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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의 어드벤처(33)] 베두인 남자들의 소유욕과 여자의 질투심 

이방의 여행자에게서 율법의 일탈을 꿈꾸다 

사막 관광 붐으로 여성 관광객 늘자 베두인 남성들 딴마음 품어
여성을 소유하려는 그릇된 가치관에 순수함 사라지고 음욕뿐


▎독일에서 온 여성이 양 떼를 몰고 있다. 베두인 여성과 달리 자유분방한 이방 여인은 흑심을 품은 베두인 남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무엇을 빌려주었다가 떼이는 일은 베두인 사회의 다반사 중 하나다. 베두인 사이에서 이러한 느슨한 관념은 돈을 빌리고 갚고 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돈을 빌리면 그들은 대부분 그 돈을 정확히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돈을 꼭 갚아야 할 상황에 몰리게 되면 또 다른 사촌에게 돈을 빌린다. 나는 모하메드가 축구게임을 하고 싶다고 해서 무심코 나의 아이패드를 빌려주는 실수를 범했다. 그는 며칠 동안에 나의 아이패드 스크린을 깨 먹어 버렸다. 어디다 호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북구 소녀 한나의 불만은 대부분 그녀가 베두인 남자와 정혼했다고 하는 사실에서 유래되었던 것이었기에,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많았다. 대체로 우리는 인간관계나 남녀관계에 관해 많은 불평을 쏟아놓는다. 그러나 한나의 경우, 그녀와 그녀의 베두인 약혼자 아브달라 사이에 가로놓인 아주 깊은 문화적 갭은 둘 중의 한 사람, 아니면 둘 모두를 미치게 만드는 요소를 함유하고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의 핵심에는 ‘질투’라는 놈이 항상 자리 잡고 있다. 베두인 남자들은 여성에 대한 소유욕이 강렬했다. 그에 수반되는 극심한 질투심 또한 빌리지에서 매우 흔하게 관찰되는 일이었다. 인간관계를 갈라놓거나 중상하는 데 이 질투라는 놈은 매우 유용하다.

베두인의 느슨한 경제관념과 강렬한 소유욕


▎필자의 사막 생활을 가이드해준 베두인 청년들. 관광산업이 커지면서 베두인의 젊은이들은 주로 관광객을 안내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산다.
일례를 들면, 내 서재산 절벽 위로 자진해서 무거운 책상을 날라주었던 플레이보이형 소년 모하메드 팔라는 내가 새로 발견한 캠프의 둘째 아들인 모하메드 살라와 아주 편하게 가까운 사이가 되자, 질투심이 발동하여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자 거짓말을 했다. 팔라는 모하메드 살라에게 자기가 나와 잠자리를 같이했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떻게 그런 엄청난 거짓말을 해댈 수 있는지에 관해, 심히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곧 모하메드 팔라의 거짓말이 유니크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베두인 사회가 그런 류의 가짜뉴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한나와 아브달라 사이에서도 그러한 거짓 소문이 오가며 서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누군가 한나에게 아브달라가 아름다운 외국 여자를 차에 태우고 사막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고 이야기한다. 또 아브달라가 그 여자의 손을 잡는 것을 보았다고 고자질하면서 이 둘이 싸우게 하는 것이다. 한나는 처음에는 이러한 질투 따위가 자기를 괴롭히는 이슈가 될 수 없었다고 나에게 말했다. 자기가 속한 북구 문화에서는 남녀가 평등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믿음을 주는 관계를 원하기 때문에 개방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일단 폐쇄된 사회 속에서 아브달라의 강렬한 소유욕의 주제가 되어버리고 나면, 자기도 점점 불안정하고 질투심에 불타는 계집아이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이었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점점 질투하는 아이가 되었지. 그건 단지 아브달라가 질투하기 때문이야. 아브달라가 어떤 때는 미치광이 같아. 그럼 나도 질투해야만 할 것처럼 느껴지거든. 베두인 가이드들이 외국의 여성관광객과 사막에서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정말 참기 어렵게 되어버리거든.”

