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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인터뷰] (재)경주세계문화엑스포 이사장 이철우 경상북도 지사 

“한국 대표하는 역사문화 테마파크 만들겠다” 

10회 맞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10~11월 보문관광단지 일대서 개최
첨단기술 입힌 천년 신라 문화 콘텐트 연중 상설 프로그램으로 육성


▎이철우 경북 지사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경주타워 앞에서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우뚝 솟은 9층 탑 맞은편에 같은 크기로 가운데가 뻥 뚫린 건물이 마주 보고 서 있다. 건물 가운데 빈 공간이 9층 탑 모양이다. 사람들은 이 둘을 ‘수탑’, ‘암탑’이라고 부른다. 경상북도 경주시 천군동에 있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의 대표 건축물들이다. 둘 다 황룡사 9층 목탑을 본떠 만들었다.

경주의 대표 문화 콘텐트인 세계문화엑스포가 개막했다. ‘문화로 여는 미래의 길’이라는 주제로 10월 11일부터 45일간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경주엑스포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전보다 기간은 짧아진 대신 의례적인 행사를 과감히 없앴다.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콘텐트의 질적 향상에 주력했다. 융성했던 1300년 전 서라벌을 빛으로 재현했다.

엑스포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9월 23일 경주엑스포공원에서 이철우(64) 경상북도 도지사를 만나 이번 엑스포의 의미를 들었다. 이 지사는 재단법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이사장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이날 엑스포 공원에서 경북도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엑스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현장에서 시설물을 둘러보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9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어떤 행사인가?

“시대적 트렌드를 반영한 체험형 역사문화 박람회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시대에 걸맞게 첨단 기술과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콘텐트를 대거 선보인다. 특히 신라 문화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첨단 기술을 접목한 빅4 콘텐트에 집중했다. ‘신라 천년, 미래 천년’, ‘찬란한 빛의 신라’, ‘신라를 담은 별’, ‘인피니티 플라잉’이 그것이다.”

행사 기간이 과거보다 짧아졌다.

“지난 엑스포는 일정 기간에 문화프로그램이 집중된 메가 이벤트 성격이었다. 이번에 지속 가능한 콘텐트를 더해 연중 상설 축제화를 시도했다. 보문관광단지 내 여러 위락시설과 함께 종합 문화 테마파크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첨단 기술로 재해석한 ‘빅4 콘텐트’ 흥행 기대


▎경주엑스포공원 내 화랑 숲에서 야간에 펼쳐지는 루미나 나이트 워크 ‘신라를 담은 별’. / 사진:경주세계문화엑스포
민선 7기 도정 출범 이후 첫 엑스포여서 기대하는 바가 남다를 것 같다.

“지난 7~8월 진행된 사전·연계행사인 ‘여름Pool축제’에서 해외여행 대신 경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국내여행 덤 이벤트’가 관광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4대 킬러 콘텐트를 중심으로 국내 최초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인생전시’, ‘사진성지’ 등으로 자리하며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행사 규모나 일정은?

“10월 11일에 개막해 45일간 진행된다. 폐막식은 따로 하지 않고, 공식 일정 이후부터 상설 운영 체제로 전환된다. 이번 행사의 특징이라면 경주엑스포 공원 전체 시설을 빈틈없이 활용했다는 점이다. 경주타워를 13년 만에 전면 리모델링하고 솔거미술관 뒤 화랑 숲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약 2㎞에 이르는 맨발 전용 둘레길로 조성했다.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축제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거다.”

경주엑스포 행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1998년에 첫 박람회를 개최해 올해 10회째를 맞았다. 지난 22년 동안 이스탄불, 캄보디아, 베트남 호찌민 등 해외에서 3회, 국내에서 6회의 박람회가 열렸다. 매 행사마다 평균 46개국이 참가했고, 누적 관람객이 2000만 명을 넘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시간을 되짚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축제가 될 것이다.”

