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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CEO in KOREA(16)] 최정우 회장의 ‘With 포스코’ 전략 

“제철보국(製鐵保國) 넘어 100년 기업 위한 비전 찾자” 

非서울대·非철강엔지니어 출신 CEO, 포스코 신성장과 구조조정에 역점
글로벌 불황에 1조원 자사주 취득으로 대응… ‘기업시민’ 내걸고 사회공헌


▎입지전적인 코스를 밟아 포스코의 최정점에 올라선 최정우 회장이 신입사원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다. / 사진:포스코
최정우(63) 포스코 회장은 4월 10일,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결정을 발표했다. 회사 보유 현금 중 1조원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포스코의 주식은 3월 27일 13만3000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약 10년 전인 2010년 10월 8일 포스코 주가는 54만4000원을 찍은 바 있다. 2007년에는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이 수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포스코 주식을 매입해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버핏은 특유의 장기투자를 고수하지 않았다. 2014년경, 포스코 주식을 전량 판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철강업이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판단한 듯하다. 정치권력의 영향으로부터 초연하기 힘든 그룹 지배구조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실제 포스코 주식은 최근 3년 사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그렸다. 코로나19로 20만원 선마저 무너졌다. 이 타이밍에 최 회장이 베팅을 건 것이다. 포스코의 자사주 매입은 2007년 2월 이후 처음이었다. 2019년 말 기준, 포스코의 현금 시재가 11조7234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1조원을 쓴 것이다. 코로나19로 ‘현금이 왕’ 대접을 받고 있다. 대다수 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기 바쁠 때, 최 회장은 현금을 풀어 넣은 역발상을 감행했다.

포스코의 2019년 4분기 영업이익이 꺾였고, 2020년 1분기 실적도 어닝쇼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정면 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그만큼 ‘포스코의 미래 경쟁력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지로 읽힌다. 5월 12일 시점에 포스코 주가는 17만원대까지 회복했다. 시장은 재무통 최고경영자(CEO)인 최 회장이 아니었다면, 내리기 어려운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포스코 승계카운슬의 간택


▎포스코의 프리미엄 제품인 기가스틸을 적용한 전기차. / 사진:포스코
전례 없는 포스코의 파격 행보는 CEO 최정우가 어떤 경로를 거쳐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지를 파악할 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최 회장은 부산 출신이다. 동래고를 졸업했고,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했다. 포스코 재무실장(2006년), 포스코 경영전략실장 상무(2008년), 포스코 정도경영실장 상무(2010년)·전무(2012년), 대우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 부사장(2014년)과 대표이사 부사장(2015년)을 거쳤다. 2015년에는 포스코 가치경영실장 부사장을 겸임했다. 2016년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임명됐고, 2018년 2월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을 맡다가 그해 7월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으로 낙점됐다.

이력에서 드러나듯, 재무와 전략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가치경영실장이었던 2015년, 포스코의 구조조정을 설계했다. 이후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는 71개에서 38개, 해외 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줄었다. 이를 두고 포스코는 “7조원 규모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봤다.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는 흑자 전환했다”고 호평했다.

CEO 최정우는 2000년 10월, 포스코가 민영화한 이후, 최초로 탄생한 비(非)서울대, 비(非)철강 라인 출신 최고경영자다. 당시 포스코는 2018년 4월, 권오준 회장이 전격 자진 사퇴를 선언하면서 그룹 수장 자리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포스코는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CEO 승계카운슬’에서 차기 CEO를 결정하는 특수한 절차를 밟아왔다. 승계카운슬은 6월 22일 후보를 5명으로 압축했고, 바로 그다음 날인 23일 차기 CEO로 최정우를 확정했다.

당시 최정우 회장의 발탁을 두고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역설적이게도 포피아(포스코+마피아의 합성어.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철강 전문 엔지니어들이 과거 포스코 최고위직을 독점했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가 아닌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인맥, 학맥 등에서 얽히는 게 거의 없는 최 회장은 운명처럼 포스코그룹의 최정점에 올라갔다. 7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했고, 포스코 제9대 회장에 취임했다.

