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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특집] 토론토 포스트시즌 진출 선봉 맡은 ‘괴물’ 류현진 

“그는 타자들이 뭘 노리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몬토요 토론토 감독)” 

9월 17일 기준 4승(1패) 거두며 에이스 역할 톡톡
블루제이스 2016년 이후 4년 만에 가을 야구 ‘눈독’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9월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샬렌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1실점으로 4승째를 수확했다. / 사진:연합뉴스
"류현진은 블루제이스가 꿈꾸던 에이스였다.”

MLB닷컴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PS) 진출을 다투는 9개 팀을 조명하며 류현진(33)을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토론토는 9월 14일 기준 26승 20패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늦어진 메이저리그는 예년(162경기)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정규시즌 60경기만 치른다. 현재 추세라면 무난하게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다. ESPN은 토론토의 PS 진출 확률을 90% 이상으로 내다봤다. 지난 3년간 가을 야구는 고사하고, 5할 승률 근처도 못 간 팀이 대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중심엔 바로 류현진이 있다. 지난해 12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 류현진은 7년간 뛴 LA 다저스를 떠나 토론토와 계약했다. 4년간 연봉 총액 8000만 달러(약 950억원). 부자 구단이 아닌 토론토로서는 큰돈이었다. 총액 규모는 구단 역사상 셋째로 높고, 구단 투수 최고 금액이다. 그리고 류현진은 자신에게 쏠린 기대를 투구로 입증했다.

토론토의 올 시즌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토론토는 코로나19로 인해 홈구장인 토론토 로저스센터를 쓸 수가 없었다. 캐나다 정부가 미국 연고 팀들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엔 원정경기만 치렀고, 뒤늦게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이 사용하는 미국 뉴욕주 버펄로 세일런 필드를 임시 연고지로 쓰기 시작했다.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다른 팀 선수들도 힘들지만 토론토 선수들은 두 배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했다.

부진한 출발 딛고 본색 드러낸 코리안 몬스터


▎ 사진:연합뉴스
시즌 준비 과정도 여느 때와는 달랐다. 플로리다주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는 코로나19로 조기 중단됐다. 연고지 토론토로 돌아가지도 못했다. 다저스 시절 동료인 러셀 마틴의 집을 빌려 개인훈련을 했다. 김병곤 트레이너와 통역 브라이언 김, 그리고 아내 배지현씨와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평소와 다른 훈련 과정을 소화해야 했다.

류현진의 투구는 흔들렸다. 3개월이나 개막이 늦어지고,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후유증이 경기에서 나타났다. 개막전 선발을 맡았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치른 원정 경기에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다. 4와 3분의 2이닝 3실점. 이어진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선 4와 3분의 1이닝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볼넷이 홈런보다 싫다’는 류현진이 3, 4개씩 볼넷을 내줬다. 투구 수 70개가 넘어가면서 공의 위력이 급격히,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8월 6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5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했다. 이후 5경기 연속 1자책점 이하로 막았다. 아쉽게도 이달의 투수상 수상은 실패했지만 8월에는 5경기 평균자책점 0.96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올랐다.

토론토 이적은 류현진에게 큰 도전이었다. 내셔널리그와 달리 아메리칸리그는 지명타자제도가 없다. 투수가 9번 타자였던 지난해보단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투수 친화적인 다저스타디움도 쓸 수 없다. 신예 선수들로 리빌딩 중인 토론토에는 다저스처럼 좋은 동료가 많지 않아 팀원들의 지원사격을 기대하기 어렵다. 포수와 호흡도 다저스 시절만큼 완벽하지 않다. 류현진은 “특별히 포수를 가리진 않지만 구종이 다양하다 보니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3.00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10경기에서 4승(1패)에 그친 것도 그래서다.

류현진은 삼진을 적극적으로 노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인플레이 타구 아웃카운트와 삼진의 비율이 7대3 정도였는데, 올해는 5대5로 높아졌다. 2스트라이크 상황에선 유인구 대신 과감한 승부를 즐기고 있다.

