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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2020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개막’(8)]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바꿔야 할 9가지 관념(1) 

바꾸지 못한다면 버려라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경제 생태계 무너지고 디지털로 자본 대이동
인터넷 공간에서 자라난 MZ세대의 상상력이야말로 신문명의 본질


▎코로나 이후 다가온 혁명적 전환의 시대가 기성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낡은 생각을 바꿀 수 없으면 버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 7편의 연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포노 사피엔스 문명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다양한 관점과 성공사례들을 다뤄보았다. 불행하게도(나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과는 별개로) 연초에 예측했던 현상들은 더욱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며 세계 시장을 혼돈과 혁명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 혁명시대 생존전략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 다급한 현안이 돼버렸다. 그동안 언급했듯이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들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그중에 제일 근본적인 것은 역시 ‘내 마음부터 바꾸는 일’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본질은 ‘문명의 교체’다. 문명이 바뀌면 인류의 살아가는 방식, 학습 방법, 일자리, 필요한 능력 등 거의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한다. 새로운 문명의 표준을 학습하려면 우선 마음의 표준부터 바꿔야 한다. 사실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자기가 옳다고 믿고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두껍게 쌓인 생각의 껍데기를 깨는 일은 고통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차근차근 정말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세세히 챙기며 자신을 설득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문명 전환을 위해 마음속 점검해야 할 아홉 가지 코드를 정리하고 올해 코로나 사태를 반영해 [체인지 9]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이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출간 후 일어났던 변화들까지 다시 챙겨가며 ‘마음속 바꿔야 할 9가지’ 이야기를 본 칼럼의 독자들과 함께 되짚어보려 한다. 3회에 걸쳐 나눌 첫째 이야기의 주제는 인류 개인의 변화다.

코드 0 | 혁명의 본질 - 변화의 출발점은 마음이다


▎MZ세대의 소비 영향력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SNS와 홍대 합정 등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를 모아 MZ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다. / 사진:신세계백화점
우리는 이 시대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 부른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인류 스스로 디지털 문명을 선택하고 이동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탄생 이후 문명의 트랜스포메이션이 급격한 속도로 일어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5G·자율주행 등 디지털 기술이 미래를 바꿀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혁명은 문명의 교체현상이다.

그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BTS다. BTS는 얼마 전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1, 2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역사적으로 이를 기록한 건 오직 5팀밖에 없으며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처음 기록한 아티스트는 비틀스다. BTS가 왜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지 데이터가 명백하게 입증하고 있다. 2017년 AMA(American Music Award) 소셜 아티스트 부문 1위를 차지한 이래 그들이 세계 최고의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음악평론가들은 대중음악의 세력교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1위에 오른 ‘savage love’는 한글 가사가 포함된 노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했다. 새로운 기록은 이뿐 아니다. 최근 개최된 온라인 콘서트에서도 유료 관객 99만3000명, 티켓 총금액 491억원을 기록하며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대중음악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BTS를 키운 건 팬클럽 아미(ARMY)의 강력한 팬덤이다. 지금까지 대중음악 세계를 지배하던 자본과 방송의 권력이 그 자리를 팬덤과 SNS에 내주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모든 룰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BTS는 이 시대 혁명의 상징이다.

실제로 방송이 갖고 있던 권력은 많이 쇠락했다. 지상파 TV의 광고 매출은 10년 사이 절반가량 줄었고, 우리나라 국민 70% 이상이 유튜브, 넷플릭스, OTT 등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시대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의 70% 정도가 스마트폰 뱅킹을 사용하는 시대가 오면서 모든 은행이 지점을 줄이느라 분주하다. 출범 2년 된 카카오뱅크는 지점 하나 없이 어느새 1250만 고객을 모으고 흑자 전환했다. 디지털 뱅킹 표준시대가 소리 없이 시작된 셈이다.

