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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2020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개막’(7)] 창업에 성공하는 실전 노하우 

고객의 마음을 열어야 디지털 세상 열린다 

감동을 맛본 고객이 스스로 팬덤 만드는 신문명의 특성 활용
고객 기대 저버리지 않는 도덕성과 세심한 배려가 성공 열쇠


▎코로나19 이후의 디지털 문명 시대에 창업의 성공 여부는 고객에게 감동을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 고객의 감동은 팬덤으로 이어진다.
여름을 지나면서 수도권에 다시 확산된 코로나로 인해 온 나라가 홍역을 치렀다. 예상대로 소상공인·식당·노래방·PC방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나마 상반기 중 코로나의 확산 속도를 낮출 수 있어서 록다운(Lock Down)을 피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유럽이나 북미보다는 팬데믹에 의한 경제적 충격파가 덜한 상황이었다. 정부가 K방역의 성공이라고 자랑할 만큼 성과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그렇게 자랑하던 K방역은 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져 내렸다. 여당과 야당은 상대방 탓이라며 핑계 대기에 급급하지만 명백하게 드러난 것은 그만큼 우리의 시스템이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못할 만큼 취약하다는 것과 코로나의 전염성이 무섭도록 폭발적이라는 점이다. 2차 감염 확산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과 어쩌면 꽤 오랜 기간을 코로나와 함께 살아내야 한다는 현실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이제는 앞으로 1년 그리고 그 후의 10년을 준비해야 한다.

언택트 문명을 살아내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 공부하는 방식, 생활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생각하는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지식을 익혀야 하고 디지털 문명 사용법과 친숙해져야 한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방법만 디지털로 바꾼다고 해서 이러한 트랜스포메이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문명이 바뀌면 모든 기준이 달라진다.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달라져야 할 것들을 아주 세심하게 챙겨보자.

음식점 창업을 상상해보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접근하는 업종이다. 코로나 때문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미 식당은 경쟁이 치열해 성공하기 어려운 사업이 됐다. 2017년 국세청과 통계청이 낸 ‘음식점업 신규 대비 폐업자 비율’은 91.9%에 달한다. 식당 창업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폐업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코로나까지 덮쳤으니 상황은 더 처참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통계 데이터를 분석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만 10만 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하루 1000개 넘는 가게가 폐업한 셈이다.

어떤 사업이든 최소 비용으로 도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9월 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 식당가. 점심시간 직전인데도 행인이 없어 적막하다. / 사진:이수기 기자
어떻게든 버텨보려던 사업자들마저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포기 상태에 이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하면서 식당은 저녁 9시에 문을 닫아야 했고, 모든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포장으로만 음식을 판매해야 했다. 단 2주간 조치였는데도 사업자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임대료와 인건비는 계속 지급되는데 장사는 못하게 하니 그 심경이 어떨지, 모든 국민이 안타까워했지만 감염 확산이 걱정되는 마당에 외출을 자제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 굳게 먹고 함께 손 꼭 잡고 잘 이겨내자고 구호만 외친다고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님이 이제 분명해졌다. 생존 확률이 높은 길을 찾아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

식당을 폐업했거나 높은 임대료와 유지비로 폐업을 고민 중인 분들은 이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여전히 잘할 수 있는 건 요식업이다. 그렇다면 배달 전문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공유주방부터 알아본다. 우리나라 음식 배달 시장은 매우 매력적이다. 오죽하면 우버의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이 우리나라에 와서 공유주방 회사를 차렸을까. 기존의 공유주방 임대료가 비싸다고 생각되면 폐업을 준비 중인 이들이 모여서 하나 새롭게 열어도 좋다. 어차피 기존 가게에 투자했던 설비들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차릴 수 있고, 배달은 용이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상가는 임대료도 싸게 구할 수 있다.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는 어떤 사업이든 최소 비용으로 도전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식당은 1억원 정도 창업 자금이 필요하지만, 온라인 창업은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로 할 수 있다. 홀이 없으니 인건비나 임대료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실패하는 경우에도 손해는 5분의 1에 불과하다. 물론 단점도 많이 있다. 배달앱을 사용하는 만큼 수수료도 많이 지불해야 하고 건당 배송비도 상당하다. 그래도 그건 많이 벌었을 때 고민할 문제다.

