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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코로나19 극복 선봉장들… 뭉쳐야 산다!(6) 한화 

“기업의 자부심은 사회 신뢰를 얻는 데 있다” 

코로나19 와중에 니콜라 투자 대박, 태양광·수소·방산 사업도 호조
김승연 회장의 ‘함께 멀리’ 정신으로 기부, 한화생명 연수원도 제공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연수원. 한화는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이곳을 제공했다. / 사진:한화
"이제 한화는 야구(한화 이글스는 KBO리그 최하위를 기록 중)만 잘하면 된다.” 2020년 6월 초, 한화그룹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휩쓸었을 당시 나온 부러움과 농담 섞인 반응이었다. 미국의 수소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주가 폭등 뉴스는 한화에 경사로 다가왔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니콜라에 각각 5000만 달러씩 총 1억 달러를 투자했다.

한화의 니콜라 베팅에는 김동관(37)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승연(68)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부사장은 2018년 당시 한화큐셀 전무를 맡고 있었다. 한화큐셀은 한화케미칼과 합병해 2020년 1월 한화솔루션이 됐다.

니콜라는 6월 4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공모가가 22달러였는데 상장 이후 3거래일 만에 주가가 두 배로 뛰었다. 6월 9일에는 주가가 79.73달러까지 올랐다. 시가총액은 3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의 자동차메이커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포드를 넘어섰다. 그 시점에서 한화의 니콜라 투자 수익률은 대략 20배에 달했다. 덩달아 한화그룹 주식도 급등했다. 한화와 한화솔루션 주식은 보통주, 우선주 가리지 않고 상승했다. 전기차 분야의 테슬라처럼 수소차 분야에서 니콜라가 상징적 위치를 점하는 듯했다.

니콜라와 그린 뉴딜


▎니콜라의 수소 트럭에 한화는 1억 달러를 투자했다. / 사진:한화
이후 30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했던 니콜라 주식은 9월 9일 40% 이상 급등해 주당 50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20억 달러를 투자해 니콜라 지분 11%를 취득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였다. 니콜라는 이 합의로 GM의 배터리 시스템과 연료 전지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니콜라의 수소차 브랜드인 배저 트럭은 2022년 후반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 다만 니콜라는 아직 단 1대의 차도 판매하지 않은 상태다. 시제품 수소 트럭만 제작했고, 예약만 받고 있다. 현재 매출이 0이다. 연 3만5000대를 생산할 목적으로 애리조나주에서 착공하는 공장 건설 진척도 지지부진하다. 역설적으로 니콜라를 둘러싼 희의론이 증폭될수록 한화의 역할이 부각되는 구조다. 독일 보쉬, 이탈리아 이베코 등과 함께 한화가 니콜라의 핵심 협업기업으로 각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니콜라에 5000만 달러를 투자했을 당시,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한화에 우선 제공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했다. 같은 시기 5000만 달러를 투자한 한화에너지도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니콜라 수소충전소에 독점 공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태양광은 한화의 미래 사업으로 손꼽힌다. 태양광 발전에 사용되는 태양광 셀과 모듈,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은 한화솔루션에서 공급 가능하다. 니콜라의 사업이 궤도에 오른다면, 한화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를 생산해 니콜라를 지원하겠다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니콜라와 더불어 한화그룹에 또 하나의 호재는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이다. 그 연장선에서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뉴딜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IT 분야 데이터센터, 에너지 분야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뉴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지칭한다. 하나금융투자는 그린 뉴딜 펀드가 출범하면 수혜를 볼 20개 기업을 뽑았는데 한화솔루션이 포함됐다. 실제 6월 12일 1만6750원이었던 한화솔루션 주식은 9월 7일 5만2300원까지 3배 이상 올랐다. 어느덧 한화솔루션이 한화생명을 제치고 한화그룹 대장주로 올라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과 소재 사업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렸지만,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태양광 부문 매출이 50%에 달할 정도로 체질을 바꿨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매출은 약 10조원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 주식은 2010년 3월 상장 당시 공모가가 8200원이었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1500원대다. 코로나19가 한창인 3월 하순에는 800원대까지 떨어졌다. 주식을 다 팔아도 여의도 한화생명이 보유한 63빌딩(장부가 1조원)을 못 살 지경까지 내려간 것이다. 한때 주력사였던 한화생명의 시가 총액이 쪼그라들었음에도, 한화그룹은 재계 순위 7위로 오히려 외형을 키웠다. 신사업으로 꼽히는 태양광, 수소에너지와 방산 등에서 성과를 올려 성공적으로 먹거리산업을 전환한 것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시가총액은 2020년 들어 40%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10조6450억원에서 15조4996억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시장이 한화그룹의 미래를 그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다. 한화디펜스의 모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주가도 상승세다. 이에 힘입어 지주회사에 해당하는 ㈜한화 주가도 호조를 띠고 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 주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와 한화테크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지분도 48.99% 가지고 있다. 정점에 위치한 ㈜한화 지분 22.65%가 김승연 회장의 것이다. 그 다음이 김동관 부사장으로 4.44%다. 그리고 김 부사장은 에이치솔루션의 지분 50%를 보유 중인데 이 회사는 ㈜한화 지분 4.2%, 한화시스템 지분 13.41%를 소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방산, 태양광, 수소에너지로 이어지는 한화그룹 주력사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그룹 포트폴리오의 특성상, 코로나19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난 편이다. 한화의 친환경 사업은 글로벌 트렌드나 문재인 정부의 지향성과도 맞아 떨어진다. 그렇다고 한화 같은 거대기업이 코로나19에 마냥 무심할 순 없다. 김승연 회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기업의 자부심은 단지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숫자만이 아닌 주주와 고객을 비롯한 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환경을 보전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기업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한화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길임을 인식할 것”을 당부했다. 실제 이런 김 회장 발언 이후 2020년 1월 하순을 기점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반도에 침투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한화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 김 회장을 동반성장 철학을 “함께 멀리”로 압축해 표현했다.

