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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현안기고(2)] 2020년 주식과 외환시장 행로 

저성장 속 불확실성은 계속된다 

증시는 기술적 반등하더라도 상승 폭 제한적, 대내외 변수는 여전
환율은 달러 약세시 1200원 아래로… 위안화와 동조화도 유지될 듯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적정한 원·달러 환율을 유지해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2019년 주식시장은 중장기 추세로 보면, 2018년 1월 말 역사상 최고점인 2600p를 찍은 이후 하락 추세를 걸었다. 2019년으로 한정하면 2000p 위에서 시작해 8월 초 1900p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2000p를 회복하는 패턴을 그렸다. 여름까지 주가 하락을 주도했던 요인은 국내 경제의 부진, 미·중 무역 갈등의 심화, 반도체 경기의 침체 등의 경제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논리로 이후 증시는 경기 바닥론의 가능성이 대두하고,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 나빠질 것은 없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주식과 연관성을 갖는 외환시장의 움직임은 2019년 상반기보다 하반기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지는 패턴을 보였다. 특히, 하반기에는 급등락의 변동성마저 눈에 띄게 높아지는 특징을 띠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은 현상에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선진국이고 경제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9년만 놓고 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미국보다 최소 0.4%p가 더 낮았다. 펀더멘털이 항상 시장을 움직이지는 않는다지만, 2019년 외환시장의 기저에는 펀더멘털의 차이라는 잠재적인 힘이 작동했다. 다른 요인으로는 글로벌 강(强) 달러 추세가 너무 강력했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성장률 급락을 경험하였으나 미국 경제만은 나 홀로 좋았다. 달러화의 글로벌 추세에서 원·달러 환율도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원화만의 약세 요인이 있었는데 바로 미·중 무역 갈등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다. 무역협상 결렬 가능성, 북·미 관계 경색 등의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수출은 회복, 내수는 침체 가능성


▎2019년의 주가와 원·달러 환율 그래프. 거의 반비례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들은 글로벌 경제의 향방, 한국 경제 전망, 국내 유동성 및 외환 수급 판단, 금리, 경상수지, 자본수지, 비경제적 요인들의 방향성, 정치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하다. 이러한 요인들이 2020년에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거시적으로 살펴본다.

우선 대내외 경제 펀더멘털의 향방이다. 2020년 세계 경제는 2019년보다 성장률이나 교역 증가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9년의 이례적인 침체가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하였지만, 그 때문에 2020년의 상황은 ‘기술적 반등’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9년 3.0%에서 2020년 3.4%로 높아지는 추세로 전망되고 있다. 2020년 세계 경제성장의 중심은 개발도상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 유력하다. 개발도상국 경제성장률이 2019년 3.9%에서 2020년 4.6%로 오르면서 세계 경제의 반등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세계 경제 지형상, 미국과 중국이 앞에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다만 두 나라의 펀더멘털이 무척이나 불안해 보인다. 우선 미국 경제의 방향성에 대해서 보면 2020년에도 일견 나쁘지 않다. IMF 전망치를 기준으로 경제성장률은 2019년 2.4%에서 2020년에 2.1%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성장률의 하락이 곧 경제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1%라는 숫자 자체만으로도 미국 경제에서는 평균 이상에 해당하는 성장률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고용시장과 자산시장의 랠리가 지속되고 있어 가계의 높은 구매력은 2020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도 불안요인은 있다. 이례적으로 FRB(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019년 하반기 들어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하했기 때문이다. FRB는 이에 대해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의 높은 금리 수준을 조정(Mid-Cycle)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렇게 한두 달 간격으로 급격하게 여러 번의 정책금리를 인하한 것에 대한 변명치곤 빈약해 보인다. 우리가 모르는 경제 내 불안요인을 FRB는 알고 있다는 의심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FRB는 12월 12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019년 7월 말부터 이어온 기준금리 인하 행진을 멈춘 것이다. 앞으로 FRB의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개발도상국 경제를 앞에서 끌고 있는 중국에 대한 IMF의 전망은 어둡다. IMF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9년 6.1%에서 2020년 5.8%로 하락한다. 2019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6.0%로, 분기 기준으로 1992년 이후 27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부채 위기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총부채가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0%가 넘는다. 일부에서는 1~2년 후 40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업 부채/GDP 비율은 5년 새 40%p 가까이 급증하면서 GDP의 1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 부채 문제도 만만치 않은데, 공식 통계를 가지고 추정해 보면 2019년 22.5조 위안 정도이나, 일부에서는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최소 30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은 중국 증시에 반영될 것이고 그것은 한국 증시에도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그래도 한국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한국 경제다. 밖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우리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면 걱정할 일이 없다.

유동성 커져도 증시로 흘러갈까?


▎북한은 한국 경제의 기회이자 위험이다. 2018년 4월 30일 판문점 공동선언이 발표된 당시 코스피 지수는 2500선을 돌파했다. / 사진:연합뉴스
다행히 한국의 경제 상황은 2019년보다 2020년이 조금 더 긍정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2019년 1.9%에서 2020년 2.2%로 소폭 높아질 것이다. 다른 국책 또는 민간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1년 넘게 감소했던 수출도 2020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침체를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세계 경제나 대외 여건에 특별한 일이 없다는 전제에서다. 내수는 여전히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 저성장이 장기화되다 보니 아무래도 기업과 가계 모두 미래를 걱정하게 되고, 결국은 소비와 투자가 많이 늘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의 외화 유동성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무역수지 흑자가 소폭 증가하고, 서비스 적자 폭이 감소하는 영향으로 2020년 경상수지 흑자 폭은 2019년 수준과 비슷한 460억 달러 내외 정도로 예상된다. 한편, 2020년에도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열풍을 이루겠지만,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 유동성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만한 사건도 예상하기는 어렵다. 대규모 외화 이탈이나 유입 가능성은 현시점에서 보면 상상하기 어렵다. 물론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이 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다음으로 주식시장의 유동성 여건에 대해선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 경제 펀더멘털의 개선이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진다면,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것도 경제성장률이 확연히 높아지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확인돼야 가능한 시나리오일 것이다.

