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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총력해부] 文 정부 부동산 정책 책임자들의 말(言) 팩트체크 

“불로소득 용납할 수 없다 말하고 불로소득 장려하는 정책 펴왔다”(강준만 전북대 교수) 

‘신념’과 반대로 집값 오르자 통계 바꾸고 남 탓 일관, 매물 잠김만 심해져
매매·전세값 폭탄 부메랑에 정부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로 맞대응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재인 대통령(아래) 위에 24억 오른 강남 아파트를 소유한 박병석 국회의장이 앉아 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허망함을 집약한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6일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그런데 이 연설 직후, 온라인에서는 뜻밖의 사진 한 장이 회자됐다. 단상의 문 대통령 바로 위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앉아 있는 장면이었다. 박 의장의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204㎡(62평) 복층 아파트는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3월 35억6400만원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급등해 2020년 6월 시점에 59억4750만원이 됐다. 23억8350만원(69%)이 뛴 것이다. 게다가 박 의장은 지역구인 대전 서구에도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매각하지 않고 지난 5월 아들에게 증여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출마자 전원이 약속한 ‘다주택 매각 서약’을 우회한 셈이다.

박 의장은 “서초구 아파트는 40년간 실거주”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부동산으로 24억원에 달하는 ‘불로소득’을 올린 박 의장이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하필 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없다”고 의지를 다지는 사진이 찍히자 ‘이것이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의 현실’이라는 냉소가 나온 것이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 설경구 주연의 영화[불한당]에 나오는 이 대사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고스란히 겹쳐진다. 어느덧 “이 정부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라”는 불신이 국민 뇌리에 각인된 상태다. ‘무늬만 규제일 뿐 실제론 부양책’이라고 조롱하는 신뢰 저하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에 관해 월간중앙은 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 핵심 관련자들의 발언을 수집, 검증해봤다.

각오만 반복하는 대통령


▎2019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했던 부동산 관련 발언들은 허언(虛言)으로 판명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시점은 2019년 11월 22일 국민과의 대화 때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강행으로 신축 아파트가 상승을 주도하던 시점이었다. 또 11월 6일 부산 전역의 조정지역 해제 발표로 지방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결국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는 대통령 발언 이후 채 한 달을 못 버티고, 정부는 12·16 대책을 내놓았다.

2020년 1월 7일 신년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어 1월 1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과열 지역 집값은 취임 초기 수준으로 원상 복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집값은 과잉 유동성에 힘입어 상승탄력을 받았다. 부랴부랴 정부는 6·13 대책을 내놨지만,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산다’는 패닉 바잉(panic buying) 역효과를 불러왔다. 채 한 달도 못 넘기고 7·10 대책, 다시 한 달을 못 넘기고 8·4 대책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7월 16일 국회 개원 연설 때까지 결연한 수사법을 동원했다. 7월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긴급 호출한 자리에서도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집값 폭등 탓에 대통령 지지율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시점이었다. 그래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국가발전의 축을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새 이슈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세종시 아파트값만 치솟았고, 지지율 반등에 도움을 주지 못하자 행정수도 이슈는 유야무야된 상태다.

이후 문 대통령의 말을 따라가보니,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던 2019년 11월의 마인드로 다시 회귀했다. 8월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정리한 것이다. 고점에서 상승률이 줄었을 뿐 여전히 오르고 있는 것인데, 이를 안정화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누가 대본을 써주니까 그대로 읽는 것”이라며 “대통령 본인이 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로부터 8일 후, 문 대통령은 창덕여중을 찾았다. 교사가 “궁금한 미래 있나요”라고 묻자 대통령은 “지금 제일 현안인 미래의 부동산에 대해서…”라고 답했다. 농담이 섞여 있지만, 정부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확신이 서지 않는 답답함을 내비친 셈이다.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던 취임 초(2017년 7월 27일 기업인들과의 ‘맥주 미팅’) 여유는 실종된 뉘앙스다.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하락론자의 시각을 견지해왔다. 자본주의는 인플레이션을 먹고 산다. 따라서 부동산의 우상향은 필연에 가깝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당시 “집값은 여전히 높다. 장기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해야 한다”고 숨김없이 말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도 6월 28일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폭락할 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는 전언을 2년 전 최측근으로부터 들었다”고 썼다.

이런 문 대통령의 ‘신념’이 무색하게도 경실련의 2020년 9월 1일 발표에 따르면 ‘문 정부 전·현직 장관 35명의 부동산 재산은 2년 사이 77%(10억8600만원→19억2300만원) 올랐으며, 현직 장관 중 절반은 다주택자였다. 심지어 김현미·추미애·유은혜·박능후 등 일부 현직 장관들은 가족 재산의 고지를 거부하거나 재산 등록에서 제외했다.

