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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초대석]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감자 예찬’ 

“도민의 주머니 사정 살피는 게 지방 행정가의 역할” 

코로나 사태로 판로 막힌 감자, 최 지사가 ‘트윗’하자 2주 만에 ‘완판’
농수산·관광 온라인 중심으로 시스템 재편… 남북관계 개선 기여가 소명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4차 산업으로 정면승부를 해보자는 생각에 e-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문순(64) 강원도지사의 별명은 ‘감자’다. 자신을 ‘감자 도지사’라고 일컫는다. 강원도는 감자 주산지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여파가 시들어가던 강원도 감자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판로가 막혀 창고에 쌓여만 가던 강원도 감자가 온라인에서 핫한 ‘아이템’이 된 것이다. 10㎏짜리 8000상자가 30초 만에 팔려나갔다. 지난 3월 2주 동안 온라인으로 팔아치운 감자는 20만6000상자, 5톤 트럭 400여 대(2060t) 분량이다. 최 지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감자를 사달라는 글을 올리면서 붐이 일었다.

최 지사의 인기도 덩달아 수직으로 상승했다. 최 지사의 트위터(닉네임 ‘감자 파는 도지사’) 팔로워 수는 14만 명을 넘었다. 검색 키워드로 네티즌의 관심도를 추정할 수 있는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3월 12일 최 지사에 대한 관심도는 코로나 사태에서 꾸준히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를 앞서기도 했다. 두 사람이 다른 광역단체장들을 압도하는 팔로워 수(박원순 시장 206만 명, 이재명 지사 53만 명)를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그가 얼마나 핫했는지 짐작이 간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아이돌그룹 BTS의 인기에 견줘 ‘감자남(potato)’ PTS라고 불리기도 했다.

비결을 최 지사에게 물었다. 4월 6일 춘천에 있는 강원도청 집무실에서 ‘랜선 마케팅의 달인’, 최문순 지사를 만났다. 첫인상은 지극히 평범하다. ‘인심 좋은 동네 아저씨 같다’는 평 그대로다. 인터뷰 내내 얼굴에는 수더분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감자 완판남’, ‘마케팅의 달인’ 등 별명이 여럿 생겼다. 최 지사가 웬만한 쇼핑 호스트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처음엔 크게 기대를 안 했다. 2014년에 처음 SNS로 감자를 팔았다. 그땐 종일 트위터를 해도 100상자, 200상자 파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뜨거웠다. SNS의 파급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왜 감자를 팔게 됐나.

“전년도에 생산된 저장감자는 햇감자 나오기 직전인 3~4월에 출하된다. 급식업체나 식자재 업체를 통해 대부분 소비된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출하량이 크게 줄었다. 게다가 작년에는 평년보다 20%가량 많이 생산됐다. 출하가 안 되면 이내 싹이 나기 때문에 팔지 못한다. 땅에 묻어야 하는데 폐기물로 분류가 돼 비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보자는 생각에 판매에 나섰다.”

‘감자 완판남’으로 온라인서 인기몰이


▎최문순 지사와 비서실 막내 직원이 애교가 담긴 모습으로 감자를 홍보하고 있다. / 사진:최문순 지사 트위터
최 지사의 영향력 덕분인가?

“제 능력이라기보다 국민의 저력이다. 판매 기간에 접속자 수를 집계해보니 6400만이나 됐다. 내 팔로워가 14만 명 정도니까 개인의 영향력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내가 보기엔 국민이 일종의 놀이처럼 즐긴 게 흥행의 이유 같다. 이삼천원 더 주면 마트에 가서 우리가 판 감자보다 훨씬 품질 좋은 걸 살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못 하니까 온라인으로 일종의 스트레스 탈출구를 찾았던 게 아닌가 싶다. 한두 번 실패하니 될 때까지 도전해 보고, 성공하면 이걸 커뮤니티에서 자랑도 하니까 경쟁심이 유발된 거다. 첫날 10만 명이 접속하더니 다음 날 100만이 되고 점점 늘어나더라.”

최 지사의 말처럼 ‘강원도 감자 사주기’는 온라인에서 일종의 놀이 문화가 됐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행하는 ‘코로나 극복 챌린지’의 일환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된 놀이다. ‘달고나 커피 만들기’나 ‘계란 수플레 만들기’와 같은 시간 보내기에 공익의 목적이 더해진 게 농산물 소비하기다.

덕분에 농가 어려움을 돕는 ‘착한 소비’가 온라인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얼마 전에는 수산물 소비 촉진 이벤트로 동해에서 잡은 손질 오징어 판매를 했는데 2000상자가 네 시간 만에 완판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SNS를 활용한 농산물 마케팅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농가에서 한시름 덜게 됐다.

