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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꾸러기 이유? 독성 높은 유칼립투스 잎 해독 때문유칼립투스 나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 남부 원산으로 호주에는 650종이 넘게 있지만,그중 코알라가 먹는 건 오직 30종 정도다. 그리고 신선한 유칼립투스 나뭇잎에서는 향기가 나기에 그것으로 허브차를 만들고, 휘발성인 유칼립투스 유(Eucalyptus oil)는 채취하여 약으로 쓰며, 목재는 건축재나 가구재로 쓰인다. 유칼립투스 나무줄기는 껍질이 벗겨지고 나면 미끈한 것이 매끄럽고, 청회색을 띤 흰색이며, 잎은 회녹색이다. 일반적으로 30~55m로 자라고, 가장 큰 나무는 132m나 된다고 한다. 암튼 이 나무는 피자식물(속씨식물) 중에서 제일 큰 나무이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 캘리포니아 자생 식물인 자이언트 세쿼이아(giant sequoia)는 나자식물(겉씨식물)로 키가 50~85m이고, 줄기는 직경이 무려 6~8m나 된다.코알라가 하루에 먹는 잎의 양은 600~800g 정도이다. 수분은 대부분을 먹는 잎에서 채우지만 가끔 개울 같은 곳에서 물을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코알라는 잠꾸러기라 유칼립투스 나무 위에서 하루에 20시간을 자고, 나머지 시간에는 먹기만 한다.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 나뭇잎에는 소화되기 어려운 섬유소(cellulose)나 리그닌(lignin)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영양 측면에서 효율적인 먹잇감이라 볼 수 없다. 초식동물들이 다 그렇듯이 영양이 높지 않으므로 먹는 일에 시간을 다 쏟는다. 보금자리는 따로 만들지 않고, 낮에는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자고, 밤에는 나무 위를 걸으면서 유칼립투스 나무의 잎을 먹는다.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는 유칼립투스 잎 속에 알코올 따위의 화합물이 있어서 코알라를 몽롱한 상태로 만들어 그렇게도 노상 잠자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잎에 영양분이 적기 때문에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잔다고 밝혀졌다. 또한 어린 잎사귀에는 생명을 앗아 갈 정도로 독성물질이 많아 보통은 오래된 잎사귀를 뜯는데, 늙은 잎에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독성분이 있어서 코알라는 그것을 해독(解毒)하느라 잠이 많아졌다고도 한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은 유칼립투스 잎을 먹지 않는다.코알라는 오직 유칼립투스 나무 한 가지만 먹는 단식성(單式性)이다.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한 나무의 잎을 다 따먹으면 딴 나무로 옮겨 가거나 염분 섭취를 하러 내려오는 수가 더러 있다. 필자도 그곳 동물에서 곰 인형 닮은 그 귀여운 놈들을 만났다.현재 세계의 모든 동물원에 사는 것까지 다 합쳐 5만여 마리밖에 안 남아있다 한다. 게다가 야생에서 사는 것은 오로지 호주에만 있다. 그나마도 모피(毛皮)를 쓰려고 마구 잡아버려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산불에 느림뱅이 코알라는 제일 큰 피해를 보았을 것이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