정부 고위관료들의 ‘정신승리’


▎노영민(아래)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고가에 강남 집을 판 뒤 자리를 지켰고,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직 대신 집을 택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9월 2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민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서)로 집을 사는 이유에 대해 “집값 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답변했다. 지금 아니면 더 오를까 봐 어쩔 수 없이 ‘영끌’을 감수하는 서민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을 깨뜨리지 못하는 한, 아무리 대통령이 추상같은 발언을 연발해도 효험이 없다.

집값 잡는 방법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미 ‘모범답안’을 내놓은 바 있다.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양도소득세의 경우, 일종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그것을 더 낮추는 것은 국민의 정서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미뤄 ‘단기적으론 양도세를 더 올리진 않고, 중·장기적으론 낮출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뒤 7·10 대책에서 오히려 양도세 강화 방안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7월 16일 국회 연설에서 “다주택자 보유 부담을 높이고, 시세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태세를 전환했다. 8월 10일에는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도록 세제개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발언 하루 뒤인 8월 11일 노영민 실장의 반포 한신서래아파트(66㎡, 20평)가 팔린 것으로 실거래가 떴다. 7월 24일 11억30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역대 최고가였다. 노 실장은 2006년 부부 공동명의로 이 아파트를 2억8000만원에 샀다. 세전 8억5000만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한 셈이다. “15년을 실거주”한 노 실장으로선 억울할 법도 하겠지만 역대 최고가로 차익을 남긴 사실, 청주아파트→반포아파트 순서로 팔아 ‘절세’를 극대화한 사실, 안 팔고 버티다 여론이 악화하자 반포 아파트를 매도한 사실 등이 드러나며 진정성이 훼손됐다.

그나마 노 실장은 집을 팔고 자리를 지켰다. 반면 김조원 전 민정수석(강남구 재건축아파트, 송파구 주상복합 보유), 여현호 전 국정홍보비서관(마포구 아파트, 과천시 아파트 분양권 보유)는 집을 파는 대신 직을 내놨다. 이들은 최고가에 매물을 내놨고, 결국 시한 내에 팔지 못했다. 8월 31일을 끝으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중 다주택자는 0이 됐다. 노 실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실거주하는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은 팔라”고 한 뒤 8개월이 넘게 걸렸다.

청와대 수석조차 집 팔기를 망설일 정도로 조정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은 커졌다. 서울 진입 수요는 넘치지만, 매물이 쏟아질 수 없는 구조다. 거래절벽 속에서 가끔 성사된 거래에서는 신고가가 속출한다. 이렇게 시장은 불안한데 문 대통령과 이호승 경제수석,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이 ‘안정’을 말하는 속내에 대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8월 18일 JTBC 출연 당시 토로에서 감을 잡을 수 있다. “시장의 불안한 기대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실은 정부도 실정을 모르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 전제가 어긋난 탓에 뾰족한 방책이 없다는 점이다.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맙시다. 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웁니다.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합시다.”

2017년 6월 23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취임사였다. 그러나 2020년 7월 29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 장관은 “국민 체감과 다르겠지만, 장관으로선 국가가 공인한 통계밖에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7월 23일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11%(서울 아파트 값은 14%) 올랐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그렇다면 국토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14.2% 통계를 내는 데 사용한 서울 아파트의 위치와 이름을 밝혀 달라”며 “서울에 어떤 집이 그 정도밖에 안 올랐는지 다 뒤져봐도 없다”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통계법상 비밀”을 이유로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국토부 장관의 ‘유체이탈’ 화법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17년 취임식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갖는 통계”를 강조했지만, 지금은 서울 집값이 11%만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장관은 8월 26일 국토교통위원회 결산 심사에 나와선 “법인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한 주택 매물이 많이 거래됐는데 이 물량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발언에 여론은 더 격앙됐다. 왜냐하면 8월 서울 아파트 당첨 최저 가점이 평균 60.6점이기 때문이다. 무주택 기간이 짧은 30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57점을 넘기 힘들다. 게다가 9월에 서울 분양 물량은 0이다. 다시 말해 ‘영끌’을 감수하지 않으면 30대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려 있는 것이다. 집을 비싸게 사고 싶어서 사는 사람은 없다.

