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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코로나19 극복 선봉장들… 뭉쳐야 산다!(3) SK 

“사회문제 해결 찾아 SK는 탐험 중” 

사회적 가치, 경제적 수익 동시 추구하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전략 안착
코로나19 국면에서 산업 생태계 보호와 백신 개발 등 ‘딥 체인지’ 가속화


▎SK 구성원들이 3월 15일 서울 정릉로 행복도시락플러스 북부센터에서 결식 우려 어린이들을 위한 행복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SK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그룹이다. 반도체 등 IT 분야의 SK하이닉스, 정유와 2차전지 등 에너지 분야의 SK이노베이션, 5G 통신 분야의 SK텔레콤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 분야의 SK바이오팜이 성장 중이다. 2020년 6월 5일 기준, SK그룹의 시가총액은 124조3922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528조2716억원)에 이어 2위다. 시가총액 100조 이상 그룹은 삼성과 SK, 둘뿐이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만 바라볼 때, SK는 꽤 이상적인 회사다. 그러나 SK그룹의 수장인 최태원(60) 회장은 “이윤만 추구하면 기업이 돌연사한다”고 말한다. ‘SK’와 ‘돌연사’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최 회장은 코로나19 훨씬 이전부터 이런 얘기를 꺼냈다. 그가 느낀 위기감의 근원은 무엇일까.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태원 회장이 추구하는 SK의 사회적 가치는 차원이 다른 디자인”이라고 평했다.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와 함께 ‘세계적 경영학 구루’로 꼽히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CSV(creation of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이는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영 전략을 일컫는다.

“이윤만 추구하면 기업은 돌연사한다”


▎코로나19 기간 SK텔레콤은 비대면 면접 채용을 진행했다. / 사진:SK
장 교수는 “SK의 사회적 가치는 CSV보다 더 적극적”이라며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업이 주도적으로 탐험하고 다닌다. ‘사회에 좋아야 기업에도 좋다’는 일체화”라고 설명했다. 가령 노령화나 환경 문제는 국가적, 지구적 화두다. SK는 기업 차원에서 솔루션을 궁리하고, 그 과정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다는 식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는 1990년대 유럽, 2000년대 미국에서 등장했다. 소위 ‘선한 기업이 장기적 성과도 더 좋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이 패러다임 변화에서 한국은 후발주자였다. 이윤을 창출하고, 주주 이익을 올려주는 행위가 기업 본연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다수였다. 이 노선에 최 회장과 SK는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 딱 한 권의 책을 썼다. 2014년 10월 간행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저자 최태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던 선친(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21세기에 걸맞도록 수용, 발전시키려 고심하던 중 ‘사회적 기업’을 만났다. 5년 전 국내 한 대학교에서 열린 국제 포럼에서였다’라고 그 기원이 나와 있다. 즉 SK의 사회적 가치는 2009년 전후 무렵 씨앗이 뿌려졌다고 볼 수 있다. 어느덧 10년 이상의 지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의 길이는 진정성의 농도와 비례한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는 전문가 그룹과의 숱한 토론이라는 정제 과정을 거쳤다. 그 조력자 가운데 한 명이 장용석 교수였다. 장 교수는 “이윤만 추구하면 기업이 돌연사한다”는 최 회장의 발언 배경을 이렇게 이해했다.

“거래비용 제로의 시대다. 대형 언론사의 콘텐트보다 유튜브 1인 콘텐트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고,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되기도 한다. 소비자의 태도가 변화했고, 기술이 진보했고, 질병 등 변수가 많아졌다. ‘규모의 경제로는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최 회장은 생각한 듯하다. 그렇다면 대기업일수록 새로운 가치를 찾아야 할 텐데, ‘사회적 기업’이라고 본 것이다. 당장의 이윤보다 사회문제 중심 접근을 하겠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SK의 사회적 가치는 중장기적 비즈니스 플랜이다. 장 교수는 “미래지향적 기업이 살아남는다. ‘우주여행을 하겠다’는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처럼 영원히 살아남을 위대한 기업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일 때 위상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관해 SK CEO들의 이해도도 올라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머리 아프다”고 호소한 CEO들이 적지 않았다. 단기 이익으로 평가받는 전문경영인한테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하라고 주문하니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축적되며 ‘작년에 돈 얼마 벌었다’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가고 있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은 ‘딥 체인지(deep change)’라고 축약했다.

