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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동향] 국방비 50조원 시대에 방위산업체들 한숨 왜? 

수출길 뚫어야 내수 살고 방위산업 산다 

국내 방산업체 지난 7년간 영업이익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
해외 수출에 필요한 무기체계 개발 비용은 제자리 걸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탑승하기 전 육군항공작전사령부 박용찬 중령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50조1527억원. 올해 국방 예산 규모다. 지난해보다 7.4% 증액된 규모로 건군 이래 최초로 5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무기 구매 및 연구개발 등 전력증강에 투입할 방위력 개선비는 지난해보다 8.6% 증가한 약 16조6000억원으로 전체 국방예산의 33%를 차지한다. 지난해 국방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방위력 개선비를 연평균 10.6% 증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방위 산업 성장과 연관이 밀접한 방위력 개선비의 높은 증가세는 방산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방위산업은 첨단무기 국산화의 차원을 넘어 수출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 초에는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실 산하 방위산업담당관 직제도 신설됐다. 당시 청와대는 “방위산업을 수출형 산업으로 도약시키고 경제 산업적 측면에서 범국가적인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직제 신설 이유를 설명했다. 그간 무기 도입과 개발, 수출 과정에서 여러 잡음과 혼선이 있었던 터라 청와대가 ‘방산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방산 수출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방위산업 위기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2019년도 방위산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부터 최근 11년간 방산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해마다 하락했고 2017년에는 0.5%를 기록했다. 2017년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7.6%이라는 점을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방산 업체 총 영업 이익 역시 2010년 6898억원에서 2017년 602억원으로 10분의 1 규모로 급감했다.