2020년 국내 금리 상황에 대한 예측에서 방향성은 일치된 의견이 없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쪽도 있지만,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오히려 시중금리가 오르리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금리가 내려가든 올라가든 큰 폭으로는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2019년 정도의 금리 수준이거나 거기서 아래위로 조금 변동하는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자금 조달 측면에서 이자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할 것이다. 2019년에도 그렇지만 2020년에도 가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은 부동산 시장이 유력하다. 역설적이게도 2020년에도 저금리 기조는 지속되겠지만 장기간의 증시 랠리가 있지 않은 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는 쉽지 않다. 그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높게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경제, 2019년만 못하다?

금융시장은 경제 논리나 수급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한국만의 고유한 요인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선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을 생각해보면 2020년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상식적으로 사회 분위기는 상당히 불안정할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불확실성에 지배를 받고, 가계소비든 기업투자든 어떤 경제 활동이던지 ‘좀 지켜보자’는 생각들이 퍼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자보다 보수적인 투자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즉 남·북 또는 북·미 관계의 방향성이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반도 정세가 경색될수록 주식시장은 침체되고 원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요인을 여기서 예측할 순 없다. 어찌 보면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가장 중요한 동인(動因)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에 대한 예측은 경제학자나 경제전문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시장을 둘러싼 수많은 요인을 분석했다고 하더라도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가 시장을 180도로 돌려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2020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전망해 본다.

주식시장은 펀더멘털적 측면부터 논하자면, 2020년에도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에서 주가와 원화의 강력한 강세를 예측하긴 어렵다. 한국 경제가 탄탄하게 경제적 성과를 가져갈 것 같지 않아서다. 잘해야 현 수준을 지켜내는 것이 기준(base)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먼저 주식시장에 대해서 말해 본다면 강세장이 펼쳐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주식시장의 리스크가 너무 많다. 2% 내외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 일본의 경제 보복,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대외 리스크가 시장을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중국발 리스크다. 한국은 전체 수출의 약 30%를 중국 시장에 의존한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성장의 궤를 같이한다. 그 말은 이제는 중국 증시가 곧 한국 증시라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중국 증시의 폭락으로, 그리고 한국 증시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가 트럼프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한국 증시는 춤을 출 수 있다. 2019년의 한국 증시를 움직였던 중대 요인은 트럼프의 트위터였다.

다른 한편에서 외환시장 역시 2019년과 같은 달러화의 글로벌 강세 기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달러화 강세의 힘은 미국 경제의 나 홀로 호황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의 미국 경제는 더 치고 올라가기보다는 고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훨씬 우세하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연구자나 기관은 없다. 2020년은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이 마무리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달러화는 약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반면, 한국 경제는 2019년 경기 바닥을 지나고 2020년에는 경기가 다소 상승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즉,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미약하다면 강세의 폭은 강세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할 수도 있다.

또한 중국 경제의 향방 다시 말해 경착륙 여부도 원화의 방향성에 영향을 준다. 증시의 동조화뿐만 아니라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가 요즘 들어 부쩍 강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기는 한국의 위기이고, 위안화의 약세는 곧 원화의 약세가 된다.

또 하나의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은 바로 남북 관계다. 아무리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취약하고, 중국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 이상에서 장기간 머무를 순 없다. 기관과 연구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균형 환율 수준은 1200원 선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말에 환율이 1200원 선 이상에서 장기간 머물렀던 경험이 있다. 남북 관계가 급랭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장기화한다면, 1200원 선 돌파가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다. 요약하면 2020년 원/달러 환율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는 시장이 이성과 합리성으로 움직인다는 전제라면, 2019년 평균 환율보다 조금 내려가는 강보합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언제 이성과 합리성으로 움직였던가? 곱씹어 생각해 볼 화두다.

이상과 같은 예측에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시장 참가자들의 기본적인 스탠스는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에는 주변 상황들이 녹록지 않다. 랠리 분위기가 형성되더라도 찰나의 순간에 터져 나오는 예상치 못한 악재에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다. 그만큼 주식시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증시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은 대부분 대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기에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무모한 대규모 투자는 삼가야 할 것이다.

위험 관리의 시대

외환시장에서는 기업들의 헷지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로서는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이 아래로도, 위로도 모두 열려 있기 때문이다. 경험적 사실이지만 외환시장에 대한 기업의 접근은 투기적 목적이어선 안 된다. 오직 환 변동 위험을 고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기업들이 헷지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환차익이 나는 것에 고무돼 섣불리 방향성을 예측하고 헷지가 투기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그러다 시장이 예상과 반대로 급격하게 움직이는 경우, 그 결과는 악몽이 된다.

마지막으로 시장을 움직이는 시장 참가자들의 생각이 모두 같다면 시장에 대한 전망도 대응도 쉽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모두가 상승을 예측하거나 모두가 하락을 예측하면 시장이 형성될 수 없다.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승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하락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야 거래가 되고 시장이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시장은 다수결의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100명 중 단 한 사람의 생각이 나머지 99명의 생각을 지배하기도 한다. 남들의 이야기도 들어야겠지만, 다수가 간다고 아무 생각 없이 그 방향으로 따라가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너무 빨리 앞서가도 안 되겠지만, 남들의 발꿈치만 보고 가는 것도 곤란하다. 변화의 양상을 미리 생각해 보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본이 새삼 강조된다.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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