“함께 멀리” 동반성장


▎김동관 부사장 (우측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한화솔루션 경영진이 2020년 1월 6일 ‘비전 공유식’에 참석했다. / 사진:한화솔루션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2월 26일 대구·경북 지역에 마스크 15만 장을 기부했다. 당시 그 지역은 코로나19 특별 관리 구역이었다. 한화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의료진, 아동 및 노인, 저소득층 가정에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나눠줬다. 한화토탈은 충청남도 서산시에 마스크 1만 장, 방진복 2400벌, 손 소독제 2000개 등의 방역용품을 전달했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급여의 0.5%를 기부했다. 여기에 회사가 매칭 그랜트 기금 0.5%를 추가했다. 한화생명은 코로나19 피해 고객을 위해 특별지원을 실시했다. 계약자와 융자 고객, 대출 고객에게 보험료 납부와 대출원리금 상환을 6개월간 유예해줬다. 또 대구·경북 지역 재무설계사 가정에 마스크와 생필품 등을 박스로 포장해 응원 메시지와 함께 택배로 전달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코로나19로 매출이 많이 감소한 118개 식음료 업체의 매장 수수료 인하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영세 협력업체 외에도 중견기업까지 지원을 확대했다. 매출 감소 폭에 비례한 수수료 인하, 매장 운영에 필요한 관리비를 한화갤러리아에서 전액 부담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식품뿐 아니라 일반 상품 중소기업 협력사 303개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체결을 했다. 이를 통해 납품대금 조기 지급과 금융 지원 등을 실천했다.

