몬 치료 주의


▎우리의 몸도 가을에 들어서면 노화의 단계로 접어든다. 가장 큰 원인은 성호르몬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우리를 둘러싼 계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몸에도 계절이 있다. 봄이 생명이 소생하는 탄생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성장기다. 가을은 성숙기이면서 쇠퇴기다. 열매를 맺음과 동시에 잎이 떨어진다. 우리의 몸도 가을에 들어서면 노화의 단계로 접어든다. 가장 큰 원인은 ‘성호르몬’이다. 생식기관의 유지와 물질대사에 필수적인 성호르몬 분비량이 이 시기 급격히 준다.

그래서 생기는 게 ‘갱년기’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몸의 자율신경계가 교란돼 여러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여성의 갱년기는 폐경(월경이 없어짐)과 함께 찾아온다. 월경을 더는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난소의 난포가 모두 소실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포란 난자의 성장을 돕는 주머니 모양의 세포를 말한다. 충분히 성숙한 난자가 난포를 뚫고 나오는 현상이 바로 배란이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는 “여성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난포 수가 정해진다. 가임기인 40년 동안 약 480개의 난자만 배출시키고 나머지는 모두 퇴화해 소실된다”며 “폐경기는 보통 만 50세 무렵 찾아오고, 사람에 따라 몇 년 정도 일찍 나타나거나 늦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난포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에스트로젠을 만드는 것이다. 에스트로젠은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으로, 유방을 발달시키고 임신이 가능하도록 자궁을 두껍게 한다. 그뿐만 아니다. 대사를 촉진해 몸속 지방을 태우고 혈관과 피부를 건강하게 하며 뼈를 만드는 것도 에스트로젠의 중요한 역할이다. 소변 기관의 기능도 잘 유지되도록 돕는다.

안면홍조·비뇨기계 증상 많아


▎폐경기 여성을 소재로 한 뮤지컬 [메노포즈(menopause)]. 메노포즈는 월경을 뜻하는 ‘menstruation’과 중지를 뜻하는 ‘pause’의 합성어다.
하지만 폐경 이후부터는 난포가 없기 때문에 에스트로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방과 근육 등 일부 조직에서 극소량의 에스트로젠이 만들어지지만, 폐경 전의 에스트로젠 분비량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때부터 소위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에스트로젠 분비 저하에 따른 갱년기 증상은 약 30여 가지에 이른다. 대한폐경기학회에서 조사한 갱년기 여성들이 가장 많이 겪는 증상은 ‘안면홍조’이다. 전체 폐경 여성의 10명 중 6명이 이 증상을 호소한다. 생리가 완전히 끊기는 시기가 아닌 그 전부터 안면홍조가 서서히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보통은 얼굴·목·가슴에 갑자기 뜨거운 기운을 느끼고 피부가 달아오른다. 잠을 잘 때 화끈거림이 심해져 식은땀에 젖어 잠을 깨기 일쑤다. 폐경 후 4년 정도면 4명 중 3명은 치료하지 않아도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4명 중 1명은 증상이 5년 넘게 이어지기도 한다.

비뇨 생식계 질환도 많이 겪는다. 주로 폐경 후 3~4년이 지나서 나타난다. 신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 피부 상피세포가 점점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탄력성을 잃는다”면서 “질과 요도의 상피세포도 마찬가지로 건조해진다”고 설명했다. 부부 관계 시 통증이 생기고 감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방광 기능이 떨어져 소변을 보는 횟수도 늘어난다.

골다공증과 심혈관질환 위험도 커진다. 여성호르몬은 골밀도를 유지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감소하면 골밀도도 떨어진다. 폐경 후 5년이 지나면 폐경 전보다 골밀도가 절반으로 감소한다. 이를 방치하면 척추가 변형돼 등이 굽는 노인 체형으로 바뀐다. 키도 줄어든다.

에스트로젠은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는데, 에스트로젠의 공급이 끊기면서 혈관 벽에 쉽게 염증이 생기고 딱딱해지는 심혈관계 질환도 늘어난다. 이 심혈관질환은 폐경 후 계속 나빠진다. 적극적인 관리를 하지 않으면 60세 초반부터 동맥경화증과 협심증 등의 질환으로 나타난다.