독한 정책을 쏟아내도 집값이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자 통계를 편의적으로 차용하는 발언이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 장관은 8월 25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일부 몇 개 아파트를 모아서 봤을 때 10억원이 넘는 것인데, 서울 전체 통계인 것처럼 보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평균 서울 주택가격은 1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8월 서울 아파트 평균값도 9억8500만원으로 10억원 진입이 목전이다. 일부 몇 개 아파트가 아닌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호승 경제수석은 8월 12일 한국감정원 통계를 근거로 “가치가 있는, 가격이 비싼 아파트 중심으로 눈에 띈다”면서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 본인이 주로 거래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중심으로 보는 물가와 전반적 물가 상승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토부의 감독을 받는 한국감정원 통계는 시장의 탄력성을 다소 더디게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김상조 정책실장은 8월 12일 “수해가 나면 신선식품 체감물가가 폭등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비유로 현실을 다소나마 인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아예 통계 발표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8월 19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전세 시장 통계에 신규와 갱신 계약을 포괄할 수 있도록 통계조사 보완 방안을 신속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보완”이라고 했지만 (최대 5%로 제한되는) 갱신 계약까지 통계에 포함하면 상승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폭등하는 전셋값을 막을 대책이 없자, 상승 폭이 줄도록 통계를 바꿔서 상황을 모면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남 탓 타령

홍 부총리는 9월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는 “8·4 주택공급 대책 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상당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많이 완화됐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서초구 반포자이, 송파구 리센츠,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노원구 불암현대 아파트를 꼽았다. 그러나 4억원이 하락했다는 반포자이는 법인이 가족에게 매도한 특수거래였다. 시가보다 3억5000만원 싸게 거래된 래미안푸르지오 역시 가족 간 거래였다. 리센츠와 불암현대도 홍 부총리가 적시한 매매가 성사됐던 날, 최고가 거래도 동시에 터졌다. 이상거래 몇 건을 부각하며 “안정세가 상당히 나타나고 있다”고 정부가 아무리 외쳐도 시장이 냉담한 배경이다.

부동산 전망에 관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8말 9초’를 주문처럼 반복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14일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집값이 잡힌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설훈 민주당 의원도 “한 달쯤 지나면 정확히 답이 나온다. 주택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8월 9일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내다봤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향하는 목표가 옳다고 생각한다. 수단에 있어서도 일관성을 유지해왔다고 본다. 주택 공급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부동산 정책은 다른 정책에 비해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발표된 대책이 더해져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집값 안정화 효과를 낼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8월 25일까지도 “부동산 관련 법안이 통과됐고, 이 효과가 8월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9월 중순까지 뚜렷한 하락 시그널은 없었다. 오히려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서울 요지 아파트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9월 1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강북 아파트도 최초로 평당 평균 3000만원을 돌파(3088만원)했다.

상황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자 진성준 의원은 8월 28일 “기대와 희망을 얘기했던 것인데 마치 또 예언인 것처럼 오도했다”고 해명했다. 정부여당의 입과 반대로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에 관해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부동산 약탈 국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부동산 투기와 같은 불로소득은 용납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있었을지라도, 행동으론 사실상 불로소득을 장려하는 정책을 써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부동산 집값 상승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안정화 정책에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노영민 비서실장의 호언장담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사람들은 정의상 잘못을 할 수가 없다. 뭔가 잘못됐다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잘못을 한 거다. 그래서 바로 범인을 찾아 나선다”고 꼬집었다.

노 실장의 ‘확신’과 별개로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은 한국갤럽 7월 7~9일 여론조사에서 ‘잘못하고 있다’가 64%였다. 평가 유보가 20%였고, ‘잘하고 있다’는 17%가 전부였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투기꾼, 이명박·박근혜 정부 등을 탓했다. “집값은 MB 정부 때도 올랐다”(노영민 실장), “부동산 폭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누적된 부동산 부양 정책 때문이다”(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집값 폭등의 주범은 미래통합당이다. 2014년 말 그들이 주도해 통과시킨 부동산 3법, 이른바 강남 특혜 3법 통과로 강남발 집값 폭등이 시작됐다”(김두관 민주당 의원), “문재인 정부가 물려받았을 때가 전 정부에서 오른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다 틀어진 상태에서 받았기 때문에 자금이 부동산에 다 몰리는 시점이었다”(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의 언급이 그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8월 22일 페이스북에 “일부 주부에 이어 젊은 층마저 투기심리가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번졌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정책을 비웃는 작전세력이 있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일반화돼 어떤 정책도 뒷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걸 전적으로 정부 탓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일부 주부와 젊은 층의 투기심리 탓을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학회가 8월 31일 경제학자 72명의 설문을 집계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76%가 재건축 억제, 양도세 중과, 임대사업자 제도 등 정책 탓에 수도권 집값이 폭등했다고 응답했다. 학자들은 부동산 안정을 위해 가장 유효한 정책으론 78%가 주거 선호 지역 공급확대를 꼽았다.

