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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특집] 야구의 본고장은 왜 한국 야구에 환호하나 

홈런 치면 ‘빠던’··· 사구(死球) 던지면 꾸벅 

코로나19로 MLB 연기되자 KBO리그 중계 나서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문화에 야구팬들 흠뻑 매료


▎KT 강백호가 홈런을 친 뒤 ‘빠던’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KT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가 LG 김현수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홈페이지 메인 왼쪽에는 ‘KBO league(KBO리그)’ 메뉴가 있다. 바로 눈에 띄는 자리다.

이 메뉴를 클릭하면 그 주에 ESPN에서 생중계되는 KBO리그 경기 일정이 소개돼 있다. 그 밑에는 전주(前週) KBO리그 순위 변동과 KBO리그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선수들이 나열돼 있다. 물론 전부 영어로 씌어 있다.

한국 포털사이트 혹은 한국 스포츠 매체 홈페이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KBO리그 소식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미국에 대대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야구팬들이 KBO리그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메이저리그(MLB) 개막이 불투명해지면서, 콘텐트 부족에 시달리던 ESPN은 KBO리그를 중계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강남스타일과 방탄소년단(BTS), 영화 [기생충]에 이어 지구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야구 리그인 KBO리그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고 했다.

사실 일부 한국 야구팬들은 미국 야구팬들에게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일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야구팬들은 KBO리그를 아주 좋아했다. KBO리그 수준을 따지지 않고, 현재 펼쳐지고 있는 야구 경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환호했다.

KBO리그 경기 미국 시청률은 MLB 중계의 약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중계 방송이 대부분 새벽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높은 수치다. 또 미국 팬들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KBO리그 관련 게시물을 계속 올리고 있다.

MLB 선수들도 ESPN을 통해 KBO리그를 보고 있다. KBO리그 개막 당시 MLB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무키 베츠(LA 다저스)는 트위터를 통해 “KBO가 돌아왔다. 한국 프로야구는 열정적이며 화려하다”며 “KBO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팬들과 함께 활기가 넘친다”고 소개했다.

아예 KBO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메이저리거들도 있다. 지난 2013년 올스타이자 사이영상 후보였던 맷 하비(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비롯해 최소 3명의 올스타 출신 선수도 에이전트를 통해 KBO리그 진출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MLB에 없는 KBO리그만의 매력


▎KBO리그 개막전을 본 미국 야구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증한 모습. / 사진:트위터
KBO리그 인기가 커지면서 ESPN은 미주 대륙,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대륙, 아프리카 대륙 등 130개 나라에 중계방송권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바야흐로 케이볼(K-ball) 시대다.

미국 야구팬들이 집중하는 건 경기력 자체보다는 색다른 한국 야구 문화 쪽이다. 대표적인 게 배트플립(bat flip)이다. 한국에선 보통 ‘빠던(빠따 던지기, 홈런을 친 타자가 배트를 던지는 세리머니)’이라고 부르는 동작이다.

미국에선 투수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배트플립을 하지 않는다. 과거 호세 바티스타가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포스트시즌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배트플립을 한 뒤 양팀 선수 간의 감정싸움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자유롭게 하다 보니 배트플립을 보기 위해 KBO리그를 시청하는 미국 야구팬도 많다.

한국에선 배트플립이 보편적이다. 선수마다 조금씩 방법도 다르다. 과거 롯데 전준우가 홈런인 줄 알고 ‘빠던’을 했으나 담장 앞에서 잡힌 장면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황재균·강정호 등은 미국에 진출한 뒤 배트플립을 하지 않기도 했다. ESPN은 몇 년 전 한국의 배트 문화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ESPN은 5월 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중계했다. 이날 경기에선 NC가 홈런 3개를 터트렸다. 나성범과 박석민이 홈런을 친 뒤 배트를 던지지 않자 현지 중계진은 다소 실망스러워했다.

