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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코로나19 시대’ 건강한 등산 즐기는 법 

4050은 연골, 2030은 인대 주의해야 

내려올 때 최대 체중 4배 무게 다리에 실려
거리 두기 어렵더라도 외과용 마스크면 충분


▎코로나19로 밀폐된 공간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등산객이 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관악산에 오르고 있는 시민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혼산(혼자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등산은 ‘운동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건강에 이롭다. 인체의 ‘엔진’인 심폐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에 근육·뼈가 동시에 단련되기 때문이다.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맑은 공기와 탁 트인 공간을 만끽하다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도 씻은 듯 사라진다.

하지만 나홀로 등산은 동전의 양면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활동량이 줄어든 사람은 가벼운 산행이라도 근육·관절 손상을 부를 수 있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라면 준비 없는 등산이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 안전한 등산 요령을 짚어본다.

산행 시 가장 큰 부담을 받는 신체 부위는 발과 다리 등 하체다. 특히,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다치는 사람이 더 많다. 무릎이 구부려지면서 하체에 더 큰 하중이 실리기 때문이다. 걸을 때는 체중의 2배, 달릴 때는 3배, 하산 시에는 최대 4배의 무게가 다리에 실린다.

등산할 때 가장 다치기 쉬운 부위는 무릎이다. 관절의 노화가 시작된 40~50대 중년층은 반월상 연골판 손상이 흔하다. 반월상 연골판은 이름처럼 반달 모양의 연골로, 무릎 관절 위아래에 충격을 완화하는 일종의 완충 장치다.

강북힘찬병원 이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한 중·장년층은 특별한 외상 없이도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될 수 있다”며 “한 번 다친 연골판은 자연 치유되지 않고, 방치하면 손상 부위가 점점 커져 퇴행성 관절염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릎이 잘 펴지지 않거나 힘없이 꺾이고, 안쪽으로 통증이 뻗친다는 느낌이 들면 연골판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20~30대는 무리한 산행이 연골·인대 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무릎 연골 연화증이 대표적이다. 직장인 송모(38)씨는 주말마다 지인과 자주 산에 오른다. 어느 날, 친구와 경쟁적으로 산을 탄 뒤 무릎이 시큰거리더니 급기야 눈에 띄게 부어올라 병원을 찾았다. 정밀 검사 결과, 그의 진단명은 이름도 생소한 무릎(슬개골) 연골 연화증이었다.

무릎 연골 연화증은 주로 고강도 산행을 즐기는 산악인이나 장거리 행군을 하는 군인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무릎의 뚜껑 뼈인 슬개골의 아래쪽 연골이 쓸리면서 성질이 연하게 변한다. 단순한 통증·부종으로 시작하지만 심한 경우 가뭄에 논바닥이 갈라지듯이 연골 전체에 균열이 갈 수 있어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을지대병원 정형외과 차용한 교수는 “남성보다 여성이, 상체보다 하체가 빈약한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평소 허벅지 근력 강화 운동을 하는 것이 예방·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십자인대 파열은 울퉁불퉁한 길을 걸을 때, 발을 잘못 디뎌 무릎이 꺾이거나 뒤틀릴 때, 경사로에서 빠른 걸음으로 내려올 때 흔히 발생한다. 십자인대가 끊기면서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무릎의 불안정성이 커져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악화하는 만큼 적절한 치료가 필수다.

차용한 교수는 “십자인대파열은 증상에 따라 물리치료, 보조기 착용 등의 보존적 치료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며 “수술을 하더라도 재활치료를 잘하면 약 6~8개월부터는 평소 하던 스포츠 활동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빠른 대처를 당부했다.

등산으로 인한 발목 부상은 아킬레스건염과 발목 염좌가 흔하다.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아킬레스 건염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병”이라며 “등산처럼 단시간 고강도 운동은 물론 걷기·조깅 등 장시간 저강도 운동 모두가 아킬레스 건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킬레스건은 발이 앞으로 나갈 힘을 주는 힘줄이다.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해당 부위가 붓고 열이 나거나, 운동 전후 종아리 뒤쪽까지 통증이 뻗치기도 한다. 문제는 아킬레스건이 스스로 낫지 않는다는 점이다. 급성 아킬레스건염은 하루 이틀 정도 통증이 생기다 이내 사라지는데, 이를 놓쳐 운동을 지속하다가 힘줄이 끊어지는 아킬레스건 파열로 악화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박 병원장은 “만약 아침에 일어날 때 아킬레스건이 뻣뻣해지거나, 운동 후 발 뒤쪽이 움푹 들어간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아침에 발바닥 찌릿하면 족저근막염 의심


