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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쏘이면 생명도 위협하는 쐐기벌레 

 

번식 활발한 데다 잎 전체 먹어치워 나무 고사시키기도
한번 박히면 잘 빠지지 않는 작살 모양 털로 자기 방어


▎떼를 지어 사는 검은푸른쐐기나방 유충. / 사진:한영식 한숲 곤충생태교육연구소장
쐐기벌레란 쐐기나방이나 쐐기풀나비의 유충을 뜻한다. 그중 쐐기나방의 유충은 온몸에 털 모양의 독침이 무시무시하게 한가득 돋았다. 그런데 이 독침에 쏘였을 때는 무척 아프고 찌르듯 아리다. 하도 아파서 팔을 비틀면서 손을 흔들어대게 되고, 정신이 흐릿해진다. 된통 당하면 물파스를 발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정녕 어린 시절에 쇠꼴(소에게 먹이기 위해 베는 풀) 베느라 참 많이도 당하지 않았던가.

앞서 말한 ‘쐐기풀나비’는 네발나빗과에 속한다. 대표적으로 큰멋쟁이나비(Vanessa indica)의 애벌레(유충)가 쐐기풀을 먹고 자란다. 이 나비의 편 날개 길이(wingspan)는 5㎝ 정도이고, 뒷날개의 아래 절반은 검은색이며, 그 바깥쪽은 갈색이다.

‘쐐기풀(Urtica thunbergiana)’은 쐐기풀과에 속한 초본 식물로 한반도 중부 이남의 산야에 군생(群生)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쐐기풀(nettle) 잎이나 줄기에는 개미산(포름산, formic acid)이 많이 든 날카로운 털이 나 있어서 스치거나 찔리면 벌에 쏘인 것처럼 따갑고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가렵고 아프다. 사람에 따라 찔린 자리에 심한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쐐기풀은 주로 응달에 나고, 키가 40~80㎝이며, 몸 전체에 가시 털이 난다.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가 길며, 잎 가장자리가 거칠고, 달걀 모양이다. 7~8월에 연두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피고, 열매는 9~10월에 여문다. 여기까지 ‘쐐기’라는 이름이 붙은 ‘쐐기풀나비’와 ‘쐐기풀’을 간단히 보았다.

이제 본론인 ‘쐐기나방’ 이야기다. 쐐기나방 유충(moth caterpillar)의 몸에는 독이 있는 꺼칠꺼칠한 가시 털(spine)이 수많이 돋아 있지만, 가시가 없는 몸 아래쪽은 의외로 매끈한 편이다. 꺼칠한 독침(sting)이 있다는 점에서는 송충이와 비슷하게 털이 난 벌레(모충, 毛蟲)이지만 가느다란 가시털이 부숭부숭 나 있는 송충이와는 좀 다르다.

쐐기벌레에 손등을 쏘이는 날에는 팔이 저리다 못해 마비될 정도로 쑤신다. 어깨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이 심하다. 옛날에는 아무리 독성이 강한 쐐기에 쏘이더라도 그냥 침을 슬쩍 발라두면 나았는데 늙어가니 그 아픔이 훨씬 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쐐기벌레에 쏘여도 썩 따갑고 매우 아픈 것으로 그치지만, 외국의 쐐기벌레 중에는 쏘이면 생명이 위험한 것도 있다 한다.

쐐기나방의 애벌레는 몸이 몽땅한 것이 통통하고, 온몸에 독침 돌기가 빽빽이 나 있으며, 엷은 녹색이다. 탈피하면서 자란 번데기는 딱딱한 고치 속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월동한다. 나방의 종류에 따라 고치의 모양·크기·무늬들은 다 다르다. 쐐기벌레의 고치(견, 繭, cocoon)는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의 유충이 번데기(용, 蛹, pupa)가 될 때 자신의 분비물로 만든 집이다. 외적(外敵)으로부터 자기(번데기)를 보호하려고 지은 것이다. 보통 가지나 잎에 지름이 7~13㎜ 내외의 둥그런 황갈색 고치를 찰싹 달라 붙인다. 어떤 것은 하도 예뻐서 나뭇가지째 꺾어다 책상 앞에 걸어둔다. 그런데 또 어떤 고치는 구석에 작은 똥그란 구멍이 뽕 뚫려 있으니 번데기가 날개돋이(우화, 羽化)하여 나방이 되어 탈출한 흔적이다.

가시에 찔리면 염증까지 유발해


▎표피에 난 바늘과 같은 털로 자신을 보호하는 쐐기나방. 사진은 검은푸른쐐기나방. / 사진:한영식 한숲 곤충생태교육연구소장
쐐기나방은 세계적으로 850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갈색쐐기나방·노랑쐐기나방·배나무쐐기나방·꼬마쐐기나방·장수쐐기나방 따위가 있다. 그중에서 ‘장수쐐기나방’을 살펴볼 참이다.

장수쐐기나방(Latoia consocia)은 나비목 쐐기나방과의 곤충으로 성충의 몸길이는 15~16㎜이다. 활짝 편 날개의 길이는 수컷이 24~26㎜, 암컷은 조금 더 큰 28~30㎜이다. 수컷의 더듬이는 빗살 모양이지만 암컷은 실 모양이다. 머리와 가슴은 누렇고, 배는 황갈색이다. 앞날개의 절반 바깥 부분은 갈색이고, 밑 부분과 앞쪽 가장자리는 노란색이다.

쐐기벌레는 주로 잎 뒷면에 붙어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초록색 나뭇잎과 같은 보호색을 띠고 있어 자세히 관찰해야 볼 수 있다.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으로, 맵시벌류·기생파리류·거미류·조류 등이 쐐기벌레를 공격하는 천적이다.

장수쐐기나방 유충은 전체적으로 몸은 노랗고, 등의 중앙을 따라 청색의 줄이 있으며, 몸의 마디마다 좌우로 한 쌍씩의 쏘는 털(자모, 刺毛) 다발이 있다. 몸은 긴 상자(box) 모양이고, 양 끝에는 가시가 난 뿔 모양 돌기들이 있다.

온몸에 독침인 털이 솟았으니 육안으로 보면 마치 바늘 같은 것으로 중무장한 작은 탱크 같다. 쐐기벌레는 표피에 난 바늘을 통해 자신을 보호한다. 독침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작살 모양으로 사람 피부에 한번 박히면 빠지지 않는다.

번데기가 날개돋이한 성충은 6~7월에 출현하고, 유충의 체장은 25㎜ 정도이다. 잎의 뒷면에 1개씩 알을 낳고, 알은 길이가 1.5㎜ 정도이며 둥글납작하다. 처음에 연한 누런색인 알은 점차 검은색으로 변한다. 유충은 잡식성으로 여러 수종(樹種)의 잎을 갉아먹는 해론 벌레(해충, 害蟲, pest)로 주로 사과나무·배나무·감나무·벚나무들의 잎을 해친다.

어린 유충은 떼를 지어 살면서 부드러운 잎살(葉肉)을 먹지만 성장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잎 전체를 통째로 먹어치운다. 그러나 옛날엔 감당 못 할 정도로 번식해 나무를 고사시킨 적이 있지만, 이제는 천적이 생겨나 생태계 균형을 이룬 탓에 전처럼 그 수가 많지 않다. 주로 한국·일본·중국·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그리고 알다시피 쐐기벌레는 일부러 사람을 결코 일부러 쏘지 않는다. 사람의 실수로 찔릴 따름이다. 그리고 가시에 스치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따라서 심한 통증, 염증이 생긴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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