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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슈] 자율주행 향한 현대모비스의 ‘쾌속 주행’ 

“2021년까지 차세대 제어부품 개발할 것” 

자율주행 ‘3대 기술’인 제어 분야에서 연이은 성과
“종합부품사로서 축적된 기술과 생산 노하우가 배경”


▎2018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 차에 적용할 차세대 제어부품인 e-Corner 모듈을 전시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자율주행차의 세 가지 축 하나인 제어기술에서 잇따라 핵심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있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량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던던시(redundancy)’ 장치와 네 바퀴에 구동·제동·조향·현가장치까지 모두 융합한 차세대 제어부품 ‘e-Corner 모듈’ 등이 그 주인공이다.

자율주행차는 기본적으로 센서를 통해 상황을 ‘인지’하고, 전자제어장치(ECU)에서 그 상황에 대한 주행전략을 ‘판단’해, 기계장치들을 ‘제어’하며 움직인다. 이 때문에 인지-판단-제어 기술을 자율주행의 핵심기술로 부른다. 그러나 이들 핵심기술 중 제어기술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도 장착된다는 이유로 다른 두 기술에 비해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현대모비스가 차세대 제어기술을 줄줄이 선보이면서 국내 업계에선 자율주행 기술 개발경쟁을 선도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런 성과는 현대모비스가 종합부품사로서 관련 전장부품에 대한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이미 갖췄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와 올해 리던던시 조향장치와 리던던시 제동장치 개발에 성공하면서 관련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나가고 있다. 완전자율주행 단계가 되면 운전대나 페달이 사라지는 등 탑승자의 인위적인 개입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이에 혹시 하나의 제어장치가 고장이 나더라도 바로 보조장치가 스스로 작동하는 리던던시 제어장치의 적용이 필요하다.

리던던시 장치는 차량 내부 한정된 공간에 두 개의 제어장치를 둬야 하므로 하드웨어의 소형화가 필수적이다. 장치 이상을 파악해 바로 보조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도 중요하다. 많은 글로벌 업체들이 리던던시 제어장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기술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Corner 모듈 상용화 시 획기적 비용 절감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리던던시(Redundancy) 브레이크. / 사진:현대모비스
각각의 제어장치들을 자율주행 센서나 다른 핵심부품과 융합해 안전하게 진화시키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모비스가 올해 초 개발했다고 밝힌 프리뷰 에어서스 펜션도 그 일환이다. 내비게이션 맵 정보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자동으로 차체 높이를 조절하고,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기술이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다리를 지날 때 자동으로 차고를 낮춰 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하거나,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는 경우 차고를 높여 노면으로부터 받는 진동과 충격을 감소시키는 식이다. 나아가 카메라 센서 정보까지 더해 전방 주행 상황을 보다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자율주행 시대 탑승자에게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에어백, 좌석벨트 등 사고 발생 후에 동작하는 수동형 안전장치들도 자율주행 센서와 연계해 더욱 안전하게 진화하고 있다.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능동형 안전장치와 수동형 안전장치의 제어기를 하나로 통합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현대모비스의 승객보호장치 통합제어기가 대표적이다. 이 장치는 진화를 거듭해 현재도 뛰어난 성능을 확보한 각각의 안전장치를 하나로 묶고, 여기에 센서 정보를 더해 승객안전을 위한 장치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센서로 전방 주행 경로 내 이상 상황을 감지하면 전동식 좌석벨트를 조정해 승객을 좌석에 고정함과 동시에 제어장치들을 스스로 조절해 사고를 회피한다. 그런데도 불가피하게 충돌하게 되면 충돌 강도에 따라 프리텐셔너와 에어백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차량과 탑승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최적의 안전상태를 유지해주기 때문에 탑승자의 위치나 자세가 자유로워지는 미래 차 시대에 그 필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네 바퀴 안에 핵심 제어부품 탑재

미래차 시대를 대비해 구동과 제동·조향·현가장치까지 모두 융합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제어부품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공개한 ‘e-Corner 모듈’은 인휠모터·전동브레이크·전동조향· 전동댐퍼 등 4가지 기술을 하나의 모듈로 융합해 각 바퀴 안으로 집어넣은 혁신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네 바퀴 안에 핵심 제어부품들을 융합해 구현하기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처럼 별도의 엔진이나 드라이브 샤프트 등의 구동 관련 기계 장치들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e-Corner 모듈의 가장 큰 장점은 플랫폼화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각 바퀴 안에 차량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능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네 바퀴의 배열, 즉 전폭(차량 좌우 너비)과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축간 거리)를 조정해 차량 크기(소형차~대형차)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전륜과 후륜, 2륜과 4륜도 e-Corner 모듈의 탑재 방식에 따라 차량 사양에 대한 큰 변경 없이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화가 진행되면 신차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의 혁신적인 절감이 가능해진다.

디자인 측면의 혁신도 기대된다. e-Corner 모듈을 사용하는 차량은 차체 디자인을 제약하는 엔진과 파워트레인(동력 전달계) 등의 기계적 장치가 사라지기 때문에 공간 활용이 용이하다. 확보된 공간을 활용해 일반적인 차량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유려한 디자인이 가능해진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그 동안 내재화해온 제어부품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e-Corner 모듈을 오는 2021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1911호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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