딥 체인지는 SK와 최태원식 경영을 이해하는 필수적 열쇠라 할 수 있다. 2019년 10월 18일 제주도에서 SK그룹 CEO 세미나가 열렸다. 계열사 최고경영자 80여 명 앞에서 최 회장은 이렇게 선언했다.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체인지한다는 건 ‘기업의 정체성을 바꾸는’ 문제다. 현재 상태에다 디지털을 조금 더하는 게 아니다. 굴뚝기업에서 아예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이어야 한다. 에너지 기업은 환경 기업, 통신 기업은 AI(인공지능) 컴퍼니로 변해야 한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떤 게임을 할지 생각해야 한다. 지금처럼 매출 늘리고 비용 줄여서 이익을 많이 내는 게임을 계속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할지 말이다. ‘기존 자원을 3년 이내에 다 없애겠다’, 거의 이 정도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가 덮쳤다. SK그룹에는 위기이겠지만, SK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에는 가능성일 터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에 시달리는 국가와 시민을 위해 기업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를 총체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할 적기이기도 하다.

“SK만 잘 버티자는 태도 버려라”


▎2020년 1월 SK이노베이션에서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이 열렸다. / 사진:SK
이 국면에서 최 회장은 “완전히 새로운 안전망(Safety Net)”이라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최 회장은 코로나19의 한복판이었던 3월, 화상회의로 진행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걸 보면서 그동안 SK가 짜놓은 안전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목격하고 있다”며 “잘 버텨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외된 조직이나 개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이 더욱 단단하고 체계적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관계사가 기존 관행과 시스템 등을 원점에서 냉정하게 재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실제 회의에서 최 회장은 SK의 경기 지역 소재 연수원, 인천 무의연수원 등을 코로나19 감염자 임시 생활시설로 제공한 방안을 호평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SK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자원과 역량 확보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얻는 데 힘써야 한다는 시각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최 회장은 한 달 이상 재택근무를 했다. 이때 느낀 문제의식을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접목할지에 관해서도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워킹맘은 재택근무로 생활 패턴에 큰 변화가 생겼다”,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체계적인 워크 시스템(work system)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등의 내용을 덧붙였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SV위원회는 2월 26일 긴급회의를 열고,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와 피해 지원을 위해 5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 지역에 도움을 집중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이 지역 보육원과 양로원 등 취약계층과 자가 격리 자들을 위한 생필품을 제공했다. 이 지역 의료지원 봉사자와 방역 인력을 위한 방호복 등 의료물품도 지원했다. 또 대구 지역 1000명, 경북 지역 500명의 결식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했다. 도시락 제조 배달에는 대구 지역 사회적기업인 ‘동행’과 서구웰푸드, 강북희망협동조합이 함께 했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SK실트론은 마스크 10만 장과 손 세정제 2만5000개 등 4억원 상당의 현물을 지원했다.

SK하이닉스는 구호 인력 1만 명에게 5억원 상당의 지원 키트를 사업장이 있는 경기도 이천, 충북 청주의 지역화폐로 구매해 제공했다. 경기도 분당 사무소에서도 1억원 어치 지역화폐를 구매해 사무실 주변 음식점 이용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이천, 청주(지역화폐 25억원 구매)에서도 이뤄졌다. SK하이닉스는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로 행복나눔기금 29억원을 모금해 경기·충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SK는 매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사회성과’를 화폐단위로 측정한 뒤 이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5회째를 맞는 2020년에는 코로나19 극복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방역소독 서비스 및 관련 물품을 제공하는데 자발적으로 동참한 오투엠, 다우환경, 다래월드 등 참여 기업 33곳에 3억5000만원의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코로나19는 한국 산업의 가장 약한 고리를 저격했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존망을 걱정할 형편으로 몰려 있다. 대기업인 SK는 ‘산업 생태계’를 중시하는 최 회장의 지론에 근거해 협력사들을 돕고 있다. SK하이닉스는 5월부터 월 6000억원에 이르는 중소 협력사에 대한 납품 대금 지급을 월 3회에서 4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금 지급 주기가 10일에서 7일로 단축되면 협력사들의 자금 회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SK하이닉스가 운영 중인 협력사 상생펀드 가용금액 1300억원을 협력사에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사내 도급 등 협력사에 5월까지 마스크 30만장을 나눠줬다.