나는 베두인 남자들이 원주민 여자들에 관해 불평을 털어놓는 것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질투심이 많다든가, 집에서 온종일 잔소리하며 헐뜯어댄다든가, 바가지를 너무 긁는다든가, 다루기 힘들다든가 하면서 푸념을 늘어놓는 것이다.

나의 메인 가이드였던 아우데의 부인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 그 몇 번의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나를 잠자는 동안 죽이기라도 할 듯이 증오의 시선으로 째려보는 그 날카로운 냉소의 시선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우데의 부인이 나와 친근하게 되고, 내가 그녀의 남편을 도둑질해갈 의도가 전혀 없는, 단지 그의 가정에 도움을 줄 것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다른 차원의 인간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그녀는 나에게 친절해졌고 아주 편하게 대해주었다. 초창기에는 나는 도무지 이러한 적대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단지 방문객일 뿐 그들에게 해를 끼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원주민들은 모든 외국 여성들이 문란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외국 여성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행할 수 있으며, 또 실제로 내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노출이 심한 옷들을 걸치고 어디든지 활보하기 때문이다. 한 베두인 남자가 그의 자동차 안에 한 관광객 여인을 태우고 있는 것이 목격되면, 그 즉시 그와 그 여인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풍문으로 유포된다. 이것은 참으로 웃기는 억측이지만, 이런 스캔들은 온종일 여인들이 앉아서 수다를 떨어대는 폐쇄적인 빌리지에서 매우 흔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는 습속이다. 이런 것을 이해하고 난 후에는, 베두인 부녀들이 왜 그렇게 질투를 하는지에 관해 일가견이 생겨났다.

관광 성행하면서 외도에 눈 뜬 사막의 남자들


▎외국인 관광객과 베두인 가이드. 베두인 남자들은 다른 외모의 외국 여성들과 로맨스를 꿈꾸기도 한다.
생각해보라! 온종일 집안에서 아기 기저귀나 갈고, 혼자서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사막 어디선가 외국 관광객들을 접대하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여인의 입장이 되어보라! 때때로 남편이 전화통화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밖에서 외박 캠핑을 자주 하고, 또 거의 다 벗다시피 한 옷을 걸친 서양 여자들과 같이 다닌다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될 때, 자연스럽게 베두인 여인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리에서 꾸며내기 시작하며, 그러한 걱정으로 자신을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질투는 원주민들의 정상적인 결혼생활에 모든 부조화를 생산해낸다. 이 현상은 관광산업이 초래하는 매우 불행한 측면이다. 관광산업이 성행하기 이전에는 혼전의 성관계나 혼외의 정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직계 밖의 어떠한 남성과도 접촉할 기회가 없었고, 남성 또한 그러한 불륜의 행위를 하는 것은 종교적 율법에 의하여 철저히 금지되었다. 그리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에서는 남성이 현재의 부인과 문제가 있거나 싫증이 났을 경우에는 혼외정사를 갖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에 제2, 제3, 심지어 제4의 부인까지를 취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았다. 물론 이것은 돈이 많이 드는 방식이다.

와디 럼에 관광산업이 성행하게 되면서, 이국풍의 독특한 베두인 남자와 성적 스릴을 즐기고 싶어 하는 환상을 지닌 서양 여인이 실제로 증가추세에 있었다. 베두인 남성들은 갑자기 외국 여성들과 우발적으로 성적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루트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물론 베두인의 여성들은 외국의 남성과 접촉할 기회도 없을뿐더러, 엄격하게 밀폐된 공간에 가려져 있었다. 이러한 불균형은 지역의 여성들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가져다주었을 뿐 아니라, 남성들이라고 해서 쾌락의 즐거움만을 만끽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남성에게도 깊은 죄의식을 심어주었다.

아브달라와 같이 외국 여성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베두인 남자들은 매우 비이성적으로 질투하고 대상을 전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외국 여자들은 베두인 여성과 달리 한 남성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캐주얼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관계가 더욱 깊어지게 되면 베두인 남성들은 자기 외국 애인이 난음(亂淫)을 즐긴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관계라는 것은 외국인에게나 지역민에게 무질서와 불행감을 가져온다. 이것이야말로 지역민의 삶을 해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좋은 관광산업의 정반대라 할 수 있는, 악성 관광 산업의 파괴적 일면이다.