유통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급격하게 증가하던 온라인 쇼핑 매출은 코로나를 만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유통의 표준을 바꾸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어스, 니만 마커스, JC페니 등 100년 넘은 백화점들이 줄줄이 파산했고, 오프라인 유통 중심의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30%가량 문을 닫았다. 반면 아마존은 20만 명 이상을 신규 고용하면서 쏟아지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프라인에 의존하던 영세 소상공인들이 하루 1100곳씩 문을 닫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올해 상반기에만 40% 이상 성장하며 새로운 유통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진행 중이던 세계 시장에 코로나19의 등장은 이를 가속하는 계기가 되었다. 감염이라는 거대한 공포가 인류를 덮치면서 그동안 디지털 문명을 거부해왔던 기성세대도 강제로 온라인 소비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는 인류의 표준 문명 변화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코로나19,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팬데믹 쇼크, 이제 인류는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함께 찾아온 애프터 코로나 시대는 이제 소비의 방식도, 교육의 방식도, 일상의 생활도 모두 달라진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바라보는 인간·사회·기업·일자리 등 모든 것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그 출발은 마음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늘 하던 일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기고, 늘 하던 방식을 온라인으로 바꾸면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변신에 적용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룰이 바뀐 것이다. 룰이 바뀌었다면 내용도 바뀌어야 하고 준비하는 생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제 문명을 바라보는 마음의 표준이 디지털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 내 마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거기가 출발점이다.

코드 1 | 트랜스포메이션 - 모든 부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그룹 방탄소년단 (BTS)은 최근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1, 2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처음 기록한 비틀스 이래 1, 2위 석권을 기록한 아티스트는 오직 5팀뿐이다. 비틀스 앨범 [애비로드]의 재킷.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 시대는 포노 사피엔스(Phonosapiens,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PEW리서치센터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은 무려 94%로 압도적 세계 1위다. 2위 이스라엘이 88%, 미국이 6위로 81%, 일본이 13위로 66%다. 연구소에서 직접 27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무작위 설문을 통해 작성한 결과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개발도상국들은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50% 이하인 걸 보면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척도는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표준 인류는 스마트폰을 잘 쓰는 포노 사피엔스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창조하고 이끌어가는 기업들이 현재 세계 1~5위의 기업들이다. 더구나 이들은 팬데믹 쇼크 이후 주가가 40%가량 상승하며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대표 기업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9월 5일 시가총액 기준 세계 5대 기업은 애플(2461조원), 아마존(2009조원), MS(1950조원), 구글(1320조원), 페이스북(986조원) 순이며,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6526조원으로 우리나라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기업 시총 합계의 3배를 넘는다. 이미 세계의 투자자본은 이들 기업을 미래 성장가치가 크다고 선택한 것이다. 전 세계 청년들 사이에서 주식투자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들의 선택도 다르지 않다. 모든 부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 기업들로 이동하고 있다.

1경원이 넘는 돈은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힘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택시·호텔·금융·유통·방송 등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모든 산업의 표준이 지난 10년간 급격한 속도로 변화했다. 택시를 대체하는 우버, 호텔을 대체하는 에어비앤비, 방송을 대체하는 유튜브·넷플릭스, 은행을 대체하는 스마트폰 뱅킹 등 변하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다. 인류는 그야말로 혁명적 문명의 전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이 인류 스스로 디지털 플랫폼으로 생활공간을 옮기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강제로 이동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72%가 영상은 스마트폰으로 본다고 대답하고, 70%가 은행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고 대답하는 사회라면 이제 디지털 플랫폼에서 생활하는 인류, 포노 사피엔스가 표준이라고 생각하고 학습·소비·업무 등 모든 일상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나의 미래를 준비하려면 디지털 플랫폼으로 내 생각의 공간을 옮겨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출발점이다.

코드 2 | 메타인지(METACOGNITION) - 검색하는 인류 생각의 지평이 다르다


▎100년 넘는 전통을 간직한 미국의 백화점 기업 JC페니는 코로나 이후 850개 점포를 문 닫고 8만5000명을 해고했다. 125년 역사의 시어스도 아마존에 밀려 결국 파산했다.
내 생각의 공간이 디지털 문명에 접속하면 일단 메타인지가 달라진다. 메타인지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능력으로,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관찰하는 자아라고 한다. 예를 들어 ‘엘살바도르의 일곱 번째 큰 도시는?’이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모른다’고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 이것이 메타인지다. 그런데 검색에 익숙한 인류는 ‘검색해보면 찾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지식검색에 익숙하고 검색지식을 활용하는 데 훈련된 사람들은 ‘아는 것’의 지평이 크게 확대된다.