“화제가 되니까 이것저것 팔아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무작정 다 팔 수는 없다. 온라인 주문과 포장, 신선도를 유지하는 배송 등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졸업식, 입학식이 취소돼 화훼류 재배 농가가 아주 어렵다. 그래서 강원지역 공공·유관기관을 중심으로 꽃 생활화 캠페인을 하고 있다.”

감자에 이어 또 다른 판매 계획이 있나?

“제철을 맞은 곰취, 두릅 같은 산채가 문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질 못해서 수확을 못 한다. 전에는 가끔 군인들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외출을 못 하니 인력이 없다. 당장 나부터 곰취 베러 나가야 한다. 일본으로 거의 전량을 수출했던 아스파라거스도 수출길이 막혀서 당장 처리할 길이 막막하다. 산채는 저장이 안 되니까 시기를 놓치면 손해가 크다. 이걸 어떻게 팔아야 할지 구상하고 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수도권과 전국 대형마트를 통해 직거래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일 생각이다.”

이번 감자 판매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농산물 유통 방식이 많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거래가 더 늘어날 거라고 본다. 유통 구조도 근본적으로 바뀔 거다. 우체국 쇼핑몰이나 포털사이트를 통해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TV 홈쇼핑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것도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를 확대하기 위해 직거래 택배비를 지원하거나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통 단계가 줄어들어 소비자는 더 신선한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접할 수 있을 거다.”

코로나가 바꾼 일상, 온라인에서 경쟁력 키운다


▎최문순 지사는 2013년 도루묵 판매를 시작으로 강원도 농·수산물 판로 확대에 소매를 걷고 나섰다. 도루묵 선별작업 중인 최 지사. / 사진:강원도청
강원도의 주력 산업은 관광이다. 농·수산물은 내다 팔 방법이 있지만, 관광은 사람이 오지 않으면 방법이 없지 않나.

“강원도에서 관광산업 비중은 70%나 된다. 여러 관광 지표에서 강원도는 부동의 1위 관광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 공식적인 관광이 재개되질 않아서 관광 산업 수익은 반의반 토막이 났다. 상당수 관광업체가 문을 닫았다. 어렵지만 현재로썬 코로나 극복이 우선이다. 다만 관점을 바꿔보면 코로나를 계기로 관광 분야의 기틀을 새롭게 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모든 게 온라인을 중심으로 플랫폼이 바뀌었다. 농산물 판매뿐만 아니라 관광도 온라인 중심으로 네트워크화해보려 한다. 앞으로는 전처럼 관광업체를 통해서 많은 인원이 버스 타고 다니는 방식이 줄어들 거로 본다. 대신 가족여행, 온라인 여행, 문화예술 콘텐츠가 있는 여행으로 변화할 거다. 그 흐름에 맞춰서 숙박시설 예약도 온라인화하고, 콘텐츠를 넣어서 가족 단위 관광객이 편하게 즐기고 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사람을 불러 모으려면 콘텐츠가 중요할 것 같다.

“콘텐츠는 미래 먹거리다. 강원도는 자연자원과 전통문화, 지역별 콘텐츠가 풍부하다. 강릉 커피, 정선 아리랑, 화천 산천어, 횡성 한우 등 남녀노소를 아우를 수 있다. 이런 콘텐츠를 이용하면 지역 단위 공동체를 활발하게 키울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청년의 유입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창의성으로 무장한 청년과 예술인이 지역으로 내려와야 한다. 가능성은 확인했다. 강릉 커피나 춘천의 야외음악축제, 동해안 서핑족 등은 취미를 위해 찾아온 청년들이 지역을 활성화하는 밑거름이 된 사례다.”

이들을 지역으로 유인할 방법이 있나?

“지역의 문화와 특색을 살리고 개척하는 뉴리더를 우리는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이들이 지역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창의성으로 무장한 청년과 예술인이 지역으로 내려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울 거다. 각 지역의 테마를 정해 색을 입히고, 전문 인력을 키우는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회성 보조사업이 아니라 생활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들이 자리를 잡으면 수도권과 지역의 문화·경제적 격차도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강원도청에 오다 보니 곳곳에 고층 아파트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인구가 늘고 있나?

