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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봄철 알레르기 질환 탈출법 

코 씻을 땐 식염수, 눈 씻을 땐 인공눈물 

이불·베개 빨고 햇볕에 말려 겨울 집먼지진드기 퇴치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해 꽃가루·미세먼지 공격 피해야


▎서울 남산 N서울타워. 미세먼지 등으로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인다. / 사진:연합뉴스
매년 봄이면 코와 눈의 알레르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한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레르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월 200만5449명으로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가 3월 235만8643명, 4월 268만1964명, 5월 289만7668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알레르기 질환은 왜 생길까.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김선태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은 일반적으로 해롭지 않은 외부 물질을 우리 몸이 ‘위험한 물질’로 착각하면서 발병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의 방어역할을 하는 여러 면역세포 중 비만세포나 호염기구·호산구(백혈구의 일종) 등이 특정 외부 항원을 인식할 때 보이는 일종의 과민 반응이다.

그런데 왜 유독 봄철에 알레르기 질환이 많은 걸까.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유숙 교수는 “주로 봄철에는 나무들의 꽃가루가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 물질”이라며 “봄철엔 나무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4~5월이면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집안에서 1년 내내 서식하는 집먼지진드기도 봄철 알레르기 질환의 주원인이다. 왜 그럴까. 김선태 교수는 “겨울철 따뜻하고, 습기가 높고, 환기가 잘 안 된 실내 환경에서 충분히 번식된 집먼지진드기가 봄이 되면 그 양이 상당히 증가한다”며 “이들 집먼지진드기의 사체나 배설물 등이 코안으로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염증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꽃가루·집먼지진드기·황사·미세먼지 등이 봄철에 일으키는 흔한 알레르기 질환에는 ‘알레르기 비염’과 ‘알레르기 결막염’이 있다. 알레르기 유발 항원이 각각 코의 비강 점막과 눈의 결막에 접촉하면 과민반응을 유발하며 염증을 만들어낸다.

알레르기 비염은 숨 쉴 때 코로 들어온 꽃가루 등 원인 물질이 코점막을 자극해 ‘알레르기 염증’이라는 과민성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계속되는 재채기, 물처럼 흐르는 콧물, 반복되는 코 막힘, 코 가려움증 등이 있다.

알레르기 비염, 코 가려우면서 재채기


▎피부반응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항원 물질을 찾고 있다. / 사진:김선태 교수
공기가 건조하고 일교차가 심한 봄철에 코점막이 건조할 때 곰팡이나 집먼지진드기·미세먼지·반려동물의 비듬 등이 콧속 점막을 자극하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원인물질이 사라지지 않으면 증상이 수개월 동안 지속한다. 특히 비염 환자 3명 중 1명은 천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대전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명수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 중에서도 알레르기 비염은 재발·만성 위험이 높아 예방 및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눈·코·목이 간지러우면서 재채기·콧물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하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의 항원은 일상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항원에 대한 노출을 100% 피할 수는 없지만, 생활환경을 개선해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집먼지진드기는 25℃ 안팎의 온도, 75~85%의 습도에서 사람·동물의 각질(비듬)을 먹고 자란다. 김선태 교수는 “겨울철 난방을 켜 25℃가량으로 따뜻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의 각질이 많이 쌓이는 데다 두꺼운 이불이 집먼지진드기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며 “봄맞이 대청소는 최적기에 집먼지진드기를 효율적으로 없애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집먼지진드기는 천 소재를 서식지로 선호한다. 천으로 된 소파·커튼·카펫과 털 소재로 충전된 침구류의 사용을 자제하고 이들 소재를 55℃ 이상에서 빨고 햇볕에 말려 일광 소독한다. 집먼지진드기가 붙어있을 천장·벽·마루 등도 정기적으로 닦아낸다.