음식 레시피도 바꿔야 한다. 배달 후 먹기 좋게 만들려면 포장부터 맛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배달 시간도 고려하고 포장을 풀 때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어차피 승부처는 음식의 맛이다. 특히 온라인 마켓에 뜨내기손님은 없다. 반드시 리뷰를 보고 음식을 고른다. 리뷰가 한번 안 좋게 올라오면 걷잡을 수 없이 어려워진다. 반면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SNS는 가히 폭발적으로 매출을 증대해준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식당 자체가 성공이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건 오프라인과 같은 조건이다.

문제는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에서 어느 쪽이 유리하겠느냐는 거다. 성공한 식당의 과거사를 들여다보면 실패를 거듭했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을 수 있다. 그만큼 요식업에서 실패는 일상다반사다. 그렇다면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힘도 쌓아야 한다. 1억원씩 투자해서 여러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지만 1000만~2000만원씩 투자하며 성공의 힘을 기를 수 있다면 해볼 만하다.

지평막걸리는 어떻게 젊은이 입맛을 사로잡았나

결국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일도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가 유리하다.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 정도는 인터넷 검색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배달음식 전문점 창업’이나 ‘배달전문점 창업비용’으로만 검색해봐도 장단점을 잘 분석할 수 있다. 문제는 방법론이 아니라 비즈니스 기획의 철학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문명을 중심으로.

제일 중요한 건 오로지 고객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는 아예 ‘고객 집착 경영’을 이야기한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권력은 고객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가 출발점이다. 음식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맛이다.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의 시식을 거쳐 진짜 맛있다는 레시피를 찾아내야 한다. 절대 내 입맛을 믿지 말고 오직 고객의 데이터만 믿어라. 먹어본 사람이 맛있다고 하지 않는다면 그건 킬러콘텐트가 될 수 없다.

지평생막걸리의 김기환 대표가 밝힌 성공비결도 젊은 고객의 테이스팅을 거쳐 알코올 도수를 5도로 낮추고 단맛을 더한 것이 핵심이었다고 한다. ‘막걸리는 6도여야 하고 시큼한 맛이 필수적’이라고 굳게 믿어왔던 막걸리 회사 사장님들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제프 베이조스가 신사업을 기획하는 직원들에게 ‘신을 데려와라. 그러면 믿어줄게. 신을 데려올 수 없다면 데이터를 가져와라’고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것도 고객의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고객 리뷰가 성공의 열쇠라는 것이 상식처럼 작동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 시대 진정한 권력자다.

포노 사피엔스 고객의 마음을 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CEO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휴머니티와 진정성을 꼽는다. 대단한 철학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은 음식으로 승부하고 반짝 성공했다고 해서 재료를 싼 것으로 바꾸는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이것이 누구나 공감하는 진정성이다. 고객은 스마트해졌고 경영은 과거보다 투명해졌다. 단 한 번의 속임수나 고객에 대한 배신도 용서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부터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좋은 가격에 매력적인 맛을 만들어낼 자신이 없다면 실력을 더 갈고닦기 전까지 창업을 미루고 힘을 키워야 한다. 섣부른 맛으로 SNS 마케팅에 집중하면 좋지 않은 경험이 퍼지고 결국 더 빨리 망하게 할 뿐이다.

