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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특집 | 화제 당선인] 울산지역 완승 이끈 김기현 

“보수 재건하고 나라 일으켜 세우는 게 내 소명” 

재·보궐 포함 울산 8개 선거구 중 7곳 승리 이끌어 4선 중진 존재감 부각
“靑 2018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유권자들이 엄중한 헌법 유린으로 인식”


▎김기현 당선인은 1983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를 거쳐 제17~19대 국회의원, 민선 6기(2014~2018년) 울산시장을 지냈다. 그는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당시 청와대와 경찰의 개입 의혹을 제기해왔다. / 사진:송봉근
이번 총선에서 울산광역시는 미래통합당이 완승을 한 몇 안 되는 지역이다. 6개 선거구 중 5곳에서 승리했다. 함께 치러진 기초의원 선거구 두 곳을 합하면 8개 선거에서 7개를 휩쓸었다. 친노동자 정당인 민중당과 정의당 세력이 만만치 않고, 현역 시장·구청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값진 승리다.

울산의 승리를 이끈 주역은 4선 고지에 오른 김기현이 당선인이다. 김 당선인은 4월 17일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사건을 시민들이 엄중한 헌법 유린으로 인식한 게 승리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당시 울산시장 재선을 노렸으나 선거 직전 여러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동지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에게 패했다.

울산지역 선거 결과 어떻게 보나?

“진심의 승리, 진실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이기고, 진짜가 가짜를 이긴다는 진리와 상식을 다시 세운 결과다. 제 진심과 진실을 믿어주신 시민 여러분의 선택에 더 큰 책임을 느낀다.”

이번 선거에서 명예회복을 이뤘다고 보나?

“명예회복은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다. 나라가 이래선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더 컸다. 많은 시민이 당선되어서 억울함을 풀고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셨다. 울산 이외 다른 지역에서 지원 유세를 요청하기도 했다. 울산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이 청와대의 선거 개입 사건을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이다.”

울산 선거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도 이번에 당선해 국회에서 맞닥뜨리게 됐다.

“개인적으로 불편하지만, 공적인 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당선한 공인으로서 서로 협조할 것은 협조할 거다.”

국회 차원에서 울산 선거개입 사건 진상규명을 추진할 건가?

“1번 공약이 ‘청와대 선거개입 방지법 제정’이다. 그런데 의석수가 너무 모자라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지 모르겠다. 7월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발족하면 사건을 가져가서 덮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거대 여당을 상대로 미래통합당이 야당의 견제수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과거 사례를 보면 반드시 여당이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노태우 정부 때 민정당은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당을 만들었지만 79석에 불과했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대중 총재에게 1997년 대선에서 패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초기 때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등 범보수가 185석에 달했다. 결과가 어땠나. 임기 말에는 거의 망하는 수준에 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슬아슬하게 이기지 않았나. 지금까지는 정부와 여당이 총선을 겨냥해 세금을 퍼붓고 빚으로 경제 위기를 모면해왔지만, 이런 분식회계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국민 삶의 질 향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자만하면 다음 대선에서 무너질 거다.”

문제점이 노출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계속 유지할 건가?

“연동형 비례제는 무책임한 시스템이다. 자매정당을 찍어 달라고 하고도 책임은 지지 않는 정치가 어딨나. 강력한 대통령제에서 연동형 비례제는 소수정당의 난립을 부른다. 독재정치를 지향하기 위한 목적의식을 갖지 않고는 양립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군사독재의 시녀였던 유정회(유신정우회, 공화당의 위성정당 격)를 우회적으로 부활시킨 거나 다름없다. 누가 집권하든 바꿔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저쪽(민주당)은 더 강화하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당 지도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2월 14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방문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홍준표 전 경남지사. 김기현 당선인은 무소속으로 당선한 홍준표·김태호· 권성동·윤상현 당선인을 서둘러 복당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좌우 균형추 구실을 해온 중도층이 이번에 왼쪽으로 쏠렸다는 분석도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 비례정당 투표 결과를 보면 범진보와 범보수가 6대4 정도다. 정당별로는 미래한국당이 1등이다. 선거구가 우리에게 불리한 구조가 아니었나 싶다. 의석을 많이 뺏기긴 했지만, 전체 표심을 놓고 볼 때 지역구가 의미 없는 대통령 선거에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미래한국당과 합당할 생각은 없나?

“합당할 필요는 없다. 원내 교섭단체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국회 내 협상 테이블은 교섭단체별로 발언권을 주기 때문이다. 미래한국당은 보수의 일원으로서 개별 정당의 역할이 있다.”

무소속 4인방(홍준표·권성동·김태호·윤상현)이 살아 돌아왔다. 복당할 의지도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당장에라도 입당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우리에겐 한 명의 인재도 아쉽다. 그분들을 공천에서 배제한 것부터 잘못됐다. 전혀 합리적이지도 않았고 명분도 없었다. 그분들이 탈당한 것은 당 지도부의 잘못이다. 누구는 그분들이 들어오면 당이 혼란스러워질 거라고 하는데, 그렇게 뺄셈 정치를 할 거면 차라리 당 이름에서 ‘통합’, ‘미래’를 빼야 한다.”

이번에 미래통합당에 새로운 인물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다.

“사실 인적 쇄신으로는 보수정당 역사상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칼질을 했다. 어떤 분은 벌목은 잘했는데 식목을 못 했다고 하더라. 많은 유망주를 등용했는데 이분들의 경쟁력을 국민에게 어필하는 데 실패했다. 중앙당이 이끌어줘야 하는데 역할을 못 한 거다. 가령 비례대표로 좋은 인재들을 영입해놓고 그분들을 알리기는커녕 자르느냐 마느냐, 순위를 어디로 넣느냐, 이런 논쟁만 하다가 다 죽였잖나. 당 지도부가 개판을 쳐서 사람을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울산시장 경력을 더하면 ‘5선(4!)’의 중진이다. 어떤 역할을 생각하고 있나?

“선거 나올 때부터 내 목표는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게 아니었다. 보수를 재건하고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울산시장으로서 할 수 없는 큰 역할, 큰 일꾼이 되려고 다시 국회행을 택한 거다.”

대권 도전을 의미하나?

“대놓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염두에 두고 있다. 내 역할이 페이스메이커라면 그것도 마다치 않겠다. 건전한 보수를 재건할 리더가 되어야 한다면 리더로 나설 거다. 어떤 소임이든 다 할 생각이다. 다만 내가 앞장서서 그 일을 맡을 생각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005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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