물론 개발도상국을 지배하던 전통적 남성 위주의 섹스관광 산업처럼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이 자유롭게 이색 풍의 나라를 다니면서 그들이 본국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로맨틱한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풍조를 가리키는 서구풍의 여성 로맨스 관광 또한 매우 비극적인 역풍을 초래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관광객은 방문하는 나라에 대해 책임 있는 도덕적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리고 어떤 이색풍의 로맨스를 즐기기 위한 여행에 착수하기 이전에 그 지역의 사회와 문화를 공부해야 한다. 나는 그러한 모험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지닌 독신의 여성 관광객이 경험하는 모든 함수를 직접 목격하였기 때문에, 더욱 시간이 지나면서 내 주변에 있는 베두인 남성들에 대하여 경각심을 지니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좋은 실례를 하나 들어보자! 2013년 10월 13일에 일어난 특정한 사건을 언급해야만 할 것 같다. 그날 나는 평소처럼 아침을 짓고, 설거지하고, 게르나스를 데리고 서재바위산으로 하이킹을 하고 있었는데, 칼리드(타야의 동생)와 타야(나의 텐트촌 주인)의 제일 맏형인 마흐무드의 스무 살 난 아들(우리로 치면 그 집안의 장손) 메흐디마흐무드(Mehdi Mahmoud)가 갑자기 30대 중반의 아주 하얀 피부의 프랑스 여성을 데리고 캠프에 나타났다. 오후였다. 나는 부엌에 씻다 만 접시들을 남겨둔 것이 생각나, 얼른 내려가서 그들을 영접하고, 부엌의 청소를 끝마쳤다.

관광에 나서는 여행자의 윤리

그런데 그 여자의 태도에는 뭔가 좀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여자는 부엌에까지 아주 편하게 들어와 아무 곳이나 주제넘게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이라면 당연히 조심스러워야 하고 낯선 사람에게 경각심이 있게 마련이다. 그녀는 나에게 매우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나는 그녀가 교양 있고 괜찮은 여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게르나스는 그녀에게 호감을 갖지 않았다. 게르나스는 그녀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고 여기저기 끙끙거리더니 매우 맹렬하게 짖어대는 것이다.

게르나스는 공포심이 들 정도로 주체할 수 없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나는 게르나스가 그렇게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사과하고, 게르나스가 방문객을 괴롭히지 않도록 산 위로 데려갔다. 나는 게르나스를 묶어두는 법이 없었다. 한 시간가량 지나 캠프를 내려다보았는데, 그녀는 캠프에 홀로 남겨진 듯했다. 마흐무드도 사라졌고, 그녀를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었다. 저녁 식사 때가 되었는데도 아무도 식사를 준비하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관광에 식사비용은 포함되어 있다. 이때 타야의 어린 동생, 칼리드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 사정을 얘기해주면서 밥해줄 사람이라도 와야 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촐싹대는 칼리드는 화를 잔뜩 내면서 나에게 소리치는 것이다.

“게르나스 그놈이 누구에라도 덤비기만 하면 내가 그놈을 죽여 버리겠어. 빨리 내려가서 그놈을 묶어두란 말야! 그리고 프랑스 여인에게 차를 대접하고 빨리 불이라도 켜놔!”

나는 막내 칼리드에게 이처럼 공격성이 노골화된 명령을 듣는다는 사실에 너무도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곧 되받아쳤다.

“네가 어떻게 나에게 그따위 식으로 말을 하니? 나는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야. 내 개는 말썽 안 피우게 내가 조치했어. 네 관광객에게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너야! 내가 아니란 말야!”