8월 3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벌인 경기가 대표적이다. 이날 류현진은 수비 실책과 주루사가 쏟아지는 바람에 어렵게 경기를 풀었다. 2실점이 나중에 자책점에서 비자책점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럼에도 삼진 8개를 뽑아냈고, 추가 실점을 막아 시즌 2승을 따냈다. MLB닷컴은 “류현진은 에이스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증명했다. 걸레와 양동이를 두 손에 들고 동료들이 난장판으로 만든 걸 모두 깨끗하게 청소하는 듯했다”고 표현했다.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했던 9월 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도 류현진은 버티고, 버텼다. 양키스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상대다. 지난해까지 통산 두 번 만나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루크 보이트와 에럭힉스에게 1회부터 연속 타자 홈런을 맞았고, 결국 5이닝 동안 5점이나 내줬다. 하지만 최대한 자신에게 주어진 이닝을 지켰고, 팀은 12대7로 승리를 거뒀다.

양키스전에서 구속 저하로 고전했던 류현진은 9월 14일 뉴욕 메츠전에서 6이닝 1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임시 구장이긴 하지만 홈 세일런 필드에서 거둔 시즌 첫 승. MLB타율 1위 메츠를 가볍게 제압했다. 양키스전에서 145㎞에서 머물던 빠른 공 최고 속도는 최고 148㎞까지 나왔다. 그전까지 홈구장 세일런 필드에서 부는 강한 바람에 적응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번엔 빠른 공 위주로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타격이 강하기로 소문난 AL 동부지구에서 현재 최고의 선발투수는 바로 류현진이다.

성공으로 돌아온 그들의 투자


[CBS스포츠]는 지난겨울 류현진의 토론토행이 결정되자 “부상 문제가 있지만, 류현진을 총액 8000만 달러에 영입한 것은 토론토 입장에서 거의 도둑질로 느껴진다. 여러 가지 기록을 통해 봤을 때, 류현진은 최근 2년간 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다”라고 설명했다. 토론토가 과하지 않은 투자로 영입했다는 뜻이다. 종전 투수 최고 계약은 2005년 A.J. 버넷과 맺은 5500만 달러(650억원) 계약이었다.

하지만 토론토 입장에선 큰 모험이다. 토론토가 주머니가 넉넉한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론토의 2020시즌 연봉 합계는 1억3410만 달러(1560억원)로 30개 팀 중 18위다. 류현진은 올해 코로나19로 경기 수가 줄어들어 계약연봉의 3분의 1 정도인 747만 달러(88억원)를 받는다. 그래도 팀 전체 연봉의 14%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토론토는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3년간 76승 86패, 73승 89패, 67승 95패에 그쳤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 강팀들에 밀려 3년 연속 지구 4위를 기록했다.

토론토는 팀 성적을 위해 선발진 강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토론토는 지난해 10승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최다승을 거둔 트렌트 손튼의 성적은 6승 9패 평균자책점 4.84. 2017년 13승을 올린 팀의 에이스 마커스 스트로먼도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선발투수 대신 오프너(구원투수를 1~2회에 기용하는 전술)를 21번이나 썼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 점 1위(2.52)에 오른 류현진 같은 에이스가 필요했다.

현지에선 토론토의 류현진 영입을 다소 의아하게 바라봤다. 당장 대권에 도전할 만한 전력이 아닌데 류현진 같은 거물 FA를 데려왔다는 것이다. 33세로 적지 않은 나이인 류현진에겐 부상 전력이 있었다. ‘합리적인 금액으로 영입했다’는 호평과 ‘팀 사정에 어울리지 않는 투자’라는 평이 엇갈렸다. 선수단 분위기는 달랐다. 류현진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류현진을 영입한 뒤 분위기는 파티 같았다. 선수들도 앞을 다퉈 ‘좋은 영입’이라며 반겼다”고 전했다.