‘문화로 여는 미래의 길’을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지금까지 경주엑스포는 찬란했던 신라 문화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로 확장해 나가는 데 힘을 썼다. 이번 주제는 지금까지의 문화적 다양성을 돌아보고 앞으로 맞이할 미래 문화를 내다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우수한 문화 자산을 최첨단 기술과 융합해 재해석하려는 의도이자, 우리 민족의 ‘스마트한 역사’를 문화 축제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전면에 내세운 빅4 콘텐트가 궁금한데.

“우선 경주의 랜드마크인 경주타워를 13년 만에 전면 재단장했다. 82m 높이의 전망층 4면을 유리로 덮어 30분마다 1300년 전 신라 왕경(王京) 영상으로 에워싸는 ‘이머시브 스크린’이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천년 전 신라를 황룡사 9층 목탑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환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빛의 도시였던 입체 영상 기술 재해석해 구현한 ‘타임리스 미디어 아트’도 볼거리다. 화려한 영상미가 관람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또 맨발 전용 둘레길인 화랑 숲길을 밤에는 LED 조명으로 색을 입혀 신라의 역사로 안내하는 ‘루미나 나이트 워크’는 ‘역대급’ 콘텐트가 되리라 확신한다. 이에 더해 무용과 무술, 서커스 묘기가 로봇팔, 3D 홀로그램 등 첨단 기술과 만난 액션 퍼포먼스인 ‘인피니티 플라잉’이 경주엑스포 대표 공연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이번 행사의 목표는 무엇인가?

“엑스포공원 일대를 고품격 문화 테마파크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상설 콘텐트를 개발하고 어린이나 가족이 참여하는 에듀테인먼트 공원을 지향한다. 지역을 넘어 국내 문화관광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문화 플랫폼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신라 문화 소재로 한 테마파크 조성 추진

행사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과거에는 단체관람형의 보여주기식 행사 위주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다. 이제는 개별형, 가족형으로 여행 트렌드가 변화했다. ‘여행시즌’이란 말이 무색하게 콘텐트의 상설화가 중요해졌다. 이번 엑스포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테마파크를 오픈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운영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나?

“많은 변화가 있다. 예컨대 단거리 선수에서 장거리 선수로 변신했다고 보면 된다. 경주타워처럼 인기 시설물은 첨단 기술을 입혀 콘텐트 흡인력을 높였다. 관람객의 발길이 드물었던 시설은 새로운 프로그램 전용관으로 바꿨다. 평일에는 상설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고, 주말에는 공연을 연계해 관람객들이 최대한 많은 콘텐트를 즐길 수 있도록 개편했다. 장기전을 위해 체질 변화도 시도했다. 종합안내센터를 갖추고 무인발권시스템을 도입해 테마파크의 외형을 갖췄다. 관람객 입장에선 일단 들어오면 곳곳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재단 이사장으로서 가장 기대하는 콘텐트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루미나 나이트 워크’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크다. 평소 등산과 걷기를 즐긴다. 매주 산악회 활동을 하고 가급적이면 매일 도청 주변을 30분 정도씩 맨발로 걷는다.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로 주변에도 적극 추천하는 나만의 건강관리 노하우다. 국내 최초로 맨발 전용 둘레길과 연계해 조성되는 루미나 나이트 워크는 볼거리가 가득해 걷는 지루함을 날려줄 수 있을 거다.”

행사 시기와 형태가 바뀌면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 방식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지자체와 기업 등 단체 위주로 입장권을 판매했다. 이번에는 단체 마케팅을 지양하기로 했다. 핵심 콘텐트들을 알리고 개인이나 가족 등 소규모 단위의 관광객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 또 학생·기업·단체·가족 등 마케팅 방향을 세분화했다. 수도권과 비영남 지역에 대한 맞춤 홍보를 강화해 외지 관광객이 더 많이 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취지에 맞춘 마케팅 방안도 있나?