내수 시장의 한계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는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12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공개한 ‘세계 방산업체 순위’에 따르면 100위권 안의 한국 업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43위), 한국항공우주산업(KAI·50위), LIG넥스원(67위) 등 3개사가 포함됐다. 이들 3개사의 매출액은 52억 달러(약 6조3000억원)로 세계 시장 점유율은 고작 1.2%였다. 전 세계 100대 방산업체의 매출액은 4200억 달러(약 500조4300억원)에 달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세계 방산시장 패러다임이 과거 정부가 주도하는 내수 위주의 보호 육성 산업에서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경쟁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 모두 내수 시장의 한계로 세계 시장 선점이 중요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있어야만 수출 활성화를 비롯해 한국 방위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완벽한 무기는 없다… 성능 개량까지 고려해 개발해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태국에 12대를 수출한 T-50TH 골든이글 고등 훈련기. / 사진:태국 공군
국내 방산업체 대부분은 정부나 군이 요구하는 무기를 양산하고 납품한다. 업계는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향후 진행될 성능 개조·개량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우리 군의 작전 요구도(ROC)를 기준으로 개발한 무기 체계는 국내 상황에 최적화돼 있다”며 “수출할 경우 상대국의 요구에 따라 추가적인 성능 개량이 필요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말한다. 대당 400억원 수준인 경공격기 FA-50의 경우 동남아 국가에서는 무장확장과 항속거리 연장을 요구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각각 1500억원과 5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현재 방위사업청에서 수출형 개조개발을 위해 무기체계 개조개발 사업을 운용 중이지만 올해 예산은 400억원에 불과하다. 2018년 22억원에서 대폭 늘어난 규모이기는 하나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문가는 방산 물자, 특히 항공기의 경우 꾸준한 성능 개량이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1978년 처음 개발된 록히드 마틴의 F-16은 현재 꾸준한 성능 개량을 통해 F-16 V까지 나왔다”며 “수십 년 운용하는 항공기 특성상 지속적인 성능 개조·개량이 가능하다는 점을 수출하려는 국가에 제시해야 하지만 현재 우리는 그렇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이어 “역설적인 것은 우리가 해외에서 도입한 전투기나 헬리콥터는 업그레이드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는다. ‘완성형 무기 개발’보다는 무기체계 완성도를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진화적 개발 방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방산 선진국들은 단계적 개발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방산 대국인 미국은 수출형 제품에 대해 주기적인 성능개량을 보장하고 있으며 영국과 이스라엘은 내수형이라고 해도 무기 개발 단계부터 수출형 사양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 무기 수출 3위인 프랑스는 수출에 필요한 개조개발 비용을 물론 ROC 조정을 통한 지원도 함께 하고 있다. 조 교수는 “대량 생산이 이뤄져야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수출도 용이해진다”며 “이를 통한 수익을 성능 개량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예산이 올라가는 애로사항이 있지만, 초기 단계부터 향후 진행될 성능 개조·개량까지 반영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제품을 개발·생산하더라도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출은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는 “보통 항공기 도입을 고려하는 국가들은 해당 항공기를 개발한 국가의 자국 내 운용 실적을 기종의 우수성과 운용 효율성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현재 군용을 제외한 국내 관용 헬기는 총 120대. 이중 국산 헬기는 경찰 8대, 해경 3대, 산림청 1대, 소방청 1대 등 총 13대(11%)뿐이다. 특히 6년간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국방과학연구소·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최초의 국산 헬기인 ‘수리온’은 국내 시장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당 200억원 안팎인 가격과 군용으로 개발되었다는 이유가 크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관용으로 쓰이는 외산 헬기 중 43대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제 카모프-32(KA-32)의 가격은 100억원 안팎. 하지만 성능이 떨어져 수리온에 비하면 부품 교체주기가 1/10 정도로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러시아·프랑스 등 헬기 자체 개발 국가들은 자국산 헬기를 90% 이상 운용하며 항공산업과 기술 발전, 수출산업화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태 세종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방산 수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산 제품을 먼저 구매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정 수준 이상 성능이 입증될 경우 국내 제품을 도입해 산업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산 우선 사용 제도(Buy National)를 확대하고 있다. 2017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 연방조달규정인 ‘Buy American Act’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국내 산업 보호 측면에서 외산 가격의 200%까지 추가 비용 지불을 허용하며 국내에서 50% 이상 생산한 경우에만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도중 ‘Buy European Act’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국외 구매비용의 200%를 넘더라도 무기 개발을 추진하기도 한다.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GD)사의 F-16을 모방해 만든 F-2의 개발비용은 F-16의 3배인 1억 달러(약 12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정부조달법 등에서 자국산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사업에서는 일정 비율의 자국산 사용 의무화, 이른바 ‘Buy Korea’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우리가 우리 제품 안 쓰는데 외국에서 사겠나”


▎우리나라 중고 장비 공여 후 무기 수출로 이어진 성공 사례인 페루의 KT-1P 훈련기. / 사진:페루 정부
조진수 교수는 “개조·개량·수리 등 전체 비용을 따져보면 장기적으로 국산 도입이 더 이득”이라 말한다. 이어 “국민차였던 ‘포니’를 국민들이 사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랜저나 제네시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수를 기반으로 수출이 이뤄져야 고용 창출이 발생하고 방산 규모 자체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방산 업계는 수출을 위해서는 현재 의무사항인 절충 교역이 존치돼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절충 교역은 외국에서 무기 등 군수품을 살 때 반대급부로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기술이전, 부품제작·수출, 군수지원 등을 받아내는 교역 방식을 의미한다.