그러자 칼리드는 더욱 화가 나서 나에게 협박 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손님을 나의 캠프로 데려온 것일 뿐이야. 네가 군말할 건더기가 없지. 나는 그 손님을 아카바로부터 몰고 왔고, 지금 너무 늦었고 난 피곤해. 내가 말하는 대로 하란 말야. 군말하면 뭔 일이 일어나도 난 책임 안 져.”

캠프에 찾아온 대담한 프랑스 여인

막내 칼리드는 자기가 나를 캠프로부터 쫓아낼 수 있는 권리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정말 화가 치밀었지만, 분노를 삭이고 그 관광객에게 차를 대접했다. 그리고 램프에 불을 켜고, 그 여인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좀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이 캠프의 주인인 타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해주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다. 타야는 자기 막냇동생 칼리드가 미숙하고 어리석은 놈이라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변의 모두에게 내 개에 관해서는 일체 아무 말도 못 하게 해놓았다고 말했다.

조금 있다가 메흐디가 다시 왔다. 그러나 자기 삼촌인 타야를 보자마자 어디론가 급히 사라지고 말았다. 타야는 오자마자 관광객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리가 차를 달이는 화로 주변으로 앉아있을 때, 타야는 그녀에게 자기하고 같이 사막으로 가서 쿠킹하고 캠핑을 함께하자고 그녀의 의중을 떠보았다. 놀랍게도 그녀는 즉석에서 좋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처음 만난 남자에게 하룻밤을 정적에 잠긴 사막 속에서 같이 보내겠다는 것을 동의하는 태도에 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를 이 캠프로 데려온 사람은 메흐디와 칼리드인데, 그들에 관해서는 아무런 문의도 하지 않는 것이다. 서양 여인들은 정말 놀랍게 개방적인 것 같다. 그녀가 그녀의 여행 가방을 챙기러 간 사이에, 타야는 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나는 칼리드를 놀려먹기 위해서 이 짓을 하는 거야. 그놈 버르장머리를 좀 고쳐주려고 하는 일이지. 내가 이 여인과 무슨 짓을 꾸미려는 것은 아니야. 나는 매우 바빠. 그러나 그놈을 좀 화나게 할 필요가 있지. 그놈이 조금 있으면 오겠지. 그놈한테 내가 이 여자를 데리고 갔다는 이야기는 하지 마. 그냥 어떤 차가 와서 그녀와 같이 사라지는 것만 보았다고 얘기하면 돼.”

그들이 떠나자마자 칼리드가 도착했다. 그는 곧바로 주방으로 가더니 플래시 불빛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자동차 타이어자국을 조사했다. 그리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프랑스 여인이 어디로 갔는지 자세히 말해달라고 성을 내며 소리쳤다. 나는 네가 말한 대로 그 여자에게 차를 달여주고 서재산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누가 그 여자를 데려갔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칼리드가 화난 모양을 짓자 게르나스는 으르렁대면서 그를 향해 짖어댔다. 칼리드는 또 게르나스를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또 계속 물었다:

“그 여자를 누가 데려갔는지 보지 못했다고? 이게 타야의 자동차 자국이 아니고 뭐람? 그가 여기 있었지? 그가 여기 왔는지 안 왔는지 속 시원히 얘기 좀 해봐!” 나는 계속해서 그의 요청을 거부했다. 칼리드는 허공에 대고 소리치면서 캠프를 떠나갔다.

“난 누가 그 여자를 데리고 갔는지 찾아내고야 말 거야! 그놈 찾으면 죽여 버리고 말겠어! 내 손으로 그놈을 죽여 버릴 거야!”

이방 여자를 두고 벌이는 경쟁


▎1. 필자의 캠프를 제공한 살렘 일가에서 가장 어린 메흐디. / 2. 야외 서재가 있는 바위산에서 내려다본 필자의 캠프. 앞쪽의 다섯 개 천막이 주 생활 공간이다. / 3. 요르단TV와 필자의 인터뷰 장면. 사막에서 홀로 사는 필자의 모습을 크게 다뤘다.
캠프에 정적이 깃들자마자, 게르나스가 다시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여우를 보고 짖는 것과 같은 예사로운 짖음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게르나스가 짖으면서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위 뒤로 숨어있는 메흐디를 발견했다. 게르나스는 그를 알아보자마자, 부드러워졌고 애교를 부렸다. 메흐디는 게르나스를 만나자마자 첫 방에 게르나스를 친근하게 사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그에 대해 편안함을 느꼈다.