그러나 모창민이 홈런을 터트린 뒤 배트를 뒤로 내던지자 “와우, 시즌 첫 배트플립이 나왔다”며 흥분했다. SNS에는 미국 야구팬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반복해 보고 있다” “MLB에도 이런 게 필요하다” “모창민의 방망이는 아직도 날고 있는 것 같다” 등의 글을 올렸다. 미국 [야후스포츠]도 ‘MLB는 배트플립을 금지하지 말아야 한다. 좀 더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고 썼다.

배트에 열광하던 미국 야구팬들은 보다 한국적인 야구 문화에 흥미를 보인다. 5월 19일 NC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서 NC 선발투수 마이크 라이트가 던진 직구가 두산 박세혁의 무릎 부근을 강타했다. 타자 몸쪽으로 붙인 공이 제구가 안됐다.

그런데 라이트는 곧바로 모자를 벗고 쓰러진 박세혁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박세혁이 일어난 뒤에는 고개를 숙여 미안함을 표현했고, 박세혁은 “괜찮다”고 화답했다. KBO 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사구(死球)에 대한 사과 표현이다.

ESPN은 “한국에선 모자를 벗어 사과하지 않으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며 이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언급했다. 라이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문화에서 경기하고 있어서 그 문화의 전체적인 룰을 존중하기 위해 존중의 표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사구 뒤 투수가 타자에게 사과하는 장면은 MLB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투수가 상대에게 고개를 숙이면 팀 사기는 물론 기 싸움에서 밀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KBO리그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선수 대부분이 초·중·고교 선후배로 연결돼 있어서 나오는 행동이다. 가끔은 다소 과한 90도 ‘폴더 인사’도 한다.

한국 야구의 독특한 문화를 탐구하기 위해 ESPN은 다양한 한국 야구 전문가를 섭외하고 있다. NC에서 활약한 뒤 MLB로 돌아간 홈런왕 출신 에릭 테임즈(워싱턴 내셔널스), 두산에서 뛰었던 투수 조시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 등에게 한국 야구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아가 대니얼 김 해설위원, 유지호 연합뉴스 영문기자 등도 화상 통화로 연결해 인터뷰했다.

KBO리그 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 야구 문화를 넘어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SK는 5월 13일 인천 홈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가 ESPN으로 생중계된다는 소식에 치어리더들이 한복을 입고 부채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을 준비했다. 유관중 경기로 전환된다면 미국 야구팬들은 화끈한 한국 응원도 볼 수 있다.

미국 야구팬들은 한국 야구팬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KBO리그 팀 중 팬이 되고 싶은 팀을 선택했다. 한국 야구팬들은 보통 자신과 같은 고향이나 사는 지역을 연고로 한 팀을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 연고지와 무관한 미국 야구팬들은 ‘마스코트가 귀여워서’ ‘응원하는 MLB 팀과 유니폼 색이 같아서’ ‘팀의 명칭이 내가 사는 지역 이름과 비슷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팬이 됐다.

5월 개막 때만 해도 익숙한 브랜드인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를 지목하는 미국 팬들이 많았다. 그런데 점점 NC 다이노스 팬이 늘어났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인구 1000만의 미국 동부지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NC 팬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North Carolina)의 이니셜인 NC(엔씨소프트의 NC는 New Challenge)와 같다는 이유로 NC 팬이 된 사람들이었다.

거기다 이 지역은 선캄브리아기부터 중생대·신생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공룡 화석들이 발견됐다. 마침 NC의 마스코트가 ‘다이노스(공룡)였다. 상징 색깔도 같다. NC 구단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대표하는 색깔은 모두 남색이다.

공교롭게도 노스캐롤라이나주엔 MLB 연고 팀이 없다. 미국의 샬럿 호니츠(농구), 캐롤라이나 팬서스(미식축구), 캐롤라이나 허리케인스(아이스하키)가 노스캐롤라이나를 연고지로 삼고 있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MLB 팀만 없다는 점도 노스캐롤라이나 팬들이 NC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대신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는 더럼을 연고지로 한 불스(탬파베이 산하) 팀이 있다. 더럼 불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NC의 팬이 되겠다고 했다. NC도 공식 SNS에 “우리는 운명”이라며 환영했다.