검색할 수 있는 지식의 범위가 넓고 깊다면 그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진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창조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을 뿐 아니라 ‘지식공유’라는 새로운 문명의 표준을 만들었다. 이제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자신이 개발한 코드는 공유하는 것을 거의 상식으로 생각한다.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의 소스코드도 80%를 즉각 공개한 것이 좋은 사례다. 세계 최고의 대학들도 앞다퉈 강의 내용을 공개 중이다. MOOC 사이트에는 세계적 석학의 강의들이 가득하다. 특히 최근 2년 사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와 관련된 유튜브 내 지식자료는 어떤 대학의 강의 콘텐트보다도 훌륭하다. 바야흐로 지식의 공유시대, 지식의 검색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지식 공유 문화는 학습의 성과를 다른 차원으로 옮겨버린다. 교육(education)은 여전히 정해진 내용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데 집중하지만 스스로 탐구하는 학습(learning)은 과거와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다.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에서 만난 디지털만렙 초등학생들은 학교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에서 코딩을 배웠고 매우 높은 수준의 프로그래밍을 스스로 해내고 있었다. 유튜브에는 ‘6살 꼬마가 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이라는 영상이 나올 만큼 코딩학습은 쉬워졌다. 동시에 이들처럼 검색과 공유지식의 활용에 능한 인류는 새로운 메타인지를 갖게 됐다. 자기 지식의 부족함을 실시간으로 채울 수 있는 무한한 학습 공간이 열린 셈이다. 그리고 이들이 새로운 생각으로 신문명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이 열어가는 세상이 바로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을 둔 ‘플랫폼 경제’다.

검색과 공유로 학습한 인류는 상상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이 보여준 결과물만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매일 아침 10시 확진자 수와 발생지역, 동선을 보도자료 형태, 즉 텍스트로 발표한다. 이것이 기성세대 문명의 표준이다. 반면 이 자료를 본 26세 대학생 이동훈씨는 ‘이렇게 해서는 내가 오늘 가는 목적지에 확진자가 있는지 알 수가 없겠다’고 생각해 지도앱 위에 확진자 발생 장소와 동선을 그리는 서비스, ‘코로나맵’을 만들어냈다. 분명 같은 데이터인데 생각의 기준이 다른 것이다. 더구나 개발에 걸린 기간은 불과 이틀이다. 오픈소스를 이용해 SNS에 축적된 지식을 활용한 것이다.

코드 3 | 상상력(IMAGINATION) - 학습 방식 달라야 상상의 실행력 달라진다


▎온라인 공개강좌 MOOC에서는 세계 석학들의 수준 높은 강의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6월 24일 카이스트에서 열린 비대면 사회의 부상에 따른 교육의 미래 전망 포럼 참석자가 패널의 강연을 시청하고 있다.
이렇게 상상력도 다르고 실행능력도 다르다. 최근에는 2000년생 홍준서 군이 코로나라이브를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매일 아침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보자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것인데, 그가 주목한 것은 놀랍게도 ‘재난문자’였다. 5000만 국민이 매일 재난문자를 받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 가기를 기다리면서 개인 프로젝트로 재미 삼아 만든 것이 이 정도 수준이다. 보도자료가 미래의 표준이 될지, 아니면 코로나맵, 코로나라이브가 미래 표준이 될지의 답은 자명하다. 이미 국민은 코로나 맵과 라이브를 통해 안전을 챙기고 있다. 우리가 생각의 표준을 바꿔야 학습 방식도 바꿀 수 있고 나의 미래도, 역량도 바꿀 수 있다.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주역은 밀레니얼(1980년 이후 태생)세대와 Z세대(1995년 이후 태생)다. 소위 MZ세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1980년 이후 태생들은 어린 시절 싸이월드에서 미니미도 만들어보고 BGM도 깔고 집도 꾸미고 도토리도 좀 써본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터넷 문명이 어떤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체득하고 있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는 인터넷을 업무 관련해서 배웠을 뿐 생활 속에서 즐기고 놀던 세대가 아니다. 그래서 디지털 문명의 창조에는 MZ세대가 유리하다.