지난봄 전지훈련지에서도 류현진은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피트 워커 투수코치는 물론 젊은 투수들은 류현진의 변화구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었다. 류현진도 흔쾌히 컷패스트볼과 체인지업 그립을 알려줬다. 시즌 개막 이후엔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김정준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이적 첫해인데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지금은 류현진이 토론토의 보스(boss)다. 류현진의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는 건 ‘류현진 등판=승리’라는 공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올 시즌 토론토는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8승 2패를 거뒀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지난 3일 양키스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5실점했지만) 류현진은 우리 에이스다. 2대5에서 교체됐지만 경기 흐름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2013년 미국으로 건너간 류현진은 그해 14승을 따냈다. 이듬해 역시 14승을 올려 빅리그에 안착했다. 하지만 2015년 어깨 통증을 느꼈고, 결국 수술을 받았다. 회복 확률이 높은 팔꿈치 수술과 달리 어깨 수술은 투수에게 치명적이다. 다행히 회전근개 부위가 아닌 관절와순이었지만 이 부위 역시 재활 확률이 높진 않았다. 그래도 류현진은 특유의 부드러운 투구폼과 체계적인 재활 훈련 덕분에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부상? 나이? 팔색조엔 쓸데없는 걱정


▎2019년 10월 6일(한국시간) LA 다저스 류현진이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5전 3승제) 3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수술 전과 후는 달랐다. 구속이 느려졌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4년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직구) 평균 구속은 146.3㎞였다. 올해는 144.2㎞다. 그전까지도 류현진이 직구에만 의존하진 않았지만, 위기에 몰리면 최고 153㎞ 강속구를 뿌려 타자를 압도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공을 던질 수 없다.

류현진 최고의 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비슷한 코스로 날아가 아래로 가라앉는 구종이다. 특히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오른손 타자 입장에선 멀어지는 궤적이라 헛스윙을 유도하고, 땅볼을 만들어내기 좋다. 하지만 상대가 아예 체인지업만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늘었고, 장타 허용 빈도도 늘었다.

류현진은 새로운 무기들을 개발했다. 가장 먼저 썼던 건 투심패스트볼이다. 류현진은 부상 이후 포심 비중을 낮췄다. 아울러 팔에 무리가 가는 제3의 무기 슬라이더를 봉인했다. 대신 포심패스트볼과 비슷한 빠르기로 날아가다 좀 더 빠르게 낙하하는 투심을 던졌다. 타자들이 익숙해지자 이번엔 컷패스트볼(커터)을 장착했다.

당시 다저스 투수코치였던 릭 허니컷은 류현진에게 커터를 던져볼 것을 제안했다. 투심이 가라앉는 느낌이라면, 커터는 오른손 타자의 몸 쪽으로 날카롭게 꺾이는 느낌이다. 빗맞은 타구가 잘 나오고, 자연히 장타 허용이 줄어든다. 커터는 류현진에게 있어 ‘머니 피치(돈을 벌게 해준 공, 장기)’였다.

부상 전까지 류현진은 포심패스트볼 55%, 체인지업 25%, 슬라이더를 15% 정도 활용했다. 지금은 포심 35%, 체인지업 30%, 커터 20%다. 여기에 가장 느리고 낙폭이 큰 커브까지 섞어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다. 9월 14일 메츠와의 홈경기에서는 변화무쌍한 투구가 단연 돋보였다. 1회에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온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포심과 커터로 패턴을 바꿔 요리했다. 몬토요 감독은 “아무나 저런 투구를 할 수 없다. 공을 원하는 위치에 던질 수 있으며, 타자들이 어떤 공을 노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팔색조처럼 다양한 공을 던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투수가 구종 한 가지를 추가하는 데 최소 1~2년이 걸린다. 포심패스트볼이 주무기였던 박찬호는 선수 말년 투심을 가다듬어 전성기를 늘렸다. 이 과정에 4~5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몇 년 사이 빠르게 자신의 레퍼토리를 확장했다.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해준 구대성은 “현진이는 내가 가르쳐준 체인지업 그립(쥐는 법)과 다르다. 가르쳐준 지 닷새 정도 만에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바꿔서 익숙하게 던져 놀랐다”고 했다.