아울러 한화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상이 부족했을 당시,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연수원을 치료센터로 제공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경증환자의 격리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이 나오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제공을 결정했다. 한화생명 라이프파크는 한화생명 임직원과 재무설계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전문 금융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19년 4월 개원한 스마트 연수시설이다. 2곳의 숙소동에 침대·화장실·샤워시설·TV·와이파이 환경을 개별적으로 갖춘 200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수원 등에 위치한 대형병원들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도 장점이다. 이곳은 4월 30일까지 생활치료센터의 역할을 수행했다. 한화는 의료진과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부 캠페인도 설계했다. ‘불꽃’ 기부 플랫폼을 제작했다. 불꽃 기부 플랫폼을 통해 모금 개설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심사를 거쳐 캠페인을 오픈하고, 모금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9월 3일 코로나19 극복과 조기 종식을 응원하는 ‘스테이 스트롱’ 캠페인에 참여했다. 스테이스트롱 캠페인은 지난 3월 외교부에서 코로나19 극복 연대 메시지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자 시작한 릴레이 캠페인이다. 기도하는 두 손과 비누 거품이 더해진 그림에 ‘견뎌내자’(Stay Strong) 문구가 들어간 캠페인 로고를 통해 개인위생 관리로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응원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이혁진 베인앤드컴퍼니 대표의 추천을 받아 스테이 스트롱 캠페인에 동참했다. 신 대표는 다음 참가자로 정승조 한·미 동맹재단 회장(전 합참의장), 강성욱 GE코리아 총괄사장, 협력업체인 손경석 퍼스텍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선제적 재택근무


▎2020년 7월 준공된 친환경 대산수소발전소 전경. / 사진:한화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언택트 봉사활동, 공동 휴가, 재택근무 확대 등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한화생명 봉사단은 창단 17년 만에 처음으로 봉사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대면 봉사 활동 대신 언택트로 활동을 실시했다. 코로나19 이전에 전국 142곳의 복지원, 양로원 등 결연 복지단체를 매월 찾아가 봉사를 해왔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따라 마스크, 손 소독제를 포함한 위생용품, 놀이도구, 식료품, 생필품 등 각종 물품을 각 복지단체의 성격에 맞게 지원했다.

한화솔루션은 3월 4일부터 근무 인원을 2개조로 나눠 홀짝 교대 근무(2부제 근무)를 실시했다. 1개조는 회사에 출근하고, 나머지 1개조는 재택 근무하는 방식이다. 회사에 출근하는 조는 대중교통 혼잡 완화를 위해 시차 출·퇴근 제도(오전 7시~10시 출근)를 활용하도록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2월 28일부터 전 직원을 3개조로 나눠, 2일 단위로 순환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한화시스템 ICT 부문도 직원을 2개조로 나눠 3일씩 재택근무를 시켰다. 한화갤러리아도 조를 편성해 휴무, 연차, 재택근무를 시행하도록 했다. 사무실 출근 비율을 50% 이하로 유지했다. 한화토탈은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 임신부 30여 명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재택근무를 하도록 배려했다.

한화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자 9월 1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대응 지침을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그룹 전 계열사에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원이 교차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사무실에서는 10인 미만 근무를 원칙으로 좌석 간격을 띄우거나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다. 사내 식당에서는 식사 중의 대화를 금지했다. 업무상 회식이나 국내·외 출장도 제한했다. 대면회의는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또 지난 3~4월에 이어 다시 경기도 용인 한화생명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한화의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도 ‘스마트워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영업 방향과 전략을 공유하는 전국 지역본부장 회의도 언택트 화상회의로 실시 중이다. 파이낸셜플래너들도 고객 대면 영업을 지양하고, 모바일 청약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보안을 극도로 중시하는 방산 계열사에서도 재택근무 대열에 참여했다. 극비 자료들은 내부 전산망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부 인터넷망 접속이나 USB를 통한 외부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놨다. 따라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일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은 순차적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업무 효율보다 직원의 건강을 우선시한 결정이다.

김승연 회장의 경영 복귀 임박

한화 그룹 내에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2021년 경영 복귀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2014년 이후 7년 만의 경영 복귀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부실 계열사 부당 지원에 따른 배임 혐의로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았다. 그리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한 집행유예 기간 만료일로부터 2년간 취업 제한 규정이 2021년 2월 만료된다. 따라서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경영일선에 돌아올 것이 유력하다. 컴백한 김 회장은 어떤 형태로든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김동원(35)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31) 전 한화건설 팀장 등 3형제를 위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듯하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이는 장남 김 부사장이다. 태양광 사업 흑자 전환, 수소 인프라 사업에서 니콜라 투자 성공, 방산산업의 호실적 등의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니콜라 투자는 한화 계열사들의 미국 수소 생태 시장 진출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수소충전소 운영, 한화에너지의 수소충전용 태양광 발전 전력 공급, 한화솔루션큐셀 부문의 수소충전용 태양광 모듈 공급,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의 수소트럭용 수소탱크 공급,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의 수전(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 등이 그것이다.

