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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한 달 만에 서쪽으로 ‘진앙지’ 옮긴 코로나19 

“우리는 6회에 있는 걸까 하프타임에 있는 걸까?” 

4월 12일 부활 대축일에 미국 누적 사망자 수 2만 명 돌파
하객 없는 결혼식, 아파트 발코니 체조… 일상은 계속된다


▎3월 15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포옹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어선 이탈리아는 전국에 이동 제한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 사진:AFP/연합뉴스
한 달여 만에 코로나19의 주무대가 서구로 이동했다. 당초 확진자 순위에서 선두권을 형성하던 중국·한국은 모습을 감추고, 미국·스페인·이탈리아 등 서구 선진국들이 가파르게 치고 올라왔다.

특히 미국은 4월 12일(현지시간) 누적 사망자 수가 2만 명을 돌파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최다 희생국이 됐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사망자 수가 많은 뉴욕주의 쿠오모 주지사는 “우리가 (야구) 6회에 있는 걸까, 하프타임에 있는 걸까? 아무도 모른다”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시신을 안치할 시설이 부족해지자 뉴욕시는 무연고 묘지로 쓰던 뉴욕 앞바다의 하트 섬에 코로나19 희생자들을 매장하기 시작했다.

이밖에 코로나19는 이탈리아(1만9899명), 스페인(1만7209명), 프랑스(1만4393명), 영국(1만602명) 순으로 대규모 희생자를 내고 있다. 전 세계로 치면 11만4245명에 달한다. 21세기 들어 최악의 팬데믹 참사다.

“전염병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전 세계가 숨죽인 와중에 4월 12일 가톨릭은 최대 기념일인 부활 대축일(부활절)을 맞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부활 대축일 미사를 열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지구촌 연대를 호소했다. 이날 미사는 현장에 참석한 신자 없이 생중계로 진행됐다.

전염병에도 일상 지켜내려는 시민들


▎3월 27일 프랑스 낭트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마을로 찾아온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따라 발코니에서 운동하고 있다. / 사진:REUTERS/연합뉴스
같은 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도 특별 기고문을 통해 “이 질병과의 싸움은 전 세계적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며 “개발된 백신은 ‘세계적 공공재’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자신의 재단이 여러 나라와 협력해 출범한 감염병 혁신연합(CEPI)이 “최소 8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아직까지 바이러스를 정복할 대책은 딱히 없다. 백신을 개발해도 대상 바이러스의 변종이 발생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탓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극복한 바이러스는 천연두뿐이다. 최근에 발병한 사스(2002)와 신종플루(2009), 그리고 메르스(2012)도 지금까지 정복하지 못한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세계 각국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최대한 억누르는 ‘지연전(戰)’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신속한 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과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등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해 ‘방역 모범국가’로 주목받았다.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두 자리 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도 독특한 풍경이 연출된다. 하객 없는 결혼식이 치러지고, 대만에서는 신생아 얼굴에 바이러스를 막아줄 투명필름을 씌워주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프랑스 낭트의 시민들은 아파트 발코니에 나와 아파트 안뜰에서 시범을 보이는 체조 강사를 따라하는 운동을 즐기기도 했다(사진). 코로나19의 쓰나미 속에서도 일상을 지켜내고자 안간힘을 쏟는 게 오늘날 지구촌 풍경이다.


▎4월 9일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의 한 마을 성당 사제가 신자들의 사진을 의자에 놓은 채 부활절 미사를 올리고 있다. / 사진:REUTERS/연합뉴스



▎3 월 21일 이라크 나자프에서 한 여성이 꽃잎으로 장식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3월 23일 팔레스타인의 예비 신혼부부가 결혼식을 앞두고 마스크를 쓴 채 웨딩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4월 8일 태국 프라칸의 한 병원에서 신생아에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안면 마스크를 씌워 주고 있다. / 사진:EPA/연합뉴스



▎4월 2일 중국 우한의 방역 관계자들이 친타이 대극장에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REUTERS/연합뉴스



▎4월 3일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전하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모양을 본뜬 헬멧을 쓴 인도네시아 경찰. / 사진:AFP/연합뉴스



▎4월 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자원봉사자가 재활용할 마스크들을 소독하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 글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 사진 AFP·AP·EPA·로이터

202005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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