이후 NC는 더럼 불스와 ‘컬래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양 구단은 함께 개발한 ‘We are NC(우리는 NC)’ 티셔츠 2종을 각자 제작해 6월 중 판매했다. 창원NC파크에서는 ‘더럼 불스 홈런존’도 생겼다.

종주국 팬심 사로잡은 NC 다이노스


▎올 시즌 KBO리그 투수 가운데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는 NC 구창모. / 사진:연합뉴스
이곳에 떨어진 홈런 수만큼 NC의 마스코트인 단디와 쎄리 인형을 더럼 불스에게 선물하고, 더럼 불스는 이 인형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주민에게 NC를 알리기로 했다. 특히 쎄리는 미국에서 이른바 ‘스월 대디(swole daddy, 근육질 아빠)’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NC는 공식 응원가 ‘We are NC’를 더럼 불스에 맞게 개사해 선물한다. 미국에서 야구가 시작하면 더럼 불스의 홈구장에서도 낯익은 NC 응원가를 들을 수 있다. 더럼 불스 마케팅팀 벤 데버 팀장은 “NC는 뛰어난 경기력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한다”며 “더럼 불스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를 다 갖춘 팀과 함께해 행운”이라고 했다.

미국 NC 팬 덕분일까. NC는 올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 투수와 타자 조화가 완벽한 경기력으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ESPN은 NC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데도 NC 상황을 중계 틈틈이 전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양의지가 경미한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졌다” “구창모가 6이닝 동안 잘 던졌다” 등 그날그날 NC 전력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미국 내 NC 팬이 증가하면서 모기업 엔씨소프트도 활짝 웃고 있다. 상당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올가을 북미시장에서 신작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NC 야구단의 선전은 예상치 않은 호재다.

미국에서 한국 야구 위상이 높아지면서 KBO리그가 MLB 진출을 위한 ‘쇼케이스’ 무대가 되고 있다. MLB 구단 관계자와 미국 야구팬이 ESPN을 통해 KBO리그를 매일 시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MLB 진출을 노리는 선수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NC 다이노스 간판타자 나성범(31)은 ESPN 중계 때, 유독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나성범은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에 도전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나성범은 NC가 1군에 승격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23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뛴다면 MLB에 갈 수 있다.

ESPN의 존 샴비 캐스터는 나성범이 타석에 들어설 때 “나성범은 수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계약한 선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NC에서 함께 뛰었던 에릭 테임즈도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성범을 칭찬하기 바쁘다. 테임즈는 “나성범은 매우 재능 있는 선수”라며 “내가 NC에서 뛰었을 때(2014~2016)보다 더 강하고 영리해졌다. MLB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고 했다.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하성(25)도 올 시즌 종료 후에 해외 포스팅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해 말 시상식에서 일찌감치 해외 진출 의사를 드러냈다. 포스팅을 통해 강정호와 박병호를 MLB로 보낸 적 있는 키움은 김하성의 해외 진출 역시 허락한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김하성은 ESPN 생중계 때인 5월 17일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6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미국에서 특히 주목하는 건 20대 초반의 한국 선수들이다. 미국 야구 전문 매체인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올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를 살피면서 “MLB 진출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바로 이정후(22·키움 히어로즈), 강백호(21·KT 위즈), 구창모(23·NC 다이노스)와 같은 선수들이다.

큰 무대에서 주목하는 한국 선수들


▎이종범의 아들로 ESPN이 주목하는 키움 이정후. / 사진:연합뉴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랭킹에서 이정후가 2위, 강백호가 3위, 구창모가 8위였다. 그중 가장 선전하고 있는 건 투수 구창모다. 구창모는 올 시즌 투수 주요 지표인 다승, 평균자책점, 탈 삼진 등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6월 9일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ESPN 생중계 방송 도중에는 구창모 라이브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외국인 선수만 인터뷰하던 ESPN이 토종 선수를 초대한 건 처음이었다.