‘정치권 외풍’ 탓에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임기를 채운 회장이 한 명도 없었다. 취임 3년을 앞둔 최 회장은 큰 잡음 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최 회장은 2년 전, 회장으로 내정된 직후 “지난 50년의 성공 역사를 바탕으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또 다른 마음가짐과 신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회장 취임 직후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포스코가 제철보국(製鐵保國)의 이념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서기 위해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생명력이 오래 지속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포스코의 3년은 그 다짐을 실행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최 회장 앞에는 ‘포스코의 새로운 50년을 열어 달라’는 기대 어린 시선이 있었다. ‘제철보국’을 뛰어넘는 새 시대정신을 최 회장은 ‘기업시민 경영이념’에서 모색했다. 철(鐵)만 잘 만드는 회사 너머의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 솔루션으로 포스코는 에너지소재 산업을 지목했다.

포스코는 2018년 4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포항시 포스텍체육관에서 ‘미래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임 권오준 회장은 이익의 80% 가량을 철강 및 관련 분야에서 거둬들이는 현재의 수익구조를 탈피해 철강 40%, 인프라(무역·건설·에너지·정보통신기술) 40%, 신성장(에너지저장소재·경량소재) 20%의 비율로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철강회사에서 종합소재기업으로


▎포항 포스코 스마트팩토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최정우 회장(오른쪽)과 함께 섰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그룹 수장이 되기 전, 최 회장의 직함은 포스코켐텍(현 포스코케미칼) 사장이었다. 이 회사는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꼽히는 리튬의 사업화를 위한 기술 개발이 핵심 업무다. 2차전지의 필수 재료인 리튬 소재 음극재를 제조하는 것이다. 다소 생소하지만, 2차전지는 테슬라 같은 전기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드는 에너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2차전지는 크게 3단계에 걸쳐 완성되는데, 포스코가 관여하는 분야는 가장 초기에 해당하는 음극재·양극재에 집중돼 있다. 역량 극대화를 위해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합병해 포스코케미칼을 만들었다.

이 분야에서 포스코케미칼은 한국 내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 주식 중 포스코케미칼 주가는 포스코 다음으로 높다. 미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향후 관건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다. 삼성SDI는 2차전지 생산의 마지막 단계에 관계된 회사여서 포스코케미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키워 그룹 성장을 이끌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호주 필바라 리튬정광 장기구매 계약에 이어 2020년 상반기에는 아르헨티나에 리튬 추출 플랜트를 준공할 계획이다. 또 2019년 8월에는 지분 투자를 통해 중국 저장성에 해외 첫 양극재 공장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광양에 6000t, 경북 구미에 9000t 등 총 1만5000t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음극재에 관해서도 세종시에 4만4000t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포스코는 “2020년까지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각각 4만4000t, 5만5000t까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2020년 1월 발표한 신년사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장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포스코가 집중하고 있는 2차전지 소재, 스마트 팩토리, 친환경에너지 등의 분야는 신성장동력으로 더욱 환영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무 전문가 출신인 최 회장은 전략과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판이다. 추진력을 토대로 포스코의 구조조정을 설계한 커리어를 갖고 있다. 철강에 관한 한, 포스코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은 세계적으로 통한다. 2019년 6월, 세계적 철강 전문 분석기관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는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했다. 포스코는 세계 조강 생산량에서도 세계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룩셈부르크 소재의 다국적기업 아르셀로미탈, 중국의 바오우그룹과 허베이철강그룹, 일본제철(신일본제철·스미토모금속·닛산제강 합병) 등과 겨루고 있다. 포스코는 2019년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다.