특히 1995년 이후 태생들은 10대 때 스마트폰이 출시된 세대다. 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 거의 신체의 일부처럼 자리 잡게 된다. 그들이 창조하는 세상은 또 한 번 크게 요동치는 중이다. 앞서 언급한 이동훈, 홍준서 군 외에도 암호화폐계의 새로운 황태자가 된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세계 최고의 AI회사 오픈에이아이에 33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취업해 주목받은 김태훈 군 등 슬기로운 Z세대는 이제 너무 많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기성세대에게 새로운 문명은 어렵고 버겁다. 그래서 우리는 비판하기를 더 좋아한다. 배우기보다 비판이 쉬워서다. 실제로 디지털 문명으로 인한 부작용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중독, SNS중독, 비인간적인 디지털사회 등 부작용에만 집중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든 슬기로운 인류는 존재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메타인지와 상상력이 다른 신인류가 새로운 세계를 펼치고 있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새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MZ세대가 창조한 세계가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상상, 가상을 상징하는 단어 meta와 우주를 상징하는 단어 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의 현실세계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메타버스를 상상의 세계에서 이제 현실세계로 옮겨놓고 있다. BTS가 만든 온라인 콘서트는 VR, AR, XR의 신기술이 총동원돼 마치 한 편의 가상현실 게임 같았다. 그리고 심지어 많은 관객이 그 무대에 온라인으로 출연하며 함께 즐겼다. 이것은 애프터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콘서트 형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세상에 두 개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던 MZ세대는 이제 현실세계와 메타버스의 합체를 시도 중이다. 비트코인에 기반을 둔 무화폐경제, 캠퍼스 없는 대학, 출근이 필요 없는 회사, 매장이 필요 없는 소셜커머스, 점원 없는 편의점 등 수많은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세계 경제를 흔드는 중이다. 데이터는 포노 사피엔스 문명이 정해진 미래이며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문명에 내 마음을 맞춰야 한다.

코드 4 | 회복탄력성(RESILIENCE) - 실패는 일상, 다시 일어설 힘을 디지털 문명에서 배운다


▎방탄소년단(BTS)과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흑인 인권 운동에 기부하자, 팬클럽 ‘아미’도 같은 금액을 모아 기부했다. 팬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예다. / 사진:아미 공식 웹사이트(www.oneinanarmy.org) 캡처
안 그래도 인생에는 실패가 많지만, 특히 혁명의 시기에 우리는 더욱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어려움이 찾아왔다면 일단 어느 정도 실패한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거기서 어떻게 다시 힘을 내 도전하느냐다. 마냥 ‘코로나는 언제 끝날까’, ‘비대면 세상 너무 불편하다’고 한탄만 하고 있으면 결코 다시 일어날 힘을 만들 수 없다. 문제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류에게 실패는 일상다반사다. 그래서 새롭게 도전하는 힘이 필요하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실패를 딛고 성공한 사람의 특성을 분석해 실패를 딛고 도전하는 힘, 즉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정의하고 있다.

김주환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게 언급된다. 실패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을 보면 첫째, 자기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둘째, 공감과 소통을 기반으로 만드는 대인관계력이 매우 좋으며, 셋째, 모든 것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력과 감사하는 마음이 남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문명교체 시기를 맞아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 자기감정을 통제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분석한 다음 미래를 향한 재도전을 위해 디지털 문명으로 표준을 재설정해야 한다. 랜선회의, 단톡방 대화법 등 온라인 기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디지털 문명의 단점은 지워버리고 긍정적인 관점에서 디지털 라이프의 장점을 찾아내 활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거 언제 끝나려나’라는 한탄이 나를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코드 5 | 팬덤(FANDOM) - 권력은 소비자의 손끝에서 나온다

디지털 문명 시대를 가장 잘 설명하는 코드가 바로 팬덤이다. BTS는 아미를 통해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됐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자면 ‘소비자 권력 시대’의 도래라고 할 수 있다. 자본과 방송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SNS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팬덤경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고객이 열광하며 스스로 팬이 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드는 시대, 대한민국의 벤처가 만든 상어가족(baby shark)이라는 아기용 뮤직비디오가 67억 건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시대, 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이 14조원어치나 팔려나가는 시대, 이 현상에 성공 비결이 숨어 있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는 아홉 개 중 가장 중요한 코드가 바로 팬덤이다. 팬덤 창조의 비결에 대해서는 정말 할 얘기가 많다. 궁금하다면 다음 호를 기대하시라.

※ 최재붕 -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와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학과장을 겸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하면서 융합을 기반으로 문명을 읽는 공학자로 알려져있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엔짱] 등이 있다.

202011호 (202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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