그는 자기 삼촌들을 매우 두려워했다. 그리고 그들 누구에게도 자기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말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멀리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곳에 줄곧 숨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절대 아무 얘기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앉아서 그가 말하는 이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프랑스 여인은 내가 아카바에서 만났죠. 그녀를 여기 데려온 것은 나예요. 저는 아카바에서 새 양복을 입고, 멋있는 선글라스를 쓰고 근사하게 차려입고 있었어요. 그녀는 남자를 찾고 있었어요. 알죠? 남자가 무슨 뜻인지. 그녀는 먼저 나에게 붙었어요. 그런데 칼리드가 우리를 보자마자 그녀를 자기가 데려가겠다는 거예요. 칼리드는 나한테는 삼촌이잖아요.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뺏겼죠. 그런데 여기 오니깐, 타야가 또 달려 붙은 것이죠. 타야 삼촌이 나에게 또 그러는 거예요. ‘야! 그 여자 나에게 넘겨’하고요. 그래서 나는 이곳을 떠나야만 했죠. 지금 칼리드가 나한테 계속 전화를 걸고 있어요. 화가 잔뜩 났어요. 칼리드는 이 여자를 꼬시려고 아카바까지 가서 아주 신선한 바다 생선을 사서 오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그 여자가 사라졌으니 오죽 화가 났겠어요? 그래서 칼리드는 날 죽이겠다고, 타야든 누구든 다 죽여 버리겠다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거예요.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그러더니 메흐디는 또 자기가 여기 캠프에 와서 놀고 싶었는데, 삼촌들이 이곳에 접근 못 하도록 막았다고도 했다. 나는 메흐디가 어렸고 양순한 사람이었기에 부담 없이 걱정하지 말고 놀러 오고 싶을 때는 놀러 와도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금방, 메흐디가 나에게 마사지할 줄 아냐고, 자기 등이 심하게 아픈데 주물러 줄 수 있냐고 말하는 것이다. 어린 녀석이 곧바로 흑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빨리 사라지라고 쫓아내 버렸다.

메흐디가 떠나간 후에 곧바로 살렘이 왔다. 그 집안 형제들이 총출동하는 셈이다. 살렘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출세하여 돈을 많이 번 타야의 형이다. 그래도 살렘은 매우 젠틀했고 믿음직스러운 인간이었다. 나는 그에게 이 이야기 전체를 들려주었다. 그는 이 집안의 가부장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를 화해시키는 입장을 취하는 듯했다.

그는 자기가 집안사람들 모두에게 나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여행객도 가리지 않는 그릇된 소유욕


▎베두인의 전통 의상을 입은 필자.
“칼리드라는 놈에 관해서는 걱정 꺼도 돼. 그 녀석은 심성이 너무 편협해. 당신이 거물이라는 것을 나는 알지. 걔한테는 신경 쓰지 마. 참고 견뎌준 것에 감사해. 그놈이 뭐라 하면 당신은 그놈의 부인도, 애인도, 누이도 아니고 단지 이곳의 손님이라고만 말하면 돼. 뭔 일 있으면 나에게 전화하겠다고 해. 그러면 그놈은 입을 다물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니 나는 좀 기분이 풀렸다. 그러자 살렘이 밑도 끝도 없이 자기가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가면 어떻겠냐고 묻는 것이다. 그 순간 가장 믿음직스럽게 보였던 맏형격의 살렘조차도 나와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나는 그에게 이곳에 머물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설득을 시켰다. 드디어 나 혼자 캠프에 남게 되자, 긴 한숨이 푹 나왔다. 나는 이곳에 더는 머물 수 없겠다는 직감에 사로잡혔다. 떠날 때가 된 것이다.