▎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발목 염좌는 발목을 접질리거나, 삐어서 발과 복숭아뼈를 잇는 인대가 늘어나 발생한다. 흔한 병이라 ‘쉬면 낫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발목 통증만으로 질환의 경중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 김갑래 교수는 “발목을 삔 직후에는 근육이 순간 긴장해 통증 강도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다”며 “그보다 발목을 다친 후 첫발을 디뎠을 때 통증을 강하게 느꼈거나, 인대가 끊어지는 소리(파열음)를 들었다면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발목 염좌는 방심이 키우는 병이다. 김갑래 교수는 “상당수 환자는 3~6주간의 석고 고정만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인대가 약해져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이로 인해 만성 염좌나 발목 관절염으로 발전해 치료가 까다로워진다”고 말했다.

단순 염좌가 퇴행성 발목 관절염이나 만성 발목 관절 불안정으로 악화하면 수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초기 대처법은 보호(Protection), 휴식(Rest), 냉찜질(Ice), 압박(Compression), 높이기(Elevation)의 앞 글자를 딴 ‘PRICE’ 치료다. 발목을 다치면 먼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하루 3~4회 냉찜질을 한다. 붕대로 손상 부위를 감싸거나 발목을 가능한 심장보다 높게 두면 붓기가 빨리 가라앉으면서 빠른 회복을 이끌 수 있다.

등산한 다음 얼굴을 드러내는 근골격계 질환도 있다. 주로 ‘다리에 알이 배겼다’고 표현하는 지연성 근육통이다.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종엽 교수는 “등산 시에는 허벅지·종아리·허리 등 근육에 피로 물질이 쌓이면서 지연성 근육통이 발생하기 쉽다”며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7일 이상 근육이 빳빳해지거나 통증이 발생하는 등 증상이 지속한다”고 말했다. 근육통에 가장 좋은 ‘약’은 충분한 휴식이다. 매일 20분가량 온찜질을 하고 마사지·사우나 등으로 근육에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것도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산에 오른 다음 날 발바닥이 아프다면 대게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足底筋膜)은 발꿈치에서 발가락까지 이어지는 발바닥의 두꺼운 근막(힘줄)을 말한다. 근육을 쿠션처럼 감싸 딱딱한 바닥을 디딜 때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해준다. 족저근막염은 염증으로 인해 근막의 구성 성분인 콜라젠이 변성돼 딱딱해지고, 주변 조직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는 병. 보통 발바닥과 뼈가 만나는 뒤꿈치 부위에 잘 나타난다.

족저근막염은 아침에 일어나 첫걸음을 뗄 때 ‘악’소리를 낼 정도로 아픈 ‘모닝 페인(morning pain)’이 특징이다. 잠잘 때 수축했던 족저근막에 갑자기 체중이 실리면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몇 발자국 걸으면 나았다가, 오후쯤 증상이 재발하면 족저근막염일 가능성이 크다.

초기 족저근막염은 1~2주 안정을 취하고, 진통제로 통증을 다스리면서 스트레칭을 병행하면 좋아진다. 상태가 악화해 걷기가 불편할 정도라면 체외충격파 시술이나 족저근막 절개술을 고려한다. 절개술은 두꺼워지고 손상된 족저근막을 잘라내는 치료다. 체외충격파는 염증이 생긴 부위에 충격파를 가해 혈류량을 늘리고, 신경세포를 자극해 통증을 완화하는 방식인데 10명 중 8명은 체외충격파만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60대 주부 김모씨는 3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고 체중 관리에 돌입했다. 비만이 병을 악화시킨다는 생각에 식사량을 줄이고 동네 뒷산도 자주 올랐다. 그러던 중 갑자기 손이 떨리고 머리가 멍해지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뇨병에 좋다는 운동과 식습관 관리가 역으로 그를 저혈당에 빠트린 것이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에게는 등산도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이 ‘복병’이다. 당뇨병 환자는 혈중 포도당 농도를 떨어트리기 위해 약을 먹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는다. 일상생활을 할 땐 문제가 없지만, 식사를 건너뛰거나 등산처럼 과도한 운동을 하게 되면 에너지를 내기 위해 부족한 포도당이 쓰이면서 저혈당으로 이어진다.