‘손님한테 친절하긴 하네’라는 생각이라도…


▎공유주방 업체 위쿡에서 신규 창업자들이 공유주방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 사진:위쿡
마음에 휴머니티와 진정성을 베이스로 깔고 손끝에 매운 실력을 갖춰야 한다. 킬러콘텐트는 고객의 경험이 마음에 울림을 줄 때 비로소 탄생한다. 그래서 킬러콘텐트를 준비할 때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하고 고객에게는 한없이 친절해야 한다. 그 다양한 고객을 어떻게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느냐고? 그래도 세심하게 모두 배려해야 한다. 대다수가 맛있다고 해도 어떤 고객은 맛없다고 할 수 있다. 맛에 불만을 품은 고객조차 ‘손님한테 친절하긴 하네’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세상 어떤 일에도, 어떤 상황에도 반드시 빌런(악당)은 있다.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잘 풀어나가는 것이 삶의 지혜다.

킬러콘텐트가 갖추어졌다면 이제 고객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바로 마케팅과 영업이다. 사업 초기에는 특히 좋은 리뷰가 달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여기서도 진정성은 필수다. 최근 불거진 파워 유튜버의 뒷광고 논란은 포노 사피엔스 문명이 얼마나 투명성과 도덕성을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광고라면 광고라고 얘기해야 신뢰가 생기고, 감추면 언젠가는 드러나 파국을 맡게 된다. 또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빠르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중이 권력자가 되었다는 것은 도덕적 기준이 엄격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관례였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언론에서 며칠 떠들다 잠잠해지면 모두 잊을 거라는 생각도 과거 문명에 기반한 대표적인 착각이다. 디지털 플랫폼에 새겨진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고객에게 가장 좋은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탄탄한 시스템과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마케팅과 영업의 제일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고객이 마케터가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의 좋은 경험을 계속 끌어내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다. 마음가짐도 여기 집중해야 한다. 과거처럼 신문이나 TV에서 맛집으로 소개되면 성공이라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조리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리고 먹방 유튜버를 통한 앞 광고도 기획해본다. 리뷰를 남겨주는 고객에게 쿠폰이나 할인 혜택을 주는 건 이제 상식이다. 리뷰를 전문적으로 올리는 사람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좋은 리뷰를 부탁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물론 이때도 진정성을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된다. 쓴소리가 올라온다면 그건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고쳐나가야 한다. 왕을 모시는 일을 호락호락하게 봐서는 안 된다.

도덕성과 배려가 새 문명에서의 성공 열쇠


▎김기환 지평막걸리 대표. 막걸리 알코올 함량은 6도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알코올 도수를 낮춰 젊은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배달 주문이 일어나고 난 다음 챙겨야 할 것은 내 음식을 만나는 고객의 경험이다. 음식을 받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도착했을 때 음식의 온도나 맛은 적당했는지, 포장 상태는 고객이 만족할 만했는지, 재활용 처리 등 환경에 대한 문제는 꼼꼼하게 신경 썼는지, 뒤처리에 큰 부담이 없었는지,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챙기고 또 챙겨봐야 한다. 실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과정을 스스로 경험하고 또 지인들에게 경험시켜 일관성 있고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를 아주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 과정을 알파테스트, 베타테스트, 론칭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매우 세밀히 챙긴다. 한번 잘못된 인상은 걷잡을 수 없는 고객 이탈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객은 작은 것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느꼈을 때 감동한다. 그리고 그 감동은 맛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인간의 오감은 한꺼번에 작동하며 서로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사람의 마음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일수록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사업 성공 확률이 높다고 하는 것이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의 디테일이 팬덤을 만드는 요소가 된다. 고객의 마음을 챙길 줄 알아야 팬덤을 만들 수 있다. 평소 내 가족, 내 친구, 내 주변 사람의 마음을 세심하게 잘 챙긴 사람들이 고객의 마음도 잘 챙겨줄 가능성이 높다. 휴머니티가 성공비결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적당한 대응은 적당한 고객 평가를 만들어 내지만 세심한 배려는 감동을 만들고, 감동을 경험한 고객은 팬이 되어 자발적 마케터로 활동하게 된다. 기업의 가치는 고객 팬덤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마지막 점검은 나만의 디지털 쇼핑몰을 만드는 것이다. 쇼핑몰은 달랑 메뉴판 하나 올려놓은 홈페이지가 아니다. 말 그대로 가장 빨리 배달 프로세스가 이루어지는 내 비즈니스의 플랫폼이다. 기존의 방식은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앱을 이용하면 된다. 여기엔 수수료가 발생한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니까 감수해야 할 비용이다. 그런데 고객이 내 쇼핑몰에 와서 음식을 주문했을 때 결제부터 배달까지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 굳이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에게는 그만큼의 서비스를 더 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렇다면 도전할 만하다.

