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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복거일 소설 ‘이승만’ | 물로 씌여진 이름 (제1부 광복) 

제17장 국치일 행사 (8) 

고종이 조선 내부의 개혁 요구를 억누르고 전제군주제를 공고히 하는 동안,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열강들의 각축전은 점점 치열해졌다. 고종의 비호 아래 세력을 남하하려는 러시아에 맞서 일본은 영국과 동맹을 맺고 러시아와 결전을 준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승만이 갇힌 한성감옥은 서소문 근처에 있었다. 쌀을 저장하던 커다란 기와집을 감옥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집을 넷으로 나누어 감방들로 만들고 한가운데로 좁은 복도를 냈다. 바닥은 나무 마루였고 그 위에 멍석을 깔아 놓았다. 이부자리는 죄수들이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창고로 쓰였던 건물이라 온돌이 없어서, 겨울엔 죄수들이 특히 힘들었다. 한성감옥은 원래 종로 서린동에 있었는데, 개축을 하게 되어서, 임시로 옮겨온 것이었다.



감옥의 환경은 무척 열악했다. 감방의 크기에 비해 너무 많은 죄수들이 수용되어서, 감방 안에선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선 위생 상태가 좋을 수 없었다. 씻지 못한 죄수들의 냄새에 대소변 냄새가 더해진 데다가 이, 벼룩, 모기 같은 물것들이 많았다. 급식도 좋을 리 없어서 팥밥과 콩나물국이 나왔는데, 그나마 옥리들이 급식비를 떼어먹어서 국은 숟가락으로 건져 먹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릇도 음식을 담을 수 없을 만큼 불결했다. 그나마 하루 두 끼만 제공되었다. 상황을 좀 낫게 만든 것은 가끔 면회가 허락된 죄수의 가족들이 들여오는 바깥 음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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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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