협력사·납품업체에 ‘우산’을 내어주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 / 사진:SK
SK텔레콤은 3월, 전국 유통망·네트워크 협력사 등 비즈니스 파트너를 위해 1130억원 규모의 상생 방안을 마련했다. SK텔레콤은 판매 감소로 유동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전국 750여 개 대리점을 위해 예정된 인센티브의 일부인 350억원을 조기 지급했다. 이밖에 운영비 40억원을 추가 공급했다. SK브로드밴드도 70여 개 공사 업체에 상반기 공사대금 80억원을 3월에 조기 지급했다. 중소 유지·보수업체 용역비 30억원도 한 달 앞당겨 지급하는 등, 총 110억원을 실행했다. 계열사 11번가 주식회사 역시 161개 중소 협력사·납품업체에 50억원 규모의 대금을 조기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1월 13일 SK울산CLX 하모니홀에서 ‘2020 이노베이션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을 갖고 29억6000만원을 협력사에 전달했다. SK이노베이션 구성원의 기본금 1% 기부와 회사가 출연해 조성한 1%의 행복나눔기금을 합쳐 25억6000만원이 마련됐다. 그리고 정부 및 협력사의 공동 근로복지기금이 합쳐져 29억6000만원이 모였다. SK이노베이션 계열 협력사 구성원 6819명이 지원 대상에 속한다.

협력사 직원 지원 외에도 상생 프로젝트가 동반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행복크레딧’이라는 신개념 기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고객이 11번가나 SK스토아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중소상공인 상품을 구매하면, SK텔레콤이 고객 결제액에 따라 기분 전용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 포인트는 연말 사회공헌사업에 전액 기부된다. SK텔레콤이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 시험 운영에 총 4만3685명의 고객이 참여했다. 기부금 5억7548만원은 독거노인, 장애 청소년 지원사업에 활용됐다. 2020년부터 ‘행복 크레딧’은 정기 프로그램이 됐고, 참여 대상도 기존 SK텔레콤 고객에서 모든 이동통신사 고객으로 확대했다.

SK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3월 초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를 포함해 대기업 중 최초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SK는 이 기회에 상시 유연근무제 전환 속도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와 지주회사 ㈜SK는 4월 1일부터 ‘스마트워크’ 체제로 전환했다. ‘스마트워크’는 전체 구성원이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각자가 근무시간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도 비대면 방식을 적극 활용한 보고 및 회의를 권장 중이다. SK텔레콤도 4월 6일부터 ‘상시 디지털 워크’를 도입해 조직과 지역에 따라 자율적으로 근무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하는 방식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업준비생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SK는 ‘언택트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월부터 진행한 모든 채용에 화상면접을 도입해 오프라인 면접을 대체했다. 지원자는 자택 등에서 노트북 등 IT 기기를 통해 간편하게 화상면접 프로그램에 접속해 면접관과 질의응답을 진행할 수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이 화상면접을 도입한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고, 디지털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이었다. 전사적으로 추진해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개념에서 출발한 변화였다.

SK텔레콤 역시 통신업계 최초로 ‘언택트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온라인 채용 설명회 ‘T커리어 캐스트’를 4월 4일 SK그룹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했다. 채용 전형과 직무를 소개하고 지원자들과의 실시간 채팅을 통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SK텔레콤은 온라인 개학을 맞아 영상통화 솔루션을 원격 교육용으로 시범 운영했다. 해당 서비스의 일부 기능을 보완해 언택트 면접에 활용했다.

