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빅브라더의 눈 

 

조현석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골목길을 지켜보고 있는 폐쇄회로(CC)TV.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하늘 높이 올라 사라져야 해
사소한 생각과 습관마저 읽어 저장하는
둥근 빅브라더의 시선
24시간 부릅떠 감시하는 눈
저 눈을 피해 살아남아야 해
땅에 발붙이고 다니면 벗어날 수 없어
뒤통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들키지 않게
철저히 몸피를 줄이고 더 낮게 숨어들어야 해
해 뜨는 아침부터 달 지고 새벽 어스름까지도
마음껏 활보하며 편히 살아갈 줄 알았어
이젠 기대하지 않는 자유와 평화
사방팔방 철저하게 훑어내어 슈퍼컴퓨터에 남기네
우뚝한 빌딩 투명 유리창에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깊고 깊은 우주 속으로 떠나야 해

※ 조현석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 [불법,…체류자] [울다, 염소] 등을 냈다. 도서출판 북인 대표다.

202011호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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