“지역 내 호텔·테마파크·영화관·유적지 등의 이용료를 상호 할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주엑스포를 찾는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지역 내 다른 관광지도 둘러볼 수 있도록 해 체류 시간이 길어지도록 하는 전략이다. 상호 할인 대상 업체들을 계속 확대해 지역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경주엑스포의 비전과 발전 방향을 말해 달라.

“우선 고품격 역사문화 테마파크로의 성장을 추구한다.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문화산업을 창출해낼 생각이다. 관람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지역 관광산업의 허브가 되도록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경상북도를 넘어서 대한민국 대표 문화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세계 문화가 조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신라 문화를 첨단 기술로 재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이번 엑스포의 주력 콘텐트와 방향은 무엇인가?

“찬란한 신라 역사와 첨단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미래문화 콘텐트를 제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행사를 이끌어 갈 Big4 콘텐츠 모두에 공을 들였지만, 그 중 ‘신라를 담은 별’ 루미나 나이트 워크는 경주엑스포 공원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대규모 프로그램이다.

공원 내 유휴부지였던 ‘화랑 숲’에 2km 길이의 테마 숲길을 새롭게 조성하고 그 안에 다수의 디지털 영상 아트 장비와 LED 조명이 설치된다. 낮에는 맨발 전용 둘레길인 ‘비움 명상 길’로 힐링을 제공하고 밤에는 빛과 사운드가 어우러진 첨단 기술이 ‘신라의 전설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나라 최초로 선보이는 콘텐츠인 만큼, 오랜 시간 준비했고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박스기사] 아시아의 천년 역사와 문화가 한 자리에 - 각국 전통 무용·악단 공연… 행사 기간 내내 볼거리 가득


▎신라 혜공왕과 여인 에밀레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공연 에밀레. / 사진:경주세계문화엑스포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신라의 문화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화려한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국제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엑스포에서도 해외 공연단의 수준급 전통 공연이 한 달간 이어진다.

세계문화엑스포 순회 개최국인 캄보디아에서 왕립무용단의 공연 무대가 열린다. 캄보디아 왕립 무용단은 2008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크메르 문명의 전통 공연인 ‘라마야나’ 등으로 무대를 꾸민다.

베트남 전통 공연단인 ‘호찌민 시립 봉센민속공연단’은 전통 악기 오케스트라와 전통춤, 서커스를 선보인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민속공연단은 아시아의 이슬람문화를 무용으로 표현한 이색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현대무용과 창작 공연, 크로스오버 무용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전설과 신화, 아랍과 이슬람 문화를 예술로 승화했다.

이어 이집트 룩소르 지역의 전통댄스 공연팀이 출연해 창작 안무를 보여 준다. 이 공연팀은 1995년부터 이집트의 전통과 현대 민속춤을 연구해 개발해오고 있다. 이번에 샹들리에 댄스 등 이집트 전통 댄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국내 전문 공연단의 무대도 풍성하게 벌어진다. N.M.C 솔리스트 앙상블 클래식 스토리 공연을 통해 오페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연주한다. 전문 진행자의 해설과 영상을 통해 흥미로운 클래식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영화 음악을 주제로 한 ‘이지영음악연구소의 영화음악여행’은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 속 음악을 피아니스트 이지영의 해설과 감미로운 연주로 접할 수 있는 토크콘서트다.

경주 출신 시인·소설가·작사가가 한자리에서 문학과 음악의 만남을 연출한다. ‘바다가 육지라면, ’마지막 잎새‘ 등을 작사한 경주 출신 대중가요계의 거목 정귀문씨의 노래를 장보윤씨 등 경주 출신 가수와 성악가들이 부르는 콘서트다.

이밖에 퓨전 타악 그룹 ‘진명’이 경주 화랑의 기상과 투지를 북으로 표현하면서 역동적인 움직임을 가미한 퍼포먼스 ‘경주의 울림’을 선보인다. 또 솔거미술관과 경주타워 등 공원 곳곳에서 20여 차례의 버스킹 공연과 국악, 한류 패션쇼 등 다채로운 관람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자세한 일정과 티켓 예매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홈페이지(www.cultureexp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1911호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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