원가절감과 스마트팩토리


▎포스코 최정우 회장(왼쪽)과 SK 최태원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4분기 영업이익이 5576억원으로 급감했다. 2020년 4월 24일 발표된 1분기 영업이익은 7053억원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류였지만, 2019년 1분기와 대비하면 41.4% 줄어든 수치였다. 더 큰 문제는 2020년 2분기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차가 안 팔리는 상황이 치명적이다. 자동차산업은 전체 철강재 생산량의 30%를 소비하는 최대 수요처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로 공급과 소비 루트가 막힌 상태에서 조선업과 건설업도 침체에 빠져 있다. 포스코가 아무리 양질의 철을 생산해도 사줄 곳이 희소하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아르셀로미탈이나 현대제철은 이미 감산에 돌입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버티기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는 2020년 생산 전망치를 당초 계획보다 하향조정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2018년 11월, 취임 100일을 맞아 ‘100대 개혁과제’를 선포했다. 이 중 첫째로 지목한 사항은 프리미엄 철강제품 판매체계 강화 및 원가경쟁력을 높여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포스코는 프리미엄 철강 제품을 WTP(World Top Premium)으로 브랜딩했다. WTP 제품 판매량은 2019년 1000만t을 돌파했다. 포스코를 대표하는 WTP 제품은 자동차강판인 ‘기가스틸’이다. 이 제품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강판이다. 이외에도 -196도의 극저온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고망간강, 수소전기차의 핵심부품인 금속분리판 소재에 사용되는 고전도 스테인리스강, 선발의 탈황설비에 필수적인 고합금 스테인리스강 등이 포스코의 WTP 제품군이다. 2019년 말에는 철강에 이어 건축자재에서도 ‘이노빌트(INNOVILT)’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범했다. 이노빌트는 혁신과 가치와 건설을 결합한 합성어다.

포스코는 2019년 1월부터 전사적 원가절감을 추진해왔다. 경쟁사 대비 원가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려는 목표를 세웠고, 2019년 3분기까지 2300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의 복리후생 비용은 감축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2020년에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법인까지 원가절감 노하우를 전수해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에 바탕을 둔 스마트팩토리도 실행 중이다. ‘AI 용광로’ 등 제철소 스마트화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포스코는 2016년부터 스마트 고로 연구를 시작했다. 용광로의 각종 지표를 정형화해 데이터 처리했다. 그 결과 2017년 스스로 예측하고 자동제어를 하는 AI 용광로를 탄생시켰다.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는 2019년 7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으로부터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포스코는 스마트팩토리 기술력을 국내 중소기업에 전파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감소에 어떻게 맞설까?

철강 산업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높다. 아무리 양질의 철을 만들어도 구매처가 없으면 공급과잉의 덫에 빠진다. 현대자본주의는 공급이 문제가 아니라 수요가 부족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코로나19는 이 수요 부문에 충격을 가했다. 철강의 수요처라 할 조선·자동차·건설 등 소위 전방산업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침체에 빠져 있다.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경기회복 조짐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꺼뜨렸다.

그나마 포스코는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철강업이 과잉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2016~2017년에 걸쳐 구조조정을 단행한 반사효과를 누렸다. 어디까지나 이는 한시적이다. 아직 철강 제품의 질(質)에서 포스코에 미치지 못해도 중국 철강업은 꽤 추격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중국 내부의 철강수요도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축이 IT 등 언택트(비대면) 분야와 바이오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철강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일시적이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철광석 가격 상승, 미·중 무역분쟁 등 악조건 속에서도 포스코는 2019년 별도기준 영업이익 2조6000억원, 영업이익률 8.5%를 기록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철강사 중에서 가장 좋은 경영 실적이었다. 그러나 포스코의 2020년 2분기와 3분기 실적은 벌써부터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2분기(4~6월) 기간에 바닥을 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다. 그나마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보다 선방한 것으로 나타난 데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글로벌인프라 사업의 역할이 컸다. 최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는 이 분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구조 재편을 실행했다. 그 결과 2017년 9953억원이었던 글로벌 인프라 부문 영업 이익은 2018년 1조329억원, 2019년 1조1804억원으로 증가했다.