지금 북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플랫폼 중 하나가 쇼피파이닷컴(shopify.com)이다. 이 회사는 개인이 손쉽게 쇼핑몰을 만들고 바로 온라인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비즈니스로 급성장했다. 월 임대료 30달러에 내 가게를 갖게 되니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 숍을 차리고 개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거대 유통 플랫폼에 의존하던 기업들도 차츰 자기 플랫폼으로 이동 중이다. 나이키만 해도 2019년 아마존과 결별하고 독자적인 쇼핑몰로 이동하더니 어느새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자사 온라인몰에서 팔아치운다.

VIP 고객관리가 쉬워진 건 당연하다. 작은 식당이라도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려면 궁극적으로 자기만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작은 비용으로 알차게. 덤으로 내 플랫폼에 쌓이는 고객 데이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미래 자산이 된다. 동네 반찬가게 같은 경우는 더구나 단골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편리하기만 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면 적극적으로 해당 가게 쇼핑몰에 찾아와 계속 배달을 시켜 먹을 의지가 분명한 이들이다. 타깃의 특성에 따라 성공의 방정식은 크게 달라진다. 내 이름을 건 쇼핑몰을 만들고 브랜드로 키워가는 동시에 귀한 단골손님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사업의 미래를 키우는 가장 중요한 투자가 된다.

팬덤문화에 익숙한 MZ세대를 감동시켜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중국 팬클럽 요청으로 KTX 외부를 덮은 래핑 광고. KTX에 래핑 광고를 한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 사진:코레일
지금까지 식당 창업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사업 모델을 기준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를 분석했다. 따지고 보면 ‘음식이 맛있어야 요식업은 성공할 수 있다’는 대전제는 변함없다. ‘고객에게 친절하고 마음에 진정성이 있어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도 별다를 바 없다. ‘사업에는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도 상식이다. 그러니 기존에 식당을 잘해왔던 사람이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도 잘할 수 있는 기본을 잘 갖추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고객이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신인류라는 점과 그들의 소통 방식, 그들의 소비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인류의 내면은 그대로지만 표현 방식, 생활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신문명에 적응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이번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제 내가 하는 비즈니스에 이 분석 결과를 적용해보자. 사실 분야별 성공 사례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이 나와 있다. 하나씩 찾아보면 배울 점이 도드라진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의 습격 속에 가장 눈부신 실적을 올린 기업은 무신사다. 패션업계 대부분이 세계적인 소비 감소로 매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무신사는 거래금액이 60% 늘고 매출은 200% 신장했다. 무신사는 태생부터 비즈니스 모델 구축까지 오로지 포노 사피엔스에만 관심을 두고 사업을 추진한 기업이다. 2019년 거래 금액이 9000억원을 돌파했으니 올해 목표로 수립한 1조4000억원은 쉽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상품 입점부터 판매 방식까지 디지털 플랫폼에서 생활하는 신인류 소비에 집중해왔다. 가장 간편하게 가장 원하는 스타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성하고 끊임없이 개선해왔으며 고객 중심 경영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무신사에는 700만 명에 이르는 회원이 있고 이들 중 무려 90%가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 세대다. 이들에게 집중하며 비즈니스를 추진하니 재구매율이 80%에 이른다. 이제 이들은 스스로 팬이 되어 주변에 무신사를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 패션시장에서 MZ세대 비율은 무려 50%에 이르고, 해가 갈수록 이 비중은 커질 게 분명하다. 이들에게 소비 표준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도 패션산업에서의 뉴트렌드는 매우 선명하게 드러난다.