코로나19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사회적 가치는 백신 개발이다. 최태원 회장은 4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근무 중인 백신 개발담당 구성원들과 화상으로 만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이 압박감으로 다가와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직접 기대감을 표시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과 아내 멜린다와 만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360만 달러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CEPI(전염병대비 혁신연합)와 지원금 활용에 대한 논의를 조율해 나갈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보유 중인 3개의 백신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다수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임상 시험을 통해 최적의 항원을 도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 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활용하는 플랫폼은 기존에 개발된 많은 백신에 적용된 바 있어 안정성과 면역원성이 입증된 것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소아장염백신과 장티푸스 백신에 이어 또 한 번 게이츠 재단과 손잡게 돼 기쁘다”며 “인류에 공헌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스기사] 최태원 회장이 바이오에 애정 쏟는 이유 - 코로나19 백신 개발이야말로 SK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사회 기여


▎최태원 SK 회장은 5월 28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헌혈 행사에 동참했다. / 사진:SK
최태원 SK 회장은 2020년 4월,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근무 중인 백신 개발 담당 구성원들과 화상으로 만났다. 간담회에서 최 회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형돼도 우리가 개발하는 백신으로 대응이 가능한가”라고 묻자, 개발팀은 “플랫폼은 일종의 기반 기술이라, 변이가 생기더라도 기존에 구축한 플랫폼에 적용하면 빠르게 새로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곤충 세포를 활용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만들거나 세균을 활용해 소아장염백신을 만든 경험을 갖고 있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중국과 일본·동남아·미국·유럽 등 해외 8개 지역 주재 구성원들과도 화상 간담회를 가졌다. 최 회장은 간담회 대부분 시간을 구성원들의 생필품 확보 현황 및 건강 등을 챙기는데 할애했다. 이어 최 회장은 “우리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텐데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 여러분이 속한 지역의 어려움이 없는지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5월에는 올림픽 연기, 리그 중단, 무관중 경기 등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 스포츠단 선수들을 격려하고 나섰다. 4년간 밤낮없이 준비해왔던 올림픽이 연기된 탓에 낙심했을 핸드볼 선수를 비롯해 여러 종목의 SK 스포츠단 선수들의 근황을 일일이 챙기면서 힘을 실어줬다. 5월 7일, SK슈가글라이더즈(핸드볼) 김온아, SK호크스(핸드볼) 김동철, 제주유나이티드(축구) 정조국, SK나이츠(농구) 김선형, SK텔레콤 장애인사이클팀 류민호 감독, SK와이번스(야구) 하재훈 등 6명과 화상으로 만나 “스포츠단 선수들 모두 처음 경험해보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다가간다면 오히려 팬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준비된 기업들이 이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더 강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듯 SK 스포츠단 감독과 선수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한다면 더 강하고, 더 큰 감동을 주는 선수단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온아 선수는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오히려 몸을 만들 기회로 삼고 있다”면서 “핸드볼 시즌이 갑작스럽게 끝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유튜브나 SNS로 훈련하는 모습 등을 팬들에게 많이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최 회장은 “스포츠야말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면서 “그룹도 적극 지원할 테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스포츠 선수로서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제안도 잊지 않았다. 최 회장은 “스포츠단 선수이기 이전에 사회 구성원인 여러분 주변에는 어려운 지인이나 친지도 있을 수 있다”면서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거나 보이지 않는 곳까지 따뜻한 지원을 해서,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말했다.

최 회장은 5월 들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혈액 부족 사태 해결에 힘을 보태기 위해 헌혈 릴레이에 참여하기도 했다. 5월 28일, SK텔레콤 구성원들의 릴레이 헌혈 봉사가 진행 중인 서울 중구 SK T타워에 최 회장이 예고 없이 나타났다. 직원들을 격려한 뒤 헌혈 릴레이에 동참했다. 최 회장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 구성원들과 함께 체온과 혈압을 측정하고 헌혈에 임했다. 그는 “급박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위급 환자에게 혈액은 그 어떤 것보다 가장 강력한 안전망(Safety Net)”이라면서 “우리 모두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는 ‘혈액 안전망’의 씨줄과 날줄을 짜는 데 구성원들과 함께 힘을 모으기 위해 헌혈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회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하거나 놓치고 있는 소외된 조직이나 개인이 있는지 등도 신경 써 달라”고 강조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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