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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1·31 농협회장 선거 최대 변수는 

검찰 ‘칼날’ 위에 선 대의원들의 불안감? 

2019년 제2회 조합장 선거에서 759명 무더기 기소
자신들의 안위와 소속 조합 실리가 선택 기준 될 수도


▎2019년 11월 28일 농협중앙회 대의원들이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공명 선거 실천 결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농협중앙회
"승패를 가를 두 가지 요소는 대의원 자신들의 안위(安危) 그리고 소속 조합의 실리가 될 것이다. 어느 후보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대의원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농협 핵심 계열사의 사장급 임원은 막바지에 접어든 제6대 민선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최대 변수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조합장(또는 대의원)들이 처한 상황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속한 조합의 실리라는 것이다. 투표권자들인 대의원들이 표심을 결정하는 데 그 두 가지 요소가 가장 크게 작용할 거란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1월 3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는 제6대 민선농협중앙회장 선거가 거행된다. 전체 농협 조합장 1118명 가운데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대의원 292명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수일 후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한다. 1차 투표까지 3~4명의 후보가 완주(完走)하기 때문에 결선투표를 치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가장 흔한 사고… 금품 살포와 허위사실 유포

따라서 1차 투표 후 완주 후보들 간 연대 여부, 이른바 합종연횡(合從連橫)에 따라 결선투표에서 승부가 뒤집히곤 한다. 2016년 제5대 민선 회장 선거에서도 1차 투표 1위 후보(이성희)가 결선투표에서는 1차 투표 2위 후보(김병원)에게 역전을 당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전국의 조합장들 가운데 호선(互選)된다. 전체 조합장이 1118명, 대의원이 292명이니 조합장 4명 가운데 1명이 대의원인 셈이다.

문제는 2019년 3월 13일에 치러진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 관여했던 다수의 조합장, 농협 임직원 등이 같은 해 9월 검찰에 기소됐다는 점이다. 조합장 당선자 116명(11명 구속)을 포함해 선거에 관여했던 사람 중 모두 759명이 기소됐다(42명 구속). 구속자 수는 2015년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때와 비교하면 절반가량(2015년 81명 구속) 줄었으나, 전체 입건자 수는 2015년 1334명에서 2019년 1303명으로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후보의 금품 살포. 조합장 후보가 자신에게 돈을 받아갔음에도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돈을 뿌리지 않아 낙선했다며, 조합 임원을 고소한 사례다. 검찰은 지지를 당부하며 9850만원을 제공한 낙선자 A씨(고소인) 그리고 이 돈을 받아 조합원에게 살포한 조합 임원 등 총 4명을 구속기소 하고 금품 수수자 2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두 번째, 선거 브로커 개입. 선거 브로커가 조합장 후보로부터 돈을 받아 이를 조합원들에게 살포했음에도, 후보가 당선 후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한 경우다. 검찰은 4480만원을 조합원들에게 살포한 조합장 당선자 B씨 등 4명을 구속기소 하고, 금품 수수자 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세 번째는 허위사실 유포. 이 경우는 ▷성 추문 등 스캔들 ▷후보 측근의 금품 살포 흑색 선전 ▷선거 공부(公簿) 허위사실 기재 등으로 나뉜다. 검찰은 현 조합장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조합장이 농협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허위 문건을 작성해 이를 조합원 및 농협 직원 등에게 유포한 농협 임원 C씨를 불구속기소 했다.

과거 농협 회장 선거에 몇 차례 관여했던 현 농협 임직원의 말이다.

“검찰이나 경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사의 경우 농협중앙 회장이라 할지라도 영향을 미치기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새 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자신들의 ‘우산’이 돼주길 바라는 게 수사를 받는 대의원들이나 조합장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런 심리가 선거 막판에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큰 틀에선 비슷한 공약, 세부적으로는?


농협 관계자들, 그리고 농협 선거에 사정이 밝은 인사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제6대 민선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뛰어든 10여 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강호동(57)·김병국(69)·유남영(65)·이성희(71) 후보가 4강권으로 분류된다(이상 가나다순).

