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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장마 좇는 천리안’ 소백산강우레이더관측소를 가다 

반경 100㎞ 안 빗방울 크기·모양까지 포착! 

24시간 가동하는 레이더로 비구름 정보 등 1분 단위 측정
관측 정보가 기상예보 질 좌우… 2009년부터 전국 9곳에 설치


▎전국에 총 9기가 가동 중인 강우레이더는 지표면 근처에 내리는 비와 비구름, 우박 등을 측정한다. 태풍이나 기상변동 등을 관측하는 기상레이더와는 쓰임새가 다르다. 주로 해안지대에 위치하는 기상레이더와는 달리, 강우레이더는 고지대에 설치된다. 소백산강우레이더관측소는 전국 9개 관측소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에는 기상 상황을 표시하는 그래프와 영상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에서 속출하던 지난 8월 6일. 충북 단양군 소백산국립공원 제2연화봉(해발 1357m)에 자리한 소백산강우레이더관측소(이하 소백산 관측소) 상황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음날에도 경기 남부를 비롯해 충청·전북·경북 등에 시간당 50㎜ 이상의 호우가 예고된 상황이었다.

관측소의 박현철(40)·박지헌(36) 주무관은 잠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마침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소백산에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송인권(47) 관측소장은 “관측소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2주일 넘게 비상근무를 서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장마가 길고 피해도 심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환경부 산하의 소백산 관측소는 지난 2011년 문을 열었다. 2009년 경북 청도군에 설치된 비슬산강우레이더관측소에 이어 두 번째다. 소백산 관측소의 높이는 46m로, 15층 아파트의 높이와 맞먹는다.

한강홍수통제소에 강우 정보 전송


▎박지헌 주무관이 지난 7월 30일 새벽 호우경보가 내려진 충북 지역의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오른손 펜 끝부분 빨간 점이 소백산강우레이더관측소를 나타낸다.
관측소 최상단엔 지름 12m의 레이더 돔이 장착됐다. 365일 24시간 가동하는데, 빗방울의 크기와 모양까지 감지해 낼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레이더 안테나는 주변 반경 100㎞ 이내 비구름의 진행 방향, 강수량 등을 1분 단위로 측정한다. 위로는 강원 홍천군에서부터 아래로는 경북 구미시에 이르는 지역의 강우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들어온다.

이곳을 포함해 전국 9곳의 관측소에서 수집한 정보는 곧바로 서울 서초구의 한강홍수통제소로 전송된다. 통제소에선 방대한 정보를 통합·분석해 기상청과 국방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배포한다.

중부 지역에는 지난 6월 24일 장마가 시작돼 8월 15일 현재까지 53일간 비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역대 최장 장마 기록을 경신한 지 오래다. 강우레이더관측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소백산 관측소의 레이더 영상. 관측소를 중심으로 반경 100㎞까지 내다본다.



▎박현철 주무관이 레이더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소백산 관측소의 강우레이더는 수직·수평 전파를 동시에 발사해 빗방울의 크기와 모양까지도 감지해 낸다.



▎고지대에 위치한 관측소는 겨울 제설작업에 ATV(사륜바이크)를 활용한다.



▎관측소에는 환경부 공무원 3명이 근무하고 있다.



▎박지헌 주무관이 관측소 내 숙소에서 출근을 준비하고 있다. 장마 기간에는 장비의 오류나 중단을 막기 위해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한다.


- 단양=사진·글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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