꽃가루·황사·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외출해야 할 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도움된다. 귀가 후엔 생리식염수로 코안을 세척해도 좋은 방법이다. 꽃가루가 가장 많이 분비되는 오전 6~10시엔 외출을 최대한 삼가고, 귀가 후 손·발을 씻는다. 코안이 건조할수록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질 수 있다. 물이나 따뜻한 차를 수시로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빨래를 실내에 널거나 가습기를 사용해 실내습도를 40~50%로 유지한다.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제에는 국소용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제, 비충혈제거제, 항히스타민제, 항류코트리엔제, 항콜린제 등이 있다.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경구약·스프레이 등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박소영 교수는 “특히 항염 효과가 있는 비강 분무 스프레이는 코 막힘을 포함한 비염의 모든 증상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상이 생기는 날에만 사용하는 것보다 일정 기간 계속 사용하는 게 좋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나잘 스프레이 등 비충혈제거제는 코 막힘 증상을 빠르게 개선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연속해서 사용할 경우 혈관이 확장돼 코 막힘 증상이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알레르기 항원을 극소량부터 농도를 올리며 투여하는 면역요법이 있다. 면역요법은 보통 3년 이상 지속하는데, 효과가 수년에서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다. 피하 주사, 설하(혀 밑) 및 경구 투여 방식의 면역요법이 있다.

김선태 교수는 “비염은 일반 코감기같이 증상이 있을 때만 약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증상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더라도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게 좋다”며 “재채기·콧물·가려움·코막힘 증상이 반복되면서 숙면을 방해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봄철 공기 중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눈의 결막에 닿을 때 눈이 과민반응을 일으키면 알레르기 결막염이 발병할 수 있다. 꽃가루·황사·미세먼지의 호흡기 침입은 마스크로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눈은 마땅한 막을 방도가 없다. 눈은 장기 중 유일하게 점막이 외부에 노출돼 있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의 자극에 눈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식염수로 눈 세척은 금물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시 대청호 소나무 숲에서 송홧가루 등 뿌연 꽃가루가 날리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김태기 교수는 “봄철 꽃가루뿐 아니라 황사·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이 눈에 닿으면 염증을 유발해 봄철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가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꽃가루는 덥고 건조하며 바람 부는 날 공기 중에 많이 떠다니는데, 이럴 때 알레르기 결막염이 더 잘 나타날 수 있다. 미세먼지는 그 자체로도 알레르기 결막염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각막·결막의 세포까지 손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점액 분비세포가 파괴되고 눈물 속 단백질 조성이 변화되면서 알레르기 결막염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눈이 충혈되고 가려운 게 대표 증상이다. 이 밖에도 이물감, 눈부심, 눈물 흘림 등 증상이 있다. 투명하면서 끈적끈적한 눈곱이 생기면 알레르기 결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는 눈을 심하게 비벼선 안 된다. 흰자위가 부어오르는 결막부종, 눈꺼풀이 빨갛게 부어오르는 눈꺼풀 부종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들 환자에게선 콧물이 많아지는 비염, 목 뒤가 따가운 인후부의 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온종합병원그룹 정근안과병원 김지훈 원장은 “일기예보를 챙겨보며 꽃가루가 심하게 흩날리는 날엔 가급적 외출을 피하는 게 좋겠지만 외출해야 한다면 인공눈물을 넣어 눈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걸 권장한다”고 밝혔다. 인공눈물은 눈 건조감을 해소하고 눈 속 먼지 등 이물질을 씻어낸다. 단, 식염수로 눈을 씻는 건 되레 눈 건강을 해칠 수 있어 피한다. 항균 작용이 있는 눈물을 식염수가 되레 씻어내기 때문이다. 눈이 심하게 가려울 땐 눈에 냉찜질하면 도움된다. 평소 세안할 때 눈꺼풀 가장자리를 깨끗이 닦는다.

알레르기 결막염 증상이 있을 땐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한다. 렌즈 착용은 안구건조증을 야기하는데, 눈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알레르기 결막염에 노출되기 쉽다. 털이 빠지는 물건은 집안에서 치운다.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라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권장되지 않는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치료는 증상 완화, 부작용 최소화에 중점을 둔다. 약물치료에는 안약의 종류인 항히스타민제, 비만세포안정제, 스테로이드 점안제 등이 사용된다.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을 유발하는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아 충혈·부종 등 증상을 완화한다. 비만세포안정제는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비만세포의 막을 안정화한다. 스테로이드 점안제는 심한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치료에 쓰이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안압 상승, 백내장 발병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안과 전문의의 진료 후 사용해야 한다.

염증이 심해지면 안구 건조증 역시 심해진다. 이런 경우 결막염이 호전돼도 눈의 불편감이 이어질 수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을 방치하면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각막염은 시력을 잃을 수 있는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 정심교 중앙일보 기자 simkyo@joongang.co.kr

202004호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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