이들 후보는 각각 경남·충북·전북·경기 지역에서 오랫동안 조합장을 지내는 등 지역 기반이 탄탄할 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에서 존재감도 작지 않다.

1987년 율곡농협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농협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강호동 후보는 4선 조합장(12~15대), 농민신문사 이사, 농협중앙회 이사 등을 거쳤다. 대외적으로는 제15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합천군협의회 자문위원, 새누리당 합천군 당원협의회 수석부위원장 등도 지냈다.

1978년부터 ‘농협맨’인 김병국 후보는 서충주농협 5선 조합장(10~14대) 출신으로 농협중앙회 이사,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농업발전 대책위원장, 한국농업연구소장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1996년부터 정읍농협 조합장 6선에 성공한 유남영 후보는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낸 바 있다. 유 후보는 현재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2018년에는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1971년 낙생농협에 직원으로 입사해 농협과 인연을 맺은 이성희 후보는 네 후보 중 ‘농협 밥’ 경력이 가장 오래됐다. 3선 낙생농협 조합장을 지낸 그는 최원병 전 회장 재임기에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역임했을 만큼 중앙회에서도 영향력이 컸다.

월간중앙이 네 후보의 공약을 입수·비교한 결과 ‘조합장 처우 개선’, ‘중앙회 경영 혁신’, ‘경제사업 혁신’, ‘상호금융혁신’,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큰 틀에서는 유사했으나 세부 추진 방안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표2] 참조).

이와 함께 후보들의 특색 있는 공약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강호동 후보는 농기계 직영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태양광 사업을 통해 농가 소득을 증대하겠다고 했다. 김병국 후보는 금융지주 조합 공개(ICO)를 통해 소유·통제 원칙을 바로 세워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편, 축산경제의 자율성과 전문성 강화로 축산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586세대의 실리적·전략적 투표 이뤄질까


▎2016년 2월 제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된 당시 김병원 신임 회장(오른쪽)이 최원병 회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유남영 후보는 조합원 수 기준 완화를 통해 조합 합병을 방지하겠다고 공약했고, 이성희 후보는 농업인 월급제를 통한 농업인 소득 안정 제도를 구축하고 여성조합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들의 공약과 함께 대의원들의 지역별 분포와 연령·선수(選數) 등도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전국 대의원 분포를 보면 ▷영남(31%) ▷호남(22%) ▷충청(19%) ▷서울·인천·경기(18%) ▷강원(8%) ▷제주(2%) 순이다. 영호남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영남이 31%로 단일 광역권으로는 최대 규모다.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대의원의 평균연령은 57세가량, 선수는 초·재선의 비율이 70%쯤 된다. 이 대목에서 농협 관계자의 분석을 들어 보자.

“이른바 586세대(50대의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가 대의원의 주를 이룬다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보면 퇴직을 시작했거나 퇴직이 가까워진 나이라 할 수 있지만, 농협은 다르다. 농협 정서상 50대라면 ‘유년’에 불과하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기존의 ‘어르신’들과는 다르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지 꼼꼼히 따지는, 매우 실리적이고 전략적인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현직 농협 임원급 인사 역시 대의원들의 연령을 주목했다. 최근 들어 대의원들이 전체적으로 젊어진 만큼 이들의 투표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 인사는 전망했다. 그래서 이주선(68, 충남 아산 송악), 여원구(72, 경기 양평 양서) 후보 등도 레이스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농협에는 농협만의 정서라는 게 있다. 적어도 60대 중·후반에서 70대 초반쯤 되는 사람이 중앙회장을 해야 안정감이 있을 거라는 게 보편적인 농협 정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바람이 거세게 불 경우 표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종 결선투표에 오를 후보 2명도 어렴풋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결국 승부는 결선투표에서 합종연횡에 의해 갈리게 될 것이다.”


▎2019년 3월 13일 실시된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한 조합원이 기표소에 들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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