투심과 커터도 허니컷 코치가 “네가 이렇게 던지면 좋겠다”며 추천해준 댈러스 카이클(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영상을 보면서 익혔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다양한 구종을 언제나 던질 수 있게 되면서 류현진은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항상 앞서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류현진의 발목을 잡았던 부상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됐다. 류현진은 2015년 왼 어깨 관절와순, 2016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으나 이후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이후 엉덩이와 왼쪽 허벅지 근육(내전근) 손상이 있었으나 지난해 이후 장기 결장은 없다. 지난해까지 류현진을 전담했던 김용일 LG트윈스 트레이닝 코치는 “어깨와 팔꿈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이제는 그 문제까지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1~2년 뒤 월드시리즈 선봉장


▎류현진은 한화 시절(2006~2012년) 2년(2006~2007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섰으나 2008년 이후로는 한 번도 가을 야구를 맛보지 못했다.
토론토에는 ‘블러드 볼(blood ball)’이란 별칭이 있다. 메이저리거 2세들이 주축 선수이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아버지를 둔 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다.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통산 타율 0.318, 2590안타, 449홈런, 181도루를 기록한 수퍼스타다. 2004년엔 아메리칸리그(AL) MVP에 올랐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도 자주 상대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아들 주니어는 지난해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라운드 전체 최다홈런 기록(91개)을 세우는 등 장타력이 뛰어나다.

캐번 비지오의 아버지 크레이그 비지오는 게레로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오른 레전드다. 여러 포지션을 옮겨다니면서 MLB에 30명뿐인 3000안타 클럽(3060개)에 이름을 올렸다. MLB 역대 두 번째로 부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유격수 보 비셰트, 내야수 트래비스쇼, 외야수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도 야구선수 출신 아버지가 있다.

이들은 토론토의 미래로 꼽힌다. 최고 시속 104마일(167㎞) 강속구를 뿌리는 신인 네이트 피어슨도 기대주다. 리빌딩의 달인으로 유명한 마크 샤파이로 토론토 사장은 유망주들의 폭발이 이뤄지는 1~2년 뒤를 대권 도전의 해로 계산했다. 그리고 류현진이 선봉장 역할을 맡아주길 바랐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류현진 영입 당시 “2020시즌만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류현진을 영입했다. 젊은 투수들이 많은 우리 팀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장 올해보다는 유망주들이 폭발하는 내년부터 성과를 거두고, 류현진이 그 중심에 서기를 바란 것이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래틱]은 “류현진과의 계약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라며 다음과 같이 평했다. “토론토는 성공하기를 원했고 성공을 위해 필요한 돈을 썼다. 토론토가 류현진과 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현재 순위는 어디에 있을까? 포스트시즌 경쟁을 못했을 것이다.”

토론토의 계획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ESPN은 개막을 앞둔 7월 토론토의 전력을 21번째로 평가했다. 팬그래프닷컴도 27승 33패를 예측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토론토는 5할 승률 이상을 거두며 질주하고 있다. 비셰트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마무리 투수 켄 자일스 등이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를 겪고도 선전 중이다. 다행히 키플레이어인 비셰트는 복귀했다. 특히 불펜투수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잡아낼 경기를 확실히 잡아냈다. 평균자책점은 4.06으로 MLB 전체 9위. AL에선 다섯째로 좋다. 몬토요 감독의 지도력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감독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RYU 영입은 약진의 도화선”

토론토 구단도 가을 야구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맷 슈메이커, 트렌트 손튼, 네이트 피어슨 등 선발투수 3명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연이어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선발투수인 타이후안 워커(시애틀), 로비 레이(애리조나), 로스 스트리플링(LA 다저스)을 차례로 영입해 빈자리를 메웠다.

가을 야구를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MLB 사무국은 정규시즌을 축소했지만, 포스트시즌은 오히려 확대했다. 줄어드는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올해에 한 해 포스트시즌 참여 팀을 리그당 6팀에서 8팀으로 늘렸다.

[디 애슬래틱]은 “지난해 토론토는 21명의 투수가 선발진을 넘나들었다. (그런 팀이) 에이스로 류현진을 영입하면서 포스트시즌 도전에 진지하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했다. 류현진의 영입이 토론토 약진의 도화선이 됐다는 의미다.

포스트시즌 첫 판인 와일드카드 시리즈는 3전 2승제다. 1차전에 나서는 에이스의 비중이 매우 크다.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8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했다. 다저스 시절인 2018년 디비전 시리즈에선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제치고 1차전 선발로 나와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토론토 중계 해설을 맡고 있는 벅 마르티네스는 “포스트시즌 1차전 선발은 류현진”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포스트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김효경 중앙일보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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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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