포스코는 2019년 4월, 그룹 내 LNG미드스트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에너지 간의 LNG(액화천연가스) 사업구조 재편을 결정했다. LNG 도입 및 트레이딩 업무는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이관하고, 광양LNG터미널 운영은 포스코에너지로, 포스코에너지의 제철소 내 부생가스복합발전소는 포스코가 흡수 합병해 LNG 생산부터 전력생산까지 그룹 전반에 걸쳐 전략자산을 재배치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신규 발견 가스층의 생산성을 확인해 새로운 캐시카우 창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포스코케미칼은 OCI와 초고순도 과산화수소 합작사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질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 활용된다. 이로써 포스코케미칼은 종합화학 분야로 사업확장을 본격화했다.

‘기업시민’의 경영이념

최정우 체제에서 포스코는 철강, 글로벌인프라(비(非)철강), 신성장 3개 부문으로 개편됐다. 비(非)철강 엔지니어 출신인 최 회장은 포스코의 오래 관례였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있다. 2018년 12월 그룹 인사에서 신성장 부문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을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신성장 부문 산하의 산학연협력실장에 박성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포스코그룹의 싱크탱크인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으로 산업연구원 출신인 장윤종 박사를 선임했다.

또 하나의 기업문화 변화는 경영이념의 재정립이다. 2018년 7월 취임과 동시에 ‘With 포스코’를 비전으로 내세운 최 회장은 ‘기업시민’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들고 나왔다. 기업시민이란 ‘기업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책임이 주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 6대 과제로 ▷동반성장 ▷청년 취업과 창업 지원 ▷저출산 해법 제시 ▷바다 숲 조성 ▷벤처 플랫폼 구축 ▷글로벌 모범시민을 선정했다. 기업이 국가적 과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철학인 것이다. 최 회장은 2019년 12월 “100년 기업을 지향하는 포스코는 기업시민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와 경재역을 높여 글로벌 모범시민으로 거듭나려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9년 8월에는 SK 최태원 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SK그룹의 ‘사회적 가치’와 포스코의 ‘기업시민’은 공유하는 점이 많다. 공통된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고도 밝혔다.

포스코의 대표적 동반성장 활동으로는 성과공유제가 있다. 거래 협력기업에 발생한 성과금의 50%를 보상, 장기계약 체결, 공동특허 출원 등의 인센티브에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 제도를 통해 2019년까지 약 4000억원의 성과를 보상했다. 청년 인재 육성과 창업,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실무형 취업교육, 청년 AI·빅데이터 아카데미, 창업인큐베이팅스쿨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벤처 블랫폼 구축에 2024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포항산업 과학연구원(RIST)과 포스텍의 R&D 역량을 활용해 벤처기업의 연구, 투자유치 및 기술교류 활동 등을 촉진할 수 있는 벤처 밸리 조서에 2000억원, 유망 기술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벤처펀드 조성에 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일과 가정의 양립, 저출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출산장려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밖에 포스코와 그룹사, 협력사 등 중소기업 직원 자녀가 함께 사용하는 상생형 공동직장어린이집을 포항과 광양에 개원할 예정이다. 직장어린이집 11개소를 포함하면 총 1400여 명의 직원 자녀들이 직장 보육의 수혜를 받게 된다.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바다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 생태계 복원뿐 아니라 포스코 임직원들로 구성된 클린오션 봉사단의 해양정화 활동을 통해 친환경 기업시민 실천을 위해 노력 중이다. 10년간 클린오션 봉사단의 활동으로 해양쓰레기 1718t이 수거됐다. 그리고 포스코 27개 그룹사와 88개 협력사 임직원들은 급여의 1%를 포스코1%나눔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2013년 설립 이래 연 100억원 안팎이 모금되고 있다. 포스코의 기부자 수는 3만3844명으로 임직원의 약 98%가 참여하고 있다. 기부금은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을 위해 쓰이고 있다.

최정우 회장의 좌우명은 ‘어느 곳에서든지 주인이 된다면 모든 것이 참될 것’이다. 지금은 위기의 시대다. 포스코가 최 회장의 3실(실질·실행·실리), 3현(현장·현물·현상) 정책을 발판 삼아 그 파고를 잘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006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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