해외 선진기업들이 집중 투자하는 영역은 고객 데이터 분석기술과 AI의 패션분야 접목이다. 이미 스티치픽스, 써드러브 같은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빅토리아 시크릿, 갭 같은 오프라인의 강자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 기업들은 패셔놀로지(Fashionology) 기업이라 불릴 만큼 기술에 집중하고 있지만, 본질은 고객이 남긴 흔적, 즉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을 실현한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데이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근간이기 때문이다. 무신사도 올해 가장 큰 목표를 700만 고객이 남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적용해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공룡이 된 대기업들도 빠른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한류 콘텐트에 세계인이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콘텐트 산업은 그야말로 글로벌 팬덤을 키우며 약진 중이다. 이들의 성공비결을 들여다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BTS의 활약은 정말 눈부시다. 잘나가는 K팝일지라도 미국 내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하면 도달할 수 없다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무려 2주 연속 차지했다. 4개 앨범 빌보드 차트 연속 1위도 비틀스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글로벌 톱 중의 톱이 되었다. 팬덤 ‘아미(ARMY)’의 힘으로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된 그들은 휴머니티, 진정성, 실력, 세심한 배려, SNS를 통한 소통능력 등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거의 완벽하게 갖췄다. 완벽한 조화가 이뤄내는 팬덤의 크기와 파워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의 글로벌 팬덤도 폭발적이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킹덤]과 [사랑의 불시착]을 언급하며 한류 드라마 사랑을 과시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살아있다]는 공개 이틀 만에 미국과 유럽 등 35개국 글로벌 영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아시아 톱은 우리나라가 석권했다. 코로나로 ‘집콕’ 생활을 하는 인류에게 K콘텐트가 강력한 자발적 팬덤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K팝, K콘텐트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콘텐트로 마음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것은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이다. 스토리도 매력적이고, 영상미도 뛰어나야 한다. 대사 하나, 라인 하나가 다 마음에 와서 꽂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티스트와 배우들의 표현력이다. 때로는 섬뜩하게,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따뜻하게, 결코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울림을 줘야 한다. 우리 콘텐트에 대한 강력한 글로벌 팬덤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의 디테일이 그만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콘텐트의 홍수시대에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 자발적 마케터로 만드는 것은 종합예술과 같다. 이 또한 요식업에서 언급했던 성공의 비결과 결코 결이 다르지 않다. 분명한 것은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이러한 팬덤을 끌어낼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 7대 플랫폼(애플·아마존·MS·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텐센트)의 시가총액이 무려 1경원을 돌파했다(2020년 9월 5일 기준). 애플은 이제 2조 달러 기업이 되었다. 애플의 힘도 팬덤이다. 폴더블도 없고 5G도 없다는데‘다 필요 없고 아이폰 주세요’라고 외치는 고객이 7억 명이다. 애플은 별다른 기술이 적용된 것도 아닌 에어팟 프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30만원 넘는 가격에 14조원어치나 팔아치웠다. 이것이 팬덤의 힘이다.

자본의 선택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코로나 이후의 미래 사회는 포노 사피엔스가 주류가 될 거라고. 이제 영세사업자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문명에 맞춰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해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개인도 조직도 마음을 굳게 먹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오늘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성공비결을 앞서 언급한 식당 창업에 비교하며 조목조목 되짚어보자. 내가 하는 일, 우리 가족이 하는 일, 내 직장이 하는 일은 과연 진정성 어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가.

※ 최재붕 -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와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학과장을 겸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하면서 융합을 기반으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져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202010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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