“춘천, 원주 같은 영서지방은 교통이 좋아져서 인구가 늘고 있다. 서울에서 이리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영동지방도 KTX가 개통돼 강릉을 중심으로 인구가 좀 늘었다. 그런데 아직은 서울과 임금 격차가 커서 직장·주거 일체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강원도형 일자리로 4차 산업에 도전장 내밀다


▎강원도와 지역 기업들이 참여해 처음 생산한 전기차. / 사진:강원도청
인터뷰하는 동안 최 지사의 집무실 한편에 있는 전기차가 눈에 띄었다. 화물 적재함이 있는 박스카 형태의 2인승 차량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해 만든 첫 전기차다. 최 지사는 이 전기차 생산 시스템을 ‘강원도형 일자리’의 첫 시범 사례로 꼽았다.

왜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나?

“강원도는 2차, 3차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경기에 따라 출렁임이 심한 관광에 편중된 지역 산업 구도를 상쇄할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4차 산업으로 정면승부를 해보자는 생각에 e-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구조는 어떻게 이뤄져 있나?

“우리는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위주다. 참여 기업들이 자본과 기술을 모아 제품을 만들고 판매해 지분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다른 지역은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 산업 환경이지만,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기술과 이익을 공유하는 수평 관계다. 기존 노조나 원청·하청의 갈등이 생길 일이 없다.”

특별히 전기차 사업을 택한 이유가 있나?

“e-모빌리티는 저비용이어서 대기업이 없는 강원도에 알맞은 사업 아이템이다. 수만 명을 고용하고 대규모 생산 라인을 깔아야 하는 기존 자동차 산업과 다르다. 소품종 소량 맞춤형 생산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강원도는 경제 규모가 작고, 산업이 빈약한 대신 적은 비용으로 신산업을 실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지역에선 기존 시스템을 뒤엎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런 매몰 비용 없이 새로운 시스템을 시작할 수가 있다.”

판매는 언제 시작하나?

“차는 나왔는데 선거가 있어서 선거 끝난 뒤에 대통령을 모시고 출시행사를 하려 한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수출도 할 생각이다. 적재적량 350㎏ 미만의 근거리 배달이나 택배 전용 화물차로 오토바이와 1톤 트럭 사이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 효과는 보고 있나.

“횡성에 전기차 공장을 지어 현재 300명 정도 고용했다. 2024년까지 2000명을 고용해 연산 2만 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가 대중화하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차종을 다변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전기차 외에 다른 관심 사업은 어떤 게 있나.

“여러 지역에서 4차 산업 혁명을 준비하는 신산업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삼척은 작년에 수소 R&D 특화도시로 선정돼 액체수소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태양, 방사광 가속기, 양자컴퓨터, 신소재 기술 등을 강원도의 미래 전략 산업 주제로 선정해 전문가들과 산업화를 고민하고 있다.”

강원지역과 수도권 도시지역의 소득 격차가 상당하다.

“강원도 근로자 임금이 서울의 7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조금이나마 소득 격차를 줄이려고 강원도형 일자리 안심공제 제도를 만들었다. 근로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회사와 강원도가 같은 금액을 내서 연금처럼 적립해준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15만원씩 60개월(900만원)을 납부하면 만기 때 이자를 더해 3000만원 넘는 목돈이 생긴다.”

기업이 늘어나는 비용을 부담하려 할까?

“근로자와 기업이 윈윈(win-win)하는 제도다. 실직하거나 퇴직하면 그 돈을 쓸 수 있으니 직장이 불안정한 근로자에게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회사에선 인건비 지출이 다소 늘어나지만, 이직률이 낮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니 더 만족한다. 또 강원신용보증재단이 운용하는 공적 공제여서 떼일 염려가 없다. 유럽식 복지모델의 핵심이기도 하다.”

복지모델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북유럽 복지 국가들의 모델을 공부했다. 직원들을 덴마크나 스웨덴에 보내 철학부터 구체적인 실천방법까지 공부하도록 했다. 복지는 차별이 아닌 보편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게 기본 바탕이다. 그 상징물이 바로 ‘감자’다.”

감자와 보편적 복지는 무슨 관계가 있나?

“감자는 크기와 쓰임새에 따라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감자의 싹은 동서남북, 상하좌우 모든 방향에서 생긴다. 차별 없는 평등을 의미한다. 복지 철학의 바탕인 인간의 존엄도 감자와 같다. ‘감자 도지사’를 자칭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조적이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인간의 존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국가의 기틀로 정립됐다. 나치즘의 출현과 2차 세계대전을 겪은 독일에서 출발했다. 민주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국가의 틀을 만들면서 칸트가 주창한 인간의 존엄성을 철학적 기초로 삼았다. 그에 따라서 정치, 행정, 경제 시스템이 갖춰졌다. 일할 권리, 치료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을 헌법에 규정한 것이다.”