낙상 등 2차 사고 부르는 저혈당·저혈압


▎형형색색의 등산복 차림을 한 시민들이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순천향대서울병원 내분비내과 박형규 교수는 “특히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봄~여름에는 기존과 다른 등산코스를 오르다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저혈당의 증상은 식은땀, 공복감, 손 떨림, 집중력 저하 등 다양하다. 반복적으로 저혈당을 겪으면 몸이 낮은 혈당에 적응하는 ‘저혈당무감지증’이 발생해 심장 손상, 치매 등 합병증 위험이 더욱 커진다. 포도당은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혈중 포도당 수치가 심하게 떨어지면 뇌 활동도 저하돼 정신착란, 의식 저하 등 응급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박형규 교수는 “저혈당은 관심을 갖는 만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등산 등 고강도 운동을 할 경우엔 이에 맞춰 식사량을 늘리거나 약물의 양을 줄이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 강조했다.

고혈압·심장질환과 같이 혈관 건강이 좋지 않은 환자도 준비 없는 산행은 지양해야 한다. 등산할 때는 안정 시의 8배, 빠르게 걸을 때의 2배 정도 산소량이 요구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 중의 산소가 줄어 심장·폐가 받는 부담은 급증한다. 급성심근경색 등 응급 질환의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등산 시엔 신체 활동량 증가로 탈수가 동반되기 쉬운데, 이로 인해 혈압·맥박이 증가하고 혈관이 수축해 심장의 운동량이 증가한다”며 “협심증·심근경색을 앓았던 환자는 니트로글리세린 등 비상용 약을 꼭 지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방 무게는 체중의 10%, 준비 운동은 15분 이상


▎5월 19일 무등산국립공원 원효계곡에서 소방대원이 산악사고 인명 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 사진:광주 동부소방서
등산은 준비하는 만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우선 장비다. 배낭의 무게는 체중의 10%를 넘지 않도록 한다. 끈 길이가 길수록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고 보폭이 줄어 부상 위험이 커진다. 몸과 가방이 한 몸처럼 밀착하는 수준으로 가방 크기와 끈 길이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산화는 산의 높이와 험난한 정도에 따라 다른 종류를 선택한다. 동네 뒷산처럼 가벼운 산행은 목이 낮은 로컷 신발이 제격이다. 목이 높고 무거운 하이컷 신발은 발을 보호할 순 있지만, 무겁고 둔해서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그 자체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재질은 고어텍스가 무난하다. 방수되면서 땀 배출도 잘돼 여름철에 특히 유용하다. 초보 등산객이나 당뇨병 환자는 충격을 흡수하는 면양말과 깔창을 이용해 발의 마찰력·피로를 줄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등산에 나설 때는 2~3시간 전 평소 식사량의 3분의 2정도만 먹어야 속이 부대끼지 않는다. 가능한 탄수화물은 많이, 지방·단백질은 적게 먹는다.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원 교수는 “지방은 소화·흡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단백질은 대사과정에 수분을 빨아들여 산행 중 탈수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등산 중에는 물과 함께 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오이·당근을 틈틈이 섭취하는 것이 근육통과 탈수 예방에 효과적”이라 권했다.

준비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차용한 교수는 “산에 오르기 전 15~30분가량 스트레칭을 하면 무릎과 발목 주변 근육이 이완되고, 보조 근육이 강화돼 부상 위험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을 오르내릴 때 자세도 중요하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뒷짐을 지는 행동, 무릎을 짚고 산을 오르는 것은 모두 관절에 좋지 않다. 가슴과 무릎·발끝이 일직선이 되도록 서고, 평지보다 좁은 보폭으로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는다는 느낌이 들게 산을 탄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힌 채 무릎을 살짝 굽히면 무릎·발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중년층은 등산 시 거리만큼 속도 조절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가슴이 아프거나 맥박이 너무 빨라지면 즉시 휴식을 취하면서 몸 상태를 체크한다. 등산 속도는 상대방과 얘기할 수 있을 정도, 혼자 산을 오를 땐 휘파람을 불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 맥박수 측정이 가능하다면 평상시보다 20% 늘어난 정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마스크는 꼭 쓸 필요는 없다. 자연 환기가 되는 야외에서는 바이러스가 한곳에 머물지 않아 농도가 옅어지기 때문이다. 동반자가 있거나 2m 이상 거리 두기가 어려울 정도로 산행객이 많을 때는 외과용(덴탈) 마스크로도 충분하다.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박미나 교수는 “보건용 마스크를 오래 쓰면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고, 숨을 쉬기 위해 마스크를 느슨히 착용하면 본연의 비말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며 “통풍이 잘되는 외과용 마스크는 호흡이 편해 장시간,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다”고 추천했다.

- 박정렬 중앙일보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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