영어가 서툰 구창모는 구단 통역의 도움을 받았다. ESPN 캐스터는 직접 “MLB 진출을 생각하기 시작했나”라고 물었다. 구창모는 “조금 더 실력을 가다듬고, 기회가 되면 나중에는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강백호는 2018년 데뷔해 KBO리그 신인상을 받았다. 올 시즌에는 손목 부상으로 3주 정도 경기에 나오지 못했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ESPN은 강백호를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뽑힐 수준의 유망주”라고 소개하며 “리그 평균보다 열 살이나 어린 강백호가 KBO리그 투수를 압도하는 힘을 보여줬다. 강백호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보다 어리다”고 잠재력을 강조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MLB를 대표적인 타자 유망주다. 둘은 나란히 1999년생으로 타티스 주니어가 1월 2일생, 강백호가 7월 29일생이다.

‘야구의 전설’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미국 [CBS스포츠]는 이정후를 “미래에 MLB 스타가 될 잠재적인 재목”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아직 아버지 이종범이 기록한 30홈런-60도루 같은 기록은 보여주지는 못해도 훌륭한 혈통을 지니고 있다”고 칭찬했다.

미국 내 KBO리그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도 덩달아 웃고 있다. 한국 야구장에는 배너 광고가 많다. 포수 뒤 광고판이 중계 카메라에 제일 많이 잡힌다. 뜬공 수비를 할 때나 홈런이 날아갈 때 외야 광고판도 종종 비친다.

지난 5월 ESPN에 중계된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경기에서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외야에 장식된 개그맨 김준현의 피자 광고가 주목받았다. 트위터·레딧 등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MLB가 경기를 재개할 때 이 한국 피자 광고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늦은 시간 KBO리그를 보면서 제일 최고였던 장면 중 하나는 ‘피자 가이’였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KBO리그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고 모기업이 있다. 그래서 팀 이름에 기업명이 들어간다. 미국의 한 팬은 “한국 팀들이 연고지명 대신 기업명을 구단 이름으로 사용하는 게 흥미롭다”며 “몇 년 후에 펼쳐질 맥도널드 양키스와 아마존 화이트삭스의 경기가 기대된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삼성·LG·KIA 등 글로벌 기업을 아는 미국 야구팬들은 KBO리그에 친숙함을 느꼈다. “나는 삼성 TV와 LG 세탁기를 쓰는데 어디를 응원해야 하나” “KIA 차를 타니까 KIA를 응원해야지” 등의 글들이 SNS에 올라왔다. KBO리그의 미국 중계는 우리나라 기업들 입장에선 돈 안 들이고 글로벌 홍보 효과를 얻는 셈이다.

한국 기업 광고 효과도 수직 상승

LG전자는 LG 트윈스 선수들의 헬멧과 모자 오른쪽에 부착하는 광고 문구를 ‘LG 올레드 TV’에서 ‘LG OLED TV’로 바꿨다. 지금까지는 좌우에 한글 문구만 넣었다. LG전자가 LG 트윈스 광고에 국·영문 브랜드를 함께 표기한 것은 해외 야구팬 급증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라이온즈에 최신형 플립형 폴더블 스마트폰(갤럭시Z)을 선물했다. 삼성 선수들은 홈런을 터뜨린 뒤 플립형 폴더블 스마트폰을 연상케 하는 홈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과 함께 두 손으로 접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취한 것이다. 갤럭시Z는 위쪽이 아래쪽을 덮는 플립 타입이다. ESPN에 이 세리머니가 중계된다면, 미국에 해당 제품을 홍보할 수 있다.

이제 야구를 활용해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야구장에 광고하고 있는 기업들은 해당 광고를 발 빠르게 영문으로 바꾸고 있다. 맥심 브랜드로 유명한 동서식품과 미래에셋은 ESPN 중계 후 야구장 옥외광고에 영문 브랜드명을 노출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팬데믹(세계적 유행)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특별한 홍보 전략을 세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롯데 등 대기업들은 “야구단을 통해 브랜드 노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매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그래도 당분간 한국 야구를 향한 미국 야구팬들의 관심은 지속할 전망이다.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7월 MLB 정규리그 개막을 두고 경기 수와 연봉 문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MLB가 우여곡절 끝에 7월에 열린다고 해도 50경기 정도 치를 것으로 보여 미국 야구팬들의 라이브 야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미국의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박소영 중앙일보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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