그건 우리 헌법도 이미 보장하고 있지 않나?

“우리 헌법은 독일 바이마르 헌법을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 이후 강조된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개정해야 한다. 강원도는 2018년에 인간의 존엄을 도정 방침으로 삼았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보자는 생각에서다. 지방 행정가는 가치관과 정책을 통해 주민 개개인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주민이 원하는 건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 시대, 분권은 선택 아닌 필수


▎4월 8일 최문순 지사가 곰취를 수확하고 있다. / 사진:강원도청
강원도는 코로나 사태 극복의 하나로 도민 전체가 아니라 취약계층에 한해 가구당 4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긴급생활안정지원금은 생계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최소한의 소득 기반을 지원하자는 거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 진작을 통해 얼어붙은 지역 경제에 다소나마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강원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취약계층에 1200억원을 지원할 경우 지역경제에 최소 3119억원에서 최대 4731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의 지원으로 어려움이 다 해소되진 않겠지만, 취약계층의 삶을 지탱하고 작은 활력이 되어 위기를 극복하는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농산물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생활 정치의 일환인가?

“그렇다. 남들이 보기에 탐탁지 않을 수 있다. 도지사가 감자, 도루묵이나 파느냐고 욕도 먹었다. 지금도 다른 도지사들은 잘 안 하잖나. 그런데 정치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정책과 법이 국회로 가면 추상화하고, 단순화하고, 정치화하고 결국 정쟁으로 변질된다. 정치가 국민과 멀어지는 거다. 나는 정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탈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법과 제도, 정치가 주머니 사정을 나아지게 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새로 열리는 국회에 조언한다면.

“꼰대처럼 보이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다.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란 뜻으로 꼰대를 비꼬는 신조어)’란 말이 유행하잖나. 권위를 내려놓아야 혁신할 수 있다. 사회의 갈등을 정치가 조정해야 하는데, 도리어 정쟁이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 지자체에서도 중앙 정치 무대로 보낸 정책이 정쟁으로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할 정도다.”

3선 도지사 경험으로 볼 때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지금은 대통령과 국회에 권력이 집중돼 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정쟁에 매달린다. 권력을 삶의 현장으로 내려보내면 그렇게 싸울 필요가 없다. 코로나 사태가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권력을 분산시키는 쪽으로 유도하지 않을까. 대도시에 너무 사람이 모여 살면 전염병 걸릴 가능성이 높으니까 흩어질 테고, 사람이 흩어지면 돈도 흩어지고 권력도 흩어지지 않겠나.”

지방분권이 가속할 거라고 보나.

“그렇다. 만약 이것보다 더 심한 전염병이 온다면, 도민을 지키기 위해 도 경계를 봉쇄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만일의 사태에) 강원도 자체를 봉쇄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일 거다. 그러려면 식량, 에너지, 식수, 의료, 생필품 등의 자급자족이 이뤄져야 한다. 지방의 자체 통제권도 있어야 하고. 이걸 다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대비하다 보면 상당한 수준의 분권이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내 사전에 권력이란 없다”


▎최문순 지사는 “도민의 주머니 속 사정을 살피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도지사의 힘이 작아서 아쉬울 때가 있었나 보다.

“제가 가진 슬로건 중 하나가 ‘내 사전에 권력이란 없다’이다. 저도 대통령 만나면 불편하다. 나보다 권력이 크거나 나이 많은 사람이 불편한 건 누구나 매한가지다. 권력을 해체해서 국가적 활기를 북돋는 게 과제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영원히 지속하려는 영속성을 갖고 있다.

“권력을 빨리 해체한 국가가 그 활기로 세계를 지배했다. 영국은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정치적 활기로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대영제국의 시대를 열었다. 미국도 권력을 분산함으로써 세계의 패권을 쥔 강국이 됐다.”

임기가 2년쯤 남았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게 있다면.

“남북관계 개선이다. 너무 비장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강원도민에게 남북관계는 이념이 아닌 삶의 문제다. 강원도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 남북관계가 나빠지면 여러모로 경제적 타격을 직접 입는다. 남북관계가 가진 억압을 빨리 해체해야 한다. 달걀을 한 번 더 깨야 할 때가 온 거다.”

도지사가 풀기엔 너무 큰 과제다.

“맞다. 한쪽의 노력만으로 해결 못 한다. 서로 변화해야 한다. 다만 그 변화를 이끄는 단단한 주체가 있어야 한다. 거기서 작은 역할이라도 해보고 싶다. 강원도지사가 감당해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우리 안의 모순, 남남갈등부터 풀어가는 게 시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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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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