우울감도 빠질 수 없다. 갱년기 여성 10명 중 4명이 심한 우울증을 호소한다. 에스트로젠이 줄어들면 대뇌의 변연계·시상하부·뇌하수체에서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분비가 많아진다. 또 대뇌 전두엽 쪽에 분포된 신경 세포군을 손상해 우울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단 산부인과에 가서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게 중요하다. 폐경기 나타나는 주요 증상과 가족력 등에 따라 치료법과 호르몬 약의 종류도 다르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산부인과에 가면 무조건 호르몬 치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아니다”며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가려서 한다”고 말했다.

유방·자궁·난소 등에 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호르몬 치료를 조심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50대 이후부터 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데, 여기에 에스트로젠이 더 투여되면 암 발현이 촉진될 수 있다. 질 출혈, 간염, 급성 혈전장애(갑자기 혈류의 흐름이 막힘) 등이 있었던 사람도 호르몬 제제를 투여하면 해당 질환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

이런 위험 요인이 없다면 호르몬 치료를 시작해도 된다. 보통 5년 전후로 치료를 받지만, 증상이 지속하거나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이 클 경우 전문의 판단을 받아 치료를 더 이어갈 수도 있다.

가족력이나 관련 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암 발생 위험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학계에 보고된 바로는 7년 이상 장기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에만 유방암 발병률과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60대에 들어서서 새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엔 암 발생 위험이 있다. 신 교수는 “보통 50세부터 5년 정도 호르몬 치료를 하기 때문에 암 발생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암 가족력 있으면 호르몬 치료 주의


▎콩에는 식물성 에스트로젠이 함유돼 있다. 꾸준히 먹을 경우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해준다.
호르몬 치료제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매일 복용하는 알약 형태다. 간편하지만 대부분 간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용량을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부 접착형은 주 2회 정도 하복부 또는 엉덩이에 붙인다. 간을 경유하지 않고 에스트로젠이 곧바로 혈류에 침투된다. 정제형보다 낮은 용량을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붙이는 부위가 따끔거리고 붉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 질 크림제는 질 건조증이나 비뇨기계 증상이 심한 사람에게 처방한다. 주 2회 이상 해당 부위 안에 바르면 증상이 완화된다.

호르몬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면 대체요법도 해볼 만하다. 콩에는 식물성 에스트로젠인 ‘아이소플라본’이 함유돼 있다. 에스트로젠과 분자구조뿐 아니라 효능도 유사해 폐경기 이후 여성의 각종 증후군을 완화해준다. 콩을 감식초에 불렸다가 볶아 먹으면 아이소플라본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뼈 건강을 위해서는 우유도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갱년기 여성의 하루 칼슘 권장량은 1200㎎이다. 우유 한 잔에 칼슘이 200㎎ 정도 들어 있으므로 하루 3잔 정도는 마시면 좋다. 단, 우유에 포화지방이 많으므로 저지방 우유를 선택해 마셔야 한다.

매일 멸치·잎채소 등 칼슘이 많이 든 반찬을 먹는 것도 좋다. 치즈나 발효 요구르트, 두유 등도 칼슘은 물론 단백질이 많으므로 간식으로 챙겨 먹으면 좋다. 에스트로젠 감소로 떨어진 요도의 탄력성은 케겔 운동을 하면 다소 회복된다. 소변을 보다가 멈추게 하듯 골반 근육을 10초간 수축, 10초간 이완하는 운동을 한다. 하루 세 번, 1회에 50~80번 반복한다.

갱년기는 여성에서만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남성도 갱년기를 앓는다. 양상은 다소 다르다. 여성은 만 50세에 폐경이 되면서 갑자기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지만, 남성은 40대 초반부터 10~20년에 걸쳐 남성호르몬이 조금씩 감소하면서 증상도 서서히 나타난다. 의학적으로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가 231ng/dl 이하이면 갱년기로 진단한다. 대한남성과학회에 자료에 따르면 40대 남성 중에선 24%, 70대 남성 가운데선 약 44%가 갱년기를 앓는다고 보고돼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갱년기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갱년기임을 자각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이형래 교수는 “여성은 갱년기 질환을 먼저 의심하고 병원에 찾아온다면, 남성은 발기력이 약해지고 성욕이 감퇴하는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갱년기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체형 변화가 ‘갱년기 악순환’ 낳아

