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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남극 바다 생태계의 대체 불가능한 존재, 크릴새우 

 

생물 다양성 유지하는 데 큰 역할… 한국 포함 포획 증가로 개체 수 급감
오메가-3 풍부한 크릴 오일 인기… 과다섭취 시 혈액 응고 방해 부작용


▎얇고 투명한 피부를 가진 크릴새우는 내장도 훤히 보인다.
크릴 오일(Krill oil)로 유명한 크릴은 우리말로 ‘난바다 곤쟁이’라 부른다. 난바다 곤쟁이는 새우나 게와 같은 갑각류로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몸 색깔은 자주색으로 새우를 닮은 모습에 ‘크릴’과 합쳐 ‘크릴새우’라 부른다. 크릴(Krill)이란 노르웨이어로 ‘작은 물고기’란 뜻이다. 또한 남극에 많이 나기에 ‘남극새우’ 또는 ‘남극 크릴’이라 하고, 그냥 ‘크릴’이라고도 부른다. 몸에서 빛이 나오는 탓에 ‘발광새우(light-shrimp)’라 부르기도 한다.

난바다 곤쟁이란 말에서 ‘난바다’는 뭍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바다를 일컫는데, 한자로 원해(遠海) 또는 원양(遠洋)에 해당한다. 한편 뭍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다는 ‘든바다’라고 하며, 한자로 근해(近海)이다. 곤쟁이는 곤쟁잇과에 속하는 갑각류로 바다에 살며 작은 새우처럼 생겼다. 몸길이는 1~2㎝이고, 8쌍의 가슴다리가 있으며, 가슴다리에 노출된 아가미를 가진 점이 새우와 다르다. 한국 연안에 서식하는 20여 종의 곤쟁이는 몸길이 1㎝ 안팎으로 젓갈을 담아 먹는다.

난바다 곤쟁이(Euphausia superba)를 크릴새우라 부르지만, 분류학상 새우와는 연관이 없다. 크릴은 전 세계에 걸쳐 약 85종이 살고 있고, 남극 대륙을 둘러싼 얼음 바다를 좋아해 남극해(南氷洋, antarctic ocean)가 주 서식지이며, 다른 종류의 크릴들은 북대서양이나 태평양에 산다. 거대한 떼를 지어 나타나기도 하는지라 가끔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인다.

남극 크릴(antarctic krill)은 남극 난바다에 살고, 1㎥의 바닷물에 보통 1만~3만 마리나 들 정도로 떼 지워 산다. 보통 식물성플랑크톤(phytoplankton)을 먹고, 몸길이는 6㎝에 몸무게는 2g 정도다. 수명은 6년이다.

크릴은 남극해에 사는 동물 중에서 핵심종(核心種, keystone species)이면서 전체 생체량(生體量)도 가장 많다. 핵심종이란 일정한 지역의 생태계(ecosystem)에서 생태군집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종(種)으로, 그 종의 멸종이 다른 모든 종의 생존(다양성)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종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그 종이 아주 중요한 먹이원이라 그 종이 없어지면 해당 지역의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핵심종인 남극 크릴은 남극의 여러 종류의 고래·물개·상어·물범·오징어·남극 빙어·얼음물고기·펭귄·바다가마우지 등 바닷새의 먹잇감이 된다. 이처럼 다양한 포식자들이 단 한 종류의 먹잇감에 매달리는 현상은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다.

난바다 곤쟁이는 바깥 껍질(외골격, 外骨格)은 투명하고, 복잡한 겹눈(복안, 複眼)을 가지며, 2개의 더듬이(촉각, 觸角)가 있고, 머리가슴(두흉부, 頭胸部)을 덮는 등딱지(갑각, 甲殼, carapace)가 아가미를 완전히 덮지 않아서 겉으로 나출(裸出)되어 있다.

난바다 곤쟁이는 물 표면에 알을 낳는다. 이후 10일 동안 알이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수심 300m 근방에 다다르면 노플리우스(nauplius)로 부화하고, 더 변태하면 메타노플리우스(metanauplius)가 되면서 물 표면으로 3주간 떠오르기 시작한다. 주된 산란기는 1~3월이고, 대륙붕(大陸棚)에다 한 번에 6000~10000개씩을 산란한다. 2~3년 후에 성체가 되고, 다른 갑각류처럼 성장하기 위해서 허물 벗기(탈피, 脫皮)를 반복한다. 13~20일에 걸쳐 탈피하는데, 딱딱한 키틴질의 외골격(chitinous exoskeleton)을 벗어버린다.

한국, 4대 크릴새우 포획국 오명… 개체 수는 급감


▎우리나라는 남극의 크릴새우를 가장 많이 포획하는 국가 중 하나다.
남극 크릴은 매일 수직 이동을 하므로 밤에는 수표로 떠올라오고 낮에는 아래로 깊이 내려간다. 보통의 플랑크톤과 같은 행동이다. 남빙양(남극 대륙을 둘러싼 남위 50도에서 70도에 이르는 해역)에서의 크릴 조업 시기는 3~8월경으로 이 중 4~6월에 잡은 것을 윗길(상품, 上品)로 꼽는다. 이 무렵에 잡힌 것일수록 흰색을 띠고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규조류(硅藻類, diatom)가 주를 이루는 식물성플랑크톤을 먹기 때문에 얇고 투명한 피부를 통해 내장이 파랗게 보인다. 조류(藻類, algae)는 바다 얼음 속에서 살다가 여름철에 얼음이 녹으면서 배출되는데, 크릴은 여름에는 해수면 가까이 떠올라 조류를 섭식하지만, 겨울에는 해저로 내려가 죽어서 가라앉은 조류의 사체(死體)를 먹는다.

단백질이 풍부한 크릴은 노르웨이에서는 연어 및 애완동물 사료로 쓰인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아서 크릴 기름(Krill oil) 같은 보조식품으로 쓰이는데 인체 노화 예방에 좋다 하고, 껍데기에는 영양소로 쓰이는 키토산(chitosan)이 있다. 새우보다는 좀 짠맛이 나면서 더 비리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품으로 가공하기 쉽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냉동 크릴을 주로 낚시 미끼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일반 생선에도 들어있는 크릴 오일(오메가-3)이 만병통치약처럼 과다 선전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것을 그런데 과다섭취하면 혈액 응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공복에 섭취하면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한다.

남극의 난바다 곤쟁이는 1년에 10만여t이 잡히며, 제일 많이 잡는 나라는 한국·노르웨이·일본·폴란드로 여기서도 불명예스럽게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낸다. 그래서 국제환경단체의 집중감시대상이 될 정도다. 암튼 크릴을 잡기가 매우 어려우니 그물 눈금이 아주 가늘고 그물을 아주 빠르게 당겨야 하기 때문이란다. 단가는 크릴 1t에 100만 원 선으로 매우 비싼 편이다.

크릴새우 개체 수는 이미 80% 급감했다고 한다. 지구 자원을 마구잡이로 고갈(枯渴)시키면 지구의 인내심도 한계를 드러낸다. 어머니 지구(Mother Earth)의 자원에 대한 착취는 결국 생태계 재난으로 되돌아온다. 남극 크릴은 원래 펭귄의 것이므로 아무 말 말고 펭귄에게 되돌려주자.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을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한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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