1983년 도입된 이 제도를 통해 한국 방산 업계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부품 및 정비 사업 등에 참여함으로써 수출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T-50 설계 기술은 KF-16 기술 도입, 생산사업 절충 교역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F-X 1차 사업에서의 B737·AH-64·F-15K 부품 사업은 국내 전투기 개발 및 생산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익 측면에서도 절충 교역으로 2018년까지 총 604개 사업을 수행하며 231억 달러(약 29조원) 상당의 이익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절충 교역은 국내 방산업체가 선진업체와 협력할 수 있는 강력한 레버리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물량 확보 등을 통해 국내 방위 산업이 활성화되고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절충 교역의 파급효과는 크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무기와 민항기를 수입한 일본은 절충 교역을 통해 B787 사업에 35% 참여하는 등 보잉 민항기 개발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군용기 도입 과정에서 절충 교역으로 자국산 전자장비 장착 및 성능개량, 정비 권한을 내세웠던 이스라엘은 현재 세계적인 방산전자 공급국가이자 항공정비사업(MRO) 허브 국가로 도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방사청은 2018년 6월 절충 교역 제도 전면 개편을 발표했다. 당시 방사청은 “‘무상 개념’의 절충 교역으로는 첨단기술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고, 계속되는 절충 교역의 유·무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그 배경을 밝혔다. 현재 절충 교역을 ‘산업협력’으로 용어를 바꾸고, 의무 조항에서 ‘임의 조항’으로 변경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여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책 변경 움직임의 배경에는 절충 교역 추진으로 기본 계약금액이 상승하고 절충 교역 항목에 대한 협상이 늘어지면서 계약 체결이 지연되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경태 교수는 “해외업체에서 절충 교역을 미리 고려해 제품 가격이 아예 높게 책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절충 교역 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터무니없게 높게 매겨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지고 도입 비용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방산 버팀목 절충 교역 사라지나?… 업계, 파장 촉각


▎KF-16 절충 교역으로 확보한 설계 기술로 개발된 고등훈련기 T-50이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조립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절충 교역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핵심기술 확보 및 수출 산업화를 추진 중인 반면, 우리나라는 절충 교역 의무 면제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방위산업의 기반이 확보된 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의 경우에도 절충 교역 제도를 전략적으로 운용 중”이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방산 환경이 비슷한 터키는 사업 규모와 무관하게 계약금액 대비 70% 이상 절충 교역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방산 수출의 40% 이상을 절충 교역으로 진행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매년 방산수출의 30% 이상을 절충 교역으로 확보하고 중소기업에 20% 의무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방산 업계는 최근 국외 구매사업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절충 교역 규모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의무 조항마저 사라질 경우 업계 전반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국외 구매는 전체 방위력개선비 약 55조원 가운데 22조2000억원(38%)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절충 교역 획득 비율은 49%(약 5조원)에서 3%(약 1450억원)로 급감한 상태다. 업계는 절충 교역 존치 및 의무 비율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절충 교역을 통해 계약금액의 30~50% 상당의 기술과 물량 확보가 가능해 수출 효과를 낸다”면서 “협상 지연 등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에 이경태 교수는 ‘속도 조절론’을 얘기한다. 이 교수는 “우리 방위 산업의 기술 수준이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면 절충 교역을 의무 추진할 필요는 없다”면서 “임의 조항으로 변경할 경우 산업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수준을 고려할 때 조금은 이른 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실력에 맞게 단계적으로 속도 조절을 하면서 변경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힌다.

2000년대 이후 전투기·헬기·탱크·잠수함 등 방산 물자를 자체 개발하면서 해외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한국의 2014~2018년 무기 수출은 2009~2013년보다 9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서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금융 등 수출지원 프로그램의 확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가 공들이고 있는 동남아나 남미 국가들은 예산 부족으로 우리 정부가 보증하는 저리 대출을 요구하거나 현물 거래를 요구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기 때문이다. 태국의 경우 스웨덴 전투기 JAS -39 6대를 도입하면서 전체 대금을 냉동 닭(약 8000만 마리)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경태 교수는 “방산 분야는 정부 간 거래(G2G)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금융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며 “수출대상국 경제 사정으로 원목·식량·원유 등 현물 거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 부처 간 협조를 통한 상계 무역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현재 업계에서 ▷수출입은행 특별계정 및 대외경제협력 기금(EDCF) 활용 ▷저신용국(OECD 6~7등급) 금융지원 조건 확대 ▷방위산업 수출보험 지원조건 완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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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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