남성이 갱년기에 들어서면 감정의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 드라마의 슬픈 장면을 보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사람이 조금만 슬픈 장면이 나와도 눈물을 훔친다. 본인 의지와는 달리 쉽게 화를 내고 짜증도 낸다. 가족이나 후배의 작은 실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자신감이나 집중력·결단력·추진력 등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량도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체형도 변한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을 유지하고 내장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지방 축적이 심해져 뱃살이 많이 늘어난다. 혈관 탄력도 떨어지고 혈관 안에 지방이 잘 쌓여 고지혈증·고혈압 위험도 커진다.

여성 갱년기 증상처럼 기억력과 인지력도 줄어든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준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은 기억력과 인지력에도 관여하는데, 특히 공간지각능력과 관련 있다”며 “그래서 갱년기가 되면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새로운 길을 익히는 데도 전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직접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성 관련 기관의 기능 저하다. 성욕이 줄고 발기부전이 생긴다. 남성의 음경 조직은 혈관으로 이뤄져 있는데, 발기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일어난다. 테스토스테론은 혈관을 확장해 음경 내로 혈액을 유입시켜 발기를 돕는데,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떨어지면 발기가 잘 안 된다.

이런 갱년기 증상을 보인다면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면 성 기능과 우울감, 체력저하 면에서 빠른 효과를 본다. 단,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전립샘비대증이 중증 이상이거나, 전립샘암 위험이 있다면 남성호르몬 투여를 제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립샘비대증 등의 치료가 이미 안정적인 단계에 있다면 제한적으로 단기간에 남성호르몬을 투여하기도 한다.

생활습관 개선 등 대체요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건강기능 식품 섭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약보다 효과는 크게 떨어지면서 가격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갱년기 남성에게 좋다고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마카젤라틴화분말, MR-10 민들레 등 복합추출물, 옻나무추출분말이다. 마카젤라틴화분말은 아르지닌·아연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페루 안데스산맥 고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인 마카에서 얻는다. 민들레 등 복합추출물은 민들레와 루이보스 등에서 얻은 원료다.

남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려면 음주는 절대 피해야 한다. 고환에는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담당하는 ‘라이디히’ 세포가 있는데, 알코올은 이 세포를 위축시켜 테스토스테론 분비도 같이 줄인다. 흡연도 마찬가지로 고환의 호르몬 분비 세포를 파괴한다.

스트레스 조절도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호르몬 합성이 잘 안 된다. 스트레스 조절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갖는 게 중요하다.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을 하면 뇌에서 긴장할 때 나오는 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 분비가 줄고,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가 늘어 갱년기로 인한 우울감이 완화된다.

꾸준한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매일 근육 운동 10분, 유산소 운동 40분씩 꾸준히 하면 갱년기 증상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혜준 교수는 “남성호르몬이 줄면 지방조직이 늘어나는데, 지방조직에선 여성호르몬을 만들어낸다”며 “운동을 하지 않으면 남성 갱년기 증상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TIP 여성 갱년기 자가진단 리스트
□ 얼굴이 갑자기 확 달아오른다.
□ 불면증이 있다.
□ 신경과민, 불안 증상이 있다.
□ 나도 모르게 신경질을 자주 낸다.
□ 우울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 가슴이 두근거린다.
□ 몸에 이상한 감각이 느껴진다.
□ 작은 곤충이 피부를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 관절과 근육에 통증이 느껴진다.
□ 쉽게 피로하고 전신에 힘이 없다.
*3개 이상 문항에 해당할b 경우 여성 갱년기 의심

※ TIP 남성 갱년기 자가진단 리스트
□ 성욕이 떨어졌다.
□ 발기력이 감소했다.
□ 근력 및 지구력이 감소했다.
□ 키가 다소 줄었다.
□ 삶에 의욕과 재미가 없다.
□ 짜증이 늘고 울적하다.
□ 무기력하다.
□ 저녁 식사 후 바로 졸음이 밀려온다.
□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 조금만 운동해도 쉽게 지친다.
*1·2번 문항에 해당하거나 3개 이상 문항에 해당할 경우 남성 갱년기 의심

- 배지영 중앙일보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201910호 (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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