그날 밤, 내가 보고 들은 것은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베두인 남자들, 개개인 모두가 나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반추하게 하였다. 고인이 된 마흐무드의 첫째 부인의 소생들, 칼리드, 타야, 살렘, 이들이 문제였다. 아마도 살렘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었고 현명할 뿐 아니라 나머지와 비교하면 치우치지 않는 상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조심할 줄을 안다.

칼리드는 처음에는 나에게 매우 좋은 아이였다. 아마도 그는 나와 데이트를 할 수 있겠다는 황당한 꿈을 꾸고 있을 때는 친절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환상이 가능성 제로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의 태도는 180도 회전했고, 나와 나의 개를 매우 부정적으로 대했다.

타야의 경우는 처음에는 그의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곧 그의 흑심은 드러나기 시작했다. 10월 초쯤일까, 내가 묶고 있는 캠프에 그가 두 번째 왔을 때 마침 그곳에 착한 모하메드 살라가 거기에 있었다. 나는 그 전날을 살라의 아버지 관광캠프에 보냈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그가 나를 타야 캠프로 태워다 준 것이다.

폭력적인 성차별 관념에 갇힌 남자들


▎베두인 여성들의 일상은 따분하기 그지없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곳에서 온종일 집안일을 하거나 수다를 떨며 쉬는 게 전부다.
타야와 모하메드 살라가 나를 사이에 두고 처음 부닥쳤을 때, 그 관계는 매우 살벌한 것이었다. 타야는 살라에게 누구냐고 물었고, 그에게 즉각 자기 캠프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순진한 모하메드가 차를 몰고 그의 영역에서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기 차를 몰고 모하메드에게 가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도록 멀리서 그에게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나에게 돌아와서 모하메드와 같은 아이는 자기 캠프에 올 수 없다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환영받을 수 있지만, 타인은 안 된다는 것이다.

“알아! 이게 다 너를 위해서 말하는 것이야. 나는 이런 인간들의 생각을 잘 알지. 그들은 나와 같은 종족이잖아. 너는 그들을 잘 몰라. 그러니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는 내 말을 믿어줘야 돼. 모하메드 같은 녀석들이 너한테 오는 것은 두 가지 이유밖에 없어! 돈, 아니면 너와 자기 위해서지. 그들의 정신 상태는 썩었어.”

그러나 그 후로, 이런 말을 지껄인 타야의 궁극적 동기가 가속화된 형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가 살라를 처음 만난 바로 그날 아침, 그는 그 당장에 그 소년이 캠프에 오지 못하도록 금지했을 뿐 아니라, 그의 집안사람들 모두가 그 소년이 자기 캠프에 오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런 과격한 형태는 나에게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결국 알고 보면 다 같은 종족이고 혈연관계가 있는 친지일 텐데 그렇게 격절시킨다는 것은 원한을 쌓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랐는지, 바로 그날 저녁에 타야는 아무도 다른 베두인 소년들이 나의 캠프를 접근 못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나를 방문한 것이다. 그리고 나보고 라운지에 앉으라고 강권하고 잡담을 늘어놓았다.

사실 타야는 영리한 사람이었고, 유머가 있고 매력도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어주기만 했다. 그는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할 사람은 자기 가족에는 없다고 말하면서 나에게 모종의 확신을 심어주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꽃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내가 사막에 핀 어여쁜 꽃과도 같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꽃을 보면 냄새를 맡아 보고 싶어 하고, 또 꺾어 가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꽃은 보호되어야 하고 물을 주는 등 잘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손을 마사지해주겠다고 말했다. 매우 조잡한 비유에 조잡한 흑심이었다. 단지 여태까지 베두인들은 나에게 마사지를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그것만 유일하게 달랐을 뿐이다.

※ 김미루 -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2006년 졸업, 미술학 석사 MFA). 이스트 리버 미디아에서 2년 동안 그래픽디자이너,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뉴욕타임스]와 [에스콰이어] 매거진에서 ‘베스트 앤 브라이티스트(Best and Brightest)’ 예술인으로 뽑혔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한미포토뮤지엄에 소장돼 있다.

202002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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