1952년 화약 사업으로 창업한 한화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방산 부문에서도 호재가 터졌다. 한화디펜스는 9월 2일 K9 자주포의 1조원 규모 호주 수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또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에서 6700억 규모의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한화의 방산 사업은 2014년 있었던 삼성과의 빅딜이 모멘텀이었다. 당시 한화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방산 계열사와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석유화학 부문을 인수하는 데 2조원을 베팅했다. 빅딜 이후 삼성테크원은 한화디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테크윈으로 분리됐다. 삼성탈레스는 현재의 한화시스템이 됐다.

그리고 한화에너지가 49% 자본금을 출자한 대산그린에너지㈜는 부생수소를 활용한 세계 최대 규모의 50㎿급 연료전지 발전소의 시운전을 2019년 7월 개시했다. 2020년 7월 준공식을 열었고,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했다. 20만 가구에 전기를 조달할 수 있는 이 발전소는 석유화학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가 지하 배관을 타고 공급되는 방식으로 가동된다. 산소와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고, 부산물로는 순수한 물만 생산된다. 대기오염도 전혀 없다. 기존 화석 연료를 사용한 발전과 달리 온실가스 발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친환경 발전으로서 20세기 화석연료의 시대에서 21세기 수소경제 시대로의 전환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태양광과 빅데이터의 결합

한화솔루션 산하 한화큐셀은 미국 주택용·상업용 태양광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달성했다. 한화큐셀은 2019년 1월 기준 총 9GW의 셀 생산능력과 10.7GW의 모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브랜드, 기술력, 품질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전매 특허인 퀀텀(Q.ANTUM)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태양광 산업에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퀀텀 기술은 태양광 셀 후면에 반사막을 삽입해 태양광 셀의 효율을 높이는 퍼크(PERC; Passivated Emitter and Rear Cell) 기술과 태양광 셀의 출력을 저하하는 각종 요인을 차단하는 Anti-PID , Anti-LID , Anti-LeTID 기능이 결합한 한화큐셀만의 차별적 기술력이다. 이외에도 퀀텀 기술은 과열로 인한 화재를 방지하는 핫스팟 방지 기술, 태양광 셀 전면에 각인돼 제조 전 공정을 추적하며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또 공정 최적화 및 생산성 향상, 불량 대응 등에 활용되는 트라큐(Tra.Q)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인 미국·일본·한국·영국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특히 2018년에는 대표적 신재생에너지 강국 독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화큐셀은 2020년 8월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그로윙에너지 랩스(GELI·젤리)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젤리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상업용 태양광 발전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어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을 자체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를 거친 최고경영자(CEO) 댄 로플린을, MIT 출신 창업자 라이언 와테나 등 최고 수준의 경영진과 정보통신(IT) 인력으로 구성된 회사다. 한화큐셀은 이번 젤리 인수로 수익성이 높은 분산형 에너지 솔루션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태양광(PV) 모듈을 판매해 수익을 냈다면, 젤리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 전력 패키지(PV+ESS)를 고객에게 임대한 뒤 전력 거래 계약을 맺는 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사용자의 전력 사용 데이터를 수집한 뒤 젤리가 자체 개발한 AI 기술로 사용 패턴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가장 효율적인 요금 체계를 선택할 수 있고,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다 남으면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젤리 인수 배경으로 변화하는 에너지 리테일 시장을 꼽았다. 20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 시장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면서 개인과 기업, 지역 정부 등이 주체가 되는 분산형 발전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되면서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한화큐셀은 젤리 인수를 계기로 기존 태양광 셀·모듈 중심의 제조업에서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을 더한 4차 산업 기반의 미래형 에너지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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