자승자박으로 돌아온 정책 실패


▎흑석동 재개발 상가 ‘영끌’ 매입으로 2019년 3월 자진사퇴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희극적 비극’은 김수현 전 정책 실장의 “집 팔 기회 드리겠다”는 한마디로 압축된다. 청와대 사회수석 시절인 2017년 8월 2일, 8·2 대책을 내놓은 직후 꺼낸 말이다. ‘2018년 4월에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할 테니 그 전에 팔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세금보다 더 강력한 가격 결정 요인은 수급이었다. 8·2 대책에서 김 전 수석은 재산세·양도세·임대소득세·종부세를 망라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들고 나왔다.

그 결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연 20만 호를 밑돌던 임대사업자 수는 2018년 38만2000호로 치솟았다. 뭔가 잘못됐다고 그제야 인지한 정부가 혜택을 축소하자 바로 2019년 곧바로 14만6000호로 급감했다. 그러나 2018년 이전 임대사업자 혜택을 소급해서 없앨 순 없었다. 국토부 발표에 의하면, 2017년 말 25만9000명, 98만 호였던 임대사업자 규모는 2019년 말 48만1000명, 150만8000호로 증가했다. 150만 채에 달하는 매물이 고스란히 잠기자 공급 감소가 극심해졌다.

게다가 새로 짓는 아파트도 대폭 줄었다.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자료에 근거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을 보면, 2019년 정점을 찍고 2023년까지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흔히 매년 5만 가구는 공급돼야 적정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2020년 4만1111가구, 2021년 2만4493가구, 2022년 1만4536가구, 2023년 1만600가구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이 급증했다. 일례로 9월 2일 카카오게임즈 기업공개(IPO)에 58조5543억원이 몰렸다. 지난 6월 24일 SK바이오팜 IPO 당시에는 30조9899억원이 몰렸다. 조기숙 교수는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문 정부 공직자들의) 강심장에 놀랐다”고 했는데, 이들은 공급절벽을 간파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 말만 믿고 집을 판 순진한 국민만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겪게 된 셈이다.

심지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조차 2018년 7월 흑석동 재개발 지역 상가주택에 ‘영끌’ 투자를 감행한 여파로 직을 내놓았다. 그로부터 7년 전인 2011년 3월 ‘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 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야 하는 비애는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낳게 한다’고 썼던 김 전 대변인이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8월 22일 “집으로 떼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전세를 살면서 별도로 집을 매입한 갭투자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2020년 2월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19억5000만원에 팔았다. 그다음에 총선 출마 지역구인 종로구 경희궁자이 2단지에 9억원짜리 전세 계약을 했다. 그리고 4월 총선이 끝난 직후인 5월 종로구 경희궁의아침 3단지를 17억5000만원에 샀다. 12억 전세가 낀 집이었다.

이 대표 측은 “지금 거주하는 아파트의 전세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즉시 실입주할 수 있는 전세 낀 집을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혹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을 대비해 미리 사두는 전형적 갭투자 방식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고육지책 투자’를 죄악시해왔던 정부의 프레임에 이 대표가 걸려든 꼴이다.

“지도자의 이상주의는 재앙” 경고도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1월 22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서민 전·월세는 과거 ‘미친 전·월세’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우리 정부에서 안정돼 있지 않나”고 자랑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9월 10일 한국감정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63주, 수도권 전셋값은 57주 연속 상승했다. 심지어 세종시는 9월 첫 주에만 0.87%에 이르는 ‘미친 상승’을 보였다.

매매가에 이어 전셋값이 올라가자 정부는 7월 말 초스피드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시행했다. 그 결과 전세 매물 품귀가 더 극심해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하위 20%의 평균(전용면적 84㎡ 기준) 가격도 3억원을 돌파(3억418만원)했다. 한국감정원의 8월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전셋값마저 가파르게 올랐다. 6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1.03%)을 찍었다.

전세가 오르면 집값이 다시 올라가는 게 공식이다. 전세 얻기 힘들어서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증가하면 이 역시 시차를 두고 고가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릴 것이다. 전세자금대출과 9억 혹은 15억 미만 아파트 매입 시, 주택담보대출에 관한 더 강한 억제가 해법이지만 지지율에 민감한 이 정부에서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 와중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9월 2일 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을 선언했다. 부동산시장 버전의 금융감독원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벌써부터 지나친 시장통제와 감시, 개인정보와 재산권 침해에 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투옥될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천안문 사태’ 희생자 그림을 내걸었던 화가 장페이리의 통찰은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에도 유효하다. “예술가의 이상주의는 멋지다. 그 권리를 간직해야 한